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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키장을 다녀올 때 마다 썰렁하기 그지 없은 모습에 놀란다. 따뜻해진 겨울의 영향도 있지만, 스키장에서 더 이상 20대를 찾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를 데리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30대 가족이나 친구끼리 온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오히려 더 많이 보인다. 그나마 그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아서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슬로프가 텅텅 빈 것 처럼 보일 정도이다. 일부 사례이지만 불황기 소비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장면이다. 

최근 불황에 빠진 국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업글하는 외톨이'를 알아야 한다. 한 인기 도서에서 사용되었던 업글형 인간은 '남보다 나은 나',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하여 일과 삶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외톨이는 일본말 '히키코모리'에서 시작되었으며 남의 시선을 피해 숨어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말한다. 이들 업글하는 외톨이의 증상은 여러가지 있지만, 취업의 압박이나 퇴직에 대한 우려로 공시나 토익 등 자기 개발에는 열심이지만, 자기 이외의 주변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사람들을 만나는 사교나 취미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꺼리고 결혼이나 연예, 그리고 여행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대신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등 키보드 워리워형 방콕 취미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개인의 취향이 사회적 문제까지 될 것은 없지만, 심할 경우 업글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업글하여도 나아지거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사회나 기성세대, 혹은 또 다른 약자에게 가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무차별적인 사이버 폭력도 좌절한 업글형 외톨이가 원인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인터넷과 게임,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다 보니 가상 속의 자신을 보다 미화하거나 강력하게 인식하며, 익명성 뒤에 숨은 언어폭력으로 자기 만족을 얻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본 히키코모리와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우리 청년들은 자신이 스스로 외톨이가 좋아서 선택했다기 보다는, 더 큰 도약 점프를 위하여 잠시 움츠리고 있는 한시적 외톨이라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사실 아직 업글형 외톨이는 일부분일 것이다. 평범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노이즈를 만들지 않아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소비 성향을 보면 업글형 외톨이의 성향을 어렵지 않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이들은 주위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자기 만족을 우선시한다. 내돈으로 내가 사는데 타인의 눈치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며, 당연히 타인을 위한 지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 과거 직장인들은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삼삼오오 술집이나 노래방에 가서 회포를 풀고 오곤 하였으나, 업글형 외톨이에게 이런 사치는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신경쓰느나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길이다. 차라리 혼밥, 혼술집에서 간단하게 누구 눈치 볼 필요없이 한잔 하고 와서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스마트폰으로 혼자 영화를 보는 편을 선호한다. 실속있는 소비일 수 도 있지만 소비의 즐거움을 함께할 가족이나 친구가 주변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혼자 삼겹살이나 보쌈을 먹을 수 있는 전문점이 생기는 등 우리 사회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운동이나 노래방은 친구가 있어야 더 재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주말에 골프장을 나가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느니 가까운 스크린 골프장을 선호하는 스크린 골프족도 늘고 있고, 축구나 야구 같은 팀 단위의 운동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헬쓰 등이 인기있는 운동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노래방도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500원 동전 하나면 주변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소리지르고 즐길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이 대세이다. 다함께 음주가무의 민족인 한국인에게도 이제 노래방은 혼자만 즐거우면 되는 전자 오락이 된지 오래다. 

사실 이런 1인 소비시장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보편화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개인 소비 성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계기는 청년들이 체감 경기와 취업난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대학을 진학하는 고학력 사회에서 이에 걸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부족해지고, 수많은 청년들이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공무원 시험 등에 메달리기 시작하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기성세대의 구호일 뿐이 되었다. 자기 개발을 위하여 지출한 업글 비용은 지갑을 더 얇게 만들었고, 나 하나 간수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타인과의 교류 비용, 결혼, 연예, 그리고 사회적 활동은 가능하면 줄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 출현에 따라 새로운 마케팅과 비지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은 업글 외톨이를 위한 학습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음식이나 야식을 배달해주는 퀵 배송 서비스 시장의 확산, 온라인 장보기 보편화 등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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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에 기반한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로 소매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에 비례하여 아마존, 쿠팡 등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은 급속한 성장세이다.  고객들도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보다 저렴하게 하는 '쇼루밍족(showrooming)'이 일반화되었다. 한때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에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벌였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보였던 소비자의 관심은 이제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주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온라인에서 1~2시간 내외에 깜짝 세일을 하는 사이버 먼데이 행사로 옮겨갔다. 매출액면에서는 오히려 사이버 먼데이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지르고 있다.

