728x90

직장인 김 모씨는 다가오는 겨울 직전에 패딩 점퍼를 사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습니다.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장바구니에 하나 둘 담다보니 어느덧 10개가 넘는 상품이 등록되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야 했지만, 너무 고르기가 어려워서 결국 인터넷 창을 닫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 후 김 모씨는 백화점도 가보고 아웃렛도 가보았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처럼 무엇을 살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두뇌로는 좀처럼 처리하기 힘들 정도의 상품 정보 과잉이 발생되었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 선택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소비자들을 결정장애 증후군, 혹은 햄릿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 백화점, 마트 등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은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 모바일 쇼핑, 소셜 커머스 등이 등장하고 해외 직구 까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의 선택은 더더욱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의 두뇌가 감당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발생되게 된 것입니다. ‘결정장애 세대라는 책을 낸 독일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소비자가 선택의 미로를 헤멜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도 소비자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통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햄릿처럼 우유부단해진 소비자들이 최적의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보를 엄선해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기존의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상거래 서비스입니다. 호텔의 최저 가격을 알선해 주는 호텔 콤바인드나 비교 쇼핑을 도와주는 쿠팡등이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 유통의 비밀

유통은 상품이나 광고와 같은 다른 마케팅 수단들과 달리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고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소비자들이 손쉽게 식상해지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게 됩니다. 설탕, 과자, 비누 등의 생활용품들에서 보듯 소비자가 특정한 브랜드에 대해서 확고한 로열티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농식품이나 수산물등에 목격되듯 브랜드 자체가 제대로 성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상품의 성패가 전적으로 유통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상품의 경우에도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함으로서 유통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은 철저하게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례에서 나온 롯데마트는 이런 노력들의 한 예일 뿐입니다. 본 목차에서는 유통의 공공연한 비밀을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시간을 잊어라

우리의 선조들은 느근하고 여유로운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셨다고 합니다. 우리의 옛 그림이나 옛 건축물들을 돌아보면 얼마나 오늘날의 삶과 다른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한국말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 생활의 속도는 변화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높은 성취열을 중요한 이유라고 합니다만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과거 70년대 수차례 시행되어 경제를 이끌었던 정부주도의 강력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들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매번 5년이라는 시한을 정해높고 그 당시로서는 불가능해보였던 계획들을 북한과 소련등 적성으로 분류되었던 국가들의 위협속에 달성하다 보니 빨리빨리 없이는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한국인의 의식속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DNA도 쇼핑을 하러온 순간에는 살짝 수그러듭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일주일치 쇼핑을 하는 미국인들이 사전에 구매 리스트를 작성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쇼핑을 끝내는데 비하여 한국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 어디에나 있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일주일에 두세번 가면서도 한 두시간을 넘기가 일수입니다. 쇼핑을 하러온 순간 시간이 멈추어버리는 소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가능하면 소비자들을 점포내에 오래 묶어두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소비자가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계기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합니다.

(1) 우선 마트나 백화점이나 어떤 쇼핑 센터를 가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가지가 없습니다. 창문이 없으면 조명을 위한 전기료도 더 많이 소요되고 환기 등의 불리한 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흔한 벽시계도 보이지 않습니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무는지, 주차장에서 남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오래 시간이 지났는지 등 쓸데없는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하라는 의도는 아닐까요?

(2) 그리고 백화점을 가보시면 기둥 곳곳에 유난히 거울이 많습니다. 그냥 지나치지말고 거울도 한번 보고, 옷도 한번 입어 보고 주변에 있는 상품 진열대도 한번 보고가게 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3. 진열에도 비밀이

유통점들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함으로서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상품을 제조업체 대산 팔아줌으로서 제조업체들로부터 상당한 대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판매 수량에 따라서 판매 촉진금을 받기도 하고, 판매원이나 판촉물을 무상으로 지원받기도 하고 현금성 리베이트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매대 비용(slotting allowance)입니다. 즉 제조업체의 상품을 매출을 올리기 유리한 좋은 판매대에 진열해주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매대 비용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꾸어서 말하면 많은 경우 소비자의 구매행동이 진열의 위치나 형태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됨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매장내 상품의 진열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어 있을까요?

(1) 우선 소비자의 보행 습관을 매장에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좌측통행이 정착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행동은 좌측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게 되면 그런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측으로 회전한 후 매장을 한바퀴 돌아오게 됩니다. 이처럼 고객이 움직이는 동선을 활용하여 에스컬레이터의 좌측 초입에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저가 상품이나 세일 상품등을 진열함으로서 매장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줍니다. 매장 초입에서 이런 인식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매장이 저렴하다고 인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 마트의 쇼핑 카트는 철망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철망으로 된 카트는 무엇을 샀는지 내용물이 훤히 다 보이게 되지요. 다른 쇼핑객들은 타인이 구매한 카트의 내용물을 보고 시샘을 느껴 더 많이 사는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남의 쇼핑카트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두번 살펴본 경험들이 모두 있으실 것입니다.

(2) 또한 소비자의 구매의도 정도를 진열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대형마트에 가보시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쌀과 생수, 부식 등 생필품은 찾아가기 어렵고 거리도 먼 매장 깊숙이 진열하고, 없어도 그만인 간식거리, 과자, 아이스크림 등은 비교적 매장 입구 가까이 진열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야할 것은 가능한한 매장 깊숙이 진열함으로서 소비자들이 이 상품들을 찾기위해 이동하는 동안 당장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구매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반면에 계산대 근처에 위치한 껌이나 음료수, 과자 등은 계산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다 별 생각없이 집게됩니다. 계산을 기다리는 2-3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과자 사달라고 아이들이 조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것입니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양판점에 가보시면 심사숙고 끝에 구매하는 TV나 에어컨 등은 끝 벽에 있지만 드라이, 커피메이커, 토스트기처럼 작고, 저렴하고, 충동적 구매가 가능한 상품들은 매장 초입에 진열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3) 그리고 상품을 a. 브랜드별로 독립적으로 진열 하느냐 혹은 b 상품 특성이나 품목별로 여러 브랜드를 섞어서 진열하느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먼저 브랜드별로 진열하는 경우를 보면 소비자들은 먼저 어떤 삼성, LG, 소니중 어떤 브랜드를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서 그 다음에 가격이나 성능등을 보게됩니다. 즉 소비자의 의사결정의 1순위가 브랜드가 되고 2순위가 성능이나 기타 요인들이 되게 됨으로서 이런 진열은 유명 브랜드의 판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상품을 만일 가격대와 같은 특성별로 진열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먼저 어느 가격대의 TV를 살 것인가를 1순위로 고민하고 나서 2순위로 브랜드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진열 방식은 유명 브래드보다는 가격에 강점이 있는 후발 브랜드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식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국내 중소PC 제조업체인 현주 컴퓨터의 영업사원이라면 어떤 방식의 진열을 하도록 설득하시겠습니까?

이처럼 진열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응용하려는 노력이 플래노그램(Planogram)'입니다. 플래노그램은 상점에 진열되는 제품들이 각각 어디에 어떻게 놓여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서나 계획서, 혹은 지도라고 생각하면 된되는데, 플래노그램은 상점의 선반이나 통로마다 어떻게 제품들을 진열해야 사람들이 원래 의도보다 더 많이 사가게 만들 수 있을지를 알려줍니다. 최근에는 이런 플래노그램의 원리를 온라인쇼핑몰등으로 확장한 웨보그램(Webogram)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 남자와 여자의 쇼핑 DNA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고 정착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 전체에 비교하면 매우 최근의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는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견되었는데 약 15천년 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400만년에 이르는 역사의 99.9% 이상의 기간을 사냥이나 어로, 채집을 중심으로 생활해온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에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남성은 창과 화살을 들고 사냥을 나가서 오직 목표로한 사냥 대상을 쫒아다녔고 한번 사냥에 성공하면 당분간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일들도 일상적이었을 것입니다. 반면에 여성들은 아이를 키워야 했고 체력도 약하였기 때문에 보통 집에서 머물며 지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틈틈이 집근처에서 나물이나 과일 등을 채집했을 것입니다.

이런 조상의 흔적은 고스란히 후손들의 DNA속에 남아서 오늘날에도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성들은 보통 오늘 무엇을 사야겠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만 쇼핑을 하러갑니다. 반면 여성들은 보통 그냥 무엇이 있나 둘러나 볼까?“라는 생각만으로도 쇼핑을 하게됩니다. 쇼핑을 하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원하는 것을 찾으면 바로 서둘러 쇼핑을 마치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매장에 들어온 뒤에야 결정을 하기 때문에 쇼핑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남자와 여자가 같이 쇼핑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현명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남성들은 이미 끝났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이를 인식한다면 왜 백화점들이 주로 여성용 화장품은 1층에, 여성의류는 2, 3층에 배치하면서 남성의류는 3, 4층에 배치하는지 매장 구성의 원칙을 이해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성들은 쇼핑에 사냥 감각을 발휘하기 때문에 불편한 고층에 있다고 하더라도 별 상관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거가 가장 빨리 매장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후 바로 돈을 지불하고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는 채집 감각을 발휘합니다. 어떤 쓸만한 것들이 있는지 나온 김에 두루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살펴보기 편하도록 매장을 접근성이 좋은 저층에 위치시켜야 합니다. 영양크림을 사러 1층에 온 여성고객들이 별 부담없이 둘러보도록 2, 3층에는 여성 의류를 입점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1층의 매장에 온 손님들이 2, 3층의 매장까지 둘러보게 되는 것을 분수 효과라고 합니다. 또한 채집 활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의자나 문화센터, 커피샵 등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을 점차 백화점내에 더욱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5. 유혹에 약한 감각

흔히 봐야 믿는다“ ”직접 느껴봐야 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자신의 감각적인 체험만큼 믿을만한 경험이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소비자의 감각만큼 유혹에 취약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감각 자극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예중 하나가 후각에 호소하는 향기 마케팅입니다. 오전 11시 즈음 배고픈 시간에 매장에서 퍼져나오는 빵 굽는 냄새의 유혹을 극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의 중고 자동차 세일즈맨은 이제 막 공장에서 나온 새 차의 플라스틱 냄새, 가죽 냄새 등 특유한 냄새를 가진 스프레이를 중고차에 뿌려 새 차의 기분을 느끼도록 하면서 고객들을 유혹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직접적인 구매를 자극하기 위해 향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매장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향기 마케팅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영 캐쥬얼 브랜드인 후아유(WHO.A.U)는 브랜드의 컨셉이 캘리포니안 드림인데 이런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매장내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과일인 오렌지 향을 매시간 분사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향기 산업은 향기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과 여성 고객이 늘면서 이제 당당히 주목받는 마케팅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향기나는 초, 즉 향초중에서 양키 캔들의 대중적인 인기가 뜨겁습니다. 사실 양키 캔들은 처음에는 미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매니아 상품이었으며, 결코 대중적인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양키 캔들이 2012년부터 국내 시장에 프랜차이즈 사업 형태로 들어오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게 되었고 위메프 같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핫 아이템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청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수단입니다. 특히 유통에서는 음악을 이용하여서 매장내 소비자의 행동에 의도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님이 적은 오전시간이나 보통 평상시에는 느리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서 소비자들이 오랜시간 머물도록 하지만 너무 손님이 많이 몰려 오히려 쇼핑에 지장이 생기고 고객 순환이 잘 안되는 바쁜 시간대에는 빠른 음악을 틀어주고는 합니다. 빠른 음악은 소비자들을 약간의 흥분 상태로 유도해서 쇼핑을 빨리 끝내도록 도와줍니다.

