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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격은 심리다

많은 가격을 홍보하는 광고는 잘못된 비교로 소비자를 호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품질을 평가할 때 가격이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무런 품질이나 향기의 차이가 없는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더 비싼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광고와 달리 이는 결코 소비자들이 어리석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한된 정보만이 주어졌을 때 가격을 효율적인 판단기준으로 활용함으로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하는 소비자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소비자의 이런 특성을 소비자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즉 가격이 갖는 심리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본 장에서는 이런 가격의 비밀을 살펴봄으로서 기업의 세심한 가격 전략을 이해하고 가격에 강해지기 위한 지식을 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배보다 큰 배꼽

최근에는 어디서나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인터넷 전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십만원이 넘는 전화기를 무료로 주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 체험기간도 제공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입만 하면 현금으로 수십만원을 그 자리에서 주겠다는 판촉도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이동통신 회사들 역시 수십만원짜리 휴대폰을 무료로 주기도 합니다. 멋지게 사진인쇄까지 가능한 프린터도 피자 한판 값 정도면 바로 살 수가 있습니다. 유가도 오르고 물가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는데 이렇게 고마운 기업들이 있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부담없이 바로 카드를 긁어주는게 인지상정일 듯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이익이 목적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해도 이익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내가 모르는 추가적인 가격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중 하나가 바로 종속재(captive product) 가격입니다.

종속재 가격 정책이란 일단 특정 상품을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하게 판매한 다음에 그 상품의 지속적인 이용에 필요한 부품이나 소모품, 서비스 등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이익을 증대시키는 가격 정책입니다. 대표적인 상품들로는 휴대전화, 복사기, 프린터, 폴라로이드형 즉석 카메라,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이 있습니다. 일예로 경쟁 심화로 PC, 반도체 등 IT 제품 대부분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최근에도 프린터사업은 10% ~ 30%에 이르는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수익은 잉크나 토너의 판매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잉크젯 프린터의 경우 3~5만원정도로도 쓸 만한 상품을 살 수 있지만 칼라와 흑백 잉크를 구매할 때는 보통 프린터한대의 가격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본 상품이 아니라 종속재 상품을 통하여 상당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휴대폰이나 인터넷전화처럼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구매 당시의 가격보다는 그 상품을 사용하는 모든 단계에서 소요되는 총 비용을 기준으로 구매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결정일 것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판매 당시의 가격보다는 고객의 생애주기 전 단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생애가치(Lifetime value)를 고려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입니다.

3. 싸게 보이는 가격

소비자는 상품의 가격을 분석하는 컴퓨터가 아닙니다. 단지 가격을 보고 느끼는 데로 지각할 따름이며, 항상 그렇치만 인간의 지각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즉 기업은 자신의 이익에 큰 손실없이 가능하면 더 저렴하게 보이도록 심리적인 가격 책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방법이 (1) ‘짜투리 가격책정(odd pricing)'입니다. 즉 가격이 딱 떨어질 때 보다는 그렇치 않을 때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하게 느낀다는 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가격이 10,000원일때는 조금 비싸다고 느껴서 구매에 많은 고민을 하게되지만 9,900원일때는 실제로 가격 차이는 단 100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 경우 소비자는 실제 가격 차이보다 더 큰 가격 차이를 심리적으로 지각하게 되는데 주로 소매점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옵션 가격결정(option pricing)도 유사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주력 제품의 판매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부가적인 상품 옵션이나 서비스 옵션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형 승용차의 가격은 처음에는 매우 저렴한 것 같지만 오토매틱 기어, 에어컨, 에어백 등 다양한 옵션들을 추가하면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Dell 컴퓨터는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3년간 A/S를 받기 위해서는 16만원에 이르는 서비스 옵션 상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옵션 가격은 옵션을 제외한 최초의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보이도록 함으로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 전략의 일종입니다. 처음부터 옵션을 포함한 전체 가격을 제시하면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먼저 옵션을 제외한 작은 금액을 제시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게 한 후 추가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활용한 것입니다.

