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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에서 마케팅을 할 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팀과 회사의 전 직원은 자기 회사의 통신서비스만을 이용하고 있었다. 경쟁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가격이나 고객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으며, 시장조사 회사나 신문 보도 등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어서 대응하고 있었다. 이후 IT제조 기업으로 옮긴 후에도유사한 경험을 하였다. 동료 직원의 집들이날 참석한 부장과 동료 직원들의 눈은 식탁 앞의 맛있는 음식을 보기 전에 먼저 벽에 걸린 TV나 냉장고, 세탁기는 어느 회사 제품인지 흝어보기 바빴고, 모두 우리 회사 제품임을 확인한 이후에야 역시 훌륭한 직원이라는 칭찬이 여기 저기 쏟아졌다. 물론 경쟁사에 대한 정보는 보고서나 인터넷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고 얻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 이게 정말 답일끼?

Devil's advocate, 즉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의 의견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잘못된 점을 찾고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의도적이란 원래 성격 때문에 꼬투리를 잡는 것은 아니며, 주어진 역할에 따라서 계획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악마의 대변인 제도는 절대 권력에 순응하는 집단 동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중세 시대 카톨릭에서 고안된 제도이다. 과거 카톨릭에서는 성인을 추대할 때 일부러 성인 후보자의 결함이나 의심스러운 점들을 지적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을 악마의 대변인이라고 불렀다. 악마의 대변인 제도를 둠으로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다시 볼 수 있고, 집단 사고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즉 반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다수 전문가의 참여와 의견 제시를 통하여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토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악마의 대변인이 제 역할을 한다. 으례 전문가 집단이 보이면 원활한 토의와 다각적인 분석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바로 집단사고(group think)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단사고는 응집력 높은 집단들의 조직구성원들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의견 일치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비판적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현상이다. 서로 굳이 의견을 나누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한다는 위험한 가정, 그리고 조직내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옳치 않으며 아마도 틀린 생각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추측이 원인이 되며, 집단 사고에 빠진 조직에서는 결코 틀린 일에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다. 실제로 항공기 사고를 조사해 보면, 부조종사보다는 권위가 있는 조종사가 운항한 경우의 사고율이 더 높다고 한다. 부조종사가 조종사의 권위에 복종하여 잘못된 일에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악마의 대변을을 잘 활용하여 집단사고의 함정을 피하고 성공적 의사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사례가 케네티 대통령 때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이다. 1962년 미국 대통령인 케네디는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중이라는 소식을 받는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의 핵은 미국에 큰 재앙으로 인식되었으며, 다수의 미국 장관, 정보 전문가 집단, CIA는 긴급하게 회동을 하였다. 이들은 자칫 잘못해서 전쟁이 발생하면 최소 1억명 이상의 미국인이 희생될 수도 있는 초대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거의 2주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밤낯으로 회의를 하였다. 그러나 이 중요한 회의에 케네디 대통령은 뜻밖의 원칙을 제안 한다. 자신은 회의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만일 자신이 직접 출석하여 발언한다면 전문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거나 대통령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바람직한 최선의 해결책을 낼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 석상에서는 관료들간의 직급이나 서열을 무시할 것을 지시하고 국가 안전 보장에 관해서 누구나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대통령 고문중 한 사람을 지정하여 공식적으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겼다.

