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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씨는 다가오는 겨울 직전에 패딩 점퍼를 사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습니다.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장바구니에 하나 둘 담다보니 어느덧 10개가 넘는 상품이 등록되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야 했지만, 너무 고르기가 어려워서 결국 인터넷 창을 닫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 후 김 모씨는 백화점도 가보고 아웃렛도 가보았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처럼 무엇을 살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두뇌로는 좀처럼 처리하기 힘들 정도의 상품 정보 과잉이 발생되었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 선택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소비자들을 결정장애 증후군, 혹은 햄릿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 백화점, 마트 등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은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 모바일 쇼핑, 소셜 커머스 등이 등장하고 해외 직구 까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의 선택은 더더욱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의 두뇌가 감당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발생되게 된 것입니다. ‘결정장애 세대라는 책을 낸 독일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소비자가 선택의 미로를 헤멜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도 소비자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통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햄릿처럼 우유부단해진 소비자들이 최적의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보를 엄선해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기존의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상거래 서비스입니다. 호텔의 최저 가격을 알선해 주는 호텔 콤바인드나 비교 쇼핑을 도와주는 쿠팡등이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 유통의 비밀

유통은 상품이나 광고와 같은 다른 마케팅 수단들과 달리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고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소비자들이 손쉽게 식상해지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게 됩니다. 설탕, 과자, 비누 등의 생활용품들에서 보듯 소비자가 특정한 브랜드에 대해서 확고한 로열티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농식품이나 수산물등에 목격되듯 브랜드 자체가 제대로 성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상품의 성패가 전적으로 유통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상품의 경우에도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함으로서 유통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은 철저하게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례에서 나온 롯데마트는 이런 노력들의 한 예일 뿐입니다. 본 목차에서는 유통의 공공연한 비밀을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시간을 잊어라

우리의 선조들은 느근하고 여유로운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셨다고 합니다. 우리의 옛 그림이나 옛 건축물들을 돌아보면 얼마나 오늘날의 삶과 다른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한국말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 생활의 속도는 변화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높은 성취열을 중요한 이유라고 합니다만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과거 70년대 수차례 시행되어 경제를 이끌었던 정부주도의 강력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들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매번 5년이라는 시한을 정해높고 그 당시로서는 불가능해보였던 계획들을 북한과 소련등 적성으로 분류되었던 국가들의 위협속에 달성하다 보니 빨리빨리 없이는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한국인의 의식속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DNA도 쇼핑을 하러온 순간에는 살짝 수그러듭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일주일치 쇼핑을 하는 미국인들이 사전에 구매 리스트를 작성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쇼핑을 끝내는데 비하여 한국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 어디에나 있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일주일에 두세번 가면서도 한 두시간을 넘기가 일수입니다. 쇼핑을 하러온 순간 시간이 멈추어버리는 소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가능하면 소비자들을 점포내에 오래 묶어두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소비자가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계기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합니다.

(1) 우선 마트나 백화점이나 어떤 쇼핑 센터를 가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가지가 없습니다. 창문이 없으면 조명을 위한 전기료도 더 많이 소요되고 환기 등의 불리한 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흔한 벽시계도 보이지 않습니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무는지, 주차장에서 남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오래 시간이 지났는지 등 쓸데없는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하라는 의도는 아닐까요?

(2) 그리고 백화점을 가보시면 기둥 곳곳에 유난히 거울이 많습니다. 그냥 지나치지말고 거울도 한번 보고, 옷도 한번 입어 보고 주변에 있는 상품 진열대도 한번 보고가게 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3. 진열에도 비밀이

유통점들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함으로서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상품을 제조업체 대산 팔아줌으로서 제조업체들로부터 상당한 대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판매 수량에 따라서 판매 촉진금을 받기도 하고, 판매원이나 판촉물을 무상으로 지원받기도 하고 현금성 리베이트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매대 비용(slotting allowance)입니다. 즉 제조업체의 상품을 매출을 올리기 유리한 좋은 판매대에 진열해주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매대 비용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꾸어서 말하면 많은 경우 소비자의 구매행동이 진열의 위치나 형태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됨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매장내 상품의 진열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어 있을까요?

