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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숏폼 콘텐츠의 이해

전설이 된 콘텐츠

중세 판타지 배경의 독특한 세계관과 뛰어난 그림체, 땀을 쥐는 스토리텔링으로 오랜기간 동안 인기리에 연재되어온 만화가 있다. 최초 연재 시작은 작가가 20대 중반이던 89년부터 시작되었고, 보통 1~2년에 한번 꼴로 간간히 단행본으로 나오고 있으며, 30년이 훨씬 지난 2021년 기준으로 고작 만화책 40권이 출간되었다. 이 만화는 언제 완결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만화는 완결이 불가능해졌다. 작가가 2021년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 만화가 미우라 케타로의 베르세르크이야기이다. 스낵컬쳐인 웹툰에 익숙한 세대가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장인정신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간 대작이지만, 결국은 아무도 완결을 보지 못하였다. 애정하는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긴 콘텐츠에도 명복을 빕니다.

단명을 부르는 베르세르크 작화체

숏폼 콘텐츠의 시대

단말 플랫폼이 원인일까 아니면 현대인의 조급함이 원인일까? 이용자들이 감내하고 허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최근 숏폼(short form)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숏폼의 정의는 단어 그대로 매우 짧은 형태의 콘텐츠이다. 스토리텔링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 긴 이야기보다는 이런 짧은 이야기들이 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단말 이용환경의 변화와도 관련이 크다. 과거에는 TVPC 앞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타입이었다면, 이제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수시로 소비된다. 지하철 이동중, 회의중 잠깐 한눈 팔기, 심지어 운전하면서도 콘텐츠가 소비됨에 따라 기승전결을 모두 볼 수 있는 긴 이야기보다는 임팩트 있게 한번 웃고 지나가거나 간단한 정보를 스폿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숏폼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숏폼 콘텐츠의 초기의 성공 모델이자 가장 잘 알려진 서비스는 중국 스타트업인 ByteDance가 출시한 틱톡(Tik-tok)’일 것이다. 틱톡은 SNS중에서는 비교적 늦은 2017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였지만, 전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연령대나 성별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매체이지만 2021년 기준으로 기업가치 84조원의 높은 valuation을 받고 있다. 틱톡의 특징은 타 SNS와 다르게 보통 1분 이하의 짧은 영상 콘텐츠로 소통한다는 점이며, 이후 유튜브 숏츠, 릴스 같은 유사한 서비스 탄생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숏폼 콘텐츠의 종류와 특징

숏폼 콘텐츠는 보통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지칭하지만, 그 종료가 영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영상 이외에 이미지나 글, 드라마, 웹툰 등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숏폼으로 분류될 수 있다. 드라마도 기존의 장편, 혹은 시리즈 형태의 드라마가 아닌 단편 형태의 웹툰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움짤 같은 밈(meme) 형태의 사진도 매우 제한적 콘텐츠를 가지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숏폼 콘텐츠로 포함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콘텐츠 확산의 대세인 인터넷 밈은 보통 인터넷 상의 흥미로운 이미지나 영상, 글 들을 옮기거나 따라하면서 확산되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공유나 패러디의 특성상 대부분 숏폼 콘텐츠가 밈의 대상이 된다.

죽은 흑역사도 되살린 밈

숏폼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써의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 짧은 형태의 영상 제작은 제작비나 스토리 구성, 제작 일정에 무리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는 작거나 영세한 규모의 기업 입장에서는 접근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기업 입장에서도 실패 시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다. 숏폼은 그런 문제점들을 상쇄해준다. 또한 콘텐츠 이용자 측면에서도 특히 인스턴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호소력이 있다. 이들은 장편 영화나 시리즈 드라마조차도 원본이 아니라 하이라이트만을 보여주는 클립으로 소비하는 세대들이다. 긴 호흡의 이야기보다는 마치 포탈 뉴스의 제목만을 보고 넘어가듯이 빠르게 고르고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마지막 장점으로는 숏폼은 구전 및 바이럴의 속도고 숏이다. 보통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바이럴 활동의 전제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충분히 즐기고 공감하였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 결과 긴 형태의 콘텐츠는 끝까지 완독했을 가능성이 더 낮고, 그 결과 공감받을 가능성도 더 낮아진다. 반면 숏폼은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확산되기에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 마케팅

숏폼을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 주도라기 보다는 소비자 UCC나 참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기업이 숏폼 영상을 제공하기보다는 고객들로부터 영상을 제공받는 입장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율면에서 유리하다. 이는 유튜브 기업 채널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하여 이용자가 주도적 제작자의 역할을 하기에 그만큼 용이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교한 스토리텔링 없이도 짧은 동영상은 제작이 가능하고 허술한 편집과 시각적 효과도 밈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마케팅은 영상물 공모전이나 자체 체험 영상 형태로 자주 진행되고 있다.

이런 영상 챌린지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마케팅 기업들은 참가자들에게 참가를 독려할 수 있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주로 인센티브는 금전적 보상이나 제작 지원 등의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사랑하는 것처럼 사회적 정당함에도 관심이 큰 MZ 세대의 유입을 위해서는 대의명문을 제공하는 마케팅도 효과적이다. 영상 챌린지의 사회적 가치, 공익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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