이후 처음 논의는 전쟁도 불사하고 미사일로 선제 공격하자는 다소 위험한 방안으로 지배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사일을 실은 소련 선박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상 봉쇄를 하자는 의견이 추가로 제시되었다. 특히 군부는 선제 공격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지만 팽팽한 토의는 계속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는 해상 봉쇄 작전이 시행되었다. 만일 이때 다수의 선제공격파 의견이 비판없이 수용되었다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수한 엘리트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대기업에서도 터무니 없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들은 종종 있다. 그 유명한 혁신가인 스티브 잡스마저도 타인의 의견을 듣지않고 자신이 옳다고 고집을 부리다고 실패한 경험이 적지 않다. 애플2 컴퓨터로 성공을 거두었던 그는 성공의 여세를 몰아가기 위하여 1983년 혁신적인 개인용 컴퓨터인 '리사(Lisa)'를 출시한다. 리사는 향상된 컴퓨팅 성능과 뛰어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기반의 운영 체제를 처음 장착하였지만 당초 2,000달러로 설정하였던 목표 판매가격이 추가적인 성능향상과 개발로 9,995달러까지 올라가겠 되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성공 가능성이 낮음을 들어 출시를 만류하였지만, 그는 결국 듣지 않았고 리사는 마케팅 역사에 남을 처참한 실패를 하게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오랫동안 자신이 사랑하던 애플 컴퓨터에서 쫓겨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중대한 의사결정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목소리 크거나 권한이 높은 몇몇 사람의 의견을 쫓기 보다는 악마의 대변인 제도를 적극 이용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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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윈도우 프로그램들이 단종될 때 마다, 과거 윈도우 버전의 이용자들은 프로그램 호환성의 문제를 경험해야만 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제한적인 호환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용자들은 기존의 사용 중인 버전에 대하여 아무런 불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있다. 자동차들 역시 매년 세대를 달리하는 혁신적인 신 모델이 나오기보다는 약간의 그릴 디자인이나 스타일링만을 소소하게 변경한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함으로서 과거 구매한 모델을 도태시키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시장 환경에서는 점차 많은 상품들이 아무런 기능이나 품질상의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사용되고 소모되고 있는 추세인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북미 지역에서만 매년 1억대의 휴대폰과 3억대의 컴퓨터가 별다른 고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계획적 진부화'로 알려져 있는데, 기업이 비경제적인 이유로 기존의 상품을 단절시키고 새로운 신상품을 시장에 도입하는 기업의 관행을 의미한다. 그간 계획적 진부화는 주로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패스트 패션, 도서, 휴대폰, 카메라 등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많은 상품들은 판매 초기부터 물리적 품질이나 성능과 무관하게 조기 도태가 예정되어 있으며, 골동품처럼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상품의 가치가 증대하는 'Burgundi 효과' 는 점차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계획적 진부화에 대한 논의는 1954년 미국의 산업 디자이너인 Brooks Stevenson에 의하며 처음으로 공론화되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계획적 진부화란 무엇인가 조금 다르고, 조금 더 새롭고, 조금 더 나은 것을 조금 더 빨리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건드리는 것이다. 계획적 진부화는 종종 '내재된 진부화'로 불리기도 하는데, 비경제적인 이유에서 수명이 단명할 상품을 생산함으로서 소비자들이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상품 전략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적 진부화는 기존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개선된 차세대 상품이 출시됨에 따라 기존 상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형태의 진부화이든 진부화라는 단어는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으며, 장기간 그 마케팅 활동의 정당성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을 받아왔다. 일찍이 사회학자인 'Galbraith'는 매년 조금씩 자동차의 디자인을 바꾸어가며 신 모델을 출시하는 자동차 회사의 관행은 큰 사회적 낭비 요인이라고 주장하였는데, 기업들이 과도하게 짧은 상품의 생애주기를 설정함으로서 소비자들이 별다른 선택권 없이 너무 자주 구매하도록 조장한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계획적 진부화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계획적 진부화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더 나은 기술과 원료, 생산 시설을 가지고 더 단명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하여 경쟁하고 있는 것은 현대 마케팅의 최대 아이러니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부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실제로 마케팅 환경 하에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계획적 진부화 동기는 매우 다양할 수 있으며,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독점적 혹은 과점적 상황에 있는 기업들이 추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계획적 진부화를 활용한다. 즉 계획적 진부화를 통하여 신상품을 조기에 도입할 경우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촉진함으로서 추가적인 판매와 이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계획적 진부화를 통하여 창출되는 추가적인 이익이 신상품을 도입함으로써 발생가능한 부작용인 신구 상품 간 시장 잠식이나 연구개발비의 사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판단하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완전히 새로운 독립적 신상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기존의 상품들을 업그레이드함으로서 과거에 사용하던 상품들을 진부화하기를 선호한다.

