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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가졌던 개인용 컴퓨터는 애플2, 정확히 이야기하면 애플2를 그대로 모방한 조립용 PC였다. 아직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이 흔하지 않았던 80년대 중후반이었던지라 컴퓨터 자체도 주변에 많지 않았지만, 컴퓨터에서 돌아갈만한 게임이나 프로그램도 그다지 없었다. 그나마 컴퓨터 잡지를 구입하면 간단한 게임을 돌릴수 있는 프로그램 소스코드가 부록으로 제공되었고, 프로그래밍 언어도 모르면서 한자 한자 따라 입력해서 프로그램을 돌렸던 시절이 기억난다. 그 과정은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고생스로운 과정이었다. 만일 이 당시 컴퓨터에게 바둑이나 체스 같은 게임을 가르치고 싶다면, 컴퓨터가 응대할 수 있는 한 수, 한 수를 모두 수고롭게 가르치고 입력해야만 하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바둑이나 체스에도 달인이지 않고서는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머신러닝이 가져온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런 수고로움이 필요하지 않다. 바둑이나 체스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없더라도 머지않아 당신의 컴퓨터는 스스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구글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딥 마인드(Deep Mind)팀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체스 프로그램인 AlphaZero를 만들었고, 바둑 프로그램인 AiphaGo도 연이어 개발하였다. 이들 프로그램은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도 시행착오를 통해서 처음부터 스스로를 훈련시킬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알파제로는 체스의 게임법칙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조건 하에서 스스로 깨우쳤으며, 2016년도 전세계 컴퓨터 체스 프로그램 우승자인 'Stockfish 8'을 격파하기 까지 불과 4시간 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마케팅 전도사인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너(outliner)'에서 1만시간의 법칙을 주장하였다. 어떤 주제나 어떤 임무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대성하기까지는 1만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지만, 이는 오직 인간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임을 증명하였다. 이제는 머신러닝이 가져온 완전한 자동화의 시대에 돌입하였다. 컴퓨터들은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과거를 지배하던 경험이나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한 것이다.

인간이 다시 정상에 설 기회가 있을까?

인공지능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미래나 상상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반적인 수준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공지능은 현재의 머신러닝으로 당분간 현실화되기 어려우며, 영화 터미네이터를 통하여 인류가 체득한 뿌리깊은 공포는 공상과학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즉, 아직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다. 동의한다. 그러나, 특정한 영역의 대체, 예를 들어 체스만 잘두는 인공지능이라든지, 사진 판독만 잘하는 인공지능이라든디 특정 영역으로 제한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머신 러닝이 창출하는 인공지능은 적어도 과업과 관련된 문제해결이라는 국한된 영역에 있어서는 전인적인 성과를 보장한다. 인간은 개미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같이 그룹으로 뭉쳤을 때 보통 더 좋은 성과를 낸다. 게임을 하더라도 탱커, 힐러, 마법사 등 포지션별로 역할이 주어지고 각자 맡은바 역할을 통해서 게임을 클리어한다. 기업이나 군대 역시 각자 독립적 역할을 가진 다수가 모여 하나의 목표 해결을 추구한다. 혼자서 다 잘 해내기는 어렵고 비효율적인 것이 인간 사회이다. 그러나 머신러닝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은 이런 제약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머신 러닝은 단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만일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 머신 러닝이라면, 혼자서 게임의 모든 포지션과 직업을 모두 소화하면서 자동으로 캐릭터를 육성해나갈 것이다. 머신러닝으로 게임 캐릭터를 육성한 인간 유저는 의자 뒷편에 커파 한잔을 들고 느긋하게 앉아 자신의 게임 캐릭터가 다른 인간 게임 유저를 무참하게 농락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 전인적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은 확정되지 않은 미래다 -

