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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경제, 문화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도 과거 수동적으로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던 입장에서 한류라는 새로운 현상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웹툰을 비롯한 다양한 K-콘텐츠들이 일본,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서구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류의 부상은 한국을 본격적인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해외 방문객의 순증과 더불어 화장품, 한식, 치킨, 패션, 의류 등 다양한 관련 상품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초로 한류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국의 아이돌 그룹 H.O.T의 중국 내 급부상하는 것을 빗대어 중국 언론들이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이후라고 생각한다. 이후 한류는 타 국가의 사람들이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접한 이후에 경험하는 총체적 문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로 정착되었다.

최근의 한류 붐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같은 개성 있는 영화의 호평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문화시장에서 한국어에 기반한 마이너한 콘텐츠가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것은 놀랄만한 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류 인기의 원인에 대한 아시아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도 나오고 있는데, 아시아 주변 국가들에 비하여 한류 콘텐츠는 특히 고품질의 영상 제작기술, 장면과 배경의 미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인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의 다소 이질적인 콘텐츠에 비하여 한류 콘텐츠는 익숙한 유교적 정서의 차용,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 보편적인 정서적 공감대, 그리고 자신과 닮은 가수나 배우로부터 느낄 수 있는 아시아인들의 정체성 찾기, 즉 Asianess에 대한 욕구 등의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류 콘텐츠는 철저하게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획된 고객 맞춤형 상품이라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의 연예 기획사나 콘텐츠 제작사들은 시장조사와 기획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한국에서 잘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 세계에 온라인 배포하는 작업에 매우 익숙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 비디오를 통하여 먼저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것처럼, 최근의 한국 아이돌 그룹은 뮤직 비디오의 제작에 큰 정성을 쏟고 있으며, 한국 K-팝의 성공은 화려한 볼거리와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갖춰진 뮤직 비디오의 고정 팬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태생적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콘텐츠 육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 내생적 한계와도 관련이 크다. 최근에는 림킴, 백예린 처럼 처음 곡을 출시할 때 부터 한국어 가서 없이 영어 가사로만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가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을 통하여 한류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 규모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자부할 만한 성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직접적인 매출액과 수출 비중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간접효과인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지대하다고 한다. 실제로 한류로 형성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은 한국 상품 전반에 걸친 긍정적 평가와 구매 의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한류가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프랑스를 손쉽게 와인, 에펠탑과 연계시키는 것처럼 한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란 어떤 국가를 연상하게 될 때 떠오르는 다양한 속성들의 총체적 이미지이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한번 형성되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이기 때문에 한류에 대한 호의는 한국과 한국인 전반에 걸친 호의로 이어진다. 한류에 대한 만족감이 국가 이미지 차원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동조 효과', 혹은 '동일시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동조 효과는 자신의 선망하는 이상적인 롤 모델을 따르거나 모방하려는 심리적 동기를 의미하는데, 한국 연예인에 대한 동경은 그들이 소비하는 옷, 음식,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까지 불러일으키게 되며,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한류로 좁혀지는 '문화적 거리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류를 접한 소비자들은 한국을 더 가까운 나라로 여기며, 한국에 대하여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류의 큰 인기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한계는 존재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서구 세계에서 한류는 아직 주류를 장악하고 있지는 못하며, 한류 소비층이 상대적으로 청소년 등 저연령층에 머물고 있는 점이다. 아직은 주류 문화라기보다는 특정 계층만이 소비하는 하위 문화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 불고 있는 한류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잠재 위험 요인이다. 한류 확산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혐한 현상은 단지 한국의 문화에 대한 거부에 국한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한국의 문화, 역사, 민족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증오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위험한 개념이다. 일본에서의 혐한 현상은 뉴스나 언론 보도로 어느정도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만, 혐한 현상은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중국 등 일부 타 아시아 국가나 서구 국가들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일본에서는 우익이 후원하는 '만화 혐한류'가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중국은 사드 도입이후 가시화되고 있다. 한 때 일본 문화가 아시아를 휩쓸던 일류의 시대가 있었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던 것처럼 한류 역시 그럴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탄탄한 한류 스타의 개인적 매력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콘텐츠 포맷의 개발, 한국적이면서 세계에도 통하는 오리지날리티가 있는 스토리텔링의 개발 등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류 마케팅의 활성화는 이제 비로서 문턱을 넘어가는 도입기에 있으며, 향후 적극적인 투자와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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