이에 기존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온라인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대응 방안으로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매장에 접목하고 있다. 직접 옷을 입지 않아도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상 피팅룸, 자동 계산대, 물류 로봇, QR코드, 스마트폰 앱 등에 대한 투자로 유통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대형 유통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인 생존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옴니 채널은 고객과 상호작용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 거점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채널의 통합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한 제품을 집에서 온라인 주문할 수 있게 하는 등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추가적인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한다는 것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옴니채널 이전에는 유사한 개념으로 멀티 채널 전략, 크로스 채널 전략 등이 존재하여 왔다. 과거의 멀티 채널이나 크로스채널 전략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복수의 유통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면, 옴니 채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확보된 온,오프라인 거점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고객의 전반적인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동일한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경우에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판촉 기간, 고객관리규정 등이 상이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고객의 쇼핑 경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코 같지 않았으며, 채널간 유기적인 연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점검하고, 구매는 더 저렴한 온라인 매장에서 사는 등 구매 행동은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옴니채널 하에서는 모든 초점을 고객에 맞추고 채널의 정보가 실시간 통합 운용되므로 일관되고 연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고객들은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뒤 매장을 방문하여 수령할 수도 있고, 여행지인 제주도에서 구매한 상품을 집 근처 매장에서 찾아갈 수 도 있다. 어느 매장에서 샀든지와 무관하게 온라인 혹은 매장 방문을 통하여 반품할 수도 있다.

옴니채널이 소비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에 이바지한다. 중국 산시대학교와 미국 미시건대학의 공동 연구진들은 옴니채널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통합된 촉진, 통합된 거래정보 관리, 통합된 상품과 가격 관리, 통합된 정보접근, 통합된 주문처리, 통합된 고객서비스를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특성이 유통 기업의 성과 확대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 점포에 걸려서 재고가 실시간 파악되므로 한 매장에 매진된 상품이라도 재고가 남아있는 다른 매장을 찾아서 판매가 가능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의 물류 및 배송 기지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하게 레버리지함으로서,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응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국내외 유통기업들은 발빠르게 옴니채널을 도입하여 왔다.  미국의 월마트는 '스캔앤고(scan and go)'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는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여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제하는 서비스로서, 온라인 결제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하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는 불편함을 제거하였다.

또한 영국의 존 루이스 백화점은 터치스크린으로 제작된 인터액티브 스크린을 통하여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검색하거나 주문할 수 있게 하였으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더라도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하여 선택한 옷의 착용 전후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일 미(Style Me)'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아마존 역시 온라인 강자에 만족하지 않고 오프라인 거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거점을 확보하기 도입한 '대시(dash) 버튼' 서비스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대시 버튼은 버튼이 달린 작은 무선 인터넷 기기이다.  보통 세제, 음료, 생수, 과자 등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제품의 브랜드가 버튼에 인쇄되어 있으며, 해당 제품이 필요할 때 단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아마존에서 자동적으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초기 버튼 구입 가격은 5달러이지만, 첫 번째 주문 시 이에 상응하는 5달러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료로 배포되었다. 구독 서비스라는 콘셉트를 적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옴니 채널의 실험이 도입된지 수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례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존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시 버튼'도 사용자의 이용 빈도가 현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결국 2019년에 단종되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옴니 채널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커가고 있다.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온라인 유통채널 전략에 비하여 그다지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다. 실제로 최근 옴니채널의 주요 속성과 고객 만족도 간의 관계에 대한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된 상품 및 가격관리가 고객 만족도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 통합된 거래정보, 고객정보, 주문처리, 고객 서비스 등은 고객 만족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어느 매장이나 쇼핑몰에서나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장점은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지만, 그 외에 별다른 옴니채널의 장점은 없다는 점이다. 