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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격은 심리다

많은 가격을 홍보하는 광고는 잘못된 비교로 소비자를 호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품질을 평가할 때 가격이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무런 품질이나 향기의 차이가 없는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더 비싼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광고와 달리 이는 결코 소비자들이 어리석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한된 정보만이 주어졌을 때 가격을 효율적인 판단기준으로 활용함으로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하는 소비자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소비자의 이런 특성을 소비자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즉 가격이 갖는 심리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본 장에서는 이런 가격의 비밀을 살펴봄으로서 기업의 세심한 가격 전략을 이해하고 가격에 강해지기 위한 지식을 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배보다 큰 배꼽

최근에는 어디서나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인터넷 전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십만원이 넘는 전화기를 무료로 주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 체험기간도 제공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입만 하면 현금으로 수십만원을 그 자리에서 주겠다는 판촉도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이동통신 회사들 역시 수십만원짜리 휴대폰을 무료로 주기도 합니다. 멋지게 사진인쇄까지 가능한 프린터도 피자 한판 값 정도면 바로 살 수가 있습니다. 유가도 오르고 물가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는데 이렇게 고마운 기업들이 있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부담없이 바로 카드를 긁어주는게 인지상정일 듯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이익이 목적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해도 이익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내가 모르는 추가적인 가격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중 하나가 바로 종속재(captive product) 가격입니다.

종속재 가격 정책이란 일단 특정 상품을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하게 판매한 다음에 그 상품의 지속적인 이용에 필요한 부품이나 소모품, 서비스 등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이익을 증대시키는 가격 정책입니다. 대표적인 상품들로는 휴대전화, 복사기, 프린터, 폴라로이드형 즉석 카메라,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이 있습니다. 일예로 경쟁 심화로 PC, 반도체 등 IT 제품 대부분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최근에도 프린터사업은 10% ~ 30%에 이르는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수익은 잉크나 토너의 판매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잉크젯 프린터의 경우 3~5만원정도로도 쓸 만한 상품을 살 수 있지만 칼라와 흑백 잉크를 구매할 때는 보통 프린터한대의 가격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본 상품이 아니라 종속재 상품을 통하여 상당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휴대폰이나 인터넷전화처럼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구매 당시의 가격보다는 그 상품을 사용하는 모든 단계에서 소요되는 총 비용을 기준으로 구매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결정일 것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판매 당시의 가격보다는 고객의 생애주기 전 단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생애가치(Lifetime value)를 고려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입니다.

3. 싸게 보이는 가격

소비자는 상품의 가격을 분석하는 컴퓨터가 아닙니다. 단지 가격을 보고 느끼는 데로 지각할 따름이며, 항상 그렇치만 인간의 지각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즉 기업은 자신의 이익에 큰 손실없이 가능하면 더 저렴하게 보이도록 심리적인 가격 책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방법이 (1) ‘짜투리 가격책정(odd pricing)'입니다. 즉 가격이 딱 떨어질 때 보다는 그렇치 않을 때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하게 느낀다는 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가격이 10,000원일때는 조금 비싸다고 느껴서 구매에 많은 고민을 하게되지만 9,900원일때는 실제로 가격 차이는 단 100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 경우 소비자는 실제 가격 차이보다 더 큰 가격 차이를 심리적으로 지각하게 되는데 주로 소매점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옵션 가격결정(option pricing)도 유사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주력 제품의 판매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부가적인 상품 옵션이나 서비스 옵션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형 승용차의 가격은 처음에는 매우 저렴한 것 같지만 오토매틱 기어, 에어컨, 에어백 등 다양한 옵션들을 추가하면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Dell 컴퓨터는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3년간 A/S를 받기 위해서는 16만원에 이르는 서비스 옵션 상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옵션 가격은 옵션을 제외한 최초의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보이도록 함으로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 전략의 일종입니다. 처음부터 옵션을 포함한 전체 가격을 제시하면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먼저 옵션을 제외한 작은 금액을 제시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게 한 후 추가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활용한 것입니다.

(3) 절대적으로 싸거나 비싼 가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은 현재의 판매하고 있는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살펴보거나 과거에 구매했던 상품의 가격을 떠올림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항상 이런 비교를 통하여 싸거나 비싸다는 지각을 하게 됩니다. 가격의 인식은 비교에 의한 상대적인 평가인 것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기업들은 소비자를 손쉽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적인 예를 통하여 준거 가격으로 인한 타협효과(compromise effect)를 살펴보겠습니다. 노트북을 제조하는 □□기업이 아래와 같이 두 개의 다른 모델을 팔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모델명

품질수준(100)

가격수준()

이익률

A

50

60만원

낮음

B

60

70만원

보통

이렇게 A형과 B형 두 개의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면 두 모델간에 품질 수준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A형 모델을 일반적으로 선호하게 됩니다. 하지만 A형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괜찮은 모델이기 때문에 이익률은 매우 낮은 제품입니다. 이런 경우 마케팅 매니저는 이익이 낮은 A형 제품보다는 B형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B형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수익성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아래 표에 나와 있습니다.