6. 돌려야 사는 점포

2009년 미국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을 때 스타벅스 등 미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실직으로 오갈 곳 없게 된 실직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무선 인터넷이 잘 구비되어 있는 매장으로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하루에 대여섯시간 동안 테이블을 차지하고 않아서 일을 하거나 인터넷을 해대는 이들 때문에 정작 다른 손님들이 앉을 장소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안에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는가가 중요한 음식점이나 미장원등 서비스 업종에서 고개 회전율은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 이슈입니다. 테이블이 하나뿐인 레스토랑에 온 손님이 음식 맛과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칭찬하면서 서너시간을 머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미국의 스타벅스 역시 고객 회전율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매장내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회전율이 중요한 점포들은 고객들이 스스로 빨리 나가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매장내 구석구석에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우선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의 내부에 있는 의자나 탁자 등 집기를 살펴보십시오. 보기에는 귀엽고 예쁜 디자인이지만 실제 앉아보면 딱딱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자에 앉았을 때 너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면 자연히 점포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너무 불편하면 고객들이 그 매장을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매장의 의자는 딱 패스트푸드를 먹는 시간 정도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더 지나가면 편치않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역시 이런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음악의 빠르기 여부는 매장내 고객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색상이나 조명 역시 잘 조절될 경우 이런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보통 따스한 색으로 알려진 오렌지나 노란색, 붉은색 등의 색상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 같은 장소에 오래 머무르게 하지만 차가운 색으로 알려진 청색이나 회색 등의 색상은 그 반대의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시설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부대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수익을 올리는데 유리한 호텔이나 백화점은 보통 이런 따스한 색으로 매장을 꾸미고 조명도 부드럽고 은은한 색상을 선호하는 반면 회전율이 중요한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등은 차가운 밝은 색의 조명과 청색, 무채색등을 사용하여 매장을 꾸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여러 지자체들은 농산물 역유통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는 농촌에서 도시로 향하는 농산물 유통의 방향을 반대로 바꿔 도시민이 농촌을 찾아 그곳에서 농산물을 구입토록 하는 것으로, 직거래와 같은 개념입니다. 지자체들은 이 사업이 과도한 유통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도시민에게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 구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도는 이에 따라 역유통 거점마을을 선정해 소포장 상자 개발비·택배비·홍보비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거점마을 선정 기준은 마을 지도자 등의 의지가 확고하고 이미 개발된 상품 등이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시·군이 자체적으로 선정토록 할 계획이며, 자립화 단계에 있는 마을은 이 사업의 성공사례로 활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 관계자는 도시민의 여가문화 트렌드 변화에 맞추고 저비용 유통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이 사업을 신규 시책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1. 직거래의 한계

농식품의 가격을 접할 때마다 일반 소비자는 의아한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에서는 생산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다고 연일 뉴스가 나오는데 어찌된 일인지 도시 마트에서 파는 가격은 여전히 비싸기만 합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 마다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서 유통업자가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농산물 유통비용이 농산물소비자 가격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사실 이것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보통 농산물 소비자가격의 절반 이상은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불어난 가격입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유통업자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유통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배추, , 채소 등 농산물은 보통 부피도 크고 손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유통 도중에 많은 손실이 생겨납니다. 상품을 다듬고 보관하고 이동하는 일에 많은 인력과 차량 등이 필요해지면, 이 과정중에서 상하거나 변질되어서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실제 과거 김장철의 배추 값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북 고창의 한 농업인이 가을 배추를 포기당 566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이를 구매한 중개 유통업자는 배추를 5톤 트럭에 실어나르는데 포기당 111.1원의 인건비와 159.3원의 운송비가 들었고, 운송도중 점심값등을 포함하여 포기당 60.4원의 운영비가 들엇습니다. 그리고 서울 가락동의 도매시장에 도착해서는 다시 배추를 트럭에서 내리는데 포기당 22.3, 쓰레기 부담금 11.1, 수수료 50.0원이 들었습니다. 실제 도매시장에서 배추는 포기당 1,000원에 낙찰되었지만 이 중개유통상은 포기당 19.2원을 남겼습니다.

중간 도매인에게 낙찰된 배추는 다시 청소비 17.8, 운송비등 기타비용 74.3, 이윤 및 본인의 인건비 93.1원을 남기고 소매상에게 넘기게 되었고, 소매상은 포기당 운송비 150, 안팔리게될 경우의 부패, 파손비 23.7, 가게임차료와 운영비 252.8, 본인 인건비와 이윤으로 388.3원을 남기고 소비자에게 2,000원에 팔게되었습니다. 산지 가격인 566원이 결국 4배 가까운 2,000원이 되어버렸지만, 국민 모두가 분노할만큼 터무니없는 폭리를 남긴 중개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만일 중간에 있는 유통업자들을 모두 없애고 산지 농민과 소비자들이 직접 거래를 한다면 어떨까요? 농민은 좀 더 비싼 값에 팔게 되고 소비자들은 좀 더 싼 값에 살 수 있게 됨으로서 모두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농민이 배추를 1,000원에 팔고 소비자가 1,500원 직접 산다면 어떨까요? 즉 소비자-생산자간 직거래가 답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이 문제를 생각해보면 소비자-생산자간 직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몽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서울에 거주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배추 몇 포기를 사기 위하여 그 먼 곳까지 직접 내려가는 것이 효율적일까요? 교통비, 시간 낭비 등의 비효율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생산한 배추를 팔기 위하여 수백명의 소비자를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수백명의 고객에게 파는 동안 농사는 누가 짓고 안팔리는 물건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벤트의 형태로 직거래 장터가 간간히 열리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거래가 직거래로 이루어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소비자, 생산자의 지옥일 것입니다. 김치를 담그기 위하여 필요한 새우젓은 인천에서, 배추는 영동에서, 고추는 음성에서 사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전국의 모든 장소가 생산자의 직거래 장터가 되어버린 도시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불필요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불필요한 유통단계는 축소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유통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2. 유통의 가치

결과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직거래가 주 거래방식인 생산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생산자는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공급하기 위하여 유통경로에 존재하는 도매업자나 소매업자와 같은 중간상들을 이용하게 됩니다. 왜 생산자나 기업들은 많은 유통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유통상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게 될까요? 그 이유는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유통상을 이용함으로서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간상들이 가지고 있는 시장이나 고객에 대한 지식, 전문성, 규모의 경제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직거래와 비교시 유통상이 존재하는 경우의 이점을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유통상이 없는 경우에는 3명의 생산업자가 3명의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기 위하여 총 9번의 거래가 필요한 반면, 유통상이 있는 경우에는 6번의 거래만으로도 충분함을 알 수 있다. 마트에 있는 상품의 가지 수가 수만가지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적인 이점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단축된 거래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거래의 복잡성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익도 증진시켜줄 것입니다.

실제 유통경로상에 존재하는 유통상들은 보다 다양한 기능과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 정보의 수집

기업이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고객이나 시장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판매를 유통대리점에 위탁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의 경우 직접 고객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마케팅 조사 등을 통하여 정보를 획득할 수도 있지만, 상시적이고 전국적인 정보 수집의 많은 몫은 결국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유통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유통업체를 통하여 시장점유율 등 경쟁사의 정보들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2) 상품판매의 촉진

보통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광고나 마케팅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판촉활동을 스스로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되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제한된 인력과 경험, 마케팅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하여 효과적인 판촉을 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데, 유통은 판매 마진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런 상품들도 팔고자 노력할 수 있으며, 세일, 판촉, 이벤트, 점두 판촉 등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개발하고 수행합니다.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소매 판매의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판매점에게 판매 수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판촉활동을 중간상에 위탁하는 것도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3) 고객 맞춤화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 개개인의 니즈에 적합하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 것은 대단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일예로 닌텐도의 체감형 게임기인 위(Wii)는 많은 게이머들이 사랑하는 조작이 손쉬운 잘 만들어진 게임기이지만 이 게임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연간 수백만대의 게임기를 판매하는 닌텐도가 직접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대신 근청에 있는 판매 유통상이 최종 소비자의 요구에 맞도록 이 게임기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유통상은 이와 같은 조정은 물론이고, 상품의 선물 포장, 사용자 교육, 제품의 변경, 설치 등 다양한 맞춤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4) 협상의 수행

아무리 잘 표준화된 공산품이라고 하더라도 판매자와 소비자간에는 일종의 협상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예로 정가표에 정가가 써있더라도 가격 흥정을 통해서 가격이 다시 정해지기도 하고, 냉장고나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제품을 살 때 고객들은 으레 사은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운송 비용이 누구의 몫이냐는 물론이고, A/S가 유상인지 무상인지의 여부, 보증기간의 기한 등도 종종 소비자와 판매자간의 협상을 통해서 결정되기도 합니다. 만일 이런 협상을 생산자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면 생산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고객 협상이나 상담을 위하여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통은 이런 기능을 일차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 물류의 담당

유통의 큰 존재의의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원하는 물량만큼 미리 준비해놓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물류기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사례로든 배추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농민이 생산한 가을 배추가 소비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각 배추들은 한때인 김장철을 중심으로 각 가정마다 그들이 원하는 포기 수 만큼 공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원하는 수량은 몇포기에서부터 몇백포기까지 매우 다양할 것이고 천포기의 배추를 팔기위해서는 백가구 이상을 배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배추가 모두 팔릴때까지 재고를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도심에서 이런 부피가 큰 배추를 몇일동안 보관할만한 공간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유통상은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 입지함으로서 이런 물류 기능을 효과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3. 경로의 구성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경로에는 누가 있을까요? 즉 경로 구성원의 종류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경로의 구성은 크게 1) 소매상과 2) 도매상으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1) 소매상

소매상의 특징은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간상을 의미하는데, 최종적으로 기업의 매출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매상들을 외형적인 유형으로 분류하면 물리적인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서 점포형 소매상과 무점포 소매상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점포형 소매상은 과거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5일장과 같은 재래시장에서부터,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양판점, 할인점, 창고형 매장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반면 무점포형 소매상은 판매를 위하여 물리적인 점포 형태를 사용하지 않는 우편판매업체, 인터넷 소매점, 텔레마케팅, 홈쇼핑, 방문판매 등이 포함됩니다.

2) 도매상

도매상의 특징은 최종 소비자가 대상이 아니라 재판매 또는 사업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주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도매상의 주된 고객은 소매상들인 경우가 많으며, 소매상에 비하여 소수의 도매상들이 존재합니다. 도매상 역시 다양한 유형들이 있는데, 생산자가 소매상 접근을 목적으로 직접 소유한 제조업자 도매상, 실제 상품은 소유하지 않고 거래만을 성사시키는 브로커, 여러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취합하여 자율적으로 소매상에 판매하는 상인 도매상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경로에는 다양한 중간상들이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중간상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론의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너무 적은 수의 중간상이 존재한다면 물류나 촉진, 협상 등 중간상의 고유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될 우려가 있지만, 너무 많다면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증대하여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마케팅에서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수직적인 경로의 수를 보면 중간상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의 형태를 띠고 있는 직접적 경로(: 생산자->소비자)’에서부터 하나 이상 복수의 중간상이 존재하는 간접적 경로(: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까기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적 경로는 중간상의 참여를 최소화하면서 기업이 직접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공산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암웨이(Amway)는 중간상 없이 방문판매나 웹 판매를 통하여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많은 기업들이 직거래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노트북과 PC를 판매하는 델(Dell)이나 옥션(Auction) 등이 이런 예일 것입니다. 반면에 도매상이나 소매상 등 하나 이상의 경로 구성원이 참여하는 경우를 간접적 경로라고 하며 아직까지 가장 일반적인 유통경로의 형태입니다. 일예로 현대 자동차는 대리점이라는 하나의 경로를 통하여 차량을 판매하고 있고, 농심은 도매상, 소매상, 대리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라면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많은 중간상이 참여하여 경로를 길게 가져갈 것인가 혹은 중간상을 배제하여 경로를 짧게 가져갈 것인가의 결정은 기업의 전략이나 상품의 특성 등에 의해서 결정되곤 합니다. 기업이 마케팅 비용 절감과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국 야쿠르트의 야쿠르트 아주머니나 암웨이의 판매전략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보다 많은 경우는 상품의 특성에 따라서 경로의 유형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우선 B2C상품인가 B2B상품인가의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 대중을 대상으로하는 B2C 상품은 판매 단위당 마진은 크지 않으며, 가능한한 많은 고객들이 사용함으로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촘촘하게 자사의 상품을 판매대에 올려놓는 것이 경쟁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유통경로를 선호하게 됩니다. 자사의 상품 품목만을 유통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국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소수의 한정된 고객들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B2B 상품의 경우 항상 매장에 자사의 상품을 준비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고객이 요청할 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있는 전문인력이 직접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상품에 대한 판매원의 높은 지식과 로열티가 요구되기 때문에 직접 유통경로외에는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프린터를 판매하는 HP는 일반소비자용 제품은 도소매상 및 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활용하여 판매하지만 소비자용의 수십배 이상의 가격에 달하는 기업용 제품은 자사의 기술자와 판매인력을 활용한 직판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4. 경로의 갈등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경쟁기업과 전쟁을 하듯이, 각 유통업체들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호간 경쟁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GS25는 상호 수평적인 관계이며, 동시에 주요 상권에서 24시간 직접적인 경쟁 체제에 있습니다. 물론 수직적인 관계인 도매상과 소매상의 관계처럼 상호간 협력적인 관계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역시 갈등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도매상은 좀더 자신에게 유리한 가격이나 조건으로 상품을 소매상에게 공급하기를 원하고 소매상 역시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경로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생산자는 물론이고 유통업자 자신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선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사의 상품이 원가 이하의 세일 판매 대상이 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게 되기도 하고 유통업체들이 경쟁으로 지출하게 되는 상당한 비용을 제조업체의 부담으로 넘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체들 역시 지나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객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런 비용을 어떤 형태로든지 일부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유통업체들이 불필요하게 지나친 경쟁을하지않는 것이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이런 경로상의 갈등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1. 가격은 심리다

많은 가격을 홍보하는 광고는 잘못된 비교로 소비자를 호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품질을 평가할 때 가격이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무런 품질이나 향기의 차이가 없는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더 비싼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광고와 달리 이는 결코 소비자들이 어리석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한된 정보만이 주어졌을 때 가격을 효율적인 판단기준으로 활용함으로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하는 소비자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소비자의 이런 특성을 소비자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즉 가격이 갖는 심리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본 장에서는 이런 가격의 비밀을 살펴봄으로서 기업의 세심한 가격 전략을 이해하고 가격에 강해지기 위한 지식을 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배보다 큰 배꼽

최근에는 어디서나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인터넷 전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십만원이 넘는 전화기를 무료로 주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 체험기간도 제공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입만 하면 현금으로 수십만원을 그 자리에서 주겠다는 판촉도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이동통신 회사들 역시 수십만원짜리 휴대폰을 무료로 주기도 합니다. 멋지게 사진인쇄까지 가능한 프린터도 피자 한판 값 정도면 바로 살 수가 있습니다. 유가도 오르고 물가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는데 이렇게 고마운 기업들이 있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부담없이 바로 카드를 긁어주는게 인지상정일 듯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이익이 목적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해도 이익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내가 모르는 추가적인 가격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중 하나가 바로 종속재(captive product) 가격입니다.

