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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터의 꿈은 항상 같다. 고객으로부터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장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는 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이런 강력한 힘의 원천이 브랜드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어렵게 외운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들이 아니고 해리포터 처럼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책이나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 혹은 친구들과 경험했던 어처구니 없던 사건들처럼 대부분 이야기, 즉 스토리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좋은 스토리가 브랜드의 힘"이라는 정답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는 보다 손쉽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광고나 유통에 들어가는 기업의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절감해줄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의 미션과 목표를 보다 손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기업에게는 큰 장점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위대한 스토리를 브랜드에 담아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좋은 스토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스토리를 어떻게 전파시키는지와 같은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첫 걸음으로서 영화든 소설이든, 혹은 브랜드이든 좋은 스토리를 갖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우선 고객의 눈 높이에서 스토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고객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어떤 스토리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작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들은 스토리가 다소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기를 원할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대사 한 줄, '아임 유어 파더' 와 같이 고객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있는 순간, 더 모먼트를 가져가고 싶어한다. 적절한 희노애락의 극적인 포인트를 집어 넣는 것도 필수이다. 고객이 같이 웃고 우는 과정을 통하여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경험으로 브랜드를 포장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자극적인 요소들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인 요소들다. 그러나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자극 거리들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고객의 일상 생활과 경험에 대하여 같이 공감하고 격려해주고, 같이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브랜드의 스토리 빌딩을 한다는 것은 주말의 홍대나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격렬한 경험과 황홀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편한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같이 하는 과정에 보다 가까워야 한다.

일본의 브랜드 마케터인 '호소야 마사토'는 브랜드 스토리의 구조에 관하여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성공적 브랜드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것은 스토리의 주춧돌, 즉 기초이다. 어떤 브랜드이건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도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한다. 또 한가지는 스토리의 기둥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스토리의 추춧돌에 기초를 두고는 있지만 고객이나 사회상의 변화, 문화와 기술의 진화, 그리고 경쟁 브랜드의 대응에 맞추어서 더해지는 새로운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추춧돌은 지효성, 배움의 기쁨, 그리고 원풍경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지효성은 너무 지나치게 유행이나 패션과 같은 단기적 요소에 매몰되지 말고, 시간이 경과된 이후에도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 브랜드 스토리의 정체성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 시간이 경과되면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잡지나 흔한 가쉽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책들처럼 고객의 마음 속에 깊이 침투해서 천천히 스며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배움의 기쁨입니다. 최근에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하여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상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조그만 일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렵다. 단편적인 궁금증을 풀어주는 스토리보다는 고객이 직접 체험하며 자신이 무엇인가 배워나간다는 성장의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셋째, 원풍경은 고객이 어디선가 본 듯한, 어디선 가 들은 듯한 그러한 기시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임팩트가 강하고 감각에만 치우친 경험은 일반적인 고객의 실제 생활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호기심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고객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나와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는 스토리가 고객 스토리 텔링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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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주춧돌이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를 의미한다면 스토리의 기둥은 브랜드가 살아있는 유기체와 닮아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고객, 기술, 문화 경쟁 등 마케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해야하는 부분들이다. 훌륭한 도덕적 신념을 지닌 철학자라고 해서 중세시대의 복장을 고집하거나 조선시대의 유교 복장을 고집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심지어 무익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적 가치는 변화하지 않더라고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은 시대 정신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능적 가치, 브랜드의 개성, 브랜드의 비전, 해결해야 되는 고객의 과제,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브랜드 스토리에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변화하는 인생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초코렛을 만드는 전문기업인 '허쉬'는 브랜드 스토리의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하나이다. 허쉬의 창업자인 밀톤 허쉬는 "사람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행복하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행복의 가장 쉬운 방법은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렛을 누구나 먹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 자신이 실제로 사탕 가게를  2번이나 운영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지만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00년 대규모의 밀크 초코렛 공장을 세웠고 누구나 초코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허쉬의 공장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초코렛은 상당한 고가의 구하기 힘든 사치품으로 일부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기호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06년에는 허쉬파크라는 임직원과 그 가족을 위한 테마 공원을 직접 설립하기도 하였다. 허쉬는 행복한 직원이 곧 좋은 직원이고, 행복한 직원이 달콤한 초코렛을 만들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쉬 파크는 현재 미국 펜실바니이주에서 허쉬를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놀이공원과 같은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허쉬 파크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은 '허쉬타운', 거리의 명칭도 '초콜렛 애비뉴', '카카오 스트리트'처럼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본질을 담고 있어서 달콤한 기업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100년 이상 지속된 일관적이고 지효성이 높은 브랜드 스토리는 허쉬를 초코렛의 대명사로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일본의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꼬시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담은 스토리를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시작은 1673년 일본 막부 시대에 포목점으로 시작한 깊은 유서가 있다. 이후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서 포목점간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각 포목점들은 생존을 위하여 다양한 문양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미쓰꼬시하면 아 바로 그 문양이라고 일본인들이 떠올리는 문양이 있는데, 그 문양의 이름은 '겐로쿠(元禄)'라고 한다. 이 문양은 이후 확립된 미쓰꼬시만의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하여 자사의 쇼핑백에 겐로쿠 형태의 문양을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들이를 위한 경쾌한 기모노 복장에 사용되던 문양을 차용하였으며, 기업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쇼핑백 하나에 담아서 효과적으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듯이 브랜드 스토리의 지켜야하는 본질과 변화해야하는 가치를 구분하고 대응하는 것은 장수 브랜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의 본질만 지켜진다면, 새로운 가치를 담아 브랜드 스토리의 기둥을 시대와 상황에 맞도록 새로 세우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형태의 스타벅스 커피점인 일본의 'Inspired by Starbucks' 매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은 기존에 출점하였던 도심 중심지가 아니라 그동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진출하지 않았던 동네의 주택가에 '이웃의 커피'라는 개념으로 출점한 점포들이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번화가가 아닌 곳에 보통 출점하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스타벅스 바리스타 특유의 복장이 아니라 편한 일상복을 입는다. 심지어 스타벅스의 상징인 세이렌 로고나 녹색 색상을 고집하거나 스타벅스 로고를 간판에 내놓지도 않는다. 이 점포는 동네 특성과 주민들에 맞게 적합한 매장의 스토리를 갖추고 고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드 매장의 한곳인 도쿄도 세타가야구 이케지리 2호점을 개설할 때에는 주민들 대부분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도시 생활을 즐기고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계층임을 고려하여 'Urban Bohemian'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기존 사업 모델과 다른 이런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스토리의 본질,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탁월한 품질의 커피, 그리고 커피 문화를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본질은 결코 타협되지 않았다. 브랜드 스토리의 주춧돌을 잘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접목하여 브랜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업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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