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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과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분단 이후 우리가 북한에 대하여 아는 것은 사실상 없다. 2000년대 초반에 잠깐 정치적 화해 모드 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제한적 교류가 있기도 하였지만, 이는 이후 군사적 긴장 격화와 대치 국면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국과 북한은 교류가 단절되었다. 이후 북한에 관하여 우리가 전해듣는 뉴스는 주로 미사일, 협상, 올림픽 등과 관련하여 외신이 전하는 단편적 뉴스들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실무자나 연구자들은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에서도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아니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부족하지만 최근 뉴스나 정보자료를 찾아보면 북한에도 마케팅은 어떤 형태로든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간다. 일예로 북한의 대표적 기업중 하나인 '대동강 맥주공장'이 만드는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맛있다는 한 영국기자의 주장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최근 2019년 초반 국내 뉴스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북한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600만대를 넘어서면서 초보적 형태지만 모바일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믿는다. 언제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남북한간의 통일, 아니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가역적인 경제 협력의 시대는 올 것이라고 믿으며, 이때 한국의 경영학자와 경영인들은 북한이라는 마케팅의 불모지에서 새롭게 할 일이 무궁무진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마케팅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사적인 이익 추구의 최고 무기이며, 자본 축적의 첩경이 마케팅 아닌가? 그 결과 대다수는 폐쇄적이고 자본주의를 적대시하는 북한에서의 마케팅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실제로 북한 로동당이 2004년도 제시한 중앙위원회 지시문에 의하면 '시장은 인민들에게 생활상 편의를 주는 장소가 아니라 국가 규률과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장소 또는 장사군들이 상품가격을 올리고 폭리를 얻는 돈벌이 장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은 북한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주의적 책동으로 마케팅을 인식하고 있으며, 여전히 제품의 가격 상한선을 국가가 통제하고 식량 전매제의 운영, 국가의 시장 검열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시장과 마케팅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탈북민이나 외신 등을 통하여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북한에서 시장, 즉 '장 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자들이 위성사진 판독을 통하여 추정한 바에 의하면 2009년 전국 200개에 불과하였던 장 마당의 숫자는 2015년에는 400개 이상으로 두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런 빠른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변화도 감지된다고 한다. 택시를 운영하는 자영사업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대의 크기가 커지고, 창고, 주차장과 같은 유통 기반 시설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장의 판매대는 일종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권리금이 부가된 형태로 사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초기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장 마당에서 치열한 경쟁의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박리다매 가격 전략, 덤을 제공하는 미끼 상품 전략 등 다양한 상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권익과 상권 보호를 위한 일종의 유통업자 조합인 상인 동맹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영 기업들에게도 총생산의 3~5% 정도는 시장을 통하여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도 시장과 마케팅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의 광고와 판촉활동들은 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짧은 마케팅 역사 속에서도 기념비적인 순간은 2009년 7월 TV를 통하여 처음 전파를 탄 대동강 맥주의 광고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상업 광고로서 의의를 갖는다. 그 이전에는 상업 광고의 개념도 없었을 뿐더러 광고 송출을 위한 별도의 매체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전의 북한의 방송은 별도의 광고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이 정권 홍보 뉴스, 공장 방문과 상품 뉴스, 지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만이 방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동강 맥주의 광고는 이후 인삼 광고, 옥류관 메추리 요리 광고 등 유사한 광고를 속속 등장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광고는 지속되지 못했는데, 당시 TV 광고를 접한 김정일 위원장이 광고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TV광고는 2개월이라는 짧은 영광을 뒤로한 채 다시 사라졌다.