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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 마이크로 사이트의 운영

최근에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 이외에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별도의 마이크로 사이트(micro site)를 제작, 운영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 사이트는 작은 미니 홈페이지로 이해될 수 있으며, 간혹 미니 사이트(mini site)나 웨블릿(weblet) 같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웹사이트와 동일한 웹 서버 장비를 공유하고 있지만, 웹 주소는 대형 웹 사이트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보통이다. 

마이크로 사이트는 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전략이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에서 타겟 마케팅에 기반한 마이크로 컨버전(conversion)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과 유관하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구매나 행동 변화 등 직접적인 퍼포먼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목표 고객이 기업이 의도한 최종적 행동(구매 혹은 구전 등)을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존의 대형 웹사이트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기존의 기업을 대표하는 대형 웹사이트는 기업 홍보나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전체를 모두 소개하는 광범위한 종합 콘텐츠 형태로 운영되는데,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만 관심이 있는 고객의 경우 이런 목적이 불분명한 사이트에서 원하는 깊이 있는 정보를 찾거나 콘텐츠에 만족하는 것은 어려우며, 고객의 이탈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마이크로 사이트 운영전략은 기존의 기업 브랜드 전략과 유사하다. 기존의 기업들 역시 하나의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에 동일 브랜드를 부착하는 엄브렐러(우산) 브랜드 전략을 이용하거나 상품 개개별로 별도의 브랜드를 개발하여 독자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개별 브랜드 전략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하나의 기업 웹사이트만을 운영하는 것이 d일반적인 엄브렐러 브랜드 전략이라면, 각각의 마이크로 사이트 운영은 개별 브랜드 전략에 비교될 수 있다. 

판매하는 상품이 다양할 수록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만을 별도로 집중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크로 사이트의 필요성을 직감하게 되었고, 그 용도와 중요성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마케팅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장 차별화 개념이 웹 사이트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개념인 것이다. 보통 마이크로 사이트는 브랜드 기반의 블로그 형태나 독립된 미니 웹사이트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무엇인 마이크로 사이트인가에 대한 구분은 다소 모호하다. 특정 브랜드에 특화되어 운영되고 있는 기업의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핀터레스트도 동일한 브랜드 특화된 마케팅 기능을 수행한다면 넓은 의미에서 마이크로 사이트 운영의 일환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 보통 마이크로 사이트는 특정 브랜드 중심의 웹사이트나 블로그 사이트를 지칭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웹사이트들은 인사말, 기업정보, 구인정보, 각종 홍보 정보들을 제공하면서, 하위 메뉴의 일부로서 종합적인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가 보통이다. 당연히 모든 상품을 나열하는 형태이며, 그 정보는 사양, 가격, 브랜드 소개 등 피상적인 정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이크로 블로그는 오직 특정 한 가지 브랜드나 상품에 집중하여 정보를 제공하며, 그와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나 배경 지식, 소비자의 사용 경험 등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같은 기업인 크라이슬러(https://www.chrysler.com/)에서 만들고 있지만, 지프는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의 브랜드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http://www.jeepwrangler.co.kr).