종속재 가격 정책이란 일단 특정 상품을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하게 판매한 다음에 그 상품의 지속적인 이용에 필요한 부품이나 소모품, 서비스 등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이익을 증대시키는 가격 정책입니다. 대표적인 상품들로는 휴대전화, 복사기, 프린터, 폴라로이드형 즉석 카메라,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이 있습니다. 일예로 경쟁 심화로 PC, 반도체 등 IT 제품 대부분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최근에도 프린터사업은 10% ~ 30%에 이르는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수익은 잉크나 토너의 판매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잉크젯 프린터의 경우 3~5만원정도로도 쓸 만한 상품을 살 수 있지만 칼라와 흑백 잉크를 구매할 때는 보통 프린터한대의 가격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본 상품이 아니라 종속재 상품을 통하여 상당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휴대폰이나 인터넷전화처럼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구매 당시의 가격보다는 그 상품을 사용하는 모든 단계에서 소요되는 총 비용을 기준으로 구매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결정일 것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판매 당시의 가격보다는 고객의 생애주기 전 단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생애가치(Lifetime value)를 고려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입니다.

3. 싸게 보이는 가격

소비자는 상품의 가격을 분석하는 컴퓨터가 아닙니다. 단지 가격을 보고 느끼는 데로 지각할 따름이며, 항상 그렇치만 인간의 지각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즉 기업은 자신의 이익에 큰 손실없이 가능하면 더 저렴하게 보이도록 심리적인 가격 책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방법이 (1) ‘짜투리 가격책정(odd pricing)'입니다. 즉 가격이 딱 떨어질 때 보다는 그렇치 않을 때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하게 느낀다는 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가격이 10,000원일때는 조금 비싸다고 느껴서 구매에 많은 고민을 하게되지만 9,900원일때는 실제로 가격 차이는 단 100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 경우 소비자는 실제 가격 차이보다 더 큰 가격 차이를 심리적으로 지각하게 되는데 주로 소매점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옵션 가격결정(option pricing)도 유사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주력 제품의 판매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부가적인 상품 옵션이나 서비스 옵션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형 승용차의 가격은 처음에는 매우 저렴한 것 같지만 오토매틱 기어, 에어컨, 에어백 등 다양한 옵션들을 추가하면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Dell 컴퓨터는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3년간 A/S를 받기 위해서는 16만원에 이르는 서비스 옵션 상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옵션 가격은 옵션을 제외한 최초의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보이도록 함으로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 전략의 일종입니다. 처음부터 옵션을 포함한 전체 가격을 제시하면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먼저 옵션을 제외한 작은 금액을 제시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게 한 후 추가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활용한 것입니다.

(3) 절대적으로 싸거나 비싼 가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은 현재의 판매하고 있는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살펴보거나 과거에 구매했던 상품의 가격을 떠올림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항상 이런 비교를 통하여 싸거나 비싸다는 지각을 하게 됩니다. 가격의 인식은 비교에 의한 상대적인 평가인 것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기업들은 소비자를 손쉽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적인 예를 통하여 준거 가격으로 인한 타협효과(compromise effect)를 살펴보겠습니다. 노트북을 제조하는 □□기업이 아래와 같이 두 개의 다른 모델을 팔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모델명

품질수준(100)

가격수준()

이익률

A

50

60만원

낮음

B

60

70만원

보통

이렇게 A형과 B형 두 개의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면 두 모델간에 품질 수준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A형 모델을 일반적으로 선호하게 됩니다. 하지만 A형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괜찮은 모델이기 때문에 이익률은 매우 낮은 제품입니다. 이런 경우 마케팅 매니저는 이익이 낮은 A형 제품보다는 B형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B형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수익성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아래 표에 나와 있습니다.

모델명

품질수준(100)

가격수준()

이익률

A

50

60만원

낮음

B

60

70만원

보통

C

80

100만원

높음

추가로 더 품질과 가격이 높은 C형 이라는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십시오. 대안이 두 개에 불과하였던 과거에는 B형과 비교시 A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비추어졌겠지만, 대안이 세 개로 증가하면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새로 등장한 C형은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게 인식되는 반면 A형은 가장 성능과 가격면에서 가장 떨어지는 열등한 상품으로 인식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성능과 가격 모두 적당한 중간대의 B형을 가장 합리적인 상품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상품의 비교대상을 적절히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높은 상품이 잘 팔리도록 시장을 통제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4. 손실 혐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좋아하고 손해가 되는 것은 싫어합니다. 비단 사람뿐이겠습니까? 강아지, , 바이러스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적인 특성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길을 걷다가 똑같은 돈 10,000원을 (1) 잃어버려 생돈이 사라진 경우와 (2) 길에서 주워서 공돈이 생긴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떤 경우가 더 기쁘거나 슬플까요? 만일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어느 경우에 더 큰 폭의 감정 변화를 겪게 될까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트버스키(A. Tversky) 교수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하여 이 문제를 설명합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같은 금액의 손실이나 이득이 기대될 경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실은 더욱 심하게 싫어하고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즉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면 생돈을 잃어버린 경우가 공돈을 주운 경우보다 더 심하게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이득을 보았을 때의 기쁨보다 손해를 보았을 경우의 상실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였는데,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현상이라고 합니다.

손실회피가 적용되는 예를 보겠습니다. 이제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카드 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경우들도 여전합니다. 일부 점포같은 경우에는 3%~5%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이유로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금액을 깍아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다른 표현을 사용한 두 개의 점포가 있다면 누가 더 현금 사용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일까요?

점포 A: 가격 1만원, 단 현금 사용시 500원 추가 할인

점포 B: 가격 9,500, 단 카드 결제시 수수료 500원 추가 고객 부담

여러분은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점포 A와 점포 B의 가격은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점포 A500원의 이득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될 것이며, 반대로 점포 B500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될 것입니다. 이 경우 손실을 암시하는 점포 B의 문구에 소비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가격이지만 손실을 혐오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가격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5. 합쳐진 손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돈이 있다면 어떤 돈일까요? 다양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하는데 사용하는 돈중 가중 위험한 돈은 바로 신용카드라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MIT 대학에서의 실험한 결과를 보면 스포츠 경기의 티겟을 경매할 때 현금으로 하는 경우보다 신용카드로 하는 경우 사람들은 경매 금액을 2배 가까이 높게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신용카드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같은 돈이지만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현금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지출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용에 다소 둔감해지고 아울러 손실 회피도 그만큼 절박하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갈 때는 지출하는 매 순간마다 상실감이 발생하지만 신용카드는 청구서가 오는 월말에 한번 상실감을 경험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는 비싼 상품도 선뜻 구매하기도 하고 통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트버스키 교수 다음 한 마디로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익은 나누어서 제공하고 손실은 합쳐서 제공하라소비자가 이익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은 여러번 나누어서 제공함으로서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예로 들면 점포에서 반액 세일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점포 A: 50% 폭탄 할인

점포 B: 40% 폭탄 할인에 10% 추가 더 할인

이 경우 점포 B처럼 표현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욱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손해인 경우에는 이와 반대라고 합니다. 예를 들여 운전중 안전벨트를 미착용하고 신호를 무시하여 벌금을 두 번 내게 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상황 A: 안전벨트 미착용 벌금 고지서를 받은 후 다음날 신호위반 고지서를

다시 받음

상황 B: 통합 고지서를 통하여 안전벨트 + 신호위반 고지서를 받음

이 경우 상황 B가 상황 A보다 덜 아깝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신용카드의 맹점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에는 한달에 40번 구매를 하는 경우라면 손실감을 40번 느끼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이제는 한달에 한번 고지서가 올 때 느끼는 상황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 때는 다시 한번 현실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시중에 있는 무수하게 많은 상품들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가격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길리언 쿠(Gullian Ku)’eBayAmazon 같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매 가격이 결정되는지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연구를 통해 경매의 시작인 입찰 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오히려 최종 낙찰 가격은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낮은 가격에서 입찰이 시작되면 최종 낙찰 가격도 당연히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똑 같은 고가의 노트북을 경매로 판매할 때 입찰 가격 1만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입찰 가격 10만원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오히려 최종 낙찰가는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되었을까요? 그녀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3단계의 소비자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우선 첫 단계로 낮은 입찰 가격은 부담이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로,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했다는 것은 아직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품의 품질이나 인기에 대한 사회적 증거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그 제품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거나 인기를 끌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더 많은 입찰자들이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로, 일단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매에 참여하는 노력이나 투자한 시간 등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계속 경매에 참여하고자 하며, 결과적으로 높은 낙찰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1. 가격이란?

재래시장에 가면 콩나물 값 100원을 깍기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어머니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도 가장 손님이 몰리는 곳은 역시 세일하는 상품들 앞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한 것 중의 하나가 상품의 가격인 것은 재래시장이나 현대적인 마트에서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례에서 본 것처럼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상품들도 역시 날개돋힌 듯 팔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명확한 숫자로 제시되는 가격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있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도대체 싼 가격이 좋은 것인지 비싼 가격이 좋은 것인지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가격은 영수증에 찍히는 숫자 이상의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가격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1) 기업의 입장과 (2) 소비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입니다. 기업은 적정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서 이익을 누릴 수 있고 기업의 지속적 생존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으며 상품개발이나 광고 같이 비용이 소요되는 다른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또한 가격을 변경하였을 경우 가격 변경의 영향은 기업의 수익성과 같은 성과에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리 변경하기는 쉬워도 이를 철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은 기업과 정반대로 원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되는 비용입니다. 자신에게 큰 혜택이나 가치를 줄 수 있는 경우에는 보통 더 큰 비용을 지불할 마음이 있지만 그렇치 않은 경우에는 더 적은 비용만을 지불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기업과 소비자의 상반된 입장은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원리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능한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노력과 가능한한 더 적은 비용을 지출하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서로 결부되면서 가격이 형성되게 됩니다. 여기서 가격을 결정하고 제시하는 것은 기업의 권한이지만 이를 수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한입니다. 아무리 기업이 가격을 높게 정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를 하지 않으면 그 가격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노력과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항상 상반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가격의 결정 방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가격의 결정

보통 세일을 하는 점포를 지나가다 보면 정가에서 50% 할인과 같은 광고문구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정가에서 할인을 한다니까 저렴하긴 저렴한 것 같긴한데 그다지 미덥지는 않습니다. 저렇게 자주 세일을 하는데 정가, 즉 정해진 가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의문들이 들기 시작하니까 가격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지만 흔히 사용되는 것은 (1) 원가에 기반한 가격 결정 (2) 경쟁에 기반한 가격결정, 그리고 (3) 가치에 기반한 가격결정으로 나누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1) 원가에 기반한 가격의 결정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원가는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가격의 하한선의 역할을 합니다. 어느 기업도 장기적으로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살아남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가를 먼저 계산하고 나서 이 원가에 일정 비율의 마진을 더함으로서 가격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볼펜 하나를 제조하는데 100원의 원가가 소요된다면 이 원가에 50%의 마진을 덧붙여서 150원에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원가기반의 가격결정 기법이라고 합니다.