(3) 절대적으로 싸거나 비싼 가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은 현재의 판매하고 있는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살펴보거나 과거에 구매했던 상품의 가격을 떠올림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항상 이런 비교를 통하여 싸거나 비싸다는 지각을 하게 됩니다. 가격의 인식은 비교에 의한 상대적인 평가인 것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기업들은 소비자를 손쉽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적인 예를 통하여 준거 가격으로 인한 타협효과(compromise effect)를 살펴보겠습니다. 노트북을 제조하는 □□기업이 아래와 같이 두 개의 다른 모델을 팔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모델명

품질수준(100)

가격수준()

이익률

A

50

60만원

낮음

B

60

70만원

보통

이렇게 A형과 B형 두 개의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면 두 모델간에 품질 수준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A형 모델을 일반적으로 선호하게 됩니다. 하지만 A형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괜찮은 모델이기 때문에 이익률은 매우 낮은 제품입니다. 이런 경우 마케팅 매니저는 이익이 낮은 A형 제품보다는 B형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B형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수익성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아래 표에 나와 있습니다.

모델명

품질수준(100)

가격수준()

이익률

A

50

60만원

낮음

B

60

70만원

보통

C

80

100만원

높음

추가로 더 품질과 가격이 높은 C형 이라는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십시오. 대안이 두 개에 불과하였던 과거에는 B형과 비교시 A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비추어졌겠지만, 대안이 세 개로 증가하면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새로 등장한 C형은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게 인식되는 반면 A형은 가장 성능과 가격면에서 가장 떨어지는 열등한 상품으로 인식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성능과 가격 모두 적당한 중간대의 B형을 가장 합리적인 상품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상품의 비교대상을 적절히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높은 상품이 잘 팔리도록 시장을 통제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4. 손실 혐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좋아하고 손해가 되는 것은 싫어합니다. 비단 사람뿐이겠습니까? 강아지, , 바이러스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적인 특성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길을 걷다가 똑같은 돈 10,000원을 (1) 잃어버려 생돈이 사라진 경우와 (2) 길에서 주워서 공돈이 생긴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떤 경우가 더 기쁘거나 슬플까요? 만일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어느 경우에 더 큰 폭의 감정 변화를 겪게 될까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트버스키(A. Tversky) 교수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하여 이 문제를 설명합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같은 금액의 손실이나 이득이 기대될 경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실은 더욱 심하게 싫어하고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즉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면 생돈을 잃어버린 경우가 공돈을 주운 경우보다 더 심하게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이득을 보았을 때의 기쁨보다 손해를 보았을 경우의 상실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였는데,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현상이라고 합니다.

손실회피가 적용되는 예를 보겠습니다. 이제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카드 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경우들도 여전합니다. 일부 점포같은 경우에는 3%~5%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이유로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금액을 깍아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다른 표현을 사용한 두 개의 점포가 있다면 누가 더 현금 사용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일까요?

점포 A: 가격 1만원, 단 현금 사용시 500원 추가 할인

점포 B: 가격 9,500, 단 카드 결제시 수수료 500원 추가 고객 부담

여러분은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점포 A와 점포 B의 가격은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점포 A500원의 이득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될 것이며, 반대로 점포 B500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될 것입니다. 이 경우 손실을 암시하는 점포 B의 문구에 소비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가격이지만 손실을 혐오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가격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5. 합쳐진 손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돈이 있다면 어떤 돈일까요? 다양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하는데 사용하는 돈중 가중 위험한 돈은 바로 신용카드라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MIT 대학에서의 실험한 결과를 보면 스포츠 경기의 티겟을 경매할 때 현금으로 하는 경우보다 신용카드로 하는 경우 사람들은 경매 금액을 2배 가까이 높게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신용카드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같은 돈이지만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현금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지출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용에 다소 둔감해지고 아울러 손실 회피도 그만큼 절박하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갈 때는 지출하는 매 순간마다 상실감이 발생하지만 신용카드는 청구서가 오는 월말에 한번 상실감을 경험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는 비싼 상품도 선뜻 구매하기도 하고 통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트버스키 교수 다음 한 마디로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익은 나누어서 제공하고 손실은 합쳐서 제공하라소비자가 이익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은 여러번 나누어서 제공함으로서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예로 들면 점포에서 반액 세일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점포 A: 50% 폭탄 할인

점포 B: 40% 폭탄 할인에 10% 추가 더 할인

이 경우 점포 B처럼 표현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욱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손해인 경우에는 이와 반대라고 합니다. 예를 들여 운전중 안전벨트를 미착용하고 신호를 무시하여 벌금을 두 번 내게 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상황 A: 안전벨트 미착용 벌금 고지서를 받은 후 다음날 신호위반 고지서를

