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해외 여행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여행은 지친 삶에 쉼표가 되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온전한 휴식을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렵게 떠난 여행이건만 여행을 마치 전쟁처럼 치러내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빽빽한 살인적 스케쥴에 맞춰 며칠 걸려도 돌아보기 힘든 명소나 미술관 등을 하루에 서너개씩 보러가기도 하고, 기껏 5성급 비싼 호텔을 잡았건만 호텔의 부대시설이나 분위기를 즐길 틈 조차 없이 새벽부터 밤 까지 바쁘게 다닌다. 마치 밀린 일을 하듯 여행지를 섭렵하고, 가장 효율적인 여행을 하기 위하여 최단 시간에 최대한의 경험을 하려고 무리한다. 매 순간을 눈에 담기보다는 사진에 담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여행 사진이라기보다는 방문을 확인하는 출장 증빙같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이래서야 여행이 휴식이 될 수 없다. 재충전은 커녕 오히려 몸도 마음도 지쳐 여행 휴유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여행은 피곤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 나를 지나치게 몰아친다. 여행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우리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빨리빨리를 요구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래서야 제대로 놀 틈이 없다. 

 

 

일찍이 1938년, 사회학자인 호이징아(Huizinga)'는 인간의 미래는 일이나 업무가 아니라 놀이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호모 루덴스', 즉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놀이하는 인간이 삶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인생의 본질이 직장에서의 성취나 일과는 무관한 것이며,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이외의 모든 것들은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의 충동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주장하였다. 일예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즉 호모 파베르는 사물의 유용성과 쓰임새만을 고민한다. 호모 파베르는 추우면 추위를 피하고, 배고프면 배를 채우는 기본적인 요구에만 만족하지만 호모 루덴스는 이왕이면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 추위와 멋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패셔너블한 옷을 원한다. 즉, 제품의 용도가 아니라 놀이로 인한 재미가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호모 루덴스는 타인의 강요에 의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자신이 좋아할 때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재미만 있다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빠져드는 현대 소비자의 모습이 바로 호모 루덴스의 모습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놀이꾼이라는 주장은 마케터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수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자사의 상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도록 노력하는 것이 마케팅 성공의 첫 단추나 다름없는데, 호모 루덴스는 재미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이목을 끌수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이런 특징들은 '게이미피케이션', 즉 게임 같은 방식의 적용으로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활용된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재미와 놀이를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의 본능을 이용하여,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게임 형태로 전개하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게 목격된다. 스타벅스는 리워드 앱을 통하여 스탬프를 모으게 하고, 스탬프 갯수에 따라 무료쿠폰이나 선물을 지급하는 게임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성용 화장실에서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놓음으로서 깨끗한 소변기를 관리하는 것도 경쟁을 이용한 게이미피케이션이다. 어려운 회계 이론을 쉽게 가르키기 위하여 블루마블 등 보드 게임을 직접 활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도 국내외 대학에서 쉽게 발견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초성 퀴즈 이벤트도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다. 일 예로 영어 콘텐츠 기업인 시원스쿨은 "시원펜 도서는 ㅎㄱㅁㅇㄴ 영어책으로 한글을 영어로 바꾸는 연습 강조"라는 문장 속 초성의 정답을 맞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이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사례이다.

 

 

이처럼 재미, 보상, 도전, 경쟁 등이 버무려진 잘 만들어진 게이미피케이션의 조건과 관련하여서는 심리학자 '칙센미하이'가 주장한 플로우(flow)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하면 플로우는 무엇인가에 완전히 빠져있어 주변과 시간까지 잊어버리는 몰아 지경의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며, 주위의 모든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에 모든 정신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면 몇 시간이 한 순간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관심 대상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느끼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어 버리곤 한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밤새 만화책을 보거나, 시간가는줄 모르고 당구를 치는 것과 같은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가끔 플로우를 몰입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개인의 의지가 개입되는 몰입과 무아지경의 플로우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어서 번역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고 정확하다. 놀기 위해 태어난 고객이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하여 재미를 느끼고 진정한 플로우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이 이상의 최고 마케팅 목표는 있을 수 없다. 