(1) 우선 소비자의 보행 습관을 매장에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좌측통행이 정착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행동은 좌측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게 되면 그런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측으로 회전한 후 매장을 한바퀴 돌아오게 됩니다. 이처럼 고객이 움직이는 동선을 활용하여 에스컬레이터의 좌측 초입에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저가 상품이나 세일 상품등을 진열함으로서 매장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줍니다. 매장 초입에서 이런 인식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매장이 저렴하다고 인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 마트의 쇼핑 카트는 철망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철망으로 된 카트는 무엇을 샀는지 내용물이 훤히 다 보이게 되지요. 다른 쇼핑객들은 타인이 구매한 카트의 내용물을 보고 시샘을 느껴 더 많이 사는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남의 쇼핑카트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두번 살펴본 경험들이 모두 있으실 것입니다.

(2) 또한 소비자의 구매의도 정도를 진열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대형마트에 가보시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쌀과 생수, 부식 등 생필품은 찾아가기 어렵고 거리도 먼 매장 깊숙이 진열하고, 없어도 그만인 간식거리, 과자, 아이스크림 등은 비교적 매장 입구 가까이 진열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야할 것은 가능한한 매장 깊숙이 진열함으로서 소비자들이 이 상품들을 찾기위해 이동하는 동안 당장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구매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반면에 계산대 근처에 위치한 껌이나 음료수, 과자 등은 계산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다 별 생각없이 집게됩니다. 계산을 기다리는 2-3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과자 사달라고 아이들이 조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것입니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양판점에 가보시면 심사숙고 끝에 구매하는 TV나 에어컨 등은 끝 벽에 있지만 드라이, 커피메이커, 토스트기처럼 작고, 저렴하고, 충동적 구매가 가능한 상품들은 매장 초입에 진열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3) 그리고 상품을 a. 브랜드별로 독립적으로 진열 하느냐 혹은 b 상품 특성이나 품목별로 여러 브랜드를 섞어서 진열하느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먼저 브랜드별로 진열하는 경우를 보면 소비자들은 먼저 어떤 삼성, LG, 소니중 어떤 브랜드를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서 그 다음에 가격이나 성능등을 보게됩니다. 즉 소비자의 의사결정의 1순위가 브랜드가 되고 2순위가 성능이나 기타 요인들이 되게 됨으로서 이런 진열은 유명 브랜드의 판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상품을 만일 가격대와 같은 특성별로 진열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먼저 어느 가격대의 TV를 살 것인가를 1순위로 고민하고 나서 2순위로 브랜드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진열 방식은 유명 브래드보다는 가격에 강점이 있는 후발 브랜드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식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국내 중소PC 제조업체인 현주 컴퓨터의 영업사원이라면 어떤 방식의 진열을 하도록 설득하시겠습니까?

이처럼 진열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응용하려는 노력이 플래노그램(Planogram)'입니다. 플래노그램은 상점에 진열되는 제품들이 각각 어디에 어떻게 놓여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서나 계획서, 혹은 지도라고 생각하면 된되는데, 플래노그램은 상점의 선반이나 통로마다 어떻게 제품들을 진열해야 사람들이 원래 의도보다 더 많이 사가게 만들 수 있을지를 알려줍니다. 최근에는 이런 플래노그램의 원리를 온라인쇼핑몰등으로 확장한 웨보그램(Webogram)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 남자와 여자의 쇼핑 DNA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고 정착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 전체에 비교하면 매우 최근의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는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견되었는데 약 15천년 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400만년에 이르는 역사의 99.9% 이상의 기간을 사냥이나 어로, 채집을 중심으로 생활해온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에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남성은 창과 화살을 들고 사냥을 나가서 오직 목표로한 사냥 대상을 쫒아다녔고 한번 사냥에 성공하면 당분간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일들도 일상적이었을 것입니다. 반면에 여성들은 아이를 키워야 했고 체력도 약하였기 때문에 보통 집에서 머물며 지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틈틈이 집근처에서 나물이나 과일 등을 채집했을 것입니다.

이런 조상의 흔적은 고스란히 후손들의 DNA속에 남아서 오늘날에도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성들은 보통 오늘 무엇을 사야겠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만 쇼핑을 하러갑니다. 반면 여성들은 보통 그냥 무엇이 있나 둘러나 볼까?“라는 생각만으로도 쇼핑을 하게됩니다. 쇼핑을 하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원하는 것을 찾으면 바로 서둘러 쇼핑을 마치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매장에 들어온 뒤에야 결정을 하기 때문에 쇼핑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남자와 여자가 같이 쇼핑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현명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남성들은 이미 끝났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이를 인식한다면 왜 백화점들이 주로 여성용 화장품은 1층에, 여성의류는 2, 3층에 배치하면서 남성의류는 3, 4층에 배치하는지 매장 구성의 원칙을 이해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성들은 쇼핑에 사냥 감각을 발휘하기 때문에 불편한 고층에 있다고 하더라도 별 상관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거가 가장 빨리 매장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후 바로 돈을 지불하고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는 채집 감각을 발휘합니다. 어떤 쓸만한 것들이 있는지 나온 김에 두루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살펴보기 편하도록 매장을 접근성이 좋은 저층에 위치시켜야 합니다. 영양크림을 사러 1층에 온 여성고객들이 별 부담없이 둘러보도록 2, 3층에는 여성 의류를 입점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1층의 매장에 온 손님들이 2, 3층의 매장까지 둘러보게 되는 것을 분수 효과라고 합니다. 또한 채집 활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의자나 문화센터, 커피샵 등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을 점차 백화점내에 더욱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5. 유혹에 약한 감각