둘째, 계획적 진부화는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경쟁 우위 혹은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기업들은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디자인 개선을 할 필요가 있으며, 그 결과 기존 상품의 생애주기는 점점 짧아지게 된다. ,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기본 속성상 경쟁의 결과로서 계획적 진부화가 증대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셋째, 기업은 신상품이 중고 시장의 중고 상품과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계획적 진부화를 활용할 수 있다. PC나 자동차와 같이 내구성이 긴 상품의 경우 대부분 중고 시장이 형성되며, 기업의 신상품 판매는 이들 중고 상품들과 직간접적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런 불편한 경쟁 관계를 회피하기 위하여 기업은 계획적 진부화를 시행하게 되고, 새로운 신상품의 도입을 통하여 기존에 판매한 상품과 가치 격차를 확대하며, 중고 상품을 경제적으로 진부화 시킨다. 중고 시장 자체의 존재를 제거할 수는 없지만, 신상품 시장과 중고 시장이 제공하는 상품 가치를 다르게 만듦으로서 기존 상품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온전히 보전하고자 한다.

넷째, 빈번하게 변화하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와 원츠를 제대로 대응하기 위하여 잦은 상품 변경은 필수적인 프로세스가 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상품의 내구성을 결정짓는 요인은 기능적, 경제적 특성은 물론이고 심리적 특성도 포함한다. 즉, 기업이 진부화를 시행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구매행동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계획적인 진부화는 다양한 부담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첫째, 적지 않은 경제적 대가를 제공한 후 기존의 상품을 구매하여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부를 감소시킬 수 있는 계획적 진부화 소식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마케팅 연구에 의하면 미국 내 가정에서 내구재라 할 수 있는 TV, 냉장고, 팩스 등의 수명은 고작해야 기대 수명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다른 가정 내 소비품들도 기대 수명의 겨우 반 정도만 사용되고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기 위하여 고유한 대응 전략들을 활용하고 있다. 일예로 소비자들은 아예 동일한 상품의 재구매를 포기하거나, 경쟁 브랜드로 브랜드 전환을 함으로서 계획적 진부화가 초래하는 불편한 문제들을 차단하려고 한다.

둘째, 계획적 진부화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신상품이 시장에 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독과점 상태에 있는 특정 기업들이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적 진부화를 통한 지속적 판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약간씩만 개선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신상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경제적 지출을 감수하게 된다.

셋째, 계획적 진부화는 자원을 낭비하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탐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계획적 진부화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스타일 변화처럼 소비자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망을 확대함으로서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계획적 진부화는 불가피하게 소비자의 태도와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많은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도적인 진부화에 대하여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기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기술적인 변화나 유행, 패션으로 등장한 신상품들에 대하여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모델의 변화가 너무 잦고, 추가된 기능 역시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통상적인 계획적 진부화와 신상품 출시 전략에 묻혀 드러나지 않았던 소비자의 이해와 입장을 기업이 보다 심각하게 배려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간 많은 소비자들이 계획적 진부화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이 마케팅 전략 수립에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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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CES라는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똑똑한 홈케어 로봇인 '삼성 볼리'를 선보여서 큰 호응을 받았다. 볼리는 가사생활 돌보미 로봇으로 개발되었으며, 집안의 다양한 가전 제품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어디로든 쉽고 자유롭게 이동가능한 노란 공 모양으로 생겼으며,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며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듣고 집안 일을 수행해낸다. 또한 어린이, 노인,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 등 가정 대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홈케어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볼리 내부에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과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어 보안은 물론이고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에 출시되는 전자 제품들을 필두로 다양한 하이테크 상품들의 지능성은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고장 없이 잘 작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였던 상품들에게도 큰 변화가 오고 있는데, 단순히 동작하는 자동화 수준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성장까지 가능한 자율성이 강조된 상품으로 상품 지능성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일상적인 생활 주변에서 지능성이 강화된 상품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청소하며 충전하고 IP 카메라를 활용하여 집안의 보안 감시까지 가능한 로봇 청소기는 이미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 시장에 들어서고 있으며, 집안의 공기의 질과 온도를 최적 수준으로 자동 관리하는 에어컨, 스마트 TV,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지능화된 사물 인터넷 상품들도 일반화되고 있다. 똑똑한 상품이 증가함에 따라 기술에 민감한 도입기의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소비자들도 역시 이런 새로운 혁신 상품들을 별다른 거부감이나 사용상의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소비하는 실정이다.

