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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에 기반한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로 소매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에 비례하여 아마존, 쿠팡 등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은 급속한 성장세이다.  고객들도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보다 저렴하게 하는 '쇼루밍족(showrooming)'이 일반화되었다. 한때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에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벌였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보였던 소비자의 관심은 이제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주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온라인에서 1~2시간 내외에 깜짝 세일을 하는 사이버 먼데이 행사로 옮겨갔다. 매출액면에서는 오히려 사이버 먼데이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지르고 있다.

이에 기존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온라인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대응 방안으로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매장에 접목하고 있다. 직접 옷을 입지 않아도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상 피팅룸, 자동 계산대, 물류 로봇, QR코드, 스마트폰 앱 등에 대한 투자로 유통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대형 유통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인 생존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옴니 채널은 고객과 상호작용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 거점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채널의 통합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한 제품을 집에서 온라인 주문할 수 있게 하는 등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추가적인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한다는 것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옴니채널 이전에는 유사한 개념으로 멀티 채널 전략, 크로스 채널 전략 등이 존재하여 왔다. 과거의 멀티 채널이나 크로스채널 전략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복수의 유통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면, 옴니 채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확보된 온,오프라인 거점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고객의 전반적인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동일한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경우에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판촉 기간, 고객관리규정 등이 상이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고객의 쇼핑 경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코 같지 않았으며, 채널간 유기적인 연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점검하고, 구매는 더 저렴한 온라인 매장에서 사는 등 구매 행동은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옴니채널 하에서는 모든 초점을 고객에 맞추고 채널의 정보가 실시간 통합 운용되므로 일관되고 연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고객들은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뒤 매장을 방문하여 수령할 수도 있고, 여행지인 제주도에서 구매한 상품을 집 근처 매장에서 찾아갈 수 도 있다. 어느 매장에서 샀든지와 무관하게 온라인 혹은 매장 방문을 통하여 반품할 수도 있다.

옴니채널이 소비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에 이바지한다. 중국 산시대학교와 미국 미시건대학의 공동 연구진들은 옴니채널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통합된 촉진, 통합된 거래정보 관리, 통합된 상품과 가격 관리, 통합된 정보접근, 통합된 주문처리, 통합된 고객서비스를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특성이 유통 기업의 성과 확대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 점포에 걸려서 재고가 실시간 파악되므로 한 매장에 매진된 상품이라도 재고가 남아있는 다른 매장을 찾아서 판매가 가능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의 물류 및 배송 기지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하게 레버리지함으로서,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응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국내외 유통기업들은 발빠르게 옴니채널을 도입하여 왔다.  미국의 월마트는 '스캔앤고(scan and go)'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는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여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제하는 서비스로서, 온라인 결제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하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는 불편함을 제거하였다.

또한 영국의 존 루이스 백화점은 터치스크린으로 제작된 인터액티브 스크린을 통하여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검색하거나 주문할 수 있게 하였으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더라도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하여 선택한 옷의 착용 전후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일 미(Style Me)'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아마존 역시 온라인 강자에 만족하지 않고 오프라인 거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거점을 확보하기 도입한 '대시(dash) 버튼' 서비스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대시 버튼은 버튼이 달린 작은 무선 인터넷 기기이다.  보통 세제, 음료, 생수, 과자 등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제품의 브랜드가 버튼에 인쇄되어 있으며, 해당 제품이 필요할 때 단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아마존에서 자동적으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초기 버튼 구입 가격은 5달러이지만, 첫 번째 주문 시 이에 상응하는 5달러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료로 배포되었다. 구독 서비스라는 콘셉트를 적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옴니 채널의 실험이 도입된지 수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례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존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시 버튼'도 사용자의 이용 빈도가 현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결국 2019년에 단종되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옴니 채널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커가고 있다.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온라인 유통채널 전략에 비하여 그다지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다. 실제로 최근 옴니채널의 주요 속성과 고객 만족도 간의 관계에 대한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된 상품 및 가격관리가 고객 만족도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 통합된 거래정보, 고객정보, 주문처리, 고객 서비스 등은 고객 만족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어느 매장이나 쇼핑몰에서나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장점은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지만, 그 외에 별다른 옴니채널의 장점은 없다는 점이다. 옴니채널의 가격이 결코 쇼핑몰 전문 온라인 기업보다 더 싸게 책정될 수 없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경쟁사와의 비교 차원에서 보면 뚜렷한 고객 혜택이라 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 결제가 확산되고 구매 편리성도 증대되면서 심화된 소비자의 모바일 구매 쏠림도 큰 영향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스타일쉐어' 등 M커머스를 지향하는 쇼핑몰 등은 유튜브 방송과 인플루언서에 의한 추천 형태의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등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과의 차별점을 더 벌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옴니채널을 통한 기업의 내부 효율성 개선과 같은 효과는 뚜렷할지 모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옴니채널이 제공하는 가치가 모호한 것이다. 고객이 배제된 비지니스 모델에서 성공적인 신유통은 태어나지 않는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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