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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인 모닝을 만드는 기아 자동차는 2014년 고객에 하루 커피 1잔 값에 불과한 5000원으로 모닝을 구매할 수 있는 특별 구매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습니다. 기아차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1잔을 5000원을 주고 여유로운 시간과 장소를 즐기듯, 15만원으로 모닝을 통해 자유로운 공간이자 쾌적한 이동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고, 프로모션기간 동안 기아차의 모닝은 국내 판매량 1위인 베스트 셀링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구매조건을 살펴보면 판매가가 1036만원인 모닝 1.0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15%에 해당하는 선수금을 먼저 낸 후, 매달 15만원 씩 36개월간 납입하고 만기 때 차량 잔액의 40%를 상환하는 조건입니다. 155만원의 선수금을 내고 540만원을 더해서 총 695만원을 내면 3년간 차량 소유가 가능합니다. 물론 만기 때 차량 잔액을 내지 않으면 더 이상 차량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하루 한잔의 커피 값이면 모닝을 소유할 수 있다”, 혹은 “3년간 695만원을 내면 모닝을 3년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상 똑같은 구매조건입니다. 하지만 모닝이 3년간 695만원을 내면 모닝을 소유도 아니고, 이용할 수 있다고 선전하였다면 과연 베스트셀링카가 될 수 있었을까요? 똑 같은 정보라도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기아는 목표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1. 인식의 함정

기업의 성공적인 홍보 활동을 위해서는 전달하려는 기업의 이야기가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모델만을 예로 들더라고 홍보에서는 그들의 매력적인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메시지의 신뢰성, 모델의 전문성 등이 더욱 강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젊고 아름다운 모델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광고와 달리 홍보 활동에는 오랜 기간동안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왔던 최불암씨가 등장하기도 하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홍보 자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구중의 하나는 통계나 전망과 같은 숫자들입니다. 사람들은 숫자로 제시되는 정보를 더욱 신뢰성 있고 객관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숫자에 대한 맹신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이 인식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들도 일부러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들도 모르고 오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예로, 정보를 주더라도 숫자로 주는 경우와 %로 제시하는 경우 느낌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퍼센트는 부정적 정보를 더욱 강조하는 반면에, 숫자는 긍정적 정보를 더욱 강조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임직원 1만명 규모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할 때에는 대중들이 느낄수 있는 부정적 느낌을 다소 줄이기 위하여 전체 직원의 10% 감소와 같이 표현한다고 합니다. 10%는 사실상 1,000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1,000명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덜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헌혈하기 운동과 같은 긍정적인 정보의 경우는 퍼센트보다는 숫자를 선호합니다. 임직원 10%보다는 1,000명 헌혈 참여가 더욱 긍정적으로 과장되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통계나 숫자는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찍이 영국의 수상을 지낸바 있는 벤저민 디지레일리는 세상에는 3가지의 거짓말이 있다. 첫째는 거짓말, 둘째는 새빨간 거짓말, 셋째는 통계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2. 보이는 방식의 차이

여러분이 저녁 반찬으로 햄을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 시장에는 마침 거의 같은 가격에 인공 첨가물이 첨가되지 않은 두 가지의 다른 브랜드를 팔고 있었습니다. (a) 살코기 80%인 햄과 (b) 지방 20%인 햄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것을 사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살코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한 (a)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인공첨가물이 포함되지 않은 햄에서 80% 살코기나 20% 지방은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조류독감에 있어서 신종 플루나 다른 전염성 질병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한 ‘00 제약은 치료법을 두고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최근 3,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까지 끝냈습니다. 이들 3,000명의 환자들은 빨리 치료받지 못하면 전원 사망할 위급 환자들입니다. 00제약은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직접 선택해 보시기 바랍니다.

치료법 A:

- 기존의 치료법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1,000명은 살 수 있음

-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 A를 사용할 경우

3,000명이 모두 살 확률이 1/3이고,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이 2/3

치료법 a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인 72%이상이 기존의 치료법을 사용하라고 권고했으며 새로운 치료법을 선택한 사람은 28%에 불과했습니다.