원가에는 크게 2가지 종류의 원가가 있습니다. a.고정원가와 b.변동원가인데 기업이 원가가 이 2가지중 어느 원가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는 가격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고정원가는 생산량이나 매출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과 무관하게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하며, 건물 임대료, 정규직 직원의 급여, 기계 설비 및 장치 등을 포함합니다. 반면에 b. 변동원가는 생산량, 매출의 증감에 따라 밀접하게 변동하는 비용들을 말하며, 재료비, 광고판촉비, 임시직 직원의 급여 등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고정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정유, 철강산업과 같은 설비 기반 산업이나 운송업 등의 경우에는 수요의 증감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현명한 방법도 아닙니다.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공장을 허물거나 용광로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공장이나 기계설비 등은 매년 회계상의 가치가 줄어드는 감가 상각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졌거나 수요가 줄었다고 생산을 중단하고 있으면 설비나 시설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다한 경쟁으로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출혈 경쟁을 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반도체 산업이나 항공산업, 통신 산업등에서 쉽게 이런 현상들이 목격됩니다. 그러나 변동비의 비중이 큰 일반 소비재산업의 경우에는 보다 손쉽게 생산량을 수요 증감에 맞게 조절하여 대응할 수 있고 원가 인상분을 손쉽게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비교적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샴푸, 비누, 과자 등의 그 예일 것입니다.

그러나 원가에 기반한 가격결정 방법은 전반적으로 시장에서의 고객의 반응을 무시하고 기업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으며, 추가적인 이익 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와 같이 비슷한 원가를 갖고 있음에도 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약점이 있습니다.

(2) 두 번째로는 경쟁에 기반한 가격결정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자사의 원가보다 중요한 것이 경쟁사의 가격에 대한 전략일 것입니다. 만일 똑같은 원료를 사용하여 똑같은 품질의 상품을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경쟁사가 더 저렴한 원료 공급처를 발굴해서 저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면 자사의 원가기반 가격책정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제품을 판매할 때 경쟁에 기반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서 적정 가격과 마진에 대한 결정을 손쉽게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쟁에 기반한 가격 전략은 시장에서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a. 가격 경쟁을 최소화시키고 경쟁 기업과 동조하는 경우와 b. 가격 경쟁이 극대화되어 경쟁 기업의 소멸을 노리는 경우입니다.

a. 우선 가격 경쟁이 최소화되는 경우는 시장에 경쟁하는 기업들이 비교적 소수이거나 독과점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만일 시장에 경쟁자가 너무 많다면 이들의 가격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가격 수준도 천차 만별이기 때문에 경쟁사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도체나 철강, 정유, 제분, 제지 등 경쟁자가 비교적 소수인 분야에서는 경쟁기반 가격 설정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보통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선두 기업의 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경쟁사들이 가격을 맞출 경우 수요와 무관하게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란 거의 발생되기 어려운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가격 전략은 경쟁하는 기업들간에 직접적 혹은 암시적인 교감이 사전에 있었을 경우 담합이라는 불공정 경쟁행위로 간주되어 법적, 사회적인 책임과 막대한 과징금 등을 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실제로 음료, 정유, 통신 등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 형태로 존재하는 사업들은 가격 담합에 대한 대가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받는 경우가 최근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b. 이와는 반대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가격 정책을 통하여 경쟁사를 시장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현재 시장에서의 승리가 향후 미래 시장에서의 상당기간 동안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현재의 단기적인 이익 정도는 기꺼이 희생하려는 기업들이 등장함으로서 발생됩니다. 보통 개발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개발 이후의 추가 생산에는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인터넷 포탈,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의 산업에서 손쉽게 발견되는 전략들입니다. 큰 비용을 들여서 개발해 놓고도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 때문에 그대로 시장에서 사장되느니 무료로라도 공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일예로 리눅스는 윈도우에 대항하기 위하여 거의 무료로 공급되고 있으며, 일간지와 경쟁해야하는 온라인 뉴스도 역시 이러한 예일 것입니다.

이들이 현재 무료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소비자를 자기 상품에 고착되게 하는 학습 효과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자사 상품을 산업내 표준으로 확립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일예로 리눅스를 무료로 배포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그들은 리눅스의 사용법이나 리눅스에서만 운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에 익숙해져서 결국에는 다른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재에는 무료이지만 향후에 충분한 이용자 집단이 형성된 이후에는 새로운 버전을 내놓거나 유료화된 옵션 등을 제공함으로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료나 저가로 배포하게 됨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곧 해당 산업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일예로 네이버의 메일이나 지식인 등 다양한 서비스들은 현재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야후나 파란 등 한 때 인기 있었던 서비스들은 이미 경쟁에서 도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네이버의 지배적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인터넷에서 발생 가능한 광고나 유료 서비스의 수입은 대부분 표준적 서비스 사업자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승자가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산업구조를 카지노 경제라고 하는데, 승자독식의 특성이 큰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가격 전략은 가격 파괴적인 양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포탈시장에서는 1기가 메일서비스, 위성사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의 압도적인 독점이 지속되면서 광고 수입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3) 세 번째로는 고객 가치 기반의 가격 결정 전략이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결국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즉 품질 대비 가격이 적정한지의 여부는 소비자들이 결정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품질이 높으면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품의 품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품질이란 제품의 내구성, 안전성, 성능 등 물리적인 품질을 의미하였지만 이제는 물리적 품질보다도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등 감성적 품질이 더 중시되고 있습니다. 즉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기대하는 것이 단순한 물건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가치(value)'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즉 가격은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고객 가치를 반영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기대하는 혜택이 가격에 반영되어야 하며, 비록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원가가 같은 제품이라도 큰 혜택을 주는 제품은 높은 마진을, 적은 혜택을 주는 제품은 낮은 마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화장품의 원가 구성중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화장품의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감성적 가치에 따라서 값은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명품으로 유명한 샤넬의 핸드백과 남대문 시장의 핸드백의 재료는 모두 같은 소가죽이지만 가격은 백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샤넬이라는 명품 브랜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가 이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설악산에 있는 켄싱턴스타 호텔은 단풍이 드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이 2배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같은 호텔이라도 단풍 성수기와 비수가에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차이인 것입니다.

이런 가치기반의 가격 전략은 기업들에게 보다 우수한 혜택을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원가 자체는 기업의 노력으로도 인하하는 것이 어렵지만 가치는 얼마든지 기업의 노력으로 증대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만큼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치기반의 가격결정은 고객의 가치 증대가 곧 기업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가격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정가와 할인

이상의 고객가치 기반의 가격 결정 방법을 이해하신다면 정가와 할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동적인 개념인지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정가란 기업이 자신의 상품의 고객의 가치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예상한 수준을 화폐 단위로 환산한 것에 불과합니다. 즉 예상된 고객 가치입니다. 반면에 할인이란 기업이 예상한 고객 가치가 맞지않게 됨으로서 다시 고객 가치를 조정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조정된 고객 가치입니다.

계절이나 유행의 특성을 극심하게 타는 숙녀복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을 시즌을 대상으로한 숙녀복은 보통 여름이 여전히 절정기인 8월부터 출시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아직 가을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미리미리 가을옷 한 벌을 준비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신상품이 줄 수 있는 고객 가치는 매우 커집니다. 생산 원가의 두배가 넘는 마진을 붙이더라도 판매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을이 깊어가기 시작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 옷을 입을 수 있는 시간은 매일매일 줄어가게 됩니다. 그만큼 고객가치도 감소하게 되고 할인의 폭도 30%에서 50%, 70%로 커지게 됩니다. 그러다 겨울이 오게되면 그 옷은 더 이상 한 벌당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고 다른 옷과 더불어 무게로 달아서 판매하게 됩니다. 겨울에 가을 옷을 아무리 싸게 샀더라도 8월달에 샀던 만큼의 가치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즉 소비자가 딱 느끼는 그만큼의 가치만큼 가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시장에서 가격이 하나만 존재한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에 관한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물일가의 법칙은 실제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정가나 할인가격 이라는 것도 결국 기업이 가격에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4. 신상품의 가격 전략

가격의 결정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히 신상품에 대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입니다. 신상품의 경우 비교할만한 경쟁 상품도 별로 없고 아직 사용해보지 못한 고객에게 가치를 미리 물어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기업들은 크게 2가지 가격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초기에 고가격을 제시하거나 혹은 오히려 (2) 저가격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각각 시장 스키밍(skimming) 전략 혹은 시장 침투(penetration) 전략이라고 합니다.

(1) 우선 초기에 고가격을 제시하는 시장 스키밍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키밍은 보통 우유를 잔에 따른 후 위에 있는 가장 맛있고 고소한 지방층만을 걷어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시장 초기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서 고수익을 누리려는 가격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삼성이나 애플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신제품의 경우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1년 정도가 지나면 반 값 이하 혹은 거의 공짜폰으로 팔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신제품이 나왔을 때에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입할 의사가 있는 소수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일단 높은 가격에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 집단의 구매가 어느정도 완료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이보다 다소 값을 낮추어 다음 단계의 소비자들을 차례대로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이런 스키밍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런 스키밍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a. 우선 경쟁사가 상당기간 동안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우위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만일 화웨이나 샤오미같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생산 기업들이 삼성이나 애플에 필적하는 최신 기술이나 디자인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고가격 정책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또한, b. 고가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그 가격을 수긍할 만한 충분한 브랜드 프리미엄이 있어야 합니다.

(2) 스키밍 전략과는 반대로 시장 초기에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신상품을 확산시킨 후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를 시장 침투 전략이라고 합니다. 미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엑셀이나 엑센트와 같이 값이 싸고 이익도 별로 나지않는 소형차종으로 수출을 하였지만 점차 주력 모델을 아반테나 소나타와 같이 수익성이 많은 모델로 전환하였고 최근에는 제네시스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확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침투전략은 단기적인 이익을 과감하게 희생하는 대신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가격전략인 것입니다.

시장 침투전략이 효과적이기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a. 상품의 생산이나 공급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생산량이 증대할수록 원가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면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 증대에 따라서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b. 상품이 네트웍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효과가 크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네트웍 외부성이란 그 상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품의 가치가 증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예로 그래험 벨이 1876년에 최초의 전화기를 발명했을 때 그 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는 곳은 고작 2층에 있는 다른 방의 다른 전화기 한 대뿐 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전세계 누구와도 통화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전화라는 상품의 가치가 증대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네트웍 외부성 효과를 보이는 상품은 팩스, 인터넷, 이메일, 배터리 사이즈, 키보드 배열 등 매우 다양합니다.

c. 초기 시장 장악이 향후 업계의 표준으로 정착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초기에 저렴하게 공급한 상품이 손쉽게 더 나은 경쟁 상품에 의해서 아무렇치도 않게 대체될 수 있다면 침투 가격 전략의 의의는 퇴색될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가능하면 소비자들이 처음 선택한 상품을 버릴 수 없고 재구매할때도 같은 상품만을 구매하도록 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표준화의 힘입니다. 일예로 맥킨토시의 운영체제인 레오파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스타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운영체제를 변경할 경우 기존의 개인 문서등을 열어볼 수 없고 사용법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은 큰 장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2014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Best Global Brands 2014)’을 발표했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순위의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애플은 20139831,600만 달러에서 21% 성장한 1,1886,300만 달러(USD)의 브랜드 가치로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선정됐으며, 구글은 9329,100만 달러에서 15% 성장한 1,070억 달러(USD)로 애플을 바짝 뒤쫓았습니다.