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북한의 별도의 TV 광고 시간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록 별도의 광고시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TV광고 역시 최근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활발해진 유통 거래, 증가된 상품 생산 때문에 광고의 필요성이 다시 북한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광고를 전과 같이 별도의 광고 시간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뉴스를 통한 상품 홍보, 혹은 공장시찰을 겸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즉, 북한 내부 소식을 뉴스로 전한 다음 프로그램 후반부에 별도의 '명산품 소개 코너'를 공익 광고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보통 30초 가량의 정지화면과 음성, 음악을 송출하는 초보적 형태라고 한다. 주된 광고 상품은 북한이 자체 생산하고 있는 한방약, 화장품, 건강 식품 등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류경 장미원과 같은 오락업종 등 품목이 다양화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한국 사회는 북한의 정치, 군사적 정보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향후 북한 시장에 관심을 둔 기업에게 정보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북한 시장 협력 미래 시나리오의 구축과 적용, 통일 비용의 절감 등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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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소비를 통하여 추구하는 욕망은 무엇인가? 그들은 더 이상 상품을 사지 않는다. 대신 그 상품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가치를 구매한다. 가치의 본질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여 왔다. 시장의 공급 능력이 수요를 절대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던 생산 부족의 시대에는 기본적인 기능과 적절한 품질만으로도 대부분 소비자의 가치는 충족되었다. 그 이후 생산과잉과 기업 간 경쟁, 제조 기술의 평준화로 인하여 소비자의 선택지가 더 넓어진 시대로 바뀌면서 기업이 충족시켜야 하는 고객 가치의 대상은 기본적인 품질에서 가격 경쟁력, 하이테크, 디자인, 정서적 만족감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되어 왔다. 고객이 변덕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 가치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큰 흐름을 타고 변화하고 있다. 이성적인 제품 속성에서 감성적인 제품 경험으로, 물리적 속성에서 도덕적 속성으로, 단기적 평가에서 장기적 평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생산성을 강조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은 감성적 디자인의 애플 아이폰에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었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던 플라스틱 패키지 디자인은 이제 지구 환경보호에 적합한 재활용 패키지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브랜드들 역시 단기적 매출 증대보다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가장 중요한 가치들은 단연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도덕적 가치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가치이다. 이 두 가치는 미래 마케팅 활동의 양대 축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 지향하는 바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는 기업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하여 무엇인가 선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본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해양 쓰레기를 줄이거나 아프리카의 불우 청소년을 지원하는 행위는 누군가가 해주어야하는 일이며, 나를 대신하여 기업이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다. 일정 부분 나의 책임을 기업이 대신 맡아줌으로써 개인의 죄책감을 덜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개인의 보답으로 기업의 평판은 높아지고, 구매 의도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착한 오빠보다는 나쁜 남자에 끌리기 쉬운 것처럼, 착한 기업이 잔잔한 감동을 줄 수는 있지만 어떤 강렬한 소비 욕구나 브랜드에 대한 매혹을 느끼게 하기는 어렵다. 유사한 대의명분을 표방하는 다수 기업의 등장도 문제다. 이로 인하여 고객의 구매가 계속되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때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헐벗은 청소년에게 기부하는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었던 '탐스 슈즈'가 최근 매출 하락과 관심 부족으로 법정 관리의 위기에 처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충족을 목표로 하는 가치는 오롯이 소비자 자신만을 위한 가치이다.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생활양식, 행동양식, 사고양식과 같은 생활의 문화적, 심리적 차이를 의미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소중한 나를 평범한 타인과 구분하게 하는 강력한 자기표현의 단서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이해하거나 타인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 남을 의식하거나 복잡한 사회 문제의 간섭 없이 나만을 위한 소비, 나에 의한 소비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구매와 소비의 원초적 목적인 나를 채워준다는 목표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부끄럽고 은밀한 본능적 욕구가 아니라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문화적 욕구여서 거부감이나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그 결과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주는 상품이나 가치에는 손쉽게 매혹되고 설득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의 상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으며, 본인들이 더 이상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이제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개장함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 매장을 마치 가로수길 번화가의 맛집 골목처럼 꾸미고 