치료법 B:

- 기존의 치료법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2,000명이 죽음

-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 B를 사용할 경우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이고,

3,000명이 모두 죽을 확률이 2/3

치료법 b의 경우는 a의 경우와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대부분인 78%의 의사들이 새로운 치료법의 사용에 찬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치료법 ab는 사실상 완전히 똑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1/3의 생존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죽는다라는 표현과 산다는 표현으로 보도하였을 때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반응은 이렇듯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일한 사실이더라도 표현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극과 극의 결과가 나와 소비자의 인식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3. 액자 효과의 이해

앞에서 설명드린 치료법 사례는 다행히도 실제로 벌어진 사례는 아닙니다. 노벨 경제학 수상으로 유명한 츠베르스키(Tversky)와 카네만(Kahneman) 교수가 1981년 수행한 실험의 일부를 잠시 소개드린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치료법 A와 같이 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틀(frame) 속에서 판단을 할 때는 위험한 선택을 회피하기 때문에 모두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꺼려하게 됩니다. 그러나 치료법 B와 같이 죽는다는 부정적인 틀 속에서는 확실하게 2,000명이 죽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새로운 치료법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전혀 차이가 없는 똑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형태로 정보가 제시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정보 그 자체의 내용보다는 그 정보가 어떻게 포장되어 전달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조삼모사의 중국 고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루에 일곱 개의 똑같은 개수의 콩을 원숭이 먹이로 주더라도 아침에 4, 점심에 3개 주는 것과 아침에 4, 점심에 4개 주는 것은 결코 같은 뉘앙스로 마음에 오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보통 프레이밍(framing)효과 혹은 액자 효과라고 이야기하며 마케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생각을 어느 틀에 맞추느냐에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으로는 차이가 없는 똑같은 상황일지라도 소비자들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4. 의제 설정과 포지셔닝

액자 효과를 이해한다면 이의 무한한 마케팅 활용가능성을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위에서 제시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예시가 실제 상황이라면 제약 회사가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시장에서의 반응은 매우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의 인식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강력한 마케팅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설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쟁의 액자를 맞추려는 이런 노력들을 다른 용어로 의제 설정(agenda setting)’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기업은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생각과 관심의 범위를 설정함으로서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1) 우선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경쟁력이 높은 부분을 의제로 설정함으로서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광고나 홍보를 통하여 특정 이슈를 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소비자 대중의 관심은 그 이슈만을 대상으로 집중되고 그 이외의 여타 이슈들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즉 기업이 제시한 이슈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며 기업이 제시한 기준이나 준거에 따라서 소비자는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판단한 많은 의사결정들은 사전에 기업들에 의해서 계획되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쇠고기와 관련된 의제를 미국산이나 미국산이 아니냐의 원산지로 제한시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맛이나 풍미, 가격, 선도 등 다양한 구매결정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이트 맥주는 경쟁사가 수질 오염 문제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되자 좋은 맥주의 기준을 자신들이 유리한 강점을 갖고 있던 수질로 한정해서 경쟁하였고 그 결과 국내 1위 업체로 부각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의제 설정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포지셔닝 전략의 배경이 됩니다.

(2) 새롭게 시장을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즉 누가 이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브랜드인지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고 다른 경쟁자들을 완전히 그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주로 시장의 선도 기업들보다는 이제 경쟁을 시작하는 후발 브랜드들이 애용하는 방법입니다. 일예로 사이다와 콜라는 색상의 차이만 있을 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맛이나 향을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사이다 브랜드인 세븐업우리는 콜라가 아니다라는 ‘unCoke'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의도적으로 콜라와 사이다 시장을 분할함으로서 사이다를 콜라와 다른 종류의 상품으로 설정하고 코카나 펩시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의 경쟁을 피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입니다. 미국의 렌터카 회사인 AVIS사는 우리는 1등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2등 기업'라고 주장함으로서 미국내 시장을 1Hertz와 같이 양분하는 영악함을 보여주었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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