국내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삼성전자(20138)2012년 처음 글로벌 Top 10 브랜드에 선정된 이래 매년 한 계단씩 성장하여 2014년에는 7위를 차지했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역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치와 순위가 모두 상승해 각각 40, 74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삼성전자는 특히 새로운 사업분야를 발굴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해 나간 것이 주요 원인으로 평가됐는데, 커브드TV, 가상현실(VR) 헤드셋 등을 개발하여, 소비자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이 브랜드 가치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의 문지훈 대표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새로운 시대로 변해가는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표 브랜드 가치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들 브랜드 외에 또 다른 국내 브랜드가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랭킹에 선정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한국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향후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1. 브랜드 역사

브랜드의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브랜드(brand)라는 단어의 경우는 "burn"을 의미하는 고대 노르웨이 단어인 brandr(불에 달구어 지지다, 화인하다)에서 파생되었는데, 과거 자기 소유의 물건이나 가축에 낙인을 찍던 관행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슷한 경우로 16세기 초 영국의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불에 달군 쇠로 위스키 나무통 위에 인두를 찍는다는 의미인 영어 burned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상업적 측면에서 브랜드가 처음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그보다 더 오래전인 BC7세기경으로 그리스의 상인들이 항아리에 자신의 브랜드를 부착시켜 사용한 것이 최초로 기록되고 있으며, 그 이후 중세의 상인들이 저급한 모방제품과 구별하기 위해 제품에 브랜드를 부착하여 자신과 고객들을 보호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브랜드의 기원은 고대의 한 통치자가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제품에 생산자 이름을 밝히도록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도자기의 생산지를 알리기 위한 낙인이 사용된 바 있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이러한 표시는 제품의 출처 즉, 제조원이나 원산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특정 도공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정보로써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브랜드의 주요 기능인 경쟁자들의 제품과 구별할 수 있는 식별의 기능뿐만 아니라 특정 도공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정보의 구실을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편 그리스와 로마시대 이전부터 제품의 식별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적 기능 이외에도 제품을 판촉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신발을 만드는 사람, 옷을 제단하는 사람이 어느 곳에 살고 있다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들을 일반대중에게 알리는 방법이었지만 그리스인들의 경우 선박들이 특수한 화물을 싣고 부두로 들어올 경우 도착을 알리는 신호로써 도시전체에 울려 퍼지는 나팔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현대적으로 발전한 것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간판을 점포에 부착하는 형태인데, 오늘날 유명한 체인점들의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브랜드 로고의 모태가 된 그림과 같은 회화적 요소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중세시대까지는 많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글을 모르는 문맹자들이어서 오직 그림에 의해서만 특정 제품을 식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이 효과적임일 밝혀지자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석유회사인 Shell의 경우 심벌마크로 조개껍질(shell), Nestle의 경우는 심벌마크로 새의 둥지(nestling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브랜드의 의미

세익스피어는 장미에는 어떤 이름을 붙이더라도 그 향기는 변함이 없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사물의 본질이 중요하지 이름이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명언입니다. 하지만 이 명언은 적어도 브랜드에 있어서만큼은 통용되지 않을 듯합니다. 현대 마케팅의 세계에서는 똑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예로 국내에서 판매되었던 삼성 SM3와 닛산 블루버드는 기본적으로 거의 구분하기 힘든 디자인에 같은 기술을 사용한 쌍둥이 차이지만 가격이나 이미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는 상품에 차별적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는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들을 다른 판매자의 상품들과 구별하기 위하여 붙인 이름이나 문자, 기호, 도형 등의 상징물들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한다고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더욱 중요한 요인입니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바로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력한 브랜드만 가지고 있다면 허리케인이나 지진이 일어나서 공장이나 빌딩, 기계 설비 등을 모두 사라지게 하더라도 그 기업은 그 브랜드를 담보로 자금을 빌릴 수도 있고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도 있습니다. 무형의 브랜드는 유형의 자산보다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 시설 없이 운영되는 소위 공장없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굴지의 전자 업체인 소니도 점차 자체 공장을 없애거나 줄이면서 외주를 통한 생산체제로 돌아서고 있으며 국내의 셋탑박스 생산 전문기업인 휴맥스도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자산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공장없이도 구매를 가능하게하는 고객의 브랜드 사랑일 것입니다.

3. 브랜드 자산

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브랜드를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려는 시각들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즉 브랜드를 하나의 자산(Brand equity)으로 보게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특정한 브랜드를 알고 있거나 사랑을 보내는 것이 시장성과에 긍정적이고 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광고회사인 영&루비컴은 이런 브랜드 자산을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 바 있는데, 브랜드 자산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1) 차별성(differentiation), (2) 관련성(relevamce), (3) 지식(knowledge), (4) 존경(esteem)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 차별성

브랜드는 다른 경쟁 브랜드와 비교하여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 차이점을 제공하는 가치나 연상되는 이미지, 로고 모양 등이 될 수 있습니다.

(2) 관련성

브랜드가 소비자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는 단지 좋은 이름만으로는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없으며, 본원적 요구나 사회적, 심리적 욕구를 잘 충족시킬 수 있는 품질과 가치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3) 지식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높은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고려상표군으로 자리잡고 있고 나아가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TOM(Top of Mind)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4) 존경

소비자로부터 브랜드가 존경을 받을 수 있을 때 그 브랜드는 결코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존경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상품 제공은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의 인식 및 수행, 높은 도덕적인 기준 등을 요구하게 됩니다. 세계의 유수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4.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자산은 주식 시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브랜드 자산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브랜드에 대해서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면 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나 선호와 같은 감정은 생길 수 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알고 있는 것이 브랜드 자산의 전제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특하고 강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브랜드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보다는 해당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호의적인 연상을 주는지와 같은 브랜드 연상이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브랜드의 연상은 제품의 품질이나 제조국가, 광고 모델, 기대할 수 있는 혜텍, 사용 용도, 사용자, 경쟁 브랜드, 가격, 판매장소 등 다양한 연상들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들 연상중에는 유리한 연상도 있지만 불리한 연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장수 브랜드인 바카스는 젊음의 선택, 건강, 체력 강화 등 긍정적인 연상도 있지만 과다한 카페인, 약품 이라는 부정적인 연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긍정적인 연상을 촉진하고 부정적인 연상을 감소시키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 관리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5. 브랜드의 개성

한 좋은 연상만으로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브랜드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인간적인 개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에쿠스 승용차를 생각하면 성공한 중후한 연령대의 남성 사업가의 이미지가 연상되고 같은 차이지만 아반테를 생각하면 평범한 30대 샐러리맨이 연상됩니다. 그런가하면 뉴 비틀은 섬세하고 도시적인 여성 운전자를 연상합니다. 이처럼 브랜드들은 각각 독특한 개성과 관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 개성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통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브랜드 자산의 확장에 유용한 역할을 합니다. (1) 우선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들이 주어졌을 때 자신들에게 익숙한 정보를 보다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일 특정 브랜드의 개성이 자신의 개성과 유사하다면 해당 브랜드를 더욱 잘 기억하고 그렇치않은 경우에는 거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표적 고객층과 일치하는 브랜드 퍼스낼러티를 개발할 수 있다면 그 만큼 선택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또한 소비자들은 자신과 유사한 개성의 브랜드를 더욱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예를 들어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보수적 성향이라고 생각되는 조선이나 동아일보를 선호하지만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진보적 성향의 경향이나 한겨레 신문이 선호될 것입니다.

제니퍼 아커(J. Aaker)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크게는 5개 범주의 개성들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며, Big 5 요인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 (1) 진실성 (2) 흥분성 (3) 능력 (4) 세련성 (5) 강인함입니다.

(1) 진실성

전통적, 가족지향적, 정직함, 진실함, 건전함, 사려깊음 등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개성들입니다. 주로 가족을 대상으로하는 제품들에서 발견되는데 청정원이나 풀무원과 같은 전통식품, 이마트, 소나타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흥분성

과감함, 활달함, 외부지향적임, 상상력, 현대적 등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개성들입니다. 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한 활동적인 제품들에서 많이 발결되는데 처음처럼, 엑스박스, 포르쉐, 페라리, 피닉스파크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능력

신뢰성, 성공, 업적, 성취, 지적임 등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개성들입니다. 주로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성공의 상징이 되는 제품들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발렌타인 31년산, 비자카드, MBC방송, 뉴스위크, IBM, 프랭클린 플래너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세련성

상류층, 정교함, 매력적임, 도도함 등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개성들입니다. 주로 여성적이고 고학력, 고소득과 관련된 럭셔리 제품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샤넬, 벤즈, 랑콤, 에르메스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5) 강인함

야외활동, 거침, 터프함, 서부적임 등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개성들입니다. 주로 남성적인 제품들에서 발견되는데, 말보로 담배, 할리데이비슨 오포바이, 등산장비, SUV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200712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개발·디자인·상품기획 쪽 직원 50여 명은 비장한 각오로 경기도 수원사업장에 모였습니다. 입소한 곳은 일반엔 생소한 이름의 ‘VIP센터’.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차출된 드럼세탁기 관련 요원들이었습니다. 일명 퍼플(Purple)’ 프로젝트. 소비자 조사결과 2층 목조주택에 많이 사는 미국인들은 위층에 세탁기를 설치해도 진동과 소음이 아래층에 전달되지 않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개발팀은 볼 밸런스라는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드럼의 앞뒤로 철제 볼이 들어간 링을 넣어 빨래가 한쪽으로 쏠릴 때 볼들이 그 반대로 향하게 해 세탁기의 진동과 소음을 10분의 1 이하로 줄였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빨래를 돌리는 미국인들의 생활습관까지 반영해 17급의 큼지막한 퍼플세탁기가 탄생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3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현지 드럼세탁기 판매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VIP센터는 귀빈(Very Important Person)’의 준말이 아니라 가치 혁신 프로그램(Value Innovation Program)’을 뜻합니다. 이 센터 14층에 있는 과제룸은 구조가 특이했다. 실내로 들어가는 복도의 벽에는 짚신과 고무신이 천장을 향해 올라가는 듯한 모양으로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VIP센터의 김동준 부장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뛰어넘으라는 뜻을 담은 인테리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온통 낙서투성이의 벽 때문에 어지러웠습니다. 여기서 낙서는 절대 권장사항입니다. 낙서하라고 거울·화이트보드·테이블을 곳곳에 배치하고 여기저기에 매직펜이 널려 있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만화가를 종종 초빙해 생각을 형상화합니다. VIP센터가 1998년 처음 세워졌을 때만 해도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자유가 아니다라는 농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빡빡했습니다. 프로젝트를 해결해야만 센터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분위기를 바꿨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적합하다고 보고 알아서 출퇴근하도록 했습니다.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처음 1주일 동안 ‘CFT(Cross Functional Team)’란 활동을 합니다. 낯선 이들끼리 안면을 트는 과정인 것입니다. 이동진 VIP센터장(상무)배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열린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 황당한 듯한 이야기라도 툭툭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아는바처럼, 삼성전자는 한국의 간판 글로벌 기업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TV 시장에서 세계 1위입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1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이런 위치에 이르기까지 VIP센터 같은 창조경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자평입니다. 애니콜·파브·센스지펠·하우젠·프린터복합기·옴니아폰 같은 히트상품들이 VIP센터에서 탄생했거나, 원가경쟁력을 갖췄다. 이곳은 보르도TV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2006년 출시 후 삼성 TV를 세계 1위에 올려놓은 공신이 되었는데, VIP센터는 기숙사로 쓰인 5층 건물 3개 동을 개조해 사용 중입니다당시 윤종용 부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이 센터의 당초 주 역할은 원가절감이었으나 이후 소극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일을 넘어서, 생산기술연구소 소속으로 고부가가치 혁신 상품을 만들어내는 장으로 변모해 왔습니다.

VIP센터에 들어오는 직원들은 주로 상품기획·회로개발·소프트웨어·개발기획·디자인 부서 등 출신입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 직원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각 부서 팀장들은 소속 팀원이 프로젝트를 완전히 끝낼 때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아도 좋다는 서류에 서명해야 합니다. VIP센터에서 만난 한 연구원은 각자가 자기 분야를 대표해 온 만큼 방관자는 없다고 말합니다. 회의 때면 그만큼 밀도 있는 논의가 오가고 업무협의가 필요하면 관련 당사자들끼리 자율적으로 만납니다. 디자이너의 생각이 곧바로 옆자리의 엔지니어에게 넘어가 검증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디어를 구하려고 영화를 보는 것도 물론 자유입니다대신 VIP센터 소속 가치혁신 전문가가 정해주는 일정과 틀은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한 달에 끝나기도, 1년 이상을 끌기도 하는데 VIP센터에선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 모듈 디자인, 기기 엔지니어, 품질 등 분야의 전문가를 프로젝트 고비고비에 참여시켜 신속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동진 센터장은 애플 아이팟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 여럿이 이곳에서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 신상품의 중요성

최근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효자 품목은 단연 세포 재생을 돕는다고 하는 안티 에이징 화장품들입니다. 피부 모세포는 약 5일 정도의 일정한 사이클을 거쳐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데, 세포 재생 화장품들은 우리 신체가 계속해서 건강한 어린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 몸이 계속 피부 세포를 재생할 수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5일만에 우리몸은 죽은 세포로 뒤덮이고 결국 생존이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신상품은 피부 모세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결국 기존의 상품이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 요구에 보다 잘 맞춘 다른 경쟁상품의 등장에 밀려나거나 소비자의 취향 변화로 결국에는 소멸되고 말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이 죽은 상품을 대신할 새로운 신상품이 없다면 기업은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모든 기업은 맑은 날 우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일년 365일 매일 같이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기업의 지속적 생존과 새로운 혁신의 원천으로서 지속적인 신상품 공급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며, 성공적인 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성공보다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한데, 이는 신상품 개발에는 많은 위험들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더욱 짧아지는 상품수명주기, 가속화되는 시장세분화, 급속한 기술변화와 같은 환경의 동태성은 신상품의 성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2. 신상품의 개발

