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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영역은 중소 자영업자나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른 바 공공적인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서도 조직을 존속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경영의 논리가 적용된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에는 사회적 기업, 지역 공동체, 협동조합, 그리고 다양한 자원봉사단체가 해당된다. 이들 사회적 경제 영역은 200년전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에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정부나 기업이 개선하지 못하였던 빈곤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 수단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이 지향하는 착한 목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현대에 와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의 지배적 경제 이념이었던 신자유주의는 국영 기업 민영화, 기업 활동 규제 철폐 등의 정책들을 통하여 외형적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하였지만, 부의 쏠림과 불평등 등 적지않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였다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이루어낸 전반적인 소득 수준 향상이나 경제 발전에 대한 댓가로 초래된 지구 온난화 등 이상 기후 변화, 빈곤 국가의 심화, 가족 해체, 도농 지역의 황폐화 등의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의 노력으로 탄생한 사회적 기업은 효율성과 고도 성장만을 추구하던 자유주의 시장 구조의 한계를 일정부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 제공,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등 기업 이익 논리에서는 불가능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의 은행으로 설립되었다. 그라민 은행에서는 담보나 보증인 없이도 일할 의욕만 있다면 150달러 이하의 돈을 빌려주고 있으며, 이 돈이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아무런 희망없이 가난에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에게는 무엇인가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 돈을 빌린 극빈자들은 대부분 이 돈을 이용하여 장사나 창업을 하게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실하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한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대안 은행인 그라민 은행의 총재인 야누스 총재는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빈자를 도와주고자 할 때, 보통 그들에게 자선을 베풀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인식과 해결책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선에 의존하고는 한다. 자선은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자선은 가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자선은 빈자로부터 주도권을 박탈함으로서 빈곤을 영속화할 뿐이다.” 라고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 역시 대출금이 회수되지 못하였다면, 사업이 지속되지 못하고 조기에 파산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단순한 자원봉사단체나 공익 정부기관이 아니고 시장을 상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복지단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하여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고용하기 위하여 빵을 판다'는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 모토 처럼,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며, 기업의 잉여금을 주주와 자본가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그 사업체 및 종사자, 또는 지역 사회를 위한 재투자에 활용한다.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일반 기업과 사회적 기업, 그리고 복지 기관 간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위하여 Borzaga and Defoumy와 같은 연구자들은 9개의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 유용하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유급의 일자리가 제공되는가?

둘째,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가?

셋째, 정부 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치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넷째, 상품과 서비스의 실질적인 거래가 발생하는가?

다섯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설햅했는가?

여섯째, 주요 의사결정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소유권에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일곱째, 일터에서 구성원의 참여가 발생하는가?

여덟째, 발생된 수익이 조직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는가?

아홉째, 명시적으로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혜택을 추구하는가? 등이다.

즉 사회적 기업은 시장과 사회 모두를 충족시키는 미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미션 수행과정을 통하여 사회적 목적에 환원되는 이익창출 요구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으며, 기업, 정부에 이은 제3의 경제주체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현재 한국에 등록된 사회적 기업 인증기업만 하더라도 2,400곳이 넘는다. 그러나, 탁월한 명분과 대의 목표, 정당성, 사회적 요구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들은 시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이들 사회적 경제영역의 추체들이 약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은 매우 영세한 처지이며,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기 보다는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해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이 끊어진다면 대부분의 경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여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이들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경제 분야의 창업가들은 혁신에 필요한 실행 과정의 복잡성이나 조직적인 역량의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하며, 특히 시장을 이해하고 이들의 니즈에 기반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사회적 기업은 보다 솔직하게 돈과 이익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끔 출입하는 지역의 교육청이나 도청 등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입점하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커피는 원두의 품질도 좋고, 그 어느 곳에 비해도 떨어지지 않는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한 잔의 값은 채 1,000원도 안되는 값을 받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커피가 싸서 기쁘고 안도감이 들기 보다는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이 주는 죄책감과 의아함이 들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가 이들에게 이런 가격을 강요했을까? 아니면 스스로 이런 가격에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더 많은 이익이 난다면 직원 급여나 혜택, 그리고 자긍심까지 높아질텐데.. 사회적 기업의 사명에 마케팅을 적극 도입함으로서 조직 본연의 사회적 미션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과 상품,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일반 대중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마케팅을 통하여 더 많은 대중들이 사회적 기업의 공공적 가치에 공감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선한 결과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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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상품 모두를 한 곳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이와 더불어 놀이, 휴가, 모임 등 편의시설까지 두루 잘 갖추어놓은 대형 쇼핑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유통 트렌드로 정착되었다. 최근까지 화제를 모으며 서울 코엑스, 하남시와 고양시에 속속 개장한 신세계 그룹의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는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고객들을 흡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형 쇼핑몰의 성공이 소상공인에게까지 혜택이 두루 돌아가지는 않는다. 스타필드의 출점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재앙처럼 다가오고 있으며, 기존 상권의 붕괴로 전통시장이나 상가의 고객 수가 눈에 띄게 감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차량 증가로 인한 교통난 가중, 주차난으로 인한 근처 주민들의 불편 같은 부작용도 따라붙게 되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런 대기업의 적극적인 동네 상권 진출이 결코 반가울 수 없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결코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자본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가지고 동네 상권에 체계적으로 진입하는 대기업 시장을 막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하여 전통시장의 시설을 개선하거나, 소상공인 대상의 마케팅 교육 등도 활성화하고는 있지만, 이런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소상권인들이 전례 없는 큰 위기에 처한 지금,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쟁을 헤쳐 나가는 역발상의 소상공인들과 지역 상권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전략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스토리, 문화, 그리고 상생이라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보인다.

