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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키장을 다녀올 때 마다 썰렁하기 그지 없은 모습에 놀란다. 따뜻해진 겨울의 영향도 있지만, 스키장에서 더 이상 20대를 찾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를 데리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30대 가족이나 친구끼리 온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오히려 더 많이 보인다. 그나마 그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아서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슬로프가 텅텅 빈 것 처럼 보일 정도이다. 일부 사례이지만 불황기 소비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장면이다. 

최근 불황에 빠진 국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업글하는 외톨이'를 알아야 한다. 한 인기 도서에서 사용되었던 업글형 인간은 '남보다 나은 나',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하여 일과 삶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외톨이는 일본말 '히키코모리'에서 시작되었으며 남의 시선을 피해 숨어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말한다. 이들 업글하는 외톨이의 증상은 여러가지 있지만, 취업의 압박이나 퇴직에 대한 우려로 공시나 토익 등 자기 개발에는 열심이지만, 자기 이외의 주변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사람들을 만나는 사교나 취미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꺼리고 결혼이나 연예, 그리고 여행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대신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등 키보드 워리워형 방콕 취미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개인의 취향이 사회적 문제까지 될 것은 없지만, 심할 경우 업글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업글하여도 나아지거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사회나 기성세대, 혹은 또 다른 약자에게 가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무차별적인 사이버 폭력도 좌절한 업글형 외톨이가 원인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인터넷과 게임,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다 보니 가상 속의 자신을 보다 미화하거나 강력하게 인식하며, 익명성 뒤에 숨은 언어폭력으로 자기 만족을 얻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본 히키코모리와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우리 청년들은 자신이 스스로 외톨이가 좋아서 선택했다기 보다는, 더 큰 도약 점프를 위하여 잠시 움츠리고 있는 한시적 외톨이라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사실 아직 업글형 외톨이는 일부분일 것이다. 평범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노이즈를 만들지 않아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소비 성향을 보면 업글형 외톨이의 성향을 어렵지 않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이들은 주위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자기 만족을 우선시한다. 내돈으로 내가 사는데 타인의 눈치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며, 당연히 타인을 위한 지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 과거 직장인들은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삼삼오오 술집이나 노래방에 가서 회포를 풀고 오곤 하였으나, 업글형 외톨이에게 이런 사치는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신경쓰느나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길이다. 차라리 혼밥, 혼술집에서 간단하게 누구 눈치 볼 필요없이 한잔 하고 와서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스마트폰으로 혼자 영화를 보는 편을 선호한다. 실속있는 소비일 수 도 있지만 소비의 즐거움을 함께할 가족이나 친구가 주변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혼자 삼겹살이나 보쌈을 먹을 수 있는 전문점이 생기는 등 우리 사회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운동이나 노래방은 친구가 있어야 더 재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주말에 골프장을 나가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느니 가까운 스크린 골프장을 선호하는 스크린 골프족도 늘고 있고, 축구나 야구 같은 팀 단위의 운동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헬쓰 등이 인기있는 운동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노래방도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500원 동전 하나면 주변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소리지르고 즐길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이 대세이다. 다함께 음주가무의 민족인 한국인에게도 이제 노래방은 혼자만 즐거우면 되는 전자 오락이 된지 오래다. 

사실 이런 1인 소비시장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보편화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개인 소비 성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계기는 청년들이 체감 경기와 취업난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대학을 진학하는 고학력 사회에서 이에 걸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부족해지고, 수많은 청년들이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공무원 시험 등에 메달리기 시작하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기성세대의 구호일 뿐이 되었다. 자기 개발을 위하여 지출한 업글 비용은 지갑을 더 얇게 만들었고, 나 하나 간수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타인과의 교류 비용, 결혼, 연예, 그리고 사회적 활동은 가능하면 줄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 출현에 따라 새로운 마케팅과 비지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은 업글 외톨이를 위한 학습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음식이나 야식을 배달해주는 퀵 배송 서비스 시장의 확산, 온라인 장보기 보편화 등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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