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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이익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보다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결함이나 서비스의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기업의 일상이 되고 있다. 옥시가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는 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하였으며,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들 역시 초기 불량 문제로 늘 골치를 썩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결함이 있는 판매 제품을 회수하는 제품 리콜이 증가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2013년 971건 수준이었던 국내 리콜 건수는 2014년에는 1,752건으로 80% 이상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2,200건을 가뿐히 돌파하였다. 리콜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생명, 그리고 재산 상의 위험 요인을 예방하기 위하여 기업이 자발적 혹은 강제적으로 해당 제품을 수거하거나 파기하고, 수리, 교환, 환급하는 일련의 조치를 말한다. 소비자 권리보호가 조기에 정착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자 리콜은 오래전 부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 부터 리콜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비자 기본법을 통하여 리콜에 관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만족을 기대하고 구매한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후 부조화'를 고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당연히 소비자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미친다. 리콜은 기업에게 리콜 과정에 따르는 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쌓아온 기업의 브랜드와 명성의 쇠퇴, 고객 신뢰 상실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자발적 리콜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다가 규제에 의하여 리콜을 하게되는 경우 그 파급력은 배가 된다. 솔직하게 리콜을 인정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리콜을 회피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그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하청 업체 등 관련 기업까지 주가 하락 등 파편을 맞게된다. 미국 소비제품안전협회가 48건의 리콜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리콜 이후 평균적으로 기업 주가는 6.9% 하락하였고, 평균 70억 달러에 해당되는 금전적 손실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콜이 항상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개인의 특성이나 제품 특성, 혹은 기업의 그간의 성과 등이 리콜을 대하는 소비자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적 특성으로 고객 로열티 수준에 따라 리콜의 영향은 다르다. 고객 로열티가 높은 소비자들은 리콜 상황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간 기업이 수행해온 브랜드 자산 구축 작업이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제품 특성에 따라서 리콜의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은 특정 제품에 대하여 잠재적 위험도가 높고 낮음을 다르게 지각하는데, 식품, 차량 등과 같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제품의 리콜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지만, 반대로 비교적 중요하지 않거나 위험도나 낮은 제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리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강력하게 가르는 것은 기업의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전의 기대감이나 유명도가 영향을 주로 미친다. 해당 기업이 정직하고 사회적 책임을 평소에도 잘 해왔다면 리콜을 보다 관대하고 받아들이고, 리콜의 원인을 기업의 잘못이 아닌 어쩔수 없는 상황적 요인이거나 천재지변적 요인으로 귀인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기업의 윤리적 운영 필요성과 평판 관리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리콜은 기업이 일상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주요 위기중 하나가 되었으며, 리콜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고객의 신뢰를 되찾아오기 위한 기업의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기업 마케팅 실무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리콜에 대한 기업의 성실하고 적극적인 노력은 해당 기업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기틀이 되기도 한다. 2009년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가속페달의 매트 끼임과 급발진 등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1천만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였다. 리콜 초기에는 도요타의 브랜드 가치가 심각한 훼손을 받았고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급락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리콜 이후에 브랜드 가치는 서서히 회복되었으며,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더욱 견고하게 되었다. 리콜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알려진 이후, 이제 선제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발적 리콜 조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와 더불어 리콜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기업의 인식 변화로 판단된다. 첨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인들도 리콜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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