똑똑한 상품의 증가는 상품의 지능이라는 측면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많은 상품들에 정보기술이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다양한 기능들이 융합되면서 인간이나 로봇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상품에도 지능이 존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들 연구들은 보통 지능형 상품 혹은 스마트 상품이라고 불린다. 지능형 상품이나 스마트 상품은 단순한 네트워크 접속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 상품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개념으로서, 정보 기반의 표상과 물리적 제품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서 기기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상품들은 보다 쾌적한 사용자의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소비자가 당면한 개개인의 상황이나 주변 맥락에 적합하도록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마트한 상품의 능력에 대하여 Lopez 등 미국의 연구자들은 I-S-A-D-N이라는 5가지 능력을 주장하였다.  즉 관련이 있는 데이터를 식별하는 능력, 환경을 감지하는 능력, 원활한 작동,  의사결정 능력, 네트워킹 능력이 핵심이라고 주장하였다.

 

상품이 점차 스마트하게 변화되는 계기는 기술의 진보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파급 효과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지능지수가 높은 스마트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시장에서의 상품 경쟁력이 향상되고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들이 입증되고 있다.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능성이 크게 강화된 갤럭시 S 시리즈의 스마트폰과 갤럭시 노트 등의 지능화된 신상품을 출시한 이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순위가 상승하였으며, 브랜드 가치 역시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자인 Allmendinger and Lombreglia가 실제 기업 성과 데이터를 이용하여 진행한 실증 연구에 의하면 지능형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대다수는 상품 출시 이후로 10% 이상을 초과하는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루어 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지능형 상품이 창출하는 높은 시장성과의 배경에는 지능형 상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호의적 인식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즉 지능적인 스마트한 상품은 보다 우수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소비자가 당면한 니즈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구매가 이루어지는데, 소비자들은 상품이 지능적일수록 니즈 충족이나 문제 해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에게도 스마트한 상품은 혜택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는 스마트 상품의 개방적 특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한 상품들은 보통 작동 방식이나 이용법을 단순화하려고 하며, 이는 사용자와 상품 간 필요한 불필요한 상호작용의 횟수를 줄여주며, 결과적으로 고객의 상품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준다. 이런 지능형 상품이 보유한 상품의 개방성은 상품의 맞춤성이 중요한 차별화 소구점으로 부각되고 보다 많은 IT 기능과 장비들이 제품이 제품 생애주기를 통하여 제품에 부가되고 교체됨에 따라 더욱 증가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상품의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 측면 역시 제기될 수 있다. 지능형 상품이 당면한 가장 명백한 의문점은 과연 모든 상품들이 막대한 개발 비용과 추가되는 제조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능화될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상품이 지능화되었다고 반드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상품이 지능성을 갖추게 되었을 때 소비자에게 혜택이 될 수 있는가는 결국 상품이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으며 불필요한 지능화는 상품 가격의 상승, 내구성의 저하 등의 문제점이 발생될 소지도 크다. 특히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능형 상품의 경우 다양한 잠재적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상품이 네트워크의 접속 불안정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며, 이는 상품의 완전완비성을 저해하게 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재앙에 가까운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일예로 높은 수준의 자체적인 지능화가 진행된 무인 병기나 무인 공격기의 경우 항상 통제불가능한 위험성과 잠재적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지능형 상품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하며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향후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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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1980년 그의 저서인 3의 물결'에서 미래의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들을 자신에게 적합하도록 맞춤화하려는 노력에 매우 적극적일 것이며, 그 결과 생산과 소비 간 구분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또한 이런 변화의 결과로 인하여 과거 몇몇 소수의 생산 기업이 권력을 독점해왔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소비자들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는 권력의 대이동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런 창조적 생산소비자, 즉 프로슈머는 기업과 소비자간 교환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근원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오늘날 그의 예언은 적중하여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그의 주장이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큰 충격을 주고 관심을 받은 이유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소비자 만족이나 고객가치 극대화를 주장해 왔지만, 실제적으로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와 같이 손을 잡고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마케팅 패러다임은 소비자를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설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업 중심적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 중심주의가 오랫동안 마케팅의 근간을 구성하는 철학이었음을 생각할 때 생산소비자 개념이 최근에 대두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협업을 통하여 공동의 가치를 창조한다는 공동 가치 창조의 큰 특징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이나, 자원, 일반적인 지혜를 기업에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혜택은 기업에게 간다는 점이다. 고객의 참여로 기업은 추가적인 가격 프리미엄이나 상품 개선 등의 뚜렷한 혜택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급으로 소비자들을 활용하여 자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단순히 고객이 아닌 소중한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성 역시 증대하고 있다. 무급 근로 소비자' 활용이 경쟁력을 결정하게 되었다. 일본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가오'는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들이 감명할 만한 인쇄 광고를 제작하는 소비자 컨테스트를 개최하였고, 이 과정을 통하여 많은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공하였다.