옴니채널의 가격이 결코 쇼핑몰 전문 온라인 기업보다 더 싸게 책정될 수 없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경쟁사와의 비교 차원에서 보면 뚜렷한 고객 혜택이라 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 결제가 확산되고 구매 편리성도 증대되면서 심화된 소비자의 모바일 구매 쏠림도 큰 영향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스타일쉐어' 등 M커머스를 지향하는 쇼핑몰 등은 유튜브 방송과 인플루언서에 의한 추천 형태의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등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과의 차별점을 더 벌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옴니채널을 통한 기업의 내부 효율성 개선과 같은 효과는 뚜렷할지 모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옴니채널이 제공하는 가치가 모호한 것이다. 고객이 배제된 비지니스 모델에서 성공적인 신유통은 태어나지 않는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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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소비를 통하여 추구하는 욕망은 무엇인가? 그들은 더 이상 상품을 사지 않는다. 대신 그 상품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가치를 구매한다. 가치의 본질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여 왔다. 시장의 공급 능력이 수요를 절대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던 생산 부족의 시대에는 기본적인 기능과 적절한 품질만으로도 대부분 소비자의 가치는 충족되었다. 그 이후 생산과잉과 기업 간 경쟁, 제조 기술의 평준화로 인하여 소비자의 선택지가 더 넓어진 시대로 바뀌면서 기업이 충족시켜야 하는 고객 가치의 대상은 기본적인 품질에서 가격 경쟁력, 하이테크, 디자인, 정서적 만족감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되어 왔다. 고객이 변덕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 가치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큰 흐름을 타고 변화하고 있다. 이성적인 제품 속성에서 감성적인 제품 경험으로, 물리적 속성에서 도덕적 속성으로, 단기적 평가에서 장기적 평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생산성을 강조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은 감성적 디자인의 애플 아이폰에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었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던 플라스틱 패키지 디자인은 이제 지구 환경보호에 적합한 재활용 패키지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브랜드들 역시 단기적 매출 증대보다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가장 중요한 가치들은 단연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도덕적 가치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가치이다. 이 두 가치는 미래 마케팅 활동의 양대 축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 지향하는 바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는 기업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하여 무엇인가 선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본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해양 쓰레기를 줄이거나 아프리카의 불우 청소년을 지원하는 행위는 누군가가 해주어야하는 일이며, 나를 대신하여 기업이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다. 일정 부분 나의 책임을 기업이 대신 맡아줌으로써 개인의 죄책감을 덜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개인의 보답으로 기업의 평판은 높아지고, 구매 의도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착한 오빠보다는 나쁜 남자에 끌리기 쉬운 것처럼, 착한 기업이 잔잔한 감동을 줄 수는 있지만 어떤 강렬한 소비 욕구나 브랜드에 대한 매혹을 느끼게 하기는 어렵다. 유사한 대의명분을 표방하는 다수 기업의 등장도 문제다. 이로 인하여 고객의 구매가 계속되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때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헐벗은 청소년에게 기부하는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었던 '탐스 슈즈'가 최근 매출 하락과 관심 부족으로 법정 관리의 위기에 처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충족을 목표로 하는 가치는 오롯이 소비자 자신만을 위한 가치이다.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생활양식, 행동양식, 사고양식과 같은 생활의 문화적, 심리적 차이를 의미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소중한 나를 평범한 타인과 구분하게 하는 강력한 자기표현의 단서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이해하거나 타인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 남을 의식하거나 복잡한 사회 문제의 간섭 없이 나만을 위한 소비, 나에 의한 소비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구매와 소비의 원초적 목적인 나를 채워준다는 목표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부끄럽고 은밀한 본능적 욕구가 아니라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문화적 욕구여서 거부감이나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그 결과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주는 상품이나 가치에는 손쉽게 매혹되고 설득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의 상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으며, 본인들이 더 이상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이제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개장함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 매장을 마치 가로수길 번화가의 맛집 골목처럼 꾸미고 여유로운 도시 전문직 종사자의 발길을 끌고 있으며, 현대카드는 이태원에 현대카드 스토리지라는 독립 공간을 통하여 카드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공연, 전시, 체험행사 등 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는 점을 표방하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은 한국의 교보문고가 2015년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을 하면서 벤치마킹한 대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리뉴얼 당시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매장을 책이 파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정의하였고, 거대한 소나무 테이블의 도입, 자연광이 들어오는 매장, 도서 진열대 사이에 배치한 의자 등을 통하여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그러나 시설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츠타야 서점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치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도 크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스스로를 '고객의 취향을 설계하는 곳'으로 자부하고 있으며, 방문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우선 지역별 각기 다른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각 지점의 시설과 인테리어는 특색이 있게 꾸며져 있다. 