첫째,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고객들에게 우리만이 가진 뿌리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을 진행하여야 한다. 스토리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브랜드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관광, 유통 등 마케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포항이나 경주 지역에도 지진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지진 피해는 상상을 불허한다. 일본 고베시는 지난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겪으면서 전체 건물 중 80%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재기 불능의 폐허로 변해 버렸다. 이후 지진 피해가 복구되고, 과거 상권의 중심지였던 신 나카타 역과 근처의 전통 시장을 중심으로 최신식 상가들이 다시 조성되었지만, 사람들은 마음속에서 지워버린 이 지역을 더 이상 방문하려 하지 않았다. 재건에도 불구하고 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인들은 삼국지나 철인 28호 등의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이 지역 출신임을 기억해내고, 본격적인 ‘마치즈쿠리(まちつくり)“, 즉 거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상점가 입구에 로봇인 철인 28호의 실제 크기인 거대한 동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높이 18m에 달하는 동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총 1억 3,500만 엔의 비용 중 일부인 4,500만 엔은 고베시가 지원했지만, 나머지 비용은 철인 28호에 향수를 가지고 있던 전국의 팬과 지역 상인들의 공동모금 형태로 조달하였다. 그리고 신 나카타 지역 상점가 곳곳에는 미츠테루의 만화 주인공들인 철인 28호와 관우, 장비, 초선 등 삼국지 인기 인물들을 소재로 한 팬시상품, 사진관, 동상들을 곳곳에 배치하였고, 주말마다 직접 상인들이 분장하고 만화 주인공으로 코스프레하기도 하였다.

<마치즈쿠리와 철인28호>

이런 노력의 결과, 이 전통시장은 미츠테루의 팬이거나 팬이 아니더라도 과거 만화영화에 향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가 되었고, 주말이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멀리서도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한 때 적막하였던 상점가의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고 주말에는 하루에 6만 명이 방문하는 등 과거 명성 이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고객이 공감할 수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의 힘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로 수원에서는 화성행궁과 수원 재래시장 등을 연결하는 화성 어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둘리, 로봇 태권 V, 하니 같은 만화 캐릭터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도 5천 년 역사의 유구한 스토리가 전국 구석구석에 없는 곳이 없지 않은가? 스토리는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자기 지역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둘째, 문화는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모이면 상권이 된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를 꼽으라면 강남이나 명동도, 가로수길도 아닌 한 때 허름하였던 강북의 한 지역을 꼽아야 한다. 바로 구두약과 가죽 약품 냄새가 가득 차있던 성수동이다. 이 지역은 서울숲역에서 뚝섬역을 거쳐 성수역에 이르는 지역이다. 과거에는 가죽 원단을 가공하거나 수제화를 제작하던 공장, 레미콘 공장 등이 밀집해있던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성 있는 개인 공방이나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수동이 겪고 있는 변화는 다이내믹하지만, 그 중심에는 허름한 창고였던 성수 대림창고가 있다. 창고란 물건을 오랫동안 쌓아놓는 장소이다 보니 대부분 천장이 높고, 매우 큼지막하고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70년대 만들어진 성수 대림창고 역시 이런 전형적인 낡은 창고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한 공연기획사에서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패션쇼와 같은 패션 관련 이벤트와 음악회, 전시회,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성수동에도 문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되었다.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건물 외관과 내부 모두 낡고 노후화된 창고의 분위기가 최근 화려한 꾸밈보다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선호하는 문화적 분위기, 그리고 높은 천장이 주는 로프트(loft)한 개방감 때문에 문화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런 행사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이나 문화계의 핫 피플들이 이용할만한 카페나 레스토랑, 공방들이 따라 입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대중적 문화의 최종 소비층인 일반인들도 점차 유입되면서 성수동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성수동 대림창고>