우리가 신상품 개발을 하면 보통 하얀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실험장비를 다루는 그런 모습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신상품이 이렇게 회사 내부에서 모두 개발되는 것은 아닙니다. (1) 단독 기업의 완전한 신제품 개발, (2) 타 기업과의 협력에 의한 개발, 그리고 (3) 인수합병이나 특허획득을 통한 개발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개발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의 복잡성과 신상품의 시장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유연성과 창의성이 제약을 받게됨에 따라 한 기업이 단독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대신 점차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연계하여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일예로 최근 샴푸나 비누 등의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P&GIBM은 자사의 기술 개발보다는 기술력이 뛰어난 다른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개방형 신상품 개발 모델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연구개발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더이상 R&D(Research and Development)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 않으며 점차 C&D(Connect and Development)라는 용어를 대신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3. 고객 먼저? 기술 먼저?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고객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상품 개발에 있어서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오랜기간 별 의심없이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신상품 개발과 같은 혁신 활동들은 적절하게 고객 요구를 반영한 경우에만 성과와 연계된다는 믿음이 지배하였으며, 이런 믿음의 결과 고객 니즈 분석에 따라 기회를 포착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가 일반적인 신상품 개발 과정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이런 주장을 (1) 시장 지향적(Market-driven) 접근법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고했던 이런 전통적인 믿음들에 대해서 다른 시각의 주장들이 최근에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테크 제품과 같이 아주 새롭거나 혁신의 정도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고객의 역할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들은 연구자들이 고객과 너무 가까이 하거나 고객에게 신상품 개발의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소소한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인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새로운 신상품 개발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이들의 주장은고객들은 선견지명 없기로 악명 높다는 한마디로 요약되며 심지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고객을 무시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주장을 (2) 시장 추동적(Market-driving) 접근법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의견에 동조하십니까? 신상품을 개발할 때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요 아니면 기술적 혁신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을까요? 아마 이 문제는 획일적인 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특성, 혁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소비자들이 익숙하고 잘 알고 있는 과자나 음료, 기타 생활용품과 같은 상품을 개발한다면 소비자의 니즈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소자인 LED에 기반하여 LED 조명, LED TV, LED 통신 등을 개발한다면 이런 기술의 특성이나 기술이 가져올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4. 신상품의 개발 프로세스

우리가 발명이나 발견하면 흔히 떠오르는 연상은 매우 드라마틱하고 돌발적인 모습들입니다. 목욕을 하다 우연히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유레카(=그리스어: 나는 해냈다)’를 외치고 뛰어나온 아르키메디스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신상품 개발과정은 보다 체계적이며 순차적인 것이 일반적입니다.

(1) 아이디어 발굴

신상품 발굴의 첫 단계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발굴 단계에서는 가능한한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하게 됩니다. 즉 이렇게 수집된 아이디어는 상품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에서부터 향후 수십년간 기술 발전이 있어야 가능한 것, 혹은 이미 경쟁사가 시장에 내놓은 상품 등을 모두 포함하게 됩니다. 그러나 발굴 단계에서는 사실상 제한된 정보들을 가지고 이렇게 유용한 것과 그렇치 못한 것을 분류하거나 판단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디어 창출단계에서의 이런 판단은 아이디어 제안자를 위축시켜서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데 큰 방훼요인이 됩니다. 아무런 제약없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발굴 노력의 가장 중요한 요점입니다.

아이디어는 보통 a. 기업 내부 b. 고객 c. 시장에서 수집하게 됩니다. 우선 기업내부의 기술을 잘 이해하는 연구자와 시장을 잘 이해하는 마케터는 신상품 아이디어의 기본적인 자원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 사원을 대상으로하는 상시적인 아이디어 수집 노력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KT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하여 상시적으로 신상품 아이다어를 직원들로부터 수집하고 수집된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금전적 보상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 역시 중요한 아이디어의 원천입니다. A/S센터나 고객 방문 등을 통하여 우연찮게 상품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기업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참여형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웹 사이트를 개설하여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기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상금을 수여하는 소비자 공모전의 시행을 통하여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의 수도 증대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시장에서의 아이디어 수집도 유용한 방법입니다. 도소매업체와 같이 유통에 참여하고 있는 파트너, 경쟁사의 벤치마킹, 산업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하여 신상품 아이디어가 창출되기도 합니다. 일예로 경쟁사의 신상품이 출시되면 이를 타 기업이 입수한후 제품을 분해하여 신제품의 기술을 밝히는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관행입니다.

(2) 아이디어 선발

아이디어 발굴 단계의 목적이 고객, 시장, 기업 내부 등 다양한 정보 원천을 통하여 가능한한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이라면 그 다음에 필요한 단계는 수집된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여 보다 성공가능성이 큰 소수의 아이디어로 집약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아이디어 발굴이 마케팅 부서의 단독적인 노력으로 수집될 수 있었던 반면, 이 단계에서부터 신상품의 아이디어는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 생산 등 기업 내부의 관련 부서들과 협업을 통해 정제되게 됩니다. 발굴된 아이디어는 각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선발 기준을 통과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탈락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기준들은 보통 수익성, 시장 성장가능성, 기술적 구현 가능성, 개발 소요기간, 기업 핵심역량과의 적합성 등의 복수 기준으로 구성됩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고 평가하는 과정 역시 마케팅, 연구개발 등 복수의 부서의 태스크 포스나 협업팀(CFT)이 담당하게 됩니다.

(3) 컨셉의 개발 및 테스트

선정된 소수의 신상품 아이디어는 다시 컨셉화를 통하여 보다 정교하게 정의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컨셉화 단계에 모형이나 막업(mock-up) 제작을 통하여 실물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물의 제작없이 컨셉 보드를 구성하는 수준으로 진행됩니다. 컨셉 보드는 신상품이 상품화 되었을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속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를 소비자의 언어로 정의하고 정리한 기획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컨셉을 구축한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컨셉 보드를 제작해볼수 있을 것입니다.

컨셉안

컨셉 A

컨셉 B

컨셉 C

특징

-차종: 경차 4인승

-동력: 니켈수소

-연비: 28km/l

-최고속도: 120m/h

-가격: 2,500만원

-타겟: 경제적소비자

-차종: 대형 세단

-동력: 리튬이온+가솔린

-연비: 17km/l

-최고속도: 220m/h

-가격: 8,000만원

-타겟: 사회 지도층

-차종: SUV 5인승

-동력: 니켈수소+경유

-연비: 20km/l

-최고속도: 180m/h

-가격: 3,500만원

-타겟: 출퇴근 중산층

일단 이렇게 구축된 신상품 컨셉은 실제로 시장 조사를 통하여 타겟으로 선정된 고객들에게 얼마나 수용될 수 있는지 테스트를 받게 됩니다. 또한 테스트를 통하여 컨셉을 수정, 보완하여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전략 개발 및 수익성 분석

콘셉 테스트를 통하여 최적의 상품안을 선정한 이후에는 이 상품의 시장 출시를 가정한 마케팅 전략의 수립, 시나리오에 기반한 손익 분석이 이루어집니다. 마케팅 전략에는 매출, 시장 점유율, 고객 수등으로 표현된 상품의 시장 목표가 우선적으로 선정되고, 이런 목표를 달성한느데 필요한 타겟 시장, 포지셔닝 방향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추가되며, 주요한 4P 요소에 대한 전략이 제시됩니다.

또한 마케팅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시나리오 형태로 분석하고 각 시나리오별로 연도별 손익을 추정함으로서 상품의 단기적, 장기적 매력성을 평가하는 스크리닝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5) 상품 개발

실제로 컨셉이 기업에게 충분한 이익을 보장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있다는 판단이 서게되면 지금까지 서류상에서 컨셉으로 존재하던 신상품을 실재 상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추진하게됩니다. 단순한 컨셉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는 기업 내부 인력의 많은 시간과 비용, 자원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특히 연구개발부서는 이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본격적인 대량 생산 이전에 상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품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개발하게 됩니다. 프로토타입은 상품의 성능이나 작동성의 평가는 물론 시장에서 요구하는 규제나 표준 등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하여 사용하게 됩니다.

(6) 테스트 마케팅

상품 개발을 통하여 프로토타입을 확보하고, 이를 대상으로 소비자의 선호도나 태도를 측정하는 마케팅 조사를 하였다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로토타입을 통한 검증은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에 집중되기 쉽고, 시장조사 역시 경쟁사에의 정보 유출이나 비용등의 이유로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신상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반응을 확실히 알지는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실패에 따른 휴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본격적인 판매 이전에 제한적인 시장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실제 시장과 똑같은 환경하에서 테스트해보기를 원하게 됩니다. 특히 이런 테스트마케팅 단계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외에 마케팅 전략이나 프로그램을 테스트해볼 수 있어서 향후 전국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때 필요한 전략을 사전에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7) 출시

테스트마케팅을 통하여 상품 자체의 상품력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입증되면 기업은 이를 공식적으로 출시할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한시적이고 지역적으로도 제한적인 판매를 목적으로한 테스트마케팅에 비하여 공식적인 출시는 기업에게 더욱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게 됩니다. 일예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 기반과 협력 파트너사들을 확보해야 하며, 전국적인 유통망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택하고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가격은 한번 결정하면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손익과 상품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광고나 판촉활동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time-to-market) 역시 중요한 이슈로 작용합니다. 기업은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여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사를 원천 봉쇄할 것인지, 혹은 경쟁사보다 다소 늦게 진입하는 대산 경쟁사의 경험을 발판삼아 보다 완벽한 상품과 개선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공략할 것인지에 대하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오랜기간 사진의 눈부심 현상을 연구하였던 하버드대학 졸업생인 에드윈 랜드는 1937년 폴라로이드를 창업하였는데, 폴라로이드는 1970년대에 이르자 모든 사람들이 아는 즉석 사진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폴라로이드는 사진 현상에 일주일이나 걸리던 과거 시절에 즉석에서 사진을 뽑을 수 있다는 독특하고 강력한 장점으로 유명해지게 되었고 재미, 멋진 순간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 이후에는 영화 배우등 유명 인사들이 광적인 팬을 자처하게 되면서 폴라로이드는 단순한 상품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에드윈 랜드는 1955년 뉴욕의 현대예술박물관에서 전시를 해왔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경 사진 작가인 엔젤 아담스로 하여금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찍게 했는데, 그가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전통적인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폴라로이드는 예술 작품의 경지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 앤디 워홀와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이 이 제품의 광 팬임을 자처하게 되었지요.

또한 예술적인 성과외에 실용적인 제품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으며 쓰고 버릴 수도 있는 1회용 제품으로 독특하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폴라로이드는 일반 카메라와 같이 시장안에서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파티에서 재미를 주거나 가벼운 스냅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폴라로이드의 인기는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차차 위협을 받게 됩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인화기술의 발달로 필름을 사진으로 인화하는데 채 1시간도 안걸리는 인화소들이 다수 생겨나기 시작했고 필름 카메라도 점차 가볍고 사용하기 편한 35mm 소형 카메라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는 폴라로이드의 주요한 장점중 하나인 즉석 사진이라는 콘셉이 큰 위기에 당면하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경쟁력이 사라져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서서히 빛을 잃던 폴라로이드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컴퓨터 사진 편집과 인화의 등장이었습니다. 결국 폴라로이드의 입지는 빠르게 사라졌고 소비자들은 점차 이 제품으로부터 멀어져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폴라로이드는 2001년 파산을 신청하였고, 결국 2008년 폴라로이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 상품의 시대

자급자족만으로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게 된 현대에서 소비자들은 상품을 통해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품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단순히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에 불과할까요? 물건을 담아준다는 기본적인 기능은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100배 이상 나기도 하는 가방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건들이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에 상품은 더 높은 차원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상품의 수명 역시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들은 수천년전에 사용되었던 칼이나 농기구 같은 도구들이 거의 원형을 유지한 채 사용하되고 있는 모습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상품의 수명은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폴라로이드처렴 채 100년도 못가서 사라지는 경우는 오히려 드문 장수 상품의 예이고, 어떤 상품들은 채 몇 개월의 인기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해졌습니다.

2. 상품의 의미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상품(product)을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상품이란 무엇일까요?