<지프의 마이크로 사이트>

사례에서 본 것처럼 마이크로 사이트는 온전히 하나의 제한된 브랜드, 제한된 주제로 콘텐츠를 채워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얇고 넓은 정보로 손쉽게 채울 수 있는 일반적인 웹 사이트보다 더 깊이 있고 세밀한 자료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빈 화면을 채우는 노력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 사이트의 게시물의 아이디어가 떨어지거나 노후화되지 않도록 최고의 콘텐츠를 빠르고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콘텐츠의 구성은 온전히 브랜드 관리자의 전략이나 의도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반드시 들어가거나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등의 획일적인 구분이나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고객에게 다가 간 마이크로 사이트 공통의 특징들은 추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1)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여야 한다. 유용하다는 것은 방문자가 방문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종종 기업이 광고나 홍보에만 치중하고 방문객의 의도나 니즈에 무관심한 일방적인 사이트를 설계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고객에게 유용하지 않은 사이트는 재방문 되지 않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사이트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a. 콘텐츠 내용을 쉽게 분류, 선택할 수 있는 케테고리 정보의 제공, b.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케이스 및 사례의 제시, c. 사용 방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안내물, d. FAQ와 SAQ(should have asked questions) 제공, e. 직접 연락, 방문이 가능한 전화번호, 주소 등 콘택트 포인트 제공, f. 방문객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체크리스트, 관련기사, 통계 정보의 제공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2)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하여야 한다. 일방적인 홍보보다는 네티즌 일반 대중이나 방문객 자신에게도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어야 한다. 일방적 대화는 잔소리로 인식될 것이다. 참여형 콘텐츠 증가를 위한 방안으로, a. 고객이 작성한 체험 글, 개인 방송, 유튜브, 소셜 미디어 링크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 b. 다수의 의견이나 외부 게시물을 단순 복사 형태로 제시하거나 기준없이 인용하지 말고 콘텐츠 큐레이션(curation)을 통하여 정리, 통합된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c. 독자의 반응이나 호감도에 따라 게시물이나 콘텐츠에 순위를 부여하거나 추첨 점수 등을 부여하여 우선순위를 제공할 수 있다. 적절한 질문이나 퀴즈, FAQ, 소비자 콘테스트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3) 콘텐츠의 성패는 재미다. 재미없는 없는 글은 누가 봐도 역시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면 이미 지고 있는 게임이다. 재미있는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a.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적용해야 하지만, b. 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는 어렵다. 글자 수 욕심은 버려라. c. 최근 관심사를 반영한 풍자나 패러디는 효과적인 유머 수단이 될 수 있어서 많이 사용되지만, 지나친 풍자로 비판으로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민감한 정치적 소재는 부적당한 유머 소재다. d. 그리고 재미있는 사람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재미있는 사람에게 콘텐츠 관리를 맞기는 것이 보통 더 효과적이다.

4) 사이트 뒤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무혈의 기업이 아니라 따스한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알려야 한다. 정부 기관의 웹 사이트처럼 무미건조해서는 안된다. 방문자처럼 똑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인간이 운영하고 있음을 강조해라. 이 기업과 브랜드를 위하여 얼마나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가를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a. 기업도 실수나 방심할 수 있음을 보여줘라. 완벽함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업무 이외의 모습, 즉 휴일이나 근무 이후의 모임 등도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는데 도움이 된다. b. 모든 콘텐츠들이 항상, 그리고 언제나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 직접적 목적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가 더 큰 호응을 받는다.

이러한 매력적인 마이크로 사이트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중에서 롯데주류가 운영 중인 국내 주류 브랜드인 '청하'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lotte.chungha/)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 존재하는 청하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청하 그 제품 자체보다 더 핫하다. 현재(2019.9) 14.4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데, 이 페이지는 특히 많은 마케팅, 광고 분야의 실무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독하고 있다. 청하 페이지 자체의 스토리텔링도 가지고 있는데, 페이스북을 잘 모르는 부장님(?)이 신입 직원에게 어디 한번 네 마음대로 운영해보라고 해서, 정말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평양에서의 남한 측 공연 이후 옥류관에서 식사한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을 패러디하여 제품 홍보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종종 술 사진은 안 올리고 야식이나 안주 사진만을 올리기도 한다. 곳곳에 엽기, 패러디, 풍자, 신입 사원의 애로, 그리고 뜬금없는 게시글은 잠시 이것이 기업이 운영하는 페이지임을 잊게 만든다. 더불어 다소 올드하였던 청하의 이미지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청하는 먹지 않아도 구독할 이유를 제공해준다. 관리자의 자유분방함이 젊은 세대의 입맛에 잘 맞아떨어진다.

<청하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마지막으로 마이크로 사이트 운영의 주의할 점은 마이크로 사이트는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마케팅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P&G나 3M과 같이 수천 개의 개별 브랜드나 상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그에 해당하는 숫자만큼의 마이크로 사이트를 개설할 수 있다. 다만, 미니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적절한 관리나 콘텐츠 업데이트, 사이트 홍보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시골의 폐가나 다름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크로 사이트 개설 이전에 이에 대한 별도의 마케팅 계획 수립, 투입 예산과 인력 확보, 콘텐츠의 확보 방안 등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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