플로우 경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활동의 목표가 뚜렷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과업의 목표가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장기적인 목표라서 달성이 현실감이 없을 때는 플로우 경험을 잘 일어나지 않는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 예로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요행을 바라고는 있지만, 로또 구매로 인한 플로우는 느끼지 못한다. 너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경품 행사를 하는 경우에 어떤 상품이 주어질지 사전에 명확히 공지되지 않는다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관심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과 같다.

둘째, 활동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가 전자오락 게임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게임 조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같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이런 빠른 반응과 피드백은 고객이 향후 어떤 행동을 해야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 결과 브랜드 홍보를 위하여 일방향적인 TV 광고에 의존하는 경우는 감소하고 있으며, 직접 브랜디드 앱, 혹은 게임을 만들어 소통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일 예로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OK캐쉬백은 자사 앱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형태의 미니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포인트 적립도 보물찾기, 천포인트 페스티벌 등 이벤트와 연계하여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셋째, 플로우 상태를 심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수행능력과 주어진 과제의 난이도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너무 쉬운 과제는 흥미를 가지기 어려우며, 너무 어려운 과제는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게 한다. 개인의 능력과 과제 난이도는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개인 능력에 비하여 과제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걱정이나 불안이 앞서고, 과제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권태와 싫증을 느낀다. 따라서 플로우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수준의 도전 과제를 제시하여야만 한다. 관광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이 적극 도입되고 있는데, 서울의 관광 명소인 '남산골 한옥마을'은 '남산 선샤인'이라는 체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마치 한옥을 배경으로 한 유명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참가자들은 한옥 마을 곳곳을 탐방하고, 일본군 진지를 염탐하거나 민족 반역자를 제거하는 등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넓은 한옥 마을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도전 과제였지만 과제 수행을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 활용, 곳곳에 비치한 안내판과 도우미 등을 통하여 대부분 재미있게 도전을 마칠 수 있었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03-6. 기타 다양한 콘텐츠 도구 활용

블로그와 마이크로 사이트 이외에도 기업이 활용하는 콘텐츠 형태는 다양하며, 그 종류도 증가하고 있다. 본 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포맷 중에서 마케팅 활용도가 높은 새로운 포맷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웹툰

웹툰은 최근 상업적 가치가 인정을 받으면서 고객은 물론 광고주인 기업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오래전부터 종이 속에 갇혀있던 만화를 웹으로 옮긴 형태이며,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탈이 웹툰의 연재를 시작한 이래 웹툰은 K-POP에 이은 K-웹툰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 역시 유망한 콘텐츠 수출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웹툰 시장은 2018년 8,800억 원대 시장으로 성장하였으며, 1조 원 이상의 시장도 곧 달성 가능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웹툰의 상품성은 무한한 확장가능성에 있다. 미국의 마블의 히어로 만화들이 게임, 영화, 그래픽 노블, 완구 등 다양한 산업으로 관련 시장을 확장한 것처럼, 국내 웹툰 역시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인접 콘텐츠 영역으로 그 파급력을 급격히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신과 함께', '치인트'처럼 웹툰에 기반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으며, 조석, 기안 84, 주호민 등의 웹툰 작가는 연예인 못지않은 셀렙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성공적인 OSMU>

네이버가 공개한 내부 데이타(2017.10)에 의하면 웹툰의 소비층이 10대 ~ 40대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역동적이고 사용자의 집중도가 높은 매체라는 것도 콘텐츠 포맷의 상업적 매력도를 높여주고 있다.