다시 받음

상황 B: 통합 고지서를 통하여 안전벨트 + 신호위반 고지서를 받음

이 경우 상황 B가 상황 A보다 덜 아깝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신용카드의 맹점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에는 한달에 40번 구매를 하는 경우라면 손실감을 40번 느끼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이제는 한달에 한번 고지서가 올 때 느끼는 상황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 때는 다시 한번 현실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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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인 모닝을 만드는 기아 자동차는 2014년 고객에 하루 커피 1잔 값에 불과한 5000원으로 모닝을 구매할 수 있는 특별 구매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습니다. 기아차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1잔을 5000원을 주고 여유로운 시간과 장소를 즐기듯, 15만원으로 모닝을 통해 자유로운 공간이자 쾌적한 이동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고, 프로모션기간 동안 기아차의 모닝은 국내 판매량 1위인 베스트 셀링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구매조건을 살펴보면 판매가가 1036만원인 모닝 1.0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15%에 해당하는 선수금을 먼저 낸 후, 매달 15만원 씩 36개월간 납입하고 만기 때 차량 잔액의 40%를 상환하는 조건입니다. 155만원의 선수금을 내고 540만원을 더해서 총 695만원을 내면 3년간 차량 소유가 가능합니다. 물론 만기 때 차량 잔액을 내지 않으면 더 이상 차량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하루 한잔의 커피 값이면 모닝을 소유할 수 있다”, 혹은 “3년간 695만원을 내면 모닝을 3년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상 똑같은 구매조건입니다. 하지만 모닝이 3년간 695만원을 내면 모닝을 소유도 아니고, 이용할 수 있다고 선전하였다면 과연 베스트셀링카가 될 수 있었을까요? 똑 같은 정보라도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기아는 목표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1. 인식의 함정

기업의 성공적인 홍보 활동을 위해서는 전달하려는 기업의 이야기가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모델만을 예로 들더라고 홍보에서는 그들의 매력적인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메시지의 신뢰성, 모델의 전문성 등이 더욱 강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젊고 아름다운 모델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광고와 달리 홍보 활동에는 오랜 기간동안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왔던 최불암씨가 등장하기도 하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홍보 자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구중의 하나는 통계나 전망과 같은 숫자들입니다. 사람들은 숫자로 제시되는 정보를 더욱 신뢰성 있고 객관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숫자에 대한 맹신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이 인식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들도 일부러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들도 모르고 오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예로, 정보를 주더라도 숫자로 주는 경우와 %로 제시하는 경우 느낌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퍼센트는 부정적 정보를 더욱 강조하는 반면에, 숫자는 긍정적 정보를 더욱 강조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임직원 1만명 규모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할 때에는 대중들이 느낄수 있는 부정적 느낌을 다소 줄이기 위하여 전체 직원의 10% 감소와 같이 표현한다고 합니다. 10%는 사실상 1,000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1,000명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덜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헌혈하기 운동과 같은 긍정적인 정보의 경우는 퍼센트보다는 숫자를 선호합니다. 임직원 10%보다는 1,000명 헌혈 참여가 더욱 긍정적으로 과장되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통계나 숫자는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찍이 영국의 수상을 지낸바 있는 벤저민 디지레일리는 세상에는 3가지의 거짓말이 있다. 첫째는 거짓말, 둘째는 새빨간 거짓말, 셋째는 통계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2. 보이는 방식의 차이

여러분이 저녁 반찬으로 햄을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 시장에는 마침 거의 같은 가격에 인공 첨가물이 첨가되지 않은 두 가지의 다른 브랜드를 팔고 있었습니다. (a) 살코기 80%인 햄과 (b) 지방 20%인 햄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것을 사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살코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한 (a)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인공첨가물이 포함되지 않은 햄에서 80% 살코기나 20% 지방은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조류독감에 있어서 신종 플루나 다른 전염성 질병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한 ‘00 제약은 치료법을 두고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최근 3,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까지 끝냈습니다. 이들 3,000명의 환자들은 빨리 치료받지 못하면 전원 사망할 위급 환자들입니다. 00제약은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직접 선택해 보시기 바랍니다.

