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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디지털 마케팅의 변화

디지털(digital)이라는 단어가 엔지니어의 손을 넘어서 소비자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한 단어가 된 지도 20년 이상이 지났다. 디지털 기술 적용의 본격화는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본원적 특성까지 바꾸어 놓게 되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 냉장고 등 인공 지능과 정보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고, 서비스 역시 온라인 쇼핑몰을 필두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서비스와 개인화 1인 미디어의 확산 등 전례 없는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급격한 기업 마케팅 환경의 변화는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사건임에는 분명하나, 대학이나 기업에서 가르치고 통용되던 마케팅 이론이 점차 더욱 노후화되고 불완전해 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후화되고 불완전하다는 것은 과거의 이론과 경험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새로운 베스트 프랙티스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 마케팅 4P 전략으로 요약되는 기존 마케팅의 이론의 필요성은 여전히 견고하며, 미래에도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성큼 다가온 변화의 시대에 결코 충분하지 않음은 많은 연구자들과 기업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 결과 디지털 시대의 설명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 이론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하였다. 디지털 마케팅의 영역에 대하여 다소 모호함이 있으나 본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디지털 마케팅의 영역에 대한 이해>

즉, 마케팅 기법이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정도(디지털 마케팅, 아날로그 마케팅), 그리고 제품이 디지털 제품 카테고리에 근접한 정도(디지털 제품, 아날로그 제품)에 따라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2b(올드 스쿨) 영역은 전통적인 마케팅의 영역으로 기존의 마케팅 이론에 바탕하여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2a(전자상거래 마케팅)는 상품의 변화는 크게 없으나 탈중개화로 대변되는 인터넷 유통망을 이해하려는 마케팅 변화의 접근이며, 1b(캐즘 마케팅)는 새롭게 등장한 ICT 제품이나 컨버전스 제품의 마케팅을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을 수정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반면에 1a(콘텐츠 마케팅)는 콘텐츠, 웹페이지, 동영상 채널, 소셜 미디어 등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콘텐츠를 하나의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최신의 디지털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여 고객 전환을 추구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광의로는 1a, 1b, 2a를 모두 디지털 마케팅으로 칭할 수 있으며, 최근 강조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협의로는 1a로 그 영역이 좁혀진다.

우선 캐즘 마케팅 영역을 개척한 대표적인 연구는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가 1991년 저술한 캐즘 마케팅(원제: Crossing the Chasm: Marketing and Selling High-Tech Products to Mainstream Customers)이다. 이 책은 저술 당시의 스타트업 기술기업들의 흥망성세에 주목하면서, 초기 시장의 성공을 주류 시장으로 이어가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캐즘 전후의 소비자 차이를 인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기술 제품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선도 수용자 층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결함이 없는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을 통하여 주류 시장으로 넘어갈 것을 권한다. 캐즘 이론에 기반한 디지털 소비자의 이해와 전략은 현재까지 많은 마케팅 도서에서 복제되어 다루고 있다.

<캐즘 도서 표지>

두 번째 디지털 마케팅의 연구 흐름은 온라인 유통 구조의 변화에 주목한 연구들이 등장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유통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변화들에 보다 주목하고, 탈 중개화(disintermediation) 시대에 발견되는 소비자와 기업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주제로 삼아왔다. 이들 연구들은 e-SERVQUAL(해설: 온라인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지표) 같은 PC 및 모바일 쇼핑몰의 품질 특성이나 옴니 채널 같은 유통 전략을 중심으로 디지털 마케팅 시대를 이해하여 왔다.

그러나 기존의 두 흐름(캐즘이론, 탈중개화 이론)만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 경영학을 졸업한 많은 학생들은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자신들이 배워왔던 경영학, 마케팅 이론과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 사이에 적지 않은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대학의 마케팅 교육이 급격한 디지털 마케팅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 있으며, 그 간격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마케팅 원론, 소비자 행동론, 시장조사론 등 전통적 마케팅 교과목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신 디지털 마케팅 이론과 사례들이 접목됨으로서 디지털 마케팅 기법들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즉,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공용어인 Growth hacking, Goggle Analaytic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의 광고 관리,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online survey, Blog marketing, Campaign automation, AB test 등이 추가로 마케팅 교육의 경계로 들어와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통합적 마케팅 교육을 하는 대학도 국내에는 거의 없으며, 관련된 참고서적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본 글의 저자 본인도 학사나 석사, 박사 학위과정중에서는 이런 실무적인 디지털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대학 연구자 대부분이 기업에서 근무한 실무 경험이 없으니 이런 교육을 요구받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본 블로그는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하여 시작하려고 한다. 향후 디지털 마케팅 수업은 별도의 교재 없이 블로그의 내용을 업데이트해가면서 진행하려고 한다. 또한 본 블로그에는 GA의 픽셀(해설: 추적 코드)이 삽입되어 있어서, 향후 GA 실습수업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개인 유저에게 GA 트랙킹 코드를 HTML head에 직접 심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블로그는 T스토리가 거의 유일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블로깅할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해본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 본 1장(1.1~1.4)의 내용을 강의에 활용하시려는 분은 아래 요약된 강의용 프리젠테이션(pdf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장_디지털마케팅의 이해.pdf
0.89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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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하이테크 제품의 등장.

