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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있는 무수하게 많은 상품들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가격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길리언 쿠(Gullian Ku)’eBayAmazon 같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매 가격이 결정되는지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연구를 통해 경매의 시작인 입찰 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오히려 최종 낙찰 가격은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낮은 가격에서 입찰이 시작되면 최종 낙찰 가격도 당연히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똑 같은 고가의 노트북을 경매로 판매할 때 입찰 가격 1만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입찰 가격 10만원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오히려 최종 낙찰가는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되었을까요? 그녀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3단계의 소비자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우선 첫 단계로 낮은 입찰 가격은 부담이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로,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했다는 것은 아직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품의 품질이나 인기에 대한 사회적 증거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그 제품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거나 인기를 끌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더 많은 입찰자들이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로, 일단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매에 참여하는 노력이나 투자한 시간 등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계속 경매에 참여하고자 하며, 결과적으로 높은 낙찰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1. 가격이란?

재래시장에 가면 콩나물 값 100원을 깍기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어머니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도 가장 손님이 몰리는 곳은 역시 세일하는 상품들 앞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한 것 중의 하나가 상품의 가격인 것은 재래시장이나 현대적인 마트에서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례에서 본 것처럼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상품들도 역시 날개돋힌 듯 팔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명확한 숫자로 제시되는 가격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있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도대체 싼 가격이 좋은 것인지 비싼 가격이 좋은 것인지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가격은 영수증에 찍히는 숫자 이상의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가격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1) 기업의 입장과 (2) 소비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입니다. 기업은 적정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서 이익을 누릴 수 있고 기업의 지속적 생존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으며 상품개발이나 광고 같이 비용이 소요되는 다른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또한 가격을 변경하였을 경우 가격 변경의 영향은 기업의 수익성과 같은 성과에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리 변경하기는 쉬워도 이를 철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은 기업과 정반대로 원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되는 비용입니다. 자신에게 큰 혜택이나 가치를 줄 수 있는 경우에는 보통 더 큰 비용을 지불할 마음이 있지만 그렇치 않은 경우에는 더 적은 비용만을 지불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기업과 소비자의 상반된 입장은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원리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능한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노력과 가능한한 더 적은 비용을 지출하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서로 결부되면서 가격이 형성되게 됩니다. 여기서 가격을 결정하고 제시하는 것은 기업의 권한이지만 이를 수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한입니다. 아무리 기업이 가격을 높게 정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를 하지 않으면 그 가격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노력과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항상 상반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가격의 결정 방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가격의 결정

보통 세일을 하는 점포를 지나가다 보면 정가에서 50% 할인과 같은 광고문구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정가에서 할인을 한다니까 저렴하긴 저렴한 것 같긴한데 그다지 미덥지는 않습니다. 저렇게 자주 세일을 하는데 정가, 즉 정해진 가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의문들이 들기 시작하니까 가격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지만 흔히 사용되는 것은 (1) 원가에 기반한 가격 결정 (2) 경쟁에 기반한 가격결정, 그리고 (3) 가치에 기반한 가격결정으로 나누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1) 원가에 기반한 가격의 결정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원가는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가격의 하한선의 역할을 합니다. 어느 기업도 장기적으로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살아남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가를 먼저 계산하고 나서 이 원가에 일정 비율의 마진을 더함으로서 가격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볼펜 하나를 제조하는데 100원의 원가가 소요된다면 이 원가에 50%의 마진을 덧붙여서 150원에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원가기반의 가격결정 기법이라고 합니다.

원가에는 크게 2가지 종류의 원가가 있습니다. a.고정원가와 b.변동원가인데 기업이 원가가 이 2가지중 어느 원가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는 가격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고정원가는 생산량이나 매출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과 무관하게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하며, 건물 임대료, 정규직 직원의 급여, 기계 설비 및 장치 등을 포함합니다. 반면에 b. 변동원가는 생산량, 매출의 증감에 따라 밀접하게 변동하는 비용들을 말하며, 재료비, 광고판촉비, 임시직 직원의 급여 등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고정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정유, 철강산업과 같은 설비 기반 산업이나 운송업 등의 경우에는 수요의 증감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현명한 방법도 아닙니다.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공장을 허물거나 용광로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공장이나 기계설비 등은 매년 회계상의 가치가 줄어드는 감가 상각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졌거나 수요가 줄었다고 생산을 중단하고 있으면 설비나 시설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다한 경쟁으로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출혈 경쟁을 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반도체 산업이나 항공산업, 통신 산업등에서 쉽게 이런 현상들이 목격됩니다. 그러나 변동비의 비중이 큰 일반 소비재산업의 경우에는 보다 손쉽게 생산량을 수요 증감에 맞게 조절하여 대응할 수 있고 원가 인상분을 손쉽게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비교적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샴푸, 비누, 과자 등의 그 예일 것입니다.