<네이버 웹툰 이용자 연령: 출처 네이버>

웹툰을 본격적으로 상업적 광고에 활용하는 브랜드 웹툰 시장이 급격하게 개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브랜드 웹툰은 기업이나 제품, 혹은 특정 브랜드를 주제로 웹툰을 시리즈로 제작하여 연재하는 상품이다. 브랜드의 의미나 정체성을 독자들이 친근한 만화 캐릭터를 통하여 제공함으로써 친근하고 재미있다는 장점이 있고, 조석(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0853&no=1021&weekday=tue), 기안84(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20642&no=1&weekday=tue)처럼 이미 인지도가 높은 유명 웹툰 작가의 스토리 작성 능력과 유머 등이 충분히 반영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광고 매체로서 브랜드 웹툰의 게시에 필요한 광고지면 이용 비용은 총 8화(1주 1화 업데이트) 기준으로 약 5천만 원 수준이며, 웹툰 제작에 들어가는 작가료는 작가의 인지도와 능력에 따라 별도로 협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카드 뉴스

카드 뉴스는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단순하고 짧은 글과 여러 장의 관련된 이미지 이용하여 전달하는 콘텐츠의 한 형태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에 발맞추어 정보의 가독성과 이미지 비율 등이 보편적인 스마트폰의 해상도에 최적화한 형태가 일반적이다. 신문, 방송 등 일반 언론사에서 이런 형태의 뉴스 포맷을 카드 뉴스라 부르기 시작한 이후부터 급속하게 사용이 증가한 형태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포스팅하기에 적합한 형태인 것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글보다 사진을 더 선호하는 비디오 세대의 취향에도 적합하여, 다양한 기업들은 물론 공공기관, 언론사들이 카드 뉴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Q70sDhfpSZY).

<카드뉴스 제작에 편리한 망고보드>

카드 뉴스는 보통 배경 사진에 간단한 글이 추가된 단순한 형태로 구성되므로 널리 보급된 포토샵 등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직접 제작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으나, 관련된 앱이나 디자인 도구 사이트들의 활용은 이런 작업을 더욱 수월하게 해 준다. 대표적인 카드 뉴스 작성 앱들로는 글그램, Q카드뉴스 등이 있으며, PC 기반의 카드 뉴스 제작은 망고보드 등의 서비스를 통하여 이용이 가능하다. 망고보드(www.mangoboard.net)는 유료 기반의 서비스이며, 단순한 카드뉴스 이외에 인포그래픽, 랜딩 페이지 제작, 소셜 미디어의 대표 이미지, 배너 광고, 포스터 등 다양한 콘텐츠 디자인 및 제작을 지원해준다. 칸바(www.canva.com) 역시 카드 뉴스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유료 모델이 부담이 된다면 완전 무료로 이용가능한 미리캔버스(miricanvas.com)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3)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콘텐츠 마케팅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 Game과 -fication이 결합된 용어인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화한다는 의미이며, 이미 하나의 상업적 콘텐츠 마케팅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사용처 역시 정부, 기업, 교육, 보건의료, 스포츠, 쇼핑, 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 형태의 콘텐츠는 게임 이용자에게 레벨업과 같이 달성해야 되는 명확한 목표를 부여할 수 있고, 게임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 형태로 설계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도전감과 몰입감을 높여 브랜드 홍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넷이 시행한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의 형태는 PC나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형태로 제작되지만, 때로는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형태로 제작되기도 한다. 디지털 형태의 게임으로는 직장인 대상의 온라인 교육기업인 휴넷이 시행한 '스마트 카우팜' 게임을 들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온라인 강좌의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소 캐릭터를 분양받을 수 있으며, 열심히 공부하거나 시험을 통과하면 얻는 학습 포인트로 가상 세계 속에서 소를 키우도록 하였다. 또한 게임 속의 소의 성장 정도에 따라 기념품 등 다양한 선물을 실제 보상으로 제공하였다. 

현실 체험형 게임 형태로는 코카 콜라가 자판기를 활용하여 게이미피케이션을 자주 제품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일예로 코카콜라는 자판기의 동전 투입구를 2미터 이상의 높은 위치에 설치해서, 친구와 같이 목마 타기 등 노력을 하지 않으면 콜라를 구할 수 없도록 자판기를 제작하여 운영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콜라를 뽑았을 경우 하나의 가격으로 두개의 제푸을 주는 1+1 전략으로 게임의 보상을 확실하게 제시하였다. 또한 코카콜라는 실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존을 통하여 브랜드 홍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마케팅으로 단기적 매출도 증가하였지만, 뉴스나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의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https://www.youtube.com/watch?v=xe8zlxxmGgQ). 

: 이 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