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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비자가 주인인 소비자 주권시대가 바야흐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고객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하고 콜센터 직원의 목소리는 친절하다 못해 감미롭기까지도 합니다. 어떤 대부업체는 멀쩡한 생돈을 빌려주고 한 달은 아예 이자도 받지 않는다고 광고를 합니다. 이제 정말 고객이 왕인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떤 신상품이 있는지 홈쇼핑 TV를 켜고 있습니다. 아직 대머리는 아니지만 요즘 내가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어쩌나 고민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용케 딱 내 구미에 맞는 상품이 나오는군요.

이것은 탈모를 방지해주는 세계 최초의 기적의 슈머 헬멧 마사지기입니다. ‘극초단파 울트라 바이올레 웨이브에 편승한 저고온 슈퍼 헬리오네 맥스 2.0 넥스트 제너레이션기술을 사용해서 자동으로 두피 맛사지도 해주고 하루에 한번 머리에 쓰고만 있어도 빠졌던 머리카락이 다시 자랍니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끄덕입니다. 대단해!’

무엇을 기다리시나요? 바로 지금 전화하세요. 매진임박!”

나도 모르게 내 손은 벌써 070-000-0000을 누르고 있네요.

: 예 헬멧 하나 사고 싶습니다.”

상담원: . 안녕하세요. 요즘 머리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지요?”

. 나는 아직은 대머리는 아닌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머뭇거리게 되네요.

상담원: 하지만 걱정하지마세요. 바로 지금 헬멧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헬멧 사용에 필요한 샴푸인 모발의 기적도 필요하시겠죠. 지금 특별 할인중입니다. 몇 병이나 필요하시죠?”

아까 광고에는 안나왔던 이야기인데....’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 , 글쎄요. 한 두병 정도...”

갑자기 상담원이 목소리를 속삭이듯이 낮추는군요.

상담원: 손님은 아주 친절하고 좋으신 분 같으시네요. 그래서 손님한테만 특별히 비밀 한가지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현재 모발의 기적샴푸가 거의 다 팔리고 얼마 안남았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렇게 이 도시에 대머리가 많을 줄이야...

상담원: 전화가 폭주에요. 제가 손님이라면 적어도 삼푸는 몇 개 더 사둘 거에요. 조만간 품절이라니까요

내 빠른 머리가 갑자기 쌩쌩 돌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런, 샴푸가 없으면 헬멧은 있으나 마나잖아. 그리고 결국 조만간 머리도 다 빠져서 난 결혼도 못하고 외로운 대머리가 될 거야. 이런

: , 글쎄요 한 3병 더, 아니 4병 아니 5? 6? 8? 10?”

상담원: “12병짜리 1박스를 사시면 샘플을 하나 더 드립니다

확신에 차서...

: “12병이요!”

상담원: 역시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카드 번호를 불러주세요

(부분발췌 및 수정: ‘Geronimo Stilton. I'm too fond of my fur!)

이 사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한 명랑 소설책의 한 내용입니다. 처음 우연하게 상품에 호기심을 가졌던 소비자가 어떻게 점차 설득을 당하고 결국에는 처음 의도와 다른 구매를 하게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심리라는 것은 유혹이나 설득에 매우 취약한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교육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고, 인터넷 보급률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할만 합니다. 인터넷 검색의 달인이 된 소비자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강력한 정보력과 커뮤니티로 맺어진 결속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현대 소비자들같이 상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관심을 바탕으로 제품생산, 디자인, 유통,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소비자들을 일컬어 프로슈머(Prosumer)'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프로슈머에게 잘 보이지 못하면 그 상품은 결단코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한 일본의 디지털 카메라 회사는 자신들도 모르던 신제품의 결점을 한국의 소비자들이 찾아내자 황급히 리콜을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도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있고 경쟁도 극심해져서 그런지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더 깍듯해진 것을 느낍니다. 초고속인터넷을 가입하거나 변경하면 아무 조건없이 현금으로 20-30만원을 턱턱 주기도 하고, 이동전화를 가입할 때 단말기를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합니다.

통신업체들은 이제 고객이 OK할 때 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광고를 통해서 다짐을 하고, 최고의 감탄사가 나오도록 모시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게다가 요금 할인은 기본에 원하는데로 상품을 제공하는 맞춤설계도 해주고 있습니다.