그러나 원가에 기반한 가격결정 방법은 전반적으로 시장에서의 고객의 반응을 무시하고 기업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으며, 추가적인 이익 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와 같이 비슷한 원가를 갖고 있음에도 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약점이 있습니다.

(2) 두 번째로는 경쟁에 기반한 가격결정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자사의 원가보다 중요한 것이 경쟁사의 가격에 대한 전략일 것입니다. 만일 똑같은 원료를 사용하여 똑같은 품질의 상품을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경쟁사가 더 저렴한 원료 공급처를 발굴해서 저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면 자사의 원가기반 가격책정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제품을 판매할 때 경쟁에 기반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서 적정 가격과 마진에 대한 결정을 손쉽게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쟁에 기반한 가격 전략은 시장에서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a. 가격 경쟁을 최소화시키고 경쟁 기업과 동조하는 경우와 b. 가격 경쟁이 극대화되어 경쟁 기업의 소멸을 노리는 경우입니다.

a. 우선 가격 경쟁이 최소화되는 경우는 시장에 경쟁하는 기업들이 비교적 소수이거나 독과점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만일 시장에 경쟁자가 너무 많다면 이들의 가격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가격 수준도 천차 만별이기 때문에 경쟁사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도체나 철강, 정유, 제분, 제지 등 경쟁자가 비교적 소수인 분야에서는 경쟁기반 가격 설정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보통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선두 기업의 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경쟁사들이 가격을 맞출 경우 수요와 무관하게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란 거의 발생되기 어려운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가격 전략은 경쟁하는 기업들간에 직접적 혹은 암시적인 교감이 사전에 있었을 경우 담합이라는 불공정 경쟁행위로 간주되어 법적, 사회적인 책임과 막대한 과징금 등을 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실제로 음료, 정유, 통신 등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 형태로 존재하는 사업들은 가격 담합에 대한 대가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받는 경우가 최근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b. 이와는 반대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가격 정책을 통하여 경쟁사를 시장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현재 시장에서의 승리가 향후 미래 시장에서의 상당기간 동안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현재의 단기적인 이익 정도는 기꺼이 희생하려는 기업들이 등장함으로서 발생됩니다. 보통 개발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개발 이후의 추가 생산에는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인터넷 포탈,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의 산업에서 손쉽게 발견되는 전략들입니다. 큰 비용을 들여서 개발해 놓고도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 때문에 그대로 시장에서 사장되느니 무료로라도 공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일예로 리눅스는 윈도우에 대항하기 위하여 거의 무료로 공급되고 있으며, 일간지와 경쟁해야하는 온라인 뉴스도 역시 이러한 예일 것입니다.

이들이 현재 무료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소비자를 자기 상품에 고착되게 하는 학습 효과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자사 상품을 산업내 표준으로 확립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일예로 리눅스를 무료로 배포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그들은 리눅스의 사용법이나 리눅스에서만 운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에 익숙해져서 결국에는 다른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재에는 무료이지만 향후에 충분한 이용자 집단이 형성된 이후에는 새로운 버전을 내놓거나 유료화된 옵션 등을 제공함으로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료나 저가로 배포하게 됨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곧 해당 산업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일예로 네이버의 메일이나 지식인 등 다양한 서비스들은 현재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야후나 파란 등 한 때 인기 있었던 서비스들은 이미 경쟁에서 도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네이버의 지배적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인터넷에서 발생 가능한 광고나 유료 서비스의 수입은 대부분 표준적 서비스 사업자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승자가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산업구조를 카지노 경제라고 하는데, 승자독식의 특성이 큰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가격 전략은 가격 파괴적인 양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포탈시장에서는 1기가 메일서비스, 위성사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의 압도적인 독점이 지속되면서 광고 수입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3) 세 번째로는 고객 가치 기반의 가격 결정 전략이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결국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즉 품질 대비 가격이 적정한지의 여부는 소비자들이 결정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품질이 높으면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품의 품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품질이란 제품의 내구성, 안전성, 성능 등 물리적인 품질을 의미하였지만 이제는 물리적 품질보다도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등 감성적 품질이 더 중시되고 있습니다. 즉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기대하는 것이 단순한 물건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가치(value)'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즉 가격은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고객 가치를 반영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기대하는 혜택이 가격에 반영되어야 하며, 비록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원가가 같은 제품이라도 큰 혜택을 주는 제품은 높은 마진을, 적은 혜택을 주는 제품은 낮은 마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화장품의 원가 구성중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화장품의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감성적 가치에 따라서 값은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명품으로 유명한 샤넬의 핸드백과 남대문 시장의 핸드백의 재료는 모두 같은 소가죽이지만 가격은 백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샤넬이라는 명품 브랜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가 이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설악산에 있는 켄싱턴스타 호텔은 단풍이 드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이 2배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같은 호텔이라도 단풍 성수기와 비수가에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차이인 것입니다.