 

기업과 소비자 공동의 가치창조 개념은 기업 이외의 외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집단적 임무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안정적인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 개인 신분의 인증, 맞춤화된 개인화 서비스, 커뮤니티의 활성화, 사회적 경험의 중요성 강조와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부각됨으로서 소비자 공동 가치창조와 소비자 경험 창출이 촉진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은 이런 공동 가치 창조를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서 인식되고 있는데, 그 결과 인터넷 콘텐츠의 기본 속성인 다양한 정보재들이 공동 가치창출의 산물로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활발한 활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소비자간의 공동 가치창조는 모호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기업들 역시 이런 공동 창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어떤 과정을 통하여 소비자간 공동가치가 창조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거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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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이익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보다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결함이나 서비스의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기업의 일상이 되고 있다. 옥시가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는 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하였으며,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들 역시 초기 불량 문제로 늘 골치를 썩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결함이 있는 판매 제품을 회수하는 제품 리콜이 증가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2013년 971건 수준이었던 국내 리콜 건수는 2014년에는 1,752건으로 80% 이상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2,200건을 가뿐히 돌파하였다. 리콜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생명, 그리고 재산 상의 위험 요인을 예방하기 위하여 기업이 자발적 혹은 강제적으로 해당 제품을 수거하거나 파기하고, 수리, 교환, 환급하는 일련의 조치를 말한다. 소비자 권리보호가 조기에 정착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자 리콜은 오래전 부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 부터 리콜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비자 기본법을 통하여 리콜에 관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만족을 기대하고 구매한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후 부조화'를 고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당연히 소비자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미친다. 리콜은 기업에게 리콜 과정에 따르는 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쌓아온 기업의 브랜드와 명성의 쇠퇴, 고객 신뢰 상실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자발적 리콜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다가 규제에 의하여 리콜을 하게되는 경우 그 파급력은 배가 된다. 솔직하게 리콜을 인정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리콜을 회피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그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하청 업체 등 관련 기업까지 주가 하락 등 파편을 맞게된다. 미국 소비제품안전협회가 48건의 리콜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리콜 이후 평균적으로 기업 주가는 6.9% 하락하였고, 평균 70억 달러에 해당되는 금전적 손실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콜이 항상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개인의 특성이나 제품 특성, 혹은 기업의 그간의 성과 등이 리콜을 대하는 소비자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적 특성으로 고객 로열티 수준에 따라 리콜의 영향은 다르다. 고객 로열티가 높은 소비자들은 리콜 상황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간 기업이 수행해온 브랜드 자산 구축 작업이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제품 특성에 따라서 리콜의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은 특정 제품에 대하여 잠재적 위험도가 높고 낮음을 다르게 지각하는데, 식품, 차량 등과 같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제품의 리콜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지만, 반대로 비교적 중요하지 않거나 위험도나 낮은 제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리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강력하게 가르는 것은 기업의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전의 기대감이나 유명도가 영향을 주로 미친다. 해당 기업이 정직하고 사회적 책임을 평소에도 잘 해왔다면 리콜을 보다 관대하고 받아들이고, 리콜의 원인을 기업의 잘못이 아닌 어쩔수 없는 상황적 요인이거나 천재지변적 요인으로 귀인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기업의 윤리적 운영 필요성과 평판 관리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리콜은 기업이 일상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주요 위기중 하나가 되었으며, 리콜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고객의 신뢰를 되찾아오기 위한 기업의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기업 마케팅 실무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리콜에 대한 기업의 성실하고 적극적인 노력은 해당 기업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기틀이 되기도 한다. 2009년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가속페달의 매트 끼임과 급발진 등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1천만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였다. 리콜 초기에는 도요타의 브랜드 가치가 심각한 훼손을 받았고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급락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리콜 이후에 브랜드 가치는 서서히 회복되었으며,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더욱 견고하게 되었다. 리콜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알려진 이후, 이제 선제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발적 리콜 조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와 더불어 리콜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기업의 인식 변화로 판단된다. 첨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인들도 리콜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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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경제, 문화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도 과거 수동적으로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던 입장에서 한류라는 새로운 현상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웹툰을 비롯한 다양한 K-콘텐츠들이 일본,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서구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류의 부상은 한국을 본격적인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해외 방문객의 순증과 더불어 화장품, 한식, 치킨, 패션, 의류 등 다양한 관련 상품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초로 한류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국의 아이돌 그룹 H.O.T의 중국 내 급부상하는 것을 빗대어 중국 언론들이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이후라고 생각한다. 이후 한류는 타 국가의 사람들이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접한 이후에 경험하는 총체적 문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로 정착되었다.