치료법 A:

- 기존의 치료법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1,000명은 살 수 있음

-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 A를 사용할 경우

3,000명이 모두 살 확률이 1/3이고,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이 2/3

치료법 a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인 72%이상이 기존의 치료법을 사용하라고 권고했으며 새로운 치료법을 선택한 사람은 28%에 불과했습니다.

치료법 B:

- 기존의 치료법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2,000명이 죽음

-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 B를 사용할 경우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이고,

3,000명이 모두 죽을 확률이 2/3

치료법 b의 경우는 a의 경우와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대부분인 78%의 의사들이 새로운 치료법의 사용에 찬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치료법 ab는 사실상 완전히 똑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1/3의 생존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죽는다라는 표현과 산다는 표현으로 보도하였을 때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반응은 이렇듯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일한 사실이더라도 표현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극과 극의 결과가 나와 소비자의 인식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3. 액자 효과의 이해

앞에서 설명드린 치료법 사례는 다행히도 실제로 벌어진 사례는 아닙니다. 노벨 경제학 수상으로 유명한 츠베르스키(Tversky)와 카네만(Kahneman) 교수가 1981년 수행한 실험의 일부를 잠시 소개드린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치료법 A와 같이 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틀(frame) 속에서 판단을 할 때는 위험한 선택을 회피하기 때문에 모두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꺼려하게 됩니다. 그러나 치료법 B와 같이 죽는다는 부정적인 틀 속에서는 확실하게 2,000명이 죽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새로운 치료법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전혀 차이가 없는 똑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형태로 정보가 제시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정보 그 자체의 내용보다는 그 정보가 어떻게 포장되어 전달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조삼모사의 중국 고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루에 일곱 개의 똑같은 개수의 콩을 원숭이 먹이로 주더라도 아침에 4, 점심에 3개 주는 것과 아침에 4, 점심에 4개 주는 것은 결코 같은 뉘앙스로 마음에 오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보통 프레이밍(framing)효과 혹은 액자 효과라고 이야기하며 마케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생각을 어느 틀에 맞추느냐에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으로는 차이가 없는 똑같은 상황일지라도 소비자들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4. 의제 설정과 포지셔닝

액자 효과를 이해한다면 이의 무한한 마케팅 활용가능성을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위에서 제시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예시가 실제 상황이라면 제약 회사가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시장에서의 반응은 매우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의 인식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강력한 마케팅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설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쟁의 액자를 맞추려는 이런 노력들을 다른 용어로 의제 설정(agenda setting)’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기업은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생각과 관심의 범위를 설정함으로서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1) 우선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경쟁력이 높은 부분을 의제로 설정함으로서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광고나 홍보를 통하여 특정 이슈를 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소비자 대중의 관심은 그 이슈만을 대상으로 집중되고 그 이외의 여타 이슈들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즉 기업이 제시한 이슈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며 기업이 제시한 기준이나 준거에 따라서 소비자는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판단한 많은 의사결정들은 사전에 기업들에 의해서 계획되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쇠고기와 관련된 의제를 미국산이나 미국산이 아니냐의 원산지로 제한시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맛이나 풍미, 가격, 선도 등 다양한 구매결정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이트 맥주는 경쟁사가 수질 오염 문제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되자 좋은 맥주의 기준을 자신들이 유리한 강점을 갖고 있던 수질로 한정해서 경쟁하였고 그 결과 국내 1위 업체로 부각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의제 설정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포지셔닝 전략의 배경이 됩니다.

(2) 새롭게 시장을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즉 누가 이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브랜드인지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고 다른 경쟁자들을 완전히 그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주로 시장의 선도 기업들보다는 이제 경쟁을 시작하는 후발 브랜드들이 애용하는 방법입니다. 일예로 사이다와 콜라는 색상의 차이만 있을 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맛이나 향을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사이다 브랜드인 세븐업우리는 콜라가 아니다라는 ‘unCoke'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의도적으로 콜라와 사이다 시장을 분할함으로서 사이다를 콜라와 다른 종류의 상품으로 설정하고 코카나 펩시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의 경쟁을 피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입니다. 미국의 렌터카 회사인 AVIS사는 우리는 1등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2등 기업'라고 주장함으로서 미국내 시장을 1Hertz와 같이 양분하는 영악함을 보여주었습니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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