여유로운 도시 전문직 종사자의 발길을 끌고 있으며, 현대카드는 이태원에 현대카드 스토리지라는 독립 공간을 통하여 카드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공연, 전시, 체험행사 등 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는 점을 표방하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은 한국의 교보문고가 2015년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을 하면서 벤치마킹한 대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리뉴얼 당시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매장을 책이 파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정의하였고, 거대한 소나무 테이블의 도입, 자연광이 들어오는 매장, 도서 진열대 사이에 배치한 의자 등을 통하여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그러나 시설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츠타야 서점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치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도 크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스스로를 '고객의 취향을 설계하는 곳'으로 자부하고 있으며, 방문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우선 지역별 각기 다른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각 지점의 시설과 인테리어는 특색이 있게 꾸며져 있다. 최근 도쿄 긴자 식스에 입주한 '츠탸야 긴자'점은 한국의 청담동처럼 유행과 패션의 중심지에 있으며, 방문 고객들 역시 도시 전문직의 라이프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매장 내부는 다양한 예술품과 설치 미술품으로 꾸며져 있어 책과 함께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에 고급 주택가가 인접한 지역인 다이칸야마의 츠타야는 녹지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차분한 일상 속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츠타야를 다른 서점과 차별화시키는 강력한 요소는 시설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츠타야 서점을 서점에 입주한 커피점을 통하여 커피를 사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며, 필요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할 수 있는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츠타야의 판매원은 보통 해당 분야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지가 선발의 우선 조건이라고 한다. 일 예로, 여행 서적 코너의 판매원은 실제로 수년간 전세계를 배낭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선발되며,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더 좋은 책을 추천하거나 큐레이션 해주고 여행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책은 어디서 누가 팔든 똑같기 때문에 차별화가 극히 곤란한 상품이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배려나 경험의 확장을 통하여 고객을 흡인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기업인 무지, 혹은 무인양품 역시 제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시장을 접근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무인은 곧 브랜드가 없다는 뜻이며, 양품은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 없는 브랜드라는 콘셉트와 마케팅 철학으로 거창하거나 화려한 마케팅 없이 조용하게 고객이 삶 곳곳으로 스며드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무인 양품은 고객의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순한 상품 판매보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한다. 무인양품은 소박하고 장식이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으며, 공예품이 주는 '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리고 각각의 상품을 판매할 때도 왜 이런 상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푹신 소파', '목 따끔거림이 적은 스웨터'와 같은 상품명으로 상품의 편익을 솔직하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무인양품 매장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국내 최대 규모로 개장한 서울 종로의 영풍문고에 있는 매장을 찾아가 보자. 우선 영풍문고라는 대형 서점에 숍인 숍 형태로 들어온 것 역시 무인 양품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매장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질 좋은 면으로 만든 의류와 바구니, 슬리퍼 등 다양한 생활 소품이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습기, 의류, 식품, 필기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진열된 위에 설치된 광고 스크린에서 제품과 관련된 영상들이 흘러나온다. 영상에서는 어떻게 제품이 기획되고 생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영상과 고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제품의 장점을 알려준다. 이 화면은 단순 광고가 아니다.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거기에 적합한 상품을 설명하고, 고객의 생활에 대한 기업의 철학을 전달해내는 도구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객이 간단하게 쉬어가거나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 카페 공간에서는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식품이나 다과, 차 등을 직접 먹어볼 수도 있고, 무인양품이 발행한 요리나 인테리어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할지 점검해볼 수도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체험공간으로 체험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무인양품은 세일이나 과다한 마케팅으로 단순히 고객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무인양품의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원하는 상품 구색을 꾸준하게 넓혀왔다.