이처럼 낙후 공장이나 지역이 문화를 발판으로 매력적인 상권으로 변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도시 재생의 열풍 또한 뜨겁다. 폐공장을 개발한 뉴욕의 브룩클린 지역이나 중국의 소호라고 불리는 북경의 798 예술구 등도 성수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상권이 형성된 사례들이다. 사람들의 경제 수준과 소비 수준이 선진국 단계로 올라설 때, 문화는 가장 매력적이고 카피가 힘든 경쟁 자산이 될 수 있다. 지역이나 상권에 문화를 접목하는 것은 처음에는 문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creater)들을 모으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카페, 식당, 공방 등 근린 상권을 형성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문화를 동경하거나 향유하려는 다수를 지역으로 불러 모은다. 그리고 이들이 그 지역에 오래 머물만한 이유를 찾을 때, 고객들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북경 798예술구>

셋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상생은 항상 소상공인의 최우선 경쟁 전략이 되어야 한다. 최근 재래 동네상권이 재개발되면서, 대기업과 전통 상인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문제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구도심의 상권이나 생활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상류층이 다시 유입되고, 상가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성수동 역시 한때 급격하게 증가한 임대료로 위기를 겪었지만, 지자체와 건물주, 임차인 등이 참여한 상생협약을 통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을 힘겹게 막고는 있다. 그러나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자본의 속성은 결국 어떤 형태의 협약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자본은 경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주변에 새로 생긴 대기업 마트에 대항하기 위하여 원가 세일이나 폭탄 세일을 감행한 동네 슈퍼 중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거나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있어서 사회적 책임은 진정성이 다소 부족한 홍보나 광고 전략과 다를 바 없으며, 규제는 결국 여러 편법으로 빠져나가는 풍선 효과를 불러오기 다반사임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자본의 횡포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되지만, 거기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결국 가장 모범적인 답안은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서로에게 가치 있는 파트너,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중국 알리바바와 동네 점포와의 상생전략이다. 알리바바가 어떤 기업인가? 최근 중국의 최대 쇼핑 대목인 광군제(11월 13일) 하루 동안 한국 돈으로 28조원의 매출을 올린 유통 공룡이다. 이런 알리바바가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텐마오(天猫)다. 알리바바가 추진하고 있는 허마셴성, 타오 카페 등 다양한 신유통 혁명 속에서도 유독 텐마오가 돋보이는 것은 대기업과 지역상권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해야만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미 중국의 동네 점포나 슈퍼들은 로손이나,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의 잇따른 진출로 폐점을 기다리는 고사 상태나 다름없었다. 대기업 편의점의 체계적인 점포관리,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 우수한 상품의 개발과 공급을 일개 동네 점포가 이겨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리바바는 이런 점포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의 선별된 우수 제품을 온라인 판매가격과 동일한 저가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아울러 매장의 인테리어와 간판 등을 무료로 개선하여 주변 편의점과 시설 면에서도 경쟁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빅데이터 기반의 상권분석, 고객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매장관리 시스템과 최신 물류시설도 무료로 제공해주었다. 그 반대급부로 알리바바가 요구하는 것은 단지 전체 판매상품의 30%를 알리바바의 B2B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기술자문료로 매년 3,999위안(한화 67만 원)을 내는 것뿐이었다. 알리바바는 텐마오를 중국 전역의 600만 개 골목 가게로 확대하여, 신유통 생태계에 편입시키고자 한다. 이제는 개별 기업이나 점포의 경쟁에서 시스템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고, 다시 시스템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경쟁으로 경쟁이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자본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이제 개별적 노력과 성실만으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나의 가치를 이해하고 기꺼이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같이 번영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는 그 누구도 장기적 생존과 번영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이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하라. 평소에 쓸모없다고 느낀 것도 때로는 상대방에게 큰 가치가 될 수 있다. 낡은 구멍가게지만 가장 로컬한 비즈니스인 유통에서는 입지 자체가 가장 매력적인 가치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가치를 먼저 재정의해보자. 그리고 가치의 공유를 통하여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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