광고인의 일 이라는 것도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다. 머신러닝이 적용된 광고는 정확한 시점에 적절한 고객에게 최저의 비용으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쉴 틈없이 일을 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고객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광고에 대한 새로운 통찰로 판단을 하며, 결과에 대한 분석과 피드백은 새로운 데이터로 머신 러닝에 다시 투입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de)분석의 시대(The age of Analytics)’라는 보고서를 통하여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인간의 개입이 사라질 수 있는 주요 산업들을 설명하였는데(The age of analytics: Competing in a data-driven world (mckinsey.com)), 주로 영향을 받는 부분들이 맞춤형 광고, 소비자 직관 발견, 미디어 관리 등 광고의 주요 영역들이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광고인들은 머신러닝을 그다지 미더워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동화된 셋팅이나 광고 시스템이 추천한 방식으로 광고 캠페인을 자동화하였더니 초반 성과가 기대보다 신통치 못하였다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반에 일정한 학습량이 필요한 머신 러닝의 특성 상, 대부분 광고 자동화의 도입 초기에 겪기 쉬운 현상이다. 머신 러닝의 학습과정은 최초의 데이터 셋트를 통하여 머신 러닝 알고리듬을 훈련시키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초기 이후에도 광고 셋팅에 변화 요인이 있을 때에는 머신러닝은 새로운 변수나 조건들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말 그대로 테스트하게 된다. 이 테스트 과정을 통하여 특정 변수나 조건들이 결과 값에 미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의 정도와 크기를 계산하고, 이를 반영하여 미래 결과를 예측하게 되는 것이다.

머신 러닝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광고 전문가들도 이제는 크게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배정한 소중한 광고 예산의 상당 부분이 단지 연습을 위해서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머신러닝이 학습에 사용되는 광고 예산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예산의 낭비 요인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니 머신러닝에 의한 광고 자동화가 쉽사리 용납될 리가 없다. 그러나 학습 과정 없이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람이나 기계나.. 우리 모두 우리가 학창시절 벌였던, 혹은 성인이 된 후 지금도 벌이고 있을지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기억해야 한다. 실수를 통하여 배우며, 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 비용으로 인식하여야만 앞으로 나갈수 있다. 더 나은 광고 성과를 기대하는 광고인들은 이제 광고 자동화를 위한 '교육비'항목을 따로 만들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지켜봐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머신러닝에 기반한 광고 자동화는 절대 실망시키는 법 없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정해진 결말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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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부지런한 머신 러닝에 의하여 창출된 결과물이고, 굳이 4차산업혁명을 호출하지 않더라고 머신러닝이 미래를 결정할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시중에는 머신러닝을 쉽게 가르치는 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광고인이나 마케터가 직접 머신러닝을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 물론 알고 있으면 모르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지만 머리가 아플때는 자연스럽게 타이레놀로 두통을 해결하고, 자동차 엔진이나 구조에 관하여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운전을 하고 원하는 장소로 간다. 과거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던 차임 바이츠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하였다. 친분이 있던 두사람은 매일 아침마다 만나 식사를 같이 하였고, 매일 2시간 이상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상대성이론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내 여행이 끝나갈 때 그는 본인이 여전히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확신하였다.

머신러닝 역시 마케터에게 그런 존재일 뿐이다. 굳이 원리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빅 통계 기술이 없더라도 충분히 머신러닝의 가져올 결과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머신 러닝에 대한 본원적인 분석이나 이해는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보자.

- 기술은 메카닉에게, 혜택은 이용자에게 -

대부분의 대학에서의 광고 교육이 아직 그렇듯이 담당하는 과목 역시 ATL 중심의 오랫된 이론이나 광고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보통이었고 간간히 디지털 광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전통적 4대매체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었다. 실험적으로 20202학기부터 전통 매체에 대한 논의는 최대한 줄이고 강의 대부분을 디지털 광고나 퍼포먼스 마케팅 중심으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접하게 되는 학생들에게 청주대학교를 홍보하도록 과제를 주었고, 광고예산을 확보하여 실제 키워드 광고를 집행하였다. 대학 수능철이 가까운 시점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광고 주제였고 비교적 광고 초보자가 키워드를 뽑아내기에도 적절하다고 판단되었다. 실제 40명의 학생들이 6개의 팀을 이룬후에 랜딩 페이지를 대학교 홈페이지로 설정한 후 누가 더 높은 클릭률을 달성하는지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대부분 팀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뽑아낸 핵심 키워드는 대학교 이름이었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키워드 리스트를 작성하였지만 다수의 팀에서 청주대학교는 가장 관심을 끌 수 있는 결정적 키워드로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키워드는 노출은 잘 되었지만, 클릭률은 처참하였다.