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품목이라면 굳이 상품의 종류를 제한할 필요도 없으며,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무인 양품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삶에 어울리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팔 수 있다. 일반적인 무인양품의 매장에서도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공예품, 가구, 필기구, 의류, 차, 식품 등 이미 다양한 구색의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립식 주택에 이어서 호텔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무인 양품은 2018년부터 중국 선전, 베이징, 일본 도쿄의 긴자 등에 호텔을 개장하였다. 이들 지역은 이미 수 많은 호텔들이 경쟁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왜 무인양품이 호텔까지 진출하는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아닌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텔은 무인양품에게 있어서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최상의 장소이다. 기존에 무인양품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여 왔는데, 그 상품들이 모여있는 총합의 공간이 주택이자 호텔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무인양품 호텔은 무인양품의 제품과 철학으로 채워진 호텔이다. 호텔의 서비스, 접객, 그리고 무인양품 상품으로 꾸며진 객실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접목하여 '좋은 느낌의 생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자를 배려하는 정돈된 삶'과 같은 철학이 구체화된 완벽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였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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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상품 모두를 한 곳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이와 더불어 놀이, 휴가, 모임 등 편의시설까지 두루 잘 갖추어놓은 대형 쇼핑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유통 트렌드로 정착되었다. 최근까지 화제를 모으며 서울 코엑스, 하남시와 고양시에 속속 개장한 신세계 그룹의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는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고객들을 흡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형 쇼핑몰의 성공이 소상공인에게까지 혜택이 두루 돌아가지는 않는다. 스타필드의 출점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재앙처럼 다가오고 있으며, 기존 상권의 붕괴로 전통시장이나 상가의 고객 수가 눈에 띄게 감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차량 증가로 인한 교통난 가중, 주차난으로 인한 근처 주민들의 불편 같은 부작용도 따라붙게 되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런 대기업의 적극적인 동네 상권 진출이 결코 반가울 수 없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결코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자본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가지고 동네 상권에 체계적으로 진입하는 대기업 시장을 막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하여 전통시장의 시설을 개선하거나, 소상공인 대상의 마케팅 교육 등도 활성화하고는 있지만, 이런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소상권인들이 전례 없는 큰 위기에 처한 지금,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쟁을 헤쳐 나가는 역발상의 소상공인들과 지역 상권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전략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스토리, 문화, 그리고 상생이라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보인다.

첫째,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고객들에게 우리만이 가진 뿌리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을 진행하여야 한다. 스토리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브랜드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관광, 유통 등 마케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포항이나 경주 지역에도 지진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지진 피해는 상상을 불허한다. 일본 고베시는 지난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겪으면서 전체 건물 중 80%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재기 불능의 폐허로 변해 버렸다. 이후 지진 피해가 복구되고, 과거 상권의 중심지였던 신 나카타 역과 근처의 전통 시장을 중심으로 최신식 상가들이 다시 조성되었지만, 사람들은 마음속에서 지워버린 이 지역을 더 이상 방문하려 하지 않았다. 재건에도 불구하고 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인들은 삼국지나 철인 28호 등의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이 지역 출신임을 기억해내고, 본격적인 ‘마치즈쿠리(まちつくり)“, 즉 거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상점가 입구에 로봇인 철인 28호의 실제 크기인 거대한 동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높이 18m에 달하는 동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총 1억 3,500만 엔의 비용 중 일부인 4,500만 엔은 고베시가 지원했지만, 나머지 비용은 철인 28호에 향수를 가지고 있던 전국의 팬과 지역 상인들의 공동모금 형태로 조달하였다. 그리고 신 나카타 지역 상점가 곳곳에는 미츠테루의 만화 주인공들인 철인 28호와 관우, 장비, 초선 등 삼국지 인기 인물들을 소재로 한 팬시상품, 사진관, 동상들을 곳곳에 배치하였고, 주말마다 직접 상인들이 분장하고 만화 주인공으로 코스프레하기도 하였다.