이런 가치기반의 가격 전략은 기업들에게 보다 우수한 혜택을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원가 자체는 기업의 노력으로도 인하하는 것이 어렵지만 가치는 얼마든지 기업의 노력으로 증대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만큼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치기반의 가격결정은 고객의 가치 증대가 곧 기업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가격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정가와 할인

이상의 고객가치 기반의 가격 결정 방법을 이해하신다면 정가와 할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동적인 개념인지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정가란 기업이 자신의 상품의 고객의 가치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예상한 수준을 화폐 단위로 환산한 것에 불과합니다. 즉 예상된 고객 가치입니다. 반면에 할인이란 기업이 예상한 고객 가치가 맞지않게 됨으로서 다시 고객 가치를 조정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조정된 고객 가치입니다.

계절이나 유행의 특성을 극심하게 타는 숙녀복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을 시즌을 대상으로한 숙녀복은 보통 여름이 여전히 절정기인 8월부터 출시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아직 가을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미리미리 가을옷 한 벌을 준비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신상품이 줄 수 있는 고객 가치는 매우 커집니다. 생산 원가의 두배가 넘는 마진을 붙이더라도 판매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을이 깊어가기 시작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 옷을 입을 수 있는 시간은 매일매일 줄어가게 됩니다. 그만큼 고객가치도 감소하게 되고 할인의 폭도 30%에서 50%, 70%로 커지게 됩니다. 그러다 겨울이 오게되면 그 옷은 더 이상 한 벌당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고 다른 옷과 더불어 무게로 달아서 판매하게 됩니다. 겨울에 가을 옷을 아무리 싸게 샀더라도 8월달에 샀던 만큼의 가치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즉 소비자가 딱 느끼는 그만큼의 가치만큼 가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시장에서 가격이 하나만 존재한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에 관한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물일가의 법칙은 실제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정가나 할인가격 이라는 것도 결국 기업이 가격에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4. 신상품의 가격 전략

가격의 결정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히 신상품에 대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입니다. 신상품의 경우 비교할만한 경쟁 상품도 별로 없고 아직 사용해보지 못한 고객에게 가치를 미리 물어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기업들은 크게 2가지 가격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초기에 고가격을 제시하거나 혹은 오히려 (2) 저가격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각각 시장 스키밍(skimming) 전략 혹은 시장 침투(penetration) 전략이라고 합니다.

(1) 우선 초기에 고가격을 제시하는 시장 스키밍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키밍은 보통 우유를 잔에 따른 후 위에 있는 가장 맛있고 고소한 지방층만을 걷어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시장 초기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서 고수익을 누리려는 가격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삼성이나 애플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신제품의 경우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1년 정도가 지나면 반 값 이하 혹은 거의 공짜폰으로 팔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신제품이 나왔을 때에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입할 의사가 있는 소수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일단 높은 가격에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 집단의 구매가 어느정도 완료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이보다 다소 값을 낮추어 다음 단계의 소비자들을 차례대로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이런 스키밍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런 스키밍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a. 우선 경쟁사가 상당기간 동안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우위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만일 화웨이나 샤오미같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생산 기업들이 삼성이나 애플에 필적하는 최신 기술이나 디자인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고가격 정책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또한, b. 고가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그 가격을 수긍할 만한 충분한 브랜드 프리미엄이 있어야 합니다.

(2) 스키밍 전략과는 반대로 시장 초기에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신상품을 확산시킨 후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를 시장 침투 전략이라고 합니다. 미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엑셀이나 엑센트와 같이 값이 싸고 이익도 별로 나지않는 소형차종으로 수출을 하였지만 점차 주력 모델을 아반테나 소나타와 같이 수익성이 많은 모델로 전환하였고 최근에는 제네시스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확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침투전략은 단기적인 이익을 과감하게 희생하는 대신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가격전략인 것입니다.

시장 침투전략이 효과적이기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a. 상품의 생산이나 공급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생산량이 증대할수록 원가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면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 증대에 따라서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b. 상품이 네트웍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효과가 크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네트웍 외부성이란 그 상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품의 가치가 증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예로 그래험 벨이 1876년에 최초의 전화기를 발명했을 때 그 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는 곳은 고작 2층에 있는 다른 방의 다른 전화기 한 대뿐 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전세계 누구와도 통화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전화라는 상품의 가치가 증대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네트웍 외부성 효과를 보이는 상품은 팩스, 인터넷, 이메일, 배터리 사이즈, 키보드 배열 등 매우 다양합니다.

c. 초기 시장 장악이 향후 업계의 표준으로 정착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초기에 저렴하게 공급한 상품이 손쉽게 더 나은 경쟁 상품에 의해서 아무렇치도 않게 대체될 수 있다면 침투 가격 전략의 의의는 퇴색될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가능하면 소비자들이 처음 선택한 상품을 버릴 수 없고 재구매할때도 같은 상품만을 구매하도록 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표준화의 힘입니다. 일예로 맥킨토시의 운영체제인 레오파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스타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운영체제를 변경할 경우 기존의 개인 문서등을 열어볼 수 없고 사용법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은 큰 장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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