최근의 기술 발전 속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증강현실, VR, 5G, 스트리밍 등 다소 생소한 기술 용어들이 언론 보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현재의 기술 혁신은 복잡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기술간 상호 연동이 되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시장과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 떄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도 하였다. 

기술과 상품의 변화는 연쇄적으로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과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인 굴뚝 산업보다 변화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흔히 카지노 경쟁 혹은 승자승(winner takes all) 경쟁으로 비유되듯이 향후 글로벌 시장의 미래에는 각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가진 단 한두개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타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현재 한국의 삼성, 하이닉스 두 기업이 점유한 반도체 D램 시장의 점유율은 70%를 초과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서는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수합병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카지노 경쟁의 등장>

이와같은 기술과 상품, 산업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혈연, 지연으로 국한되었던 좁은 관계가 해체되고 새로운 가상, 즉흥적인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 서비스 확산은 기존의 수직적, 정적인 공동체의 의미를 수평적, 역동적인 공동체 즉 가치 지향적인 커뮤니티로 변모시켜나갔다. 새롭게 등장한 1인 미디어 시장의 예를 보면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나이와 지위 등 현실에 존재하는 벽이 없이 남녀노소가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린 학생도 자기 관심분야에서는 인플루언서로서 어른들에게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시장의 주도권도 기업에서 점차 고객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의 변화는 기업의 대응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다양해지는 고객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질 수 있다면 그 기업은 경쟁 기업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런 경쟁 우위를 달성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되는 점은 욕구 충족 단계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의 정의에 대한 부분이다. 사회학적인 관점이 아닌 마케팅적 관점에서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고객에게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목표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즉 이런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 최소의 노력으로 깊이 있는 고객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 가능하고 그들로부터 체계적인고객의 소리(VOC)의 수집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고객의 소리를 수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 장애 요인들이 존재한다.

첫째, 흔히 발생하는 경우로 고객의 소리와 제품 개발자, 마케팅 기획자 등 기업과의 불일치이다. 흔히 제품 담당자는 고객과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지식이 실제 고객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특히 기술 지향적인 일부 기업들은 하이테크 제품에 고객의 소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제품이 나오면 고객들의 구매로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견 타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제품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 선도자나 기술애호가 집단과의 면접이나 시장조사, 사용행위 관찰 등을 통해서 기업은 보다 시장지향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보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전자제품 등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실제로 고객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구두로 표현하지 못하곤 한다. 막연한 제품에 대한 불만이나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가지고 있지만 이를 손쉽게 시장조사자들에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이런 잠재된 고객의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 고객 문제 해결을 넘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품의 타겟이 될 대상 고객으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표면적인 욕구와 표현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욕구를 해결해 준다면 고객들의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 유용한 솔루션으로 제품을 인식하게 되고 그 제품은 시장에서 환영받게 될 것이다.

전자 제품과 관련해서 고객들이 느끼는 표현된 혹은 잠재된 욕구는 실로 다양하다.

일예로 제품에 대한 신뢰, 납기의 정확성, 포장, 설치, 사용편리성, 요금, 판매 후 관리 등 실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하이테크 상품과 관련해서는 크게 품질, 가격, 요구의 반응 속도, 가치 제공정도의 4가지 측면에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품질이다. 가노(Kano)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고객 입장에서의 품질은 크게 당연 품질, 성과 품질, 환상 품질로 구분될 수 있다. 당연 품질은 너무나 당연해서 고객들이 기업에 요구하거나 표현하지는 않아서 제공되더라도 별로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치만 달성되지 못했을 경우 불만이 고조되는 가장 기본적인 품질이다. 에어컨이 시원하더라도 고객은 당연하게 느끼겠지만 그렇치 않다면 불만이 높아질 것이다. 성과품질은 제공 되었을 경우에는 만족도가 올라가고 미 제공시에는 만족도가 내려가는 품질 요인이다. 세탁기가 절전기능이 뛰어나다면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그렇치 못할 경우에는 만족도가 내려갈 것이다. 반면에 환상 품질은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서 고객만족의 극대화가 가능한 품질 요인이다. 에어컨에 대해 고객이 표현하는 욕구는 냉방력, 공기정화 정도일 것이지만 공조기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고객이 미처 에어컨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가치들을 제공함으로서 환상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들이 느끼는 품질요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지고, 환상품질은 성과품질로, 성과 품질은 당연 품질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적인 가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가격의 문제이다. 과거 기업이 취한 가격의 문제는 일차원적인 문제의 고민이었다. , 제품의 판매가를 얼마로 할 것인가가 고민의 축이었다. 그러나 하이테크 상품에서 가격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는 시간의 흐름 관점에서 본 총 소유비용(TCO)의 관점이다. 대형 수요를 발생시키는 기업은 물론 개인도 점차 단순 구매가격보다는 총 소유비용의 관점에서 가격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 제품군을 판매하는 IBM이나 HP 같은 대형 IT 기업은 서버 판매보다는 유지보수, S.I(system integration) 등 고객이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반 소비재의 경우에도 프린터, 정수기 냉장고 등 총 소유비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보다 타당한 제품들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최종 소비자에게 총 소유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이 보다 환영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셋째, 요구에의 반응 속도이다. 제품의 기획단계에서 제품 개발, 판매, 사후 관리의 전과정에 걸친 요구 관리가 필요해진다. 이런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을 시장 지향적(market driven)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최근에는 고객의 요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요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야 말로 기업이 환경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일 것이다.