아마 요즘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워낙 빠르고 강력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제야 정신들을 차린게 아닌가 하는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야말로 정말 고객이 왕이 된 기분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요. 소비자들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해지고 신상품 한두개쯤은 간단히 사장시킬 만큼 강력한 도구인 인터넷도 있으니까요. 쇼핑이 정말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마음 한구석 이 찜찜하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이지요? 이런 찜찜한 기분을 주는 이유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중간이 안전하다는 믿음

만일 여러분이 과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수 백개의 사과를 딴 다음에 이것들의 크기를 적절하게 분류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나누시겠습니까? 아마도 크기라면 대, , 소로, 품질이라면 상, , 하로 분류하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양극단으로 분류하기보다는 3개 이상으로 분류하는 것을 더욱 편안하게 느낍니다. 만일 사과를 대, 소 크기로만 분류한다면 큰지 작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수없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간 분류를 삽입함으로서 평가하기 어려운 것들은 손쉽게 중 크기로 분류할 수 있겠지요.

이런 인간의 마음을 기업이나 상점들과 같이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들 역시 잘 알고 있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예로 세트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나 한정식집의 경우 제공하는 코스 요리가 거의 예외없이 3가지 이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한정식집은 진 세트, 선 세트, 미 세트의 3가지 코스를 각각 5만원, 3만원, 2만원의 가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주 귀한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것과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저는 3만원짜리 선 세트를 주문합니다. 그다지 좋아보이지도 않고 분위기도 그저그런 곳에서 5만원짜리를 시키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같이 여기지고 그렇다고 2만원짜리를 시키려니 먹을 것도 없으려니와 같이 온 사람들이 저를 짠돌이로 여길 것 같아서 심히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이 식당에 온 손님들 역시 대부분 비슷한 생각들을 하는지 가장 압도적으로 잘 팔리는 것은 선 세트입니다.

하지만 만일 이 한정식집에 2만원짜리와 3만원짜리의 두가지 코스 요리만 있다면 과연 가장 잘 팔리는 것이 3만원 코스 요리였을까요? 아마 이 경우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만원짜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만원, 3만원, 5만원으로 메뉴가 구성되었을 때 5만원 코스가 존재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중간 가격대인 3만원 코스가 상대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비춰지게 되지만 2만원과 3만원 두가지만 있는 경우에는 2만원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렇게 3가지의 선택대안이 있을 때 사람들은 가장 싸구려일지도 모르는 최저 가격을 거부하고, 바가지 일지도 모르는 최고 가격을 거부하고 중간대를 선택함으로서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으리라 안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타협 효과(compromise)'라고 합니다. 한정식집 주인 입장에서는 만일 3만원 정식을 주력상품으로 팔려고 한다면 5만원 정식의 존재가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주력 상품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5만원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인식까지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5만원짜리가 팔리면 금상첨화겠지요.

이제 여러분은 이런 타협효과가 어떤 방식으로 기업의 판매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지 파악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예로 A라는 기업에서 각각 50만원인 A모델과 40만원인 B 모델 두 가지 노트북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익이 많이 나는 주력상품인 A모델은 잘 팔리지 않는데,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저가상품인 B모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기업은 A 모델의 판매를 증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만일 더 비싼 C라는 신제품(: 70만원)을 출시하여 라인업에 추가하면 B 상품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증대하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구려도 아닌 합리적인 상품을 선택했다고 믿겠지만 사실은 판매 전략에 넘어간 것입니다.

이처럼 실제 판매를 위해 존재하기 보다는 다른 상품을 돋보이게 하거나 전반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상품을 구색 상품이라고 합니다. 여성용 구두의 매장에는 항상 아무도 신을 것 같지 않은 붉은색 하이힐을 비치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하이힐의 목적은 팔기위해서이기 보다는 우리 매장이 다양한 상품과 색상을 모두 구비해 놓았다는 신호를 소비자들에게 보내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는데, 이런 구색 상품이나 타협 효과를 잘 사용할 경우 소비자를 몰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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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빚을 졌다는 생각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항상 그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운명입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도움, 커서는 친구나 직장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삽니다. 물론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타인에게도 베풀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은 다른 포식 동물보다 체력도 약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도 없었던 인류가 생존하기위해 터득한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이제 위험한 포식동물은 모두 사라졌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으면 언젠가는 이를 갚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심리를 상호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상호성의 원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목격됩니다. 친절하고 잘 웃는 과일가게에 가면 왠지 하나라도 더 팔아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맥주 주점에서 서비스 안주가 나오면 그 날은 술을 더 먹으면 더 먹었지 덜 먹지는 않게됩니다. 사탕 하나가 들어있는 기부금 안내책자를 받으면 이를 모른 척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준 친구가 책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선 듯 빌려줄 것 같습니다. 이처럼 타인의 계산없는 선의나 호의에 호의로 답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혹시 더 큰 대가를 바라고 작은 호의를 베푸는 경우는 전혀 없을까요?

