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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물론이고 정치인, 정당과 관련된 뉴스 혹은 유권자들이 제시하는 루머는 단순히 떠돌아다니는 흥미로운 가쉽 거리 수준을 넘어서 정치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증대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치인 한 개인을 대상으로 제시되는 부정적인 루머는 개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이고, 해당 정당이 어렵게 쌓아올린 국민적 지지까지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영향력 증대와 일반 대중의 손쉬운 정보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정치 관련자들에게 이런 루머가 발생하는 것은 이제 매우 흔한 일상이 되었다. 최근 정치적 충돌이 심화되고, 유권자의 감시와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정치인의 공적 생활은 물론이고 사적인 영역에까지 관심을 갖는 유권자들이 증대하였고, 정치인들은 항상 이런 화제의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특히 진위 여부 자체에는 관심없지만, 네티즌의 관심과 조회 수에 목마른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 정보 접근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스마트폰 등 기기의 보편화로 인하여 앞으로 루머는 더욱 빈번하게 등장할 것이며, 루머의 파괴력은 계속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과 그 보좌관, 그리고 정치 마케팅을 전담하는 스핀닥터 들에게 있어서 루머에 대한 대응은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머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응 노력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루머가 정치의 일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루머에 대한 대응은 거의 미비한 수준이다. 루머가 퍼져나가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을 때, 정치인들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적절치 못한 발언과 해명으로 공분과 의혹을 증폭시키거나,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런 부적절한 대응에는 루머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정치 분야는 물론이고 경영, 심리학 등 관련 분야에서도 매우 부족하였음을 한 이유로 제시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 루머는 오랫동안 연구 주제로 적합하지 않다고 무시되어 왔으며, 루머에 대한 실제 실증조사나 실험도 진행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정치 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루머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하고 있다.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유권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급증은 루머의 파괴력을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점점 희소해지고 가짜 뉴스가 증대하면서, 루머는 중요한 정보원으로서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불안한 정치와 경제 상황, 부자와 대중의 반목과 분노, 이제는 상시적인 이슈가 된 실업난, 구직난, 인구 감소 등 사회적 불안의 증대는 정치 전반에 걸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로 확신받기에 적합한 온상이 되고 있으며,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기존의 소셜 미디어들은 물론이고 정치인들의 개인 방송을 통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그러나 부정확한 정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재생산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정치 관련자들은 루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면 이런 증대하는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곤란해질 것이다. 이제 임시방편적이고 무계획한 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진솔하고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루머지만, 이의 정체에 관해서는 아직 수렴된 의견이 부족하며, 견해에 따라 의견들이 나뉜다. 우선 사전적 의미에서의 루머는 신뢰할 만한 타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회자되는 일상적 대화나 의견이라고 정의된다. , 사실 여부의 검증과 상관없이 유용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은 떠도는 정보를 루머라고 볼 수 있다.

유사한 개념으로 가쉽 거리나 입소문, 도시 전설 등이 있지만, 이들은 루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가쉽은 주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친근한 지인들 간의 만남에서 현장에 없는 제 3자에 대한 험담이나 비방을 의미한다. 입소문은 주로 개인이 직접 경험했던 실제적 경험에 관하여 발생되고, 주로 마케팅 등 상업적 정보들이 전달된다. 도시 전설은 루머보다 더 오랫동안 시간을 살아남아 전승되며, 주기적으로 시차를 두고 동일 혹은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정치에 대한 루머가 주로 정치, 경제, 사회 일반에 걸쳐 전혀 모르는 낯선 타인들 간에도 쉽사리 유통되고 확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루머는 다른 개념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 유사개념간 비교

구분

정의

특색

사례

루머

(rumor)

사실인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거나 위협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성이 있으며 보통 불특정한 다수를 대상으로 전파됨. 또한 비교적 그 생명력이 짧음

‘M사의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간다

구전

(W.O.M)

메시지의 수신자가 친구나 동료에게 이야기함으로서 정보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개인들이 직접 체득한 실제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음

‘S사의 노트북 제품은 발열과 소음이 상당하다는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후기

스토리

(story)

중요도가 비교적 높은 인생의 경험에 관련된 이야기

신화, 구전, 드라마, 만화,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비교적 적극적인 개념임

소주 브랜드에 얽힌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

가십

(gossip)

서로 친근한 사람들이 모여서 현장에 없는 제3자의 사적인 생활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거의 해가 없는 행위로서 즐겁고 편안하게 사회적 유대를 맺기 위하여 사용됨

직상 상사의 술버릇 혹은 친구들의 이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동료간 결속을 다지게 해줌.

도시

전설

(urban

legend)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전승되어온 가공의 이야기

비교적 구성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삶의 교훈을 주는 것이 목적임. 또한 루머와 다르게 장시간 동안 살아남아 반복됨.

빨간 마스크학교 괴담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어린이 유괴와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킴

사실상 루머가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루머의 최초 생성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파악하는 것도 지난한 일이지만, 루머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그 내용과 맥락이 유지되기 보다는 변형이 일어나는 일이 빈번하여 다른 이야기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또한 루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루머가 사실일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사실 여부에 대중은 별로 관심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루머는 퍼진 순간 이미 사실 여부의 규명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수면자 효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최초에 의심스러운 소스로부터 루머를 들었을 때 루머에 대하여 반신반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스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고 메시지만 남아서, 진위와 상관없이 기억되고 공유되는 것이다. 그 결과, 한번 발생한 루머를 합리적인 정보와 자료 제공, 적절한 설득을 통하여 원천 무효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왜 대중들은 루머에 관심을 갖고 확산시키는지 그 동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들이 있다. 우선 가정 먼저 주목할 것은 루머가 불확실성을 상쇄시키는 힘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중들은 관심이 갈만한 사안에 대하여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 공개적 정보가 없는 경우에 매우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각하게 되며, 이러한 모호한 상황을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모호한 상황에 대하여 가능한 설명들, 즉 루머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루머는 유용하다.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람들은 혼자 있기보다는 대중과 사회의 일원이 되어 소속감을 얻고 위로를 얻고자 하는데, 루머를 생성하고 공유, 확산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회 속에서 보다 원활하고 솝쉽게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개인의 느끼는 불안감과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는 루머 생성과 확산의 핵심적 동기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재가 루머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태초의 의심스러운 이야기가 루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용적 측면에서 씨앗을 품어야만 한다. 루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반드시 재미있고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주목을 끌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재미, 충격, 주목성이라는 세 박자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루머는 사회적 이슈성이나 긴장성이 떨어지게 되고, 확산되지 못하고 소멸될 것이다.

루머는 일반 대중이 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확산되는 것이다. 루머는 비록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클지라도 대중에게 있어서는 매우 긴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루머에 대응하는 방법도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을 잠재울 투명한 정보의 제공이 우선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심리적 불안이 제거된다면 자연스럽게 루머는 약해질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된 정서적 고갈 상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정치 루머가 좌파, 우파의 진영 논리를 바탕으로 기승을 부리는 것은 루머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특정 집단에의 소속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이 정치 진영이 아닌 다른 애착을 가질 대상을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가정, 사회가 흔들리는 우리 사회가 일반인들이 소속의 정체성에 혼란을 부추겼으며, 루머 양산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루머는 고도로 연결된 대중사회의 결과물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은 정치 마케팅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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