흔히 봐야 믿는다“ ”직접 느껴봐야 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자신의 감각적인 체험만큼 믿을만한 경험이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소비자의 감각만큼 유혹에 취약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감각 자극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예중 하나가 후각에 호소하는 향기 마케팅입니다. 오전 11시 즈음 배고픈 시간에 매장에서 퍼져나오는 빵 굽는 냄새의 유혹을 극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의 중고 자동차 세일즈맨은 이제 막 공장에서 나온 새 차의 플라스틱 냄새, 가죽 냄새 등 특유한 냄새를 가진 스프레이를 중고차에 뿌려 새 차의 기분을 느끼도록 하면서 고객들을 유혹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직접적인 구매를 자극하기 위해 향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매장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향기 마케팅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영 캐쥬얼 브랜드인 후아유(WHO.A.U)는 브랜드의 컨셉이 캘리포니안 드림인데 이런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매장내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과일인 오렌지 향을 매시간 분사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향기 산업은 향기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과 여성 고객이 늘면서 이제 당당히 주목받는 마케팅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향기나는 초, 즉 향초중에서 양키 캔들의 대중적인 인기가 뜨겁습니다. 사실 양키 캔들은 처음에는 미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매니아 상품이었으며, 결코 대중적인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양키 캔들이 2012년부터 국내 시장에 프랜차이즈 사업 형태로 들어오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게 되었고 위메프 같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핫 아이템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청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수단입니다. 특히 유통에서는 음악을 이용하여서 매장내 소비자의 행동에 의도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님이 적은 오전시간이나 보통 평상시에는 느리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서 소비자들이 오랜시간 머물도록 하지만 너무 손님이 많이 몰려 오히려 쇼핑에 지장이 생기고 고객 순환이 잘 안되는 바쁜 시간대에는 빠른 음악을 틀어주고는 합니다. 빠른 음악은 소비자들을 약간의 흥분 상태로 유도해서 쇼핑을 빨리 끝내도록 도와줍니다.

6. 돌려야 사는 점포

2009년 미국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을 때 스타벅스 등 미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실직으로 오갈 곳 없게 된 실직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무선 인터넷이 잘 구비되어 있는 매장으로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하루에 대여섯시간 동안 테이블을 차지하고 않아서 일을 하거나 인터넷을 해대는 이들 때문에 정작 다른 손님들이 앉을 장소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안에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는가가 중요한 음식점이나 미장원등 서비스 업종에서 고개 회전율은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 이슈입니다. 테이블이 하나뿐인 레스토랑에 온 손님이 음식 맛과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칭찬하면서 서너시간을 머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미국의 스타벅스 역시 고객 회전율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매장내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회전율이 중요한 점포들은 고객들이 스스로 빨리 나가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매장내 구석구석에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우선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의 내부에 있는 의자나 탁자 등 집기를 살펴보십시오. 보기에는 귀엽고 예쁜 디자인이지만 실제 앉아보면 딱딱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자에 앉았을 때 너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면 자연히 점포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너무 불편하면 고객들이 그 매장을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매장의 의자는 딱 패스트푸드를 먹는 시간 정도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더 지나가면 편치않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역시 이런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음악의 빠르기 여부는 매장내 고객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색상이나 조명 역시 잘 조절될 경우 이런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보통 따스한 색으로 알려진 오렌지나 노란색, 붉은색 등의 색상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 같은 장소에 오래 머무르게 하지만 차가운 색으로 알려진 청색이나 회색 등의 색상은 그 반대의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시설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부대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수익을 올리는데 유리한 호텔이나 백화점은 보통 이런 따스한 색으로 매장을 꾸미고 조명도 부드럽고 은은한 색상을 선호하는 반면 회전율이 중요한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등은 차가운 밝은 색의 조명과 청색, 무채색등을 사용하여 매장을 꾸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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