계획적으로 소비자들이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작은 선물이 기업으로부터 주어지는 경우는 매우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시식 코너나 무료 샘플일 것입니다. 마트에 가면 친절한 종업원들이 맥주에서부터 라면, 만두, 튀김 등 다양한 음식들을 무료로 시식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나온 화장품을 발라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경우 시식을 하거나 화장품을 쓴 다음에 그냥 휑하니 가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은 이런 행사들이 워낙 많이 생겨서 대부분 그냥 가지만 마음 한구석에 미안하고 겸연쩍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다음에 살 기회가 되면 기왕이면 그 브랜드를 팔아주고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체험 프로그램들입니다. 자동차업체들은 신차를 팔기위하여 고객들에게 무료 시승차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화장품 업체들은 사용해보고 피부에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반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친절하고 마음씨 좋아보이는 판매사원의 설명을 듣고나서 구매를 한 후 구매를 거절하는 것은 참으로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왠만하면 그냥 타지라는 생각이 마음을 이미 지배한 후입니다.

물론 이런 상호성의 원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무료체험 등이 그런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하여 체험을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잘 안들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안한 마음도 잘 안들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호성의 원리는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런 작은 호의들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또한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한 방법일 것입니다.

상호성의 원리가 더욱 교묘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받았기 때문에 나도 어느정도는 양보를 하거나 보답해야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경우로서 판매 전략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일예로 국내에 진출한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판매원들은 우선 소비자들에게 값이 비싼 정수기나 건강용품을 사라고 권유를 합니다.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 제안을 거절하면 그 때는 이들 제품보다 값이 현저하게 저렴한 비누, 비타민 등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이미 한번 거절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비싸지 않은 물건은 선 듯 구매를 하게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판매원들은 상대방이 거절할 것이 분명한 제안을 먼저 던져놓고 나서 나중에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하는 방법을 자주 이용합니다.

4. 다양성에 대한 선호

한국의 밥상은 푸짐함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상 차림을 받아보면 온갖 밑반찬과 다양한 젓갈, 생선 등 정말 상다리가 휠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 나옵니다. 이런 푸짐함은 뷔페 레스토랑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 이런 자리는 정말 식사 시간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몇 번 이런 식당을 다니다 보면 한상 차림이나 뷔페 모두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몇 가지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내가 싫어하는 메뉴까지 가득 차 있는 상차림이 보기는 좋아도 별로 실속은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격 인상에도 한 몫하는 원인입니다. 이것저것 먹지도 않는 것들로 가득찬 상보다는 결과적으로는 좋아하는 반찬 몇가지만을 계속 먹는 것이 비용대비 만족도 측면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세트 상품의 품목과 종류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과자 꾸러미로 만든 종합 선물세트서부터 과일 바구니, 식당 메뉴, 가전 제품, 자동차까지 다양합니다. 쇼핑업체인 CJ오쇼핑은 세탁기·행거·건조대·세제 등으로 구성한 A상품과 세탁기·청소기로 구성한 B상품을 동시에 판매를 했었는데 이런 세트 상품들로 인하여 단품 상품 판매보다 3050% 정도 매출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겉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좋아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소비할 때는 실속이 없어서 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는 이런 세트상품들에 소비자들은 유독 약한 면모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다양성 편향(diversification boas)'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은 이런 다양성 편향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1) 우선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통하여 판매 증진에 활용합니다. 교차판매는 한 개의 상품을 판매할 기회를 이용하여 관련된 상품들을 판매하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고객에게 예금, 적금 등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금상품이나 보험 상품, 대출 등을 동일한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교차 판매가 구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가격 인하를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그 결과 상품이 채 소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멸실 혹은 손상되거나 유행에서 뒤처지는 등의 간접적인 비용들을 추후로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과소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2) 그리고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를 변경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오랜시간동안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녀왔던 박카스나 현대차, 애니콜, KT 집전화 등의 선도 브랜드들에게는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이 그다지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추격하는 2등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지겹지 않니?’라는 강력한 주문을 소비자에게 던짐으로서 확실하게 만족감을 주는 브랜드를 버리고 불확실한 브랜드로의 변경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브랜드 변경은 만족감보다 후회감을 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5. 믿는 것만 보는 마음

