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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과 불경기가 지속되어온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상품은 초저가 상품도, 천엔 상품도 아닌 중고 상품이다. 일본에는 '고메효'라는 중고 매장이 있다. 그냥 매장이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중고 백화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고메효에는 루이뷔통, 롤렉스, 샤넬, 구찌, 카르티에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만을 다루고 있으며, 중고라고 할지라도 허름한 중고가 아니라 새것과 다름없는 높은 퀄러티의 중고만을 판매한다. 매장 역시 매우 넓은데, 고메효 신주쿠 점의 경우 지하 2층, 지상 8층의 전관을 화려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불경기 장기화에 따라 중고 제품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시선도 관대해졌고, 최근 부는 환경 보호, 리사이클링 등도 중고 제품을 보다 긍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중고 매장의 비결은 간단하다. 저렴한 제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된다. 그러나 고메효는 중고품 판매의 이런 법칙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것으로 유명하다. 고메효는 좋은 제품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 우선 고메효는 매입 센터를 운영하여 좋은 중고제품을 선별하는데 큰 공을 들인다. 제품 매입을 담당하는 바이어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하여 오랫동안 제품 관련 교육을 받는 전문가이며, 한번 책정한 가격은 절대 타협이나 흥정을 통하여 변경하지 않는다. 공정한 바이어가 책정한 가격은 절대 변경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비싸게 사서 싸게 팔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매입 관리를 한다. 매입한 후 빠른 시간내 팔리지 않을 제품은 처음부터 매입 자체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또한 신품과 다름없는 중고제품임을 강조하기 이하여 실제 신상품과 중고상품을 나란이 같이 진열하여 비교할 수 있게도 하고 있다. 신상품과 비교하면 중고라고 싸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전국적인 체인점과 대형 매장을 운영함으로서 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동시에 박리다매가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국내에도 적지않은 명품 중고 매장이 있지만, 일본 고메효에 비하면 시스템이나 사업 모델이 아직은 영세하다. 그러나, 고객들이 신상품을 구매할 때 소유보다는 경험에 중점을 두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중고품 시장으로 나오는 경우들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취미 상품이나 계절, 트랜드 상품 등의 신상품을 구매할 때, 중고품으로의 재판매 가능성이나 중고 가격이 중요한 구매결정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싼 제품일지라도 좋은 가격에 중고 처분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가격에 대한 거부감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 총소유비용과 고객 부담을 경감하는 가격 전략의 차원에서도 중고 시장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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