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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에자일 시대의 마케터

최근 성공한 스타트업의 조직 특성에서 시작해서 대기업에서도 적극 도입을 추진하는 조직형태로 에자일 팀(agile team)이 화두다. '민첩함'으로 번역되는 에자일 방식은 2000년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며, 그 이후 조직 전반의 사업 운영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다수의 개발자가 오랜기간 동안 개발하는 지난한 방식이었다. 특히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계획과 준수해야 되는 매뉴얼을 갖추고 원격지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개발 완료에 이르기까지 수년에서 십년이상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계획아래 수행되는 대규모 개발 방식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프로젝트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문제점을 인식한 일련의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에자일 연합'을 구성하면서 보다 빠르고, 상황에 적합하고 유연한 개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개발 속도, 지속적인 제공, 요구사항의 반영, 개발자와 담당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소통, 실행가능성, 피드백을 강조하였다.

이후 그 효과성이 인정되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자라, 유니클로 등 경쟁 속도와 환경에의 적응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기업들이 에자일의 도입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에자일 조직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소규모로 팀을 꾸리고 구성원 각자에게 오너쉽과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에자일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에자일 경영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며, 디지털 마케팅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에자일 시대에 적합한 인재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Kenny Rubin(2012)는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원문: https://innolution.com/). T자형 인재란 T자형 지식과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데, 특히 T자형 지식이란 전문 분야에서의 심층적인 수직 스킬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타 분야에서도 광범위한(꼭 해당 분야 전문가처럼 심오할 필요는 없음) 이해가 있는 인재이다. 기술과 마케팅이 교차하고 협업이 필수적인 현대의 기업에서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고, 삼성전자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 역시 T자형 인재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마케터 혹은 그로쓰 마케터의 모집 공고는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지 잘 보여준다(https://www.notion.so/10537d0c4e9a427baffd66b582830dbd). 기업은 한 사람의 디지털 마케터에게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고, 고객 경험에 기반한 제품/서비스 기획 역량,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시장 조사, 트래픽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의사결정 능력, 사용자 경험 디자인, 환경 대응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각적 크리에이티브 제작 관리, 타 부서와의 협업 능력 등을 요구한다. 사실 본 저자는 운이 좋았다. 만일 요즘에 졸업하였다면 여전히 취업준비중일 가능성이 높다.

<그로쓰 마케터 모집공고와 요구 역량>

이에 따라 디지털 마케팅의 교육 역시 마케팅 수직 스킬을 갖춘 마케터의 양성에서 벗어나 디지털 스킬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갖춘 T자형 인재 양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각 대학교 마다 다르지만, 개략적인 커리 큘럼으로 기존 마케팅 인력 양성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I자 인력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업에서 마케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과 기반 기술에 대한 이해, 둘째,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로직과 운용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이러한 T자형 지식을 갖춤으로서, 제품개발, 판매, 마케팅, 성과 측정 전반에 걸쳐서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유연한 고성과 마케팅 조직의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마케터가 제품 개발에 가서 협력하고 싶어도, 사용하는 기초적인 언어(jargon), 쌍방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아서 장애 요인이 되어 왔다. 기술개발 부서 입장에서는 개발에 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마케터가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방해이며, 개발속도를 늦출 뿐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 역시 I자형 교육을 받은 전통적인 마케터가 소외되는 현상이 보인다. 데이타베이스나 SQL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HTML이나 각종 다양한 광고관리 툴에 대한 이해가 없이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마케터가 주역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오히려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디지털 마케팅 툴을 운용하면서 마케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 역시 전반적인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나 경험의 결여로, 지나치게 데이타에 의존하여, 마케팅 현상이나 원인에 대한 이해도 없이 결과 만을 추종하는 기계적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T자형 마케터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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