우선 (1)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상품은 기업이 시장에 제공하는 제안(market offeri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대가를 받고 어떤 무형 혹은 유형의 형태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무형의 형태는 의료서비스, 자동차 수리, 법률 컨설팅과 같은 서비스를 의미하고 유형의 형태는 자동차, 피아노, 컴퓨터와 같은 제품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과 함께 만드는 상품, 사용자의 경험 등을 점차 강조하면서 이런 이분법적 구분은 점차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일예로 Dell사의 컴퓨터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컴퓨터라는 유형의 제품과 더불어 보증수리라는 서비스를 같이 구매해야 하며, 다양한 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소니는 소비자의 체험을 촉진하기 위하여 동경, 뉴욕 등 대도시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2)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상품은 구매를 통하여 다양한 주관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편익(benefit)의 묶음 혹은 가치(value)의 묶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익이나 가치의 묶음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상품들은 다양한 편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서 느끼는 편익이나 그 편익의 크기는 달라진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일예로, 구글의 사물 인터넷 장비인 구글 글래스가 각기 다른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쓰이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조선소의 정비사 A씨는 쓰고 있던 구글 글래스로 배를 찍으니 눈 앞에 론칭 날짜와 선박 완성까지 남은 기간과 마무리 돼야 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가 나타납니다. 필요한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와 시공 과정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 B씨는 택배 상자를 들어 올려 쳐다보면 구글 글래스가 박스의 바코드를 인식해 해당 제품이 가야 할 목적지와 주의사항을 알려줍니다. 양손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일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인 C씨는 머리에 구글 글래스를 통한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비상시 비행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고가 나기 전에는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실감 있는 훈련을 위해 360도 영상을 제공하는 가상현실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대학생인 D씨는 시험이 끝나고 눈앞에 펼쳐진 대화면으로 영화를 실감나게 즐기기 위하여 구글 글래스를 사용합니다. 이들 각각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느낀는 편익도 각기 다르고 그 편익의 크기도 각각 다를 것입니다.

3. 편익의 종류

상품이 편익의 묶음이라면 편익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이해함으로서 상품의 근원적인 속성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품 편익은 크게 (1) 기능적 편익 (2) 심리적 편익 (3) 사회적 편익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기능적 편익(functional benefit)은 상품이 직접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 약속한 편익입니다. 이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편익들을 의미합니다. 화이트E 치약을 산다면 보다 하얀 치아를 얻을 수 있으며 버거킹과 같은 패스트푸드는 빠른 시간내에 허기를 달래줄 것입니다.

(2) 심리적 편익(psychological benefit)은 상품을 구입하거나 사용함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심리적인 만족감이나 보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이키의 골프용품을 구매함으로서 운동을 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기능적 편익이지만, 마치 유명한 골퍼이자 나이키의 모델인 타이거 우즈가 된 듯한 기분이 되어서 골프를 칠 수 있다면 심리적 편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사회적 편익(social benefit)은 구매한 상품이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되거나 소비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식할 때 발생하는 편익입니다. 실제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의 상당 부분은 사회적 편익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베블런(Veblen)은 이를 과시적 소비라고 명명한 바 있는데, 국내에서도 보면 큰 차가 부의 척도처럼 여겨지면서 운전수가 별도로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대형 세단을 직접 자가운전하는 비합리적인 모습도 흔하게 목격됩니다. 그러나 사회적 편익은 과시적 소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국산차를 이용함으로서 기대되는 애국적인 모습, 공정무역(fair trading)으로 거래된 커피나 초코렛를 사면서 기대하는 타인의 시선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4. 상품의 종류

상품은 이 상품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기업인가 일반 소비자인가에 따라서 산업용품과 소비용품으로 분류될 수 잇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목적으로 구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소비용품으로 분류되고, 기업이 기업 내부의 소비 목적 혹은 원재료, 공장 설비와 같이 재생산을 위한 구입하는 상품은 산업용품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계나 공장 설비, 화학 약품 등과 같이 산업용품인가 소비용품인가가 명확하게 구별되는 경우도 있지만 포스트잇, 볼펜, 복사용지 등의 소모용품은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이 양자를 구분하는 상품의 특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소비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일반적인 소비용품을 대상으로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편의품(convenience product)은 일상적인 편의를 위하여 빈번하게 구매되는 일상품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비누, 신문, 음료수, 필기구, 노트 등 다양한 품목들이 존재합니다. 편의품들은 그 특성상 비교적 가격이 싼 경우가 많으며, 대신 생활에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구입되는 상품들입니다. 브랜드간의 품질 차이도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누가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지, 누가 더 사기 쉬운 곳에 상품을 갖다 놓을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의 슈퍼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품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쇼핑품(shopping product)은 비교적 자주 구매되지 않지만 소비자에게 구매 행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품들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자동차, 가구, 가전제품, 의상, 화장품 등으로 구매하기 이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정보수집을 하고 어느 상품이 더 좋은지에 대한 비교에도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는 상품들입니다. 소비자들이 구매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또한 고민도 많이하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를 도와줄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 판매원의 역할이 중요해 집니다. 그 결과 편의품과 달리 쇼핑품을 판매하는 점포의 수도 적은 편입니다.

(3) 전문품(specialty product)은 일반 소비자들보다는 특정 브랜드나 상품에 강한 애호도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충성 고객 혹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수 계층들에 의해서 주로 구매가 일어나는 상품들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매니아층의 수요를 가지고 있는 포르쉐, 할리 데이비슨 같은 고객 차량, 회계 및 법률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할리나 포르쉐같은 경우에는 특정한 인기 모델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개월을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구입 후에도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해당 브랜드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나타내곤 합니다. 전문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해당 품목에 대한 확고한 의견와 충성도가 있어서 구매전에 다른 경쟁 브랜드와 비교를 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구입에 필요한 시간이나 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상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고객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4) 비탐색품(unsought)은 소비자가 이런 상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설사 알고 있더라도 구매할 생각을 평소에는 거의 갖고있지않은 상품들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생명보험, 암보험과 같은 보험상품, 장례 서비스, 기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런 상품들에 대해서 구매를 자극하기위한 니즈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판매자가 상당한 판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품들입니다.

5. 상품의 생과 사, PLC

동양이나 서양할 것 없이 죽음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는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면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며 자신의 비문에 쓰일 글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태어나 크게 어리석었고, 자라서는 병치레 많았다. 중간엔 배운 것이 얼마나 되었나, 늘그막엔 왜 외람되이 작록을 받았나. 배움은 추구할수록 아득해지고, 벼슬은 사양할수록 얽어 들었다. 시름 가운데 즐거움 있고, 즐거움 속에 시름 있도다. 승화하여 돌아가리니, 다시 무엇을 구하랴." 위대한 유학자이셨던 이황(1501-1570) 선생님께서 직접 묘비에 쓰도록 하신 비문이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역시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추모하기 위하여 그의 지난 업적을 신문의 부고란에 싣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지나온 인생 역정, 뛰어난 업적, 인간적인 면모등을 친지나 지인들에게 알리는 것이지요.

인간은 위대하였던 평범하였던간에 상관없이 유기 생명체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활동하다가 결국에는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운명은 사람뿐만 아니라 상품이나 브랜드, 기업도 비껴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아무리 전성기를 구가하는 상품이나 브랜드라도 언제인가의 문제는 있지만 결국에는 심판의 날이 다가옵니다. 2008년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를 뒤덮은 경기 후퇴(economic recession)의 먹구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원할 것 같았던 유명 브랜드들의 뇌사 내지는 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치명탄을 맞았던 미국 자동차 업계의 수장인 GM은 정리할 브랜드로 폰티액, 허머, 새턴, 사브 등 다수의 잘 알려진 브랜드들을 결정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한때 패션 시장을 주름잡았던 닉스, 겟유스드, 유니온베이와 같은 많은 청바지 브랜드들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습니다.

상품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의 운명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와같은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 상품 라이프사이클(PLC: Product Lifecycle)입니다.

인간의 삶을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와 같은 단계로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품 라이프사이클에서는 상품의 생로병사 주기를 도입기(introduction), 성장기(growth), 성숙기(maturity), 쇠퇴기(decline)4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다만 인간의 생애주기를 주로 연령이나 신체적 변화를 중심으로 나누는 것과 달리 상품생애주기는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통하여 기대할 수 있는 시장 성과의 변화를 중심으로 단계를 구분합니다. 예를 들면 특정 브랜드를 통하여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이나 이익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에 따라 단계가 결정되는데, 마케팅에서 상품이나 브랜드의 죽음이란 더 이상 매출이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 즉 고객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상태로서 기업이 철수를 결정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 도입기는 기업이 개발한 신상품이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 이 상품의 브랜드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고객층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매출이나 이익은 매우 느리게 서서히 증가하는 반면 상품을 알리기 위한 초기의 광고나 홍보 비용은 매출을 초과합니다. 따라서 본 단계에서 이익을 실현하기란 매우 어려우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래을 위한 시장 기반 다지기 활동에 치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일 회사에서 개발한 신상품이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무엇인가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라면 경쟁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이 단계에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여 사용자 기반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들을 더 자주 보여주고는 합니다. 실제로 리눅스의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윈도우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상당수의 회사들이 무료 배포 정책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2) 성장기는 시장에서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상품의 존재를 알게되고 사용하게 됨으로서 매출이나 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하시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새롭게 관심을 갖는 구매자들이 증대하고 도입기의 구매자들은 반복구매를 하게됩니다. 또한 판매량의 증가는 해당 기업에게 여러 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을 주게됩니다. 판매량이 증대함에따라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어서 생산 단가가 하락하게 되고, 소매점과 같은 유통망에 대한 통제력도 증대되게 됩니다. 이런 변화는 그대로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나쁜 뉴스도 시작됩니다. 바로 경쟁의 시작입니다. 시장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 상품이 진입한 시장은 더 매력있는 시장으로 경쟁자들에게 비치게 되고, 해당 상품과 관련된 생산기술이나 노하우도 이제는 비교적 일반적인 기술로 바뀌어서 그만큼 경쟁자가 참여하기가 용이해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인라인 보드인 ‘S 보드는 신상품을 개발하여 2006년 연간 매출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성장세를 탔으나 저가격, 디자인 모방등을 통한 중국 경쟁사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3년후 매출이 5억원으로 급감하였고, 상품의 생명력은 소멸하였습니다.

(3) 성숙기는 이미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이미 그 상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신규 고객의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재구매 중심으로 시장이 바뀐 시기입니다. 매출의 성장이 성장기보다 못하기 때문에 경쟁에 참여하였던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가 절감,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노력을 통하여 수익성을 현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되지만 점차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든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들어가면 기업들은 성숙기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일부 기업들은 상품이나 가격 등의 마케팅 믹스를 수정해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기업은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점차 사라져가는 길을 가게 됩니다. 한때 세계 피아노 시장의 40%이상을 점유하였던 야마하는 피아노 시장이 성장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디스클라비어라는 전자 피아노를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습니다. 디스클라비어는 기존 피아노와 거의 동일한 연주가 가능한 것외에도 자유로운 편곡, 오케스트라 협연 연습, 디스크 연주기능 등을 제공하였습니다.

(4) 쇠퇴기는 마침내 상품이 생의 종말을 향해 다가가는 시기입니다. 매출과 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고 마침내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시점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때 잘 나가던 상품이 종말을 맞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기술적 진보가 한 이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과거 음악을 듣기위해 사용하던 LPCD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MP3의 등장으로 CD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소비자의 취향이 변화되는 경우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는데 한순간의 유행을 타는 패션이나 기호 상품의 경우 대부분 단명하게 됩니다. 또한 사용이 금지된 석면 제품처럼 법률적 규제에 위한 쇠퇴도 일어날 수 있으며 기업의 외부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독자적인 시장성이 떨어지게된 상품을 대상으로 기능을 개선하거나 광고를 계속하는 등의 마케팅 활동은 기업에게 많은 부담을 주게됩니다. 따라서 이단계의 기업들은 점차 해당 상품을 시장에서 철수시키거나, 추가적인 투자없이 시장이 사라질 때까지 최소한의 마케팅 활동만을 하는 수확 전략을 채택할 것입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2014년 대한민국 마케팅 대상은 삼성전자의 냉장고 제품인 삼성 셰프 컬렉션이 수상하였습니다. 삼성 셰프 컬렉션은 소비자에게 궁극의 신선함을 선사하기 위하여 차별적인 온도 유지 기술을 구비하는 등 혁신적인 냉장기술이 탑재 되었습니다. 예로 고기와 해산물을 장기간 신선하고 맛있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1고기·생선 전문 보관실 '셰프 팬트리'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재료 보관 후 요리할 때 통째로 빼서 사용 가능한 '셰프 바스켓'과 서랍 끝까지 부드럽게 열려 재료가 한눈에 보이는 '셰프 드로어'도 장착해 냉장고 공간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제품이 뛰어났기 때문에 대상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제품 품질 못지 않게 혁신적인 마케팅 활동이 뒤따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슈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셰프 컬렉션'의 첫 번째 제품으로 세계적 권위의 미슐랭 쓰리 스타 셰프들이 개발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완성했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국립 요리학교인 페랑디(Ferrandi)’삼성 컬리너리 클래스(Samsung Culinary Class)’를 열고 국내 구매 고객들을 초청하여 유명 프랑스 요리사의 쿠킹 클래스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광고에서도 차별화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셰프 컬렉션만의 차별성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몽골과 그린랜드를 넘나드는 방대한 무대를 자랑하는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또한 핵심 초우량 고객(VVIP)들의 생활 동선을 감안한 타깃 접점형 체험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판매 매장도 오픈 진열과 부각 연출을 통해 제품의 주요 특장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 마케팅 전략의 실행

자신에 적합한 세분시장을 확인하고 차별화 가능성을 발굴하여 경쟁에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다면 분명 그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전략을 수립하였음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우위가 이익이나 매출로 실현되어 기업의 영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큰 전략적 방향들이 보다 실행가능하도록 세밀하게 다시 조직내 각 기능단위에서 재수립되고 이에 기반하여 조직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실천적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기업은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는데 가장 주요한 요소인 네 개의 P(4P)들을 활용하여 고객가치 실현’, ‘장기적 관계 구축과 같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들을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환합니다. 즉 기업의 비전이나 존립 목표를 잘 세운 후에는 상호간에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상품, 가격, 유통, 촉진활동을 잘 종합한 4P 계획을 필요로 합니다. 보통 이와같은 전략적인 사고를 보통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라고 합니다.