최근의 한류 붐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같은 개성 있는 영화의 호평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문화시장에서 한국어에 기반한 마이너한 콘텐츠가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것은 놀랄만한 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류 인기의 원인에 대한 아시아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도 나오고 있는데, 아시아 주변 국가들에 비하여 한류 콘텐츠는 특히 고품질의 영상 제작기술, 장면과 배경의 미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인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의 다소 이질적인 콘텐츠에 비하여 한류 콘텐츠는 익숙한 유교적 정서의 차용,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 보편적인 정서적 공감대, 그리고 자신과 닮은 가수나 배우로부터 느낄 수 있는 아시아인들의 정체성 찾기, 즉 Asianess에 대한 욕구 등의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류 콘텐츠는 철저하게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획된 고객 맞춤형 상품이라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의 연예 기획사나 콘텐츠 제작사들은 시장조사와 기획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한국에서 잘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 세계에 온라인 배포하는 작업에 매우 익숙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 비디오를 통하여 먼저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것처럼, 최근의 한국 아이돌 그룹은 뮤직 비디오의 제작에 큰 정성을 쏟고 있으며, 한국 K-팝의 성공은 화려한 볼거리와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갖춰진 뮤직 비디오의 고정 팬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태생적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콘텐츠 육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 내생적 한계와도 관련이 크다. 최근에는 림킴, 백예린 처럼 처음 곡을 출시할 때 부터 한국어 가서 없이 영어 가사로만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가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을 통하여 한류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 규모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자부할 만한 성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직접적인 매출액과 수출 비중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간접효과인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지대하다고 한다. 실제로 한류로 형성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은 한국 상품 전반에 걸친 긍정적 평가와 구매 의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한류가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프랑스를 손쉽게 와인, 에펠탑과 연계시키는 것처럼 한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란 어떤 국가를 연상하게 될 때 떠오르는 다양한 속성들의 총체적 이미지이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한번 형성되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이기 때문에 한류에 대한 호의는 한국과 한국인 전반에 걸친 호의로 이어진다. 한류에 대한 만족감이 국가 이미지 차원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동조 효과', 혹은 '동일시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동조 효과는 자신의 선망하는 이상적인 롤 모델을 따르거나 모방하려는 심리적 동기를 의미하는데, 한국 연예인에 대한 동경은 그들이 소비하는 옷, 음식,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까지 불러일으키게 되며,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한류로 좁혀지는 '문화적 거리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류를 접한 소비자들은 한국을 더 가까운 나라로 여기며, 한국에 대하여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류의 큰 인기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한계는 존재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서구 세계에서 한류는 아직 주류를 장악하고 있지는 못하며, 한류 소비층이 상대적으로 청소년 등 저연령층에 머물고 있는 점이다. 아직은 주류 문화라기보다는 특정 계층만이 소비하는 하위 문화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 불고 있는 한류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잠재 위험 요인이다. 한류 확산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혐한 현상은 단지 한국의 문화에 대한 거부에 국한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한국의 문화, 역사, 민족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증오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위험한 개념이다. 일본에서의 혐한 현상은 뉴스나 언론 보도로 어느정도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만, 혐한 현상은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중국 등 일부 타 아시아 국가나 서구 국가들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일본에서는 우익이 후원하는 '만화 혐한류'가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중국은 사드 도입이후 가시화되고 있다. 한 때 일본 문화가 아시아를 휩쓸던 일류의 시대가 있었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던 것처럼 한류 역시 그럴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탄탄한 한류 스타의 개인적 매력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콘텐츠 포맷의 개발, 한국적이면서 세계에도 통하는 오리지날리티가 있는 스토리텔링의 개발 등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류 마케팅의 활성화는 이제 비로서 문턱을 넘어가는 도입기에 있으며, 향후 적극적인 투자와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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