모델명

품질수준(100)

가격수준()

이익률

A

50

60만원

낮음

B

60

70만원

보통

C

80

100만원

높음

추가로 더 품질과 가격이 높은 C형 이라는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십시오. 대안이 두 개에 불과하였던 과거에는 B형과 비교시 A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비추어졌겠지만, 대안이 세 개로 증가하면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새로 등장한 C형은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게 인식되는 반면 A형은 가장 성능과 가격면에서 가장 떨어지는 열등한 상품으로 인식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성능과 가격 모두 적당한 중간대의 B형을 가장 합리적인 상품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상품의 비교대상을 적절히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높은 상품이 잘 팔리도록 시장을 통제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4. 손실 혐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좋아하고 손해가 되는 것은 싫어합니다. 비단 사람뿐이겠습니까? 강아지, , 바이러스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적인 특성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길을 걷다가 똑같은 돈 10,000원을 (1) 잃어버려 생돈이 사라진 경우와 (2) 길에서 주워서 공돈이 생긴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떤 경우가 더 기쁘거나 슬플까요? 만일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어느 경우에 더 큰 폭의 감정 변화를 겪게 될까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트버스키(A. Tversky) 교수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하여 이 문제를 설명합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같은 금액의 손실이나 이득이 기대될 경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실은 더욱 심하게 싫어하고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즉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면 생돈을 잃어버린 경우가 공돈을 주운 경우보다 더 심하게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이득을 보았을 때의 기쁨보다 손해를 보았을 경우의 상실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였는데,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현상이라고 합니다.

손실회피가 적용되는 예를 보겠습니다. 이제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카드 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경우들도 여전합니다. 일부 점포같은 경우에는 3%~5%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이유로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금액을 깍아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다른 표현을 사용한 두 개의 점포가 있다면 누가 더 현금 사용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일까요?

점포 A: 가격 1만원, 단 현금 사용시 500원 추가 할인

점포 B: 가격 9,500, 단 카드 결제시 수수료 500원 추가 고객 부담

여러분은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점포 A와 점포 B의 가격은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점포 A500원의 이득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될 것이며, 반대로 점포 B500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될 것입니다. 이 경우 손실을 암시하는 점포 B의 문구에 소비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가격이지만 손실을 혐오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가격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5. 합쳐진 손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돈이 있다면 어떤 돈일까요? 다양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하는데 사용하는 돈중 가중 위험한 돈은 바로 신용카드라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MIT 대학에서의 실험한 결과를 보면 스포츠 경기의 티겟을 경매할 때 현금으로 하는 경우보다 신용카드로 하는 경우 사람들은 경매 금액을 2배 가까이 높게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신용카드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같은 돈이지만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현금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지출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용에 다소 둔감해지고 아울러 손실 회피도 그만큼 절박하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갈 때는 지출하는 매 순간마다 상실감이 발생하지만 신용카드는 청구서가 오는 월말에 한번 상실감을 경험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는 비싼 상품도 선뜻 구매하기도 하고 통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트버스키 교수 다음 한 마디로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익은 나누어서 제공하고 손실은 합쳐서 제공하라소비자가 이익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은 여러번 나누어서 제공함으로서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예로 들면 점포에서 반액 세일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점포 A: 50% 폭탄 할인

점포 B: 40% 폭탄 할인에 10% 추가 더 할인

이 경우 점포 B처럼 표현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욱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손해인 경우에는 이와 반대라고 합니다. 예를 들여 운전중 안전벨트를 미착용하고 신호를 무시하여 벌금을 두 번 내게 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상황 A: 안전벨트 미착용 벌금 고지서를 받은 후 다음날 신호위반 고지서를

다시 받음

상황 B: 통합 고지서를 통하여 안전벨트 + 신호위반 고지서를 받음

이 경우 상황 B가 상황 A보다 덜 아깝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신용카드의 맹점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에는 한달에 40번 구매를 하는 경우라면 손실감을 40번 느끼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이제는 한달에 한번 고지서가 올 때 느끼는 상황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 때는 다시 한번 현실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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