대부분의 검색서비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지원하고자하는 대학에 대한 관심으로 키워드를 입력하지만, 공식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뻔한 정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졸업생이나 다른 이용자들의 비공식적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예비순위 같은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는 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광고 성과의 중간 점검 이후 각 팀들은 청주대학교 수시등급’, ‘정시 3등급대학등 보다 BOFU(Bottom of Funnel)을 직격할 수 있는 대체 키워드들을 개발하였고, 이들의 광고 성과는 조금 더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키워드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검색 동기에 근접한 키워드로의 변경은 클릭률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광고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키워드 대신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키워드를 변경함에 따른 예산의 절약도 가능하게 하였다.

이번 학기를 통하여 학생들이 학습한 것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이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 광고업계에서 새로운 지식은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고 있다. 네이버광고나 구글 애즈에서는 자체적으로 키워드 선정과 입찰가 결정을 도와주는 키워드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고, 그 이외에도 키워드 리서치를 코칭하는 독립적인 광고 지원서비스들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누가 가장 똑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가를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고 누가 가장 똑똑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가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른바 애드 테크(Ad-tech)의 대항해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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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에서 다년간 마케팅 관련 실무를 경험하였고, 이후 프리랜서로서 기업의 시장조사와 컨설팅을 매년 끊임없이 해온 입장에서 코틀러에 의해 정립되었고, 마케팅 공통어가 된 전통적인 마케팅 프레임워크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STP 전략은 시장을 바로 이해하는 첫걸음으로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들여다보기 위한 수단으로써,, 시장을 세분화하고 세분시장 내의 고객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새로운 전략이나 문제 해결방안이 떠오르고는 했다.

<전통적 STP, 여전히 유효한가?>

사실 이 과정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장세분화를 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나 잡지, 보고서 등의 2차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한 자료를 다양한 통계 도구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아내는 직관도 상당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데이터나 동일한 자료를 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식견과 수준에 따라서 도출되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 기획자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네이버광고나 구글 애즈에서 이런 타기팅 기능을 자동화하여 제공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다지 이런 기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자동화된 기능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직접 광고를 셋팅하는 것이 분명 더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알파고가 바둑의 최정상임을 증명한 세상이지만, 아직 광고나 마케팅은 인간의 창의성이 지배하는 영역이고 기계가 따라오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설문조사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SPSS로 분석하고 포지셔닝 맵을 그려보면서,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 보았던 트렌드 변화를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타겟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마케팅 자동화에 대한 논의나 연구가 점점 더 많이 부각되고 있었지만, 자동화는 게으름이라고 생각되었다.

최근에는 구글 광고를 셋팅할 때, 자동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구글이 경고를 보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이런 경고를 접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서 차츰 자동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구글 광고 자동화. 수동입찰 권장하지 않음>

우리가 여전히 자동화된 광고, 마케팅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오랫동안 쌓아온 개인의 전문성이나 지식이 무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공포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포심이 커지던 말던 내일의 자동화는 오늘보다 더욱 정교하고 강력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광고의 결과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인간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내놓을 것임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공장에서 인간 작업공이 조립 로봇의 생산성을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 일을 할 사람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 믿은 따위는 제쳐 놓고 우리가 자동화된 마케팅과 광고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 기차가 인간보다 빠르다고 한탄하는 사람은 없다. 자동화된 광고도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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