최근 도쿄 긴자 식스에 입주한 '츠탸야 긴자'점은 한국의 청담동처럼 유행과 패션의 중심지에 있으며, 방문 고객들 역시 도시 전문직의 라이프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매장 내부는 다양한 예술품과 설치 미술품으로 꾸며져 있어 책과 함께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에 고급 주택가가 인접한 지역인 다이칸야마의 츠타야는 녹지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차분한 일상 속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츠타야를 다른 서점과 차별화시키는 강력한 요소는 시설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츠타야 서점을 서점에 입주한 커피점을 통하여 커피를 사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며, 필요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할 수 있는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츠타야의 판매원은 보통 해당 분야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지가 선발의 우선 조건이라고 한다. 일 예로, 여행 서적 코너의 판매원은 실제로 수년간 전세계를 배낭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선발되며,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더 좋은 책을 추천하거나 큐레이션 해주고 여행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책은 어디서 누가 팔든 똑같기 때문에 차별화가 극히 곤란한 상품이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배려나 경험의 확장을 통하여 고객을 흡인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기업인 무지, 혹은 무인양품 역시 제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시장을 접근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무인은 곧 브랜드가 없다는 뜻이며, 양품은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 없는 브랜드라는 콘셉트와 마케팅 철학으로 거창하거나 화려한 마케팅 없이 조용하게 고객이 삶 곳곳으로 스며드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무인 양품은 고객의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순한 상품 판매보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한다. 무인양품은 소박하고 장식이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으며, 공예품이 주는 '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리고 각각의 상품을 판매할 때도 왜 이런 상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푹신 소파', '목 따끔거림이 적은 스웨터'와 같은 상품명으로 상품의 편익을 솔직하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무인양품 매장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국내 최대 규모로 개장한 서울 종로의 영풍문고에 있는 매장을 찾아가 보자. 우선 영풍문고라는 대형 서점에 숍인 숍 형태로 들어온 것 역시 무인 양품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매장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질 좋은 면으로 만든 의류와 바구니, 슬리퍼 등 다양한 생활 소품이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습기, 의류, 식품, 필기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진열된 위에 설치된 광고 스크린에서 제품과 관련된 영상들이 흘러나온다. 영상에서는 어떻게 제품이 기획되고 생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영상과 고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제품의 장점을 알려준다. 이 화면은 단순 광고가 아니다.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거기에 적합한 상품을 설명하고, 고객의 생활에 대한 기업의 철학을 전달해내는 도구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객이 간단하게 쉬어가거나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 카페 공간에서는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식품이나 다과, 차 등을 직접 먹어볼 수도 있고, 무인양품이 발행한 요리나 인테리어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할지 점검해볼 수도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체험공간으로 체험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무인양품은 세일이나 과다한 마케팅으로 단순히 고객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무인양품의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원하는 상품 구색을 꾸준하게 넓혀왔다.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품목이라면 굳이 상품의 종류를 제한할 필요도 없으며,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무인 양품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삶에 어울리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팔 수 있다. 일반적인 무인양품의 매장에서도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공예품, 가구, 필기구, 의류, 차, 식품 등 이미 다양한 구색의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립식 주택에 이어서 호텔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무인 양품은 2018년부터 중국 선전, 베이징, 일본 도쿄의 긴자 등에 호텔을 개장하였다. 이들 지역은 이미 수 많은 호텔들이 경쟁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왜 무인양품이 호텔까지 진출하는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아닌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텔은 무인양품에게 있어서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최상의 장소이다. 기존에 무인양품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여 왔는데, 그 상품들이 모여있는 총합의 공간이 주택이자 호텔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무인양품 호텔은 무인양품의 제품과 철학으로 채워진 호텔이다. 호텔의 서비스, 접객, 그리고 무인양품 상품으로 꾸며진 객실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접목하여 '좋은 느낌의 생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자를 배려하는 정돈된 삶'과 같은 철학이 구체화된 완벽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였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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