점을 믿으십니까? 점집의 시장규모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않지만 하루 약 13만명이 온라인상의 운세 사이트 100여곳에서 자신의 운세를 점치고 있으며, 미아리나 강남의 사주 카페에서 결혼, 취업, 재테크 등에 대한 상담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국내 점집 시장의 규모를 연간 매출 4조원 규모로 추산하기도 하였습니다(출처: 디지털타임즈, 2008.7). 이처럼 점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점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점집이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다 적용될 수 있는 광범위하거나 두루뭉실한 이야기를 듣고도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문이나 웹에서 볼 수 있는 오늘의 운세를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살펴본 제 운세는 다음과 같은 것이 나와 있습니다. “원숭이띠: 당신은 꾸준하게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귀인의 도움으로 어려움이 풀릴 수 있으니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으십시오다른 사람들에 대한 운세도 비슷하게 나와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 어찌 내 속내를 다 알고 있는지 감탄하며 운세를 철썩같이 믿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잘 운세를 뜯어보면 누구에게나 다 맞을 수 밖에 없는 글귀들입니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은 할 만큼은 노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탕하고 일생에 노력한번 한적 없는 사람들도 자신은 다른 일은 몰라도 좋아하는 일만큼은 열심히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전면허시험을 봐도 시험관이 잘 봐주어야 합격하고 면접을 봐도 심사관이 잘 봐주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는 경우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당연히 결과가 더 좋겠지요. 혹시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하면 정성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치부하면 됩니다. , 일반적이고 매우 모호한 점궤이지만 소비자 스스로 이 점궤를 재해석하고, 이 점궤들을 과거 자신의 경험들과 연계시키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 밤새 시험공부하고 늦잠 자서 시험을 아예 못본 일들, 오랫동안 짝사랑한 경험들이 점괘와 결부되면서 점괘는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점쟁이는 하늘이 낸 용한 점쟁이라고 믿게 됩니다. 일단 이렇게 믿음이 형성되면 그 다음부터는 무슨 말이 나오든 철썩같이 믿게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 이야기 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합니다. 사랑을 노래한 유행가 가사가 늘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나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바넘 효과의 일종이지요.

조사 결과에 의하면 보통 우리나라의 주부들은 남편이나 어린 자녀들보다 판매원의 의견에 더 쉽게 설득된다고 합니다. 보험이나 금융 상품을 가입할 때 상담을 받다보면 내 인생의 계획까지 세워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그들을 신뢰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판매나 상담을 듣고 바넘 효과에 빠지는 것보다는 스스로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보고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6. 첫인상 맹신

여러분 혹시 처음으로 미팅이나 소개팅을 나가셨던 그 때가 기억나십니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잡고 상대방이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상대방이 앉자마자 여러분의 얼굴에는 기쁨 혹은 실망이 빛이 순간적으로 나타납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그 사람을 알려면 곁에 두고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진솔한 내면의 세계를 관찰하고 배우자를 고른다는 이야기들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대부분 필요한 정보는 첫인상을 통해서 얻는다고 하며, 그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는 5초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5초입니다.

그리고 첫인상은 단단한 콘크리트와 같습니다. 한번 첫인상이 형성되면 단단하게 굳어서 다시 이를 바꾸거나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됩니다. 한번 굳어진 첫인상을 다시 바꾸려면 최소한 40시간 이상의 개별적인 면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가족과 아주 친한 친구를 제외하고 40시간동안이나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할만한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계에서 첫인상의 형성은 평생의 관계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큰 것입니다.

이렇듯 강력한 첫인상의 효과는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하고는 합니다. 처음 접한 정보를 맹신하고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서 발생하는 효과로서 초두 효과라고도 합니다. 일예로 국내 주시시장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무리 우량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주식이라도 주당 가격이 50만원, 80만원 이렇게 올라가게 되면 대부분은 감히 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한 주에 몇십만원씩 하는 주식을 샀다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 그보다 저렴한 몇 만원 혹은 몇 천원하는 주식을 사게됩니다. 하지만 액면가가 얼마가 되었든간에 자신의 투자 금액 한도내에서 주식을 산다면 결국 주식의 1주당 가격으로 매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혀 현명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80만원짜리를 1주 사거나 8,000원짜리를 100주 사는 것만으로는 투자 위험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의 가격이 주식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해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역시 강력한 첫인상의 일종입니다. 한번 좋은 제품이라고 인상을 받게되면 더 싸고 좋은 경쟁제품이 나오더라도 쉽사리 브랜드를 변경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을 사귀면서 느껴본 것처럼 첫인상 좋은 사람이 항상 착하고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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