즉 삼성전자 셰프 컬렉션 냉장고가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광고, 판매 매장의 변화, 다양한 판촉 프로그램 등이 동시에 체계적으로 잘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히트 상품에는 이처럼 다양한 마케팅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2. 요리법 혹은 믹스(mix)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세계 요리 경연대회 결승이 열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대회 당일, 참가팀들에게 요리경연대회의 식재료가 담긴 블랙박스가 공개됩니다. 블랙박스안에는 소금, 후추 등 기본적인 양념과 닭 한 마리, 파스타 한 봉지가 들어있습니다. 각 팀들은 이 식자재를 가지고 요리 실력은 물론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휘하여 모두를 매혹시키기 위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연 이번 대회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요리경연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각 요리사들은 주어진 요리 재료들을 이용하여 대회에 참가한 심사자들의 입맛을 고려해서 최상의 요리를 내놔야 합니다. 어떤 요리가 나오고 누가 우승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대회에 참가한 어떤 요리도 결코 똑같은 요리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닭가슴살 샐러드, 백숙, 샤브샤브 등 다양한 요리들이 나올 것이며, 설사 같은 백숙 요리가 나오더라도 양념의 배합과 같은 요리법에 따라 그 맛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요리대회에 출전한 요리사들의 모습은 시장 경쟁에 나선 기업들의 모습과 놀랄만큼 닮아 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여 최고의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위해 노력합니다. 요리사가 소금을 얼마나 넣고 닭을 얼마나 익혀야 할지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상품을 내놓을 것인가? 가격을 얼마를 책정할 것인가? 어떤 광고나 판촉활동을 할 것인가? 판매를 어디서 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하여 다양한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의 결과는 시장에서 고객의 반응이라는 성과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1948년 마케팅 연구가인 제임스 퀼리톤(James Culliton)은 이런 요리법이 마케팅에 관련된 의사결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이런 마케팅 요리법의 아이디어를 보다 발전시킨 것은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의 개념입니다. 마케팅 믹스란 기업이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목표 시장으로부터 기대하는 반응들을 창출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전술적인 마케팅 도구의 총 집합을 의미합니다. 개념적으로 마케팅 믹스의 전술적인 도구는 기업이 제품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행하는 크고 작은 모든 활동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의 네가지 P, 4P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로 의미합니다.

3. 4P 마케팅 믹스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은 STP+4P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외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론들은 이 7개의 알파벳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현실에 적용시키는데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미 세분화(Segmentation)-타겟팅(Targeting)-포지셔닝(Positioning)을 의미하는 STP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4P의 각각에 대해서 상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습니다만 본 절에서는 4P를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상품 (Product)

4P중 어떤 요인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활동의 중요성이 간과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상품이 마케팅 믹스의 출발점이 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 없이는 가격의 책정, 광고의 제작과 같은 다른 마케팅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품은 크게 눈에 보이는 a. 물리적인 제품이나 혹은 b. 만져질 수 없는 서비스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음료, 자동차, 아파트, 연필 등 물리적인 제품이 상품인 것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호텔 서비스, 학습, 컨설팅, 관광 등의 서비스까지 상품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소프트웨어처럼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상품과 관련해서는 신상품의 개발, 품질, 디자인, 상품특성, 브랜드, 포장, 서비스 및 솔루션 등과 관련된 다양한 의사결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2) 가격(Price)

가격은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상품을 획득한 대가로 지불해야되는 비용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상품을 제공한 노력의 대가로 받아야 되는 수익입니다. 즉 기업은 가격 수준을 조정함으로서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수익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과거 기업들에게 있어서 가격이란 생산에 소요된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부과하여 결정되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마케팅에서 가격은 원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를 반영하여 결정한다는 것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즉 비록 똑같은 재료와 똑같은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하여 높은 가치를 지각하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그렇치않은 경우에는 더 낮은 가격을 받게된다는 것입니다.

가격과 관련해서는 가격 결정, 가격 할인, 신용 판매, 지불 방법 및 기간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3) 유통경로(place)

제품, 가격에 이은 마케팅 믹스의 세 번째 요소인 유통경로는 생산되어진 상품(Product)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지칭합니다.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생산자로부터 고객에 이르기까지 상품이 거쳐가게 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제조업체의 경우 직접 유통 경로를 구축하기보다는 이미 구축된 유통 경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제조와 유통의 단계가 분리되어있습니다. 그 결과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접점으로서 유통 경로가 가지는 의미역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유통과 관련해서는 유통 경로의 선택, 경로내 갈등관리, 경로 구성원 관계 관리, 상권 관리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4) 촉진(Promotion)

촉진이란 마케터가 제품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 펼치는 모든 활동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확인된 광고주가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제품, 서비스를 비개인적으로 제시하고 촉진하는 광고는 물론이고 판촉, 홍보, 이벤트, 구전 등 다양한 활동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시장의 경쟁 확대에 따라 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만, 소비자들이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들은 보통 상품 품목별로 5~7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 매직 7에 포함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그 주요한 수단이 촉진인 것입니다. 또한 촉진은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촉진과 관련해서는 최적 촉진 방법의 선택, 촉진 메시지 및 미디어의 결정, 광고 모델의 결정, 이벤트 시행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4. 4P 믹스의 운영

효과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은 4P를 포함한 모든 마케팅 믹스 요인들의 적절한 배합과 통합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가치를 전달함으로서 가능해집니다. (1) 적절한 배합과 (2) 각 믹스 요소의 통합이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입니다.

(1) 적절한 배합이 중요한 이유는 그 어떤 막강한 기업도 마케팅 자원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며 경쟁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만일 모든 기업들이 정해진 예산 범위내에서 자원이 사용가능하다면 경쟁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요소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일예로 전 세계적인 유가 상승과 그린 테크놀러지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시대에 대형 SUV 상품의 개발에 집중한 험머(Hummer)와 연료절감형 하이브리드 카 상품에 집중한 토요다 프리우스의 성패는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것입니다. 도소매상을 장악하여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인 국내 양주 시장에서는 보다 많은 자원을 유통망 개척에 투입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계획일 것입니다.

(2) 또한 4P의 통합성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예로 고급스러운 재료를 사용하여 상류층 중년 여성을 타겟으로 개발된 새로운 패션 브랜드가 판매 대리점을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취급하는 할인 마트에 개설하거나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이나 잡지를 이용하여 광고를 하고, 단기적인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수시로 대폭적인 할인 행사를 시행한다면 이 브랜드는 어떤 정체성도 확립하지 못하고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마케팅의 4P는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5. 7P: 마케팅믹스의 확장

서비스 등 일부 상품에 있어서는 단순히 기존의 4P만으로 마케팅 활동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들이 자주 언급되기 시작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7P의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기존의 4P에 더하여 새롭게 서비스 참여자(people), 서비스 제공과정(process), 그리고 과업 환경(physical evidence)과 같은 3개의 마케팅 수단들을 추가적으로 고려함으로서 기존의 마케팅 믹스에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고려가 보다 용이해 지게 되었습니다.

(1) 서비스 참여자(People)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뿐만 아니라 경영진, 소비자를 모두 포함하여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사람들을 마케팅 믹스의 중요한 일부로 인식합니다. 특히 종사자들은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과의 접점에 위치하면서 고객 만족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즉 기업은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과 마주칠 기회가 여러번 있게 마련입니다. 일예로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를 살펴보면 입구의 매장 경비원, 판매대의 점원, 시식코너, 계산대, 그리고 화장실 청소원등이 수초에 달하는 매우 짧은 시간들이지만 고객과 여러번 우연하게 조우하게 됩니다. 이런 고객과 대면하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MOT : Moment of Truth)'이라고 하는데, 이때 풍기는 이미지나 느낌이 기업이나 브랜드 전반적 이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MOT(Moment of Truth)란 스페인의 투우 용어인 'Moment De La Verdad'를 영어로 옮긴 것인데, 원래 이 말은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을 의미하며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순간' 또는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스칸디나비아항공(SAS: Scandinavian Airlines)의 사장에 취임한 얀 칼슨(Jan Carlzon)1987Moments of Truth란 책을 펴낸 이후 MOT란 말이 급속히 보급되었는데, 스칸디나비아항공에서는 대략 한 해에 천만명의 고객이 각각 5명의 직원들과 접촉했으며, 1회 응대시간은 평균 15초였다고 합니다. 칼슨은 15초 동안의 짧은 순간 순간이 결국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전체 이미지, 나아가 사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하였고 종업원의 친철과 인간적 응대를 전직원에 확산시킴으로서 스칸디나비아항공을 불과 1년만에 연 800만 달러의 적자로부터 7,100만 달러의 흑자경영으로 전환시키게 됩니다.

(2) 서비스 제공과정(process)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절차, 메커니즘, 업무 흐름, 고객관리 프로세스 등을 하나의 마케팅 믹스로 관리합니다. 서비스 산업의 고객 품질은 제조업과 달리 종사원 개개인의 역량이나 특성에 따라 현저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서비스 품질이나 고객 만족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종사자가 개인적으로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주문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너무 친절한 나머지 과도한 친절을 자주 베풀고 무료 음료를 자주 손님들에게 주어서 다른 종사자들이나 다른 가맹 점포들과 비교를 하게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경우에도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될 것입니다.

많은 서비스 기업들은 적정한 수준의 서비스 품질이 상시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이하여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일정하게 관리하고자 합니다. 이런 노력은 수많은 가맹 점포들을 거느리고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 27천개의 점포를 거느린 햄버거 제국 맥도날드의 성공뒤에는 서비스 제공과정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의 결정체인 햄버거 대학이 있습니다. 맥도날드 대학은 CEO였던 프레드 터너가 맥도날드 직원들을 대상으로 1961년 처음 시작한 이래 매년 15최에 걸쳐 3,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 대학에서는 매장 운영, 인사관리, 품질관리, 장비관리, 고객서비스 등 햄버거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직업 전문 교육을 한국어를 포함한 27개국 언어로 실시하는데, 교육 과정의 핵심은 유리로 만든 가상 매장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 매장을 실제 그래도 유리벽안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후 이 매장안에서 음식도 만들고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매장안에서는 실제를 방불케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햄버거에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고객이나 아이를 데리고온 고객, 심지어 강도가 들어오는 상황까지 연출되며 교육생들은 각 상황별 표준화된 대처 방안에 대하여 교육을 받게 됩니다. 국내에서 배달 치킨 체인을 운영하는 제네시스BBQ 역시 이와 유사한 컨셉의 치킨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 과업 환경(Physical Evidence)

서비스가 전달되는 환경과 능력, 서비스 전달에 관여하는 시설과 환경과 같은 유형적인 재화를 중요한 마케팅 믹스의 하나로 인식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a. 외부환경 b. 내부 환경 c. 기타 요소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우선 외부 환경은 시설의 외형, 간판 등의 안내 표지판, 주차장 등과 관련되 환경입니다. 내부 환경은 내부의 장식물과 분위기, 벽의 색상, 조성, 공기의 질과 쾌적함, 실내 온도, 가구 등을 포함합니다. 기타요소는 종업원의 유니폼, POP(Point of Purchase) 광고물, 명함, 메모지, 영수증, 홍보물 등 다양한 유형적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과업 환경의 중요성은 새로운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향기 마케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빌보딩(Billboarding)’이라고 하는 이 전략은 상품이나 매장에 어울리는 향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향과 상품을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유명 가전업체인 소니사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향기 컨설팅 업체인 센트에어(Scentair)에 향기 컨설팅을 의뢰했는데 센트에어는 1,500가지 아로마 오일을 조사해 소니와 가장 잘 어울리는 혼합 향 5가지를 개발했고, 이 개발된 향은 현재 미국 내 37군데 소니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가전업체로서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삼성 체험관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삼성 브랜드 향을 개발하여 주기적으로 뿌리고 있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