넷째 총체적인 가치의 제공이다. 총체적이라 함은 앞서 말한 품질, 가격, 반응속도가 모두 적절히 동시에 제공됨으로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고객과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업의 제 활동들이 가치 지향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마케팅 환경에서 고객의 문제는 고객의 문제로 끝나지 않다. 바로 기업의 기회이자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바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 해결에 실패하거나 경쟁사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한다면 위기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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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에자일 시대의 마케터

최근 성공한 스타트업의 조직 특성에서 시작해서 대기업에서도 적극 도입을 추진하는 조직형태로 에자일 팀(agile team)이 화두다. '민첩함'으로 번역되는 에자일 방식은 2000년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며, 그 이후 조직 전반의 사업 운영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다수의 개발자가 오랜기간 동안 개발하는 지난한 방식이었다. 특히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계획과 준수해야 되는 매뉴얼을 갖추고 원격지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개발 완료에 이르기까지 수년에서 십년이상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계획아래 수행되는 대규모 개발 방식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프로젝트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문제점을 인식한 일련의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에자일 연합'을 구성하면서 보다 빠르고, 상황에 적합하고 유연한 개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개발 속도, 지속적인 제공, 요구사항의 반영, 개발자와 담당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소통, 실행가능성, 피드백을 강조하였다.

이후 그 효과성이 인정되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자라, 유니클로 등 경쟁 속도와 환경에의 적응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기업들이 에자일의 도입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에자일 조직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소규모로 팀을 꾸리고 구성원 각자에게 오너쉽과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에자일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에자일 경영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며, 디지털 마케팅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에자일 시대에 적합한 인재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Kenny Rubin(2012)는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원문: https://innolution.com/). T자형 인재란 T자형 지식과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데, 특히 T자형 지식이란 전문 분야에서의 심층적인 수직 스킬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타 분야에서도 광범위한(꼭 해당 분야 전문가처럼 심오할 필요는 없음) 이해가 있는 인재이다. 기술과 마케팅이 교차하고 협업이 필수적인 현대의 기업에서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고, 삼성전자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 역시 T자형 인재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마케터 혹은 그로쓰 마케터의 모집 공고는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지 잘 보여준다(https://www.notion.so/10537d0c4e9a427baffd66b582830dbd). 기업은 한 사람의 디지털 마케터에게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고, 고객 경험에 기반한 제품/서비스 기획 역량,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시장 조사, 트래픽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의사결정 능력, 사용자 경험 디자인, 환경 대응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각적 크리에이티브 제작 관리, 타 부서와의 협업 능력 등을 요구한다. 사실 본 저자는 운이 좋았다. 만일 요즘에 졸업하였다면 여전히 취업준비중일 가능성이 높다.

<그로쓰 마케터 모집공고와 요구 역량>

이에 따라 디지털 마케팅의 교육 역시 마케팅 수직 스킬을 갖춘 마케터의 양성에서 벗어나 디지털 스킬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갖춘 T자형 인재 양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각 대학교 마다 다르지만, 개략적인 커리 큘럼으로 기존 마케팅 인력 양성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I자 인력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업에서 마케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과 기반 기술에 대한 이해, 둘째,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로직과 운용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이러한 T자형 지식을 갖춤으로서, 제품개발, 판매, 마케팅, 성과 측정 전반에 걸쳐서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유연한 고성과 마케팅 조직의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마케터가 제품 개발에 가서 협력하고 싶어도, 사용하는 기초적인 언어(jargon), 쌍방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아서 장애 요인이 되어 왔다. 기술개발 부서 입장에서는 개발에 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마케터가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방해이며, 개발속도를 늦출 뿐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 역시 I자형 교육을 받은 전통적인 마케터가 소외되는 현상이 보인다. 데이타베이스나 SQL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HTML이나 각종 다양한 광고관리 툴에 대한 이해가 없이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마케터가 주역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오히려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디지털 마케팅 툴을 운용하면서 마케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 역시 전반적인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나 경험의 결여로, 지나치게 데이타에 의존하여, 마케팅 현상이나 원인에 대한 이해도 없이 결과 만을 추종하는 기계적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T자형 마케터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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