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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하이테크 제품의 등장.

최근의 기술 발전 속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증강현실, VR, 5G, 스트리밍 등 다소 생소한 기술 용어들이 언론 보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현재의 기술 혁신은 복잡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기술간 상호 연동이 되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시장과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 떄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도 하였다. 

기술과 상품의 변화는 연쇄적으로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과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인 굴뚝 산업보다 변화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흔히 카지노 경쟁 혹은 승자승(winner takes all) 경쟁으로 비유되듯이 향후 글로벌 시장의 미래에는 각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가진 단 한두개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타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현재 한국의 삼성, 하이닉스 두 기업이 점유한 반도체 D램 시장의 점유율은 70%를 초과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서는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수합병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카지노 경쟁의 등장>

이와같은 기술과 상품, 산업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혈연, 지연으로 국한되었던 좁은 관계가 해체되고 새로운 가상, 즉흥적인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 서비스 확산은 기존의 수직적, 정적인 공동체의 의미를 수평적, 역동적인 공동체 즉 가치 지향적인 커뮤니티로 변모시켜나갔다. 새롭게 등장한 1인 미디어 시장의 예를 보면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나이와 지위 등 현실에 존재하는 벽이 없이 남녀노소가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린 학생도 자기 관심분야에서는 인플루언서로서 어른들에게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시장의 주도권도 기업에서 점차 고객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의 변화는 기업의 대응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다양해지는 고객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질 수 있다면 그 기업은 경쟁 기업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런 경쟁 우위를 달성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되는 점은 욕구 충족 단계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의 정의에 대한 부분이다. 사회학적인 관점이 아닌 마케팅적 관점에서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고객에게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목표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즉 이런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 최소의 노력으로 깊이 있는 고객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 가능하고 그들로부터 체계적인고객의 소리(VOC)의 수집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고객의 소리를 수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 장애 요인들이 존재한다.

첫째, 흔히 발생하는 경우로 고객의 소리와 제품 개발자, 마케팅 기획자 등 기업과의 불일치이다. 흔히 제품 담당자는 고객과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지식이 실제 고객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특히 기술 지향적인 일부 기업들은 하이테크 제품에 고객의 소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제품이 나오면 고객들의 구매로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견 타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제품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 선도자나 기술애호가 집단과의 면접이나 시장조사, 사용행위 관찰 등을 통해서 기업은 보다 시장지향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보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전자제품 등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실제로 고객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구두로 표현하지 못하곤 한다. 막연한 제품에 대한 불만이나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가지고 있지만 이를 손쉽게 시장조사자들에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이런 잠재된 고객의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 고객 문제 해결을 넘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품의 타겟이 될 대상 고객으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표면적인 욕구와 표현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욕구를 해결해 준다면 고객들의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 유용한 솔루션으로 제품을 인식하게 되고 그 제품은 시장에서 환영받게 될 것이다.

전자 제품과 관련해서 고객들이 느끼는 표현된 혹은 잠재된 욕구는 실로 다양하다.

일예로 제품에 대한 신뢰, 납기의 정확성, 포장, 설치, 사용편리성, 요금, 판매 후 관리 등 실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하이테크 상품과 관련해서는 크게 품질, 가격, 요구의 반응 속도, 가치 제공정도의 4가지 측면에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품질이다. 가노(Kano)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고객 입장에서의 품질은 크게 당연 품질, 성과 품질, 환상 품질로 구분될 수 있다. 당연 품질은 너무나 당연해서 고객들이 기업에 요구하거나 표현하지는 않아서 제공되더라도 별로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치만 달성되지 못했을 경우 불만이 고조되는 가장 기본적인 품질이다. 에어컨이 시원하더라도 고객은 당연하게 느끼겠지만 그렇치 않다면 불만이 높아질 것이다. 성과품질은 제공 되었을 경우에는 만족도가 올라가고 미 제공시에는 만족도가 내려가는 품질 요인이다. 세탁기가 절전기능이 뛰어나다면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그렇치 못할 경우에는 만족도가 내려갈 것이다. 반면에 환상 품질은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서 고객만족의 극대화가 가능한 품질 요인이다. 에어컨에 대해 고객이 표현하는 욕구는 냉방력, 공기정화 정도일 것이지만 공조기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고객이 미처 에어컨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가치들을 제공함으로서 환상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들이 느끼는 품질요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지고, 환상품질은 성과품질로, 성과 품질은 당연 품질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적인 가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가격의 문제이다. 과거 기업이 취한 가격의 문제는 일차원적인 문제의 고민이었다. , 제품의 판매가를 얼마로 할 것인가가 고민의 축이었다. 그러나 하이테크 상품에서 가격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는 시간의 흐름 관점에서 본 총 소유비용(TCO)의 관점이다. 대형 수요를 발생시키는 기업은 물론 개인도 점차 단순 구매가격보다는 총 소유비용의 관점에서 가격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 제품군을 판매하는 IBM이나 HP 같은 대형 IT 기업은 서버 판매보다는 유지보수, S.I(system integration) 등 고객이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반 소비재의 경우에도 프린터, 정수기 냉장고 등 총 소유비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보다 타당한 제품들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최종 소비자에게 총 소유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이 보다 환영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셋째, 요구에의 반응 속도이다. 제품의 기획단계에서 제품 개발, 판매, 사후 관리의 전과정에 걸친 요구 관리가 필요해진다. 이런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을 시장 지향적(market driven)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최근에는 고객의 요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요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야 말로 기업이 환경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일 것이다.

넷째 총체적인 가치의 제공이다. 총체적이라 함은 앞서 말한 품질, 가격, 반응속도가 모두 적절히 동시에 제공됨으로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고객과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업의 제 활동들이 가치 지향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마케팅 환경에서 고객의 문제는 고객의 문제로 끝나지 않다. 바로 기업의 기회이자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바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 해결에 실패하거나 경쟁사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한다면 위기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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