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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과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분단 이후 우리가 북한에 대하여 아는 것은 사실상 없다. 2000년대 초반에 잠깐 정치적 화해 모드 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제한적 교류가 있기도 하였지만, 이는 이후 군사적 긴장 격화와 대치 국면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국과 북한은 교류가 단절되었다. 이후 북한에 관하여 우리가 전해듣는 뉴스는 주로 미사일, 협상, 올림픽 등과 관련하여 외신이 전하는 단편적 뉴스들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실무자나 연구자들은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에서도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아니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부족하지만 최근 뉴스나 정보자료를 찾아보면 북한에도 마케팅은 어떤 형태로든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간다. 일예로 북한의 대표적 기업중 하나인 '대동강 맥주공장'이 만드는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맛있다는 한 영국기자의 주장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최근 2019년 초반 국내 뉴스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북한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600만대를 넘어서면서 초보적 형태지만 모바일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믿는다. 언제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남북한간의 통일, 아니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가역적인 경제 협력의 시대는 올 것이라고 믿으며, 이때 한국의 경영학자와 경영인들은 북한이라는 마케팅의 불모지에서 새롭게 할 일이 무궁무진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마케팅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사적인 이익 추구의 최고 무기이며, 자본 축적의 첩경이 마케팅 아닌가? 그 결과 대다수는 폐쇄적이고 자본주의를 적대시하는 북한에서의 마케팅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실제로 북한 로동당이 2004년도 제시한 중앙위원회 지시문에 의하면 '시장은 인민들에게 생활상 편의를 주는 장소가 아니라 국가 규률과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장소 또는 장사군들이 상품가격을 올리고 폭리를 얻는 돈벌이 장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은 북한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주의적 책동으로 마케팅을 인식하고 있으며, 여전히 제품의 가격 상한선을 국가가 통제하고 식량 전매제의 운영, 국가의 시장 검열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시장과 마케팅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탈북민이나 외신 등을 통하여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북한에서 시장, 즉 '장 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자들이 위성사진 판독을 통하여 추정한 바에 의하면 2009년 전국 200개에 불과하였던 장 마당의 숫자는 2015년에는 400개 이상으로 두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런 빠른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변화도 감지된다고 한다. 택시를 운영하는 자영사업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대의 크기가 커지고, 창고, 주차장과 같은 유통 기반 시설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장의 판매대는 일종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권리금이 부가된 형태로 사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초기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장 마당에서 치열한 경쟁의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박리다매 가격 전략, 덤을 제공하는 미끼 상품 전략 등 다양한 상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권익과 상권 보호를 위한 일종의 유통업자 조합인 상인 동맹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영 기업들에게도 총생산의 3~5% 정도는 시장을 통하여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도 시장과 마케팅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의 광고와 판촉활동들은 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짧은 마케팅 역사 속에서도 기념비적인 순간은 2009년 7월 TV를 통하여 처음 전파를 탄 대동강 맥주의 광고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상업 광고로서 의의를 갖는다. 그 이전에는 상업 광고의 개념도 없었을 뿐더러 광고 송출을 위한 별도의 매체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전의 북한의 방송은 별도의 광고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이 정권 홍보 뉴스, 공장 방문과 상품 뉴스, 지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만이 방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동강 맥주의 광고는 이후 인삼 광고, 옥류관 메추리 요리 광고 등 유사한 광고를 속속 등장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광고는 지속되지 못했는데, 당시 TV 광고를 접한 김정일 위원장이 광고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TV광고는 2개월이라는 짧은 영광을 뒤로한 채 다시 사라졌다.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북한의 별도의 TV 광고 시간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록 별도의 광고시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TV광고 역시 최근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활발해진 유통 거래, 증가된 상품 생산 때문에 광고의 필요성이 다시 북한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광고를 전과 같이 별도의 광고 시간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뉴스를 통한 상품 홍보, 혹은 공장시찰을 겸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즉, 북한 내부 소식을 뉴스로 전한 다음 프로그램 후반부에 별도의 '명산품 소개 코너'를 공익 광고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보통 30초 가량의 정지화면과 음성, 음악을 송출하는 초보적 형태라고 한다. 주된 광고 상품은 북한이 자체 생산하고 있는 한방약, 화장품, 건강 식품 등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류경 장미원과 같은 오락업종 등 품목이 다양화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한국 사회는 북한의 정치, 군사적 정보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향후 북한 시장에 관심을 둔 기업에게 정보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북한 시장 협력 미래 시나리오의 구축과 적용, 통일 비용의 절감 등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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