<마치즈쿠리와 철인28호>

이런 노력의 결과, 이 전통시장은 미츠테루의 팬이거나 팬이 아니더라도 과거 만화영화에 향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가 되었고, 주말이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멀리서도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한 때 적막하였던 상점가의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고 주말에는 하루에 6만 명이 방문하는 등 과거 명성 이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고객이 공감할 수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의 힘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로 수원에서는 화성행궁과 수원 재래시장 등을 연결하는 화성 어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둘리, 로봇 태권 V, 하니 같은 만화 캐릭터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도 5천 년 역사의 유구한 스토리가 전국 구석구석에 없는 곳이 없지 않은가? 스토리는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자기 지역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둘째, 문화는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모이면 상권이 된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를 꼽으라면 강남이나 명동도, 가로수길도 아닌 한 때 허름하였던 강북의 한 지역을 꼽아야 한다. 바로 구두약과 가죽 약품 냄새가 가득 차있던 성수동이다. 이 지역은 서울숲역에서 뚝섬역을 거쳐 성수역에 이르는 지역이다. 과거에는 가죽 원단을 가공하거나 수제화를 제작하던 공장, 레미콘 공장 등이 밀집해있던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성 있는 개인 공방이나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수동이 겪고 있는 변화는 다이내믹하지만, 그 중심에는 허름한 창고였던 성수 대림창고가 있다. 창고란 물건을 오랫동안 쌓아놓는 장소이다 보니 대부분 천장이 높고, 매우 큼지막하고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70년대 만들어진 성수 대림창고 역시 이런 전형적인 낡은 창고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한 공연기획사에서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패션쇼와 같은 패션 관련 이벤트와 음악회, 전시회,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성수동에도 문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되었다.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건물 외관과 내부 모두 낡고 노후화된 창고의 분위기가 최근 화려한 꾸밈보다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선호하는 문화적 분위기, 그리고 높은 천장이 주는 로프트(loft)한 개방감 때문에 문화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런 행사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이나 문화계의 핫 피플들이 이용할만한 카페나 레스토랑, 공방들이 따라 입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대중적 문화의 최종 소비층인 일반인들도 점차 유입되면서 성수동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성수동 대림창고>

이처럼 낙후 공장이나 지역이 문화를 발판으로 매력적인 상권으로 변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도시 재생의 열풍 또한 뜨겁다. 폐공장을 개발한 뉴욕의 브룩클린 지역이나 중국의 소호라고 불리는 북경의 798 예술구 등도 성수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상권이 형성된 사례들이다. 사람들의 경제 수준과 소비 수준이 선진국 단계로 올라설 때, 문화는 가장 매력적이고 카피가 힘든 경쟁 자산이 될 수 있다. 지역이나 상권에 문화를 접목하는 것은 처음에는 문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creater)들을 모으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카페, 식당, 공방 등 근린 상권을 형성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문화를 동경하거나 향유하려는 다수를 지역으로 불러 모은다. 그리고 이들이 그 지역에 오래 머물만한 이유를 찾을 때, 고객들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북경 798예술구>

셋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상생은 항상 소상공인의 최우선 경쟁 전략이 되어야 한다. 최근 재래 동네상권이 재개발되면서, 대기업과 전통 상인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문제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구도심의 상권이나 생활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상류층이 다시 유입되고, 상가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성수동 역시 한때 급격하게 증가한 임대료로 위기를 겪었지만, 지자체와 건물주, 임차인 등이 참여한 상생협약을 통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을 힘겹게 막고는 있다. 그러나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자본의 속성은 결국 어떤 형태의 협약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자본은 경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주변에 새로 생긴 대기업 마트에 대항하기 위하여 원가 세일이나 폭탄 세일을 감행한 동네 슈퍼 중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거나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있어서 사회적 책임은 진정성이 다소 부족한 홍보나 광고 전략과 다를 바 없으며, 규제는 결국 여러 편법으로 빠져나가는 풍선 효과를 불러오기 다반사임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자본의 횡포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되지만, 거기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결국 가장 모범적인 답안은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서로에게 가치 있는 파트너,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중국 알리바바와 동네 점포와의 상생전략이다. 알리바바가 어떤 기업인가? 최근 중국의 최대 쇼핑 대목인 광군제(11월 13일) 하루 동안 한국 돈으로 28조원의 매출을 올린 유통 공룡이다. 이런 알리바바가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텐마오(天猫)다. 알리바바가 추진하고 있는 허마셴성, 타오 카페 등 다양한 신유통 혁명 속에서도 유독 텐마오가 돋보이는 것은 대기업과 지역상권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해야만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미 중국의 동네 점포나 슈퍼들은 로손이나,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의 잇따른 진출로 폐점을 기다리는 고사 상태나 다름없었다. 대기업 편의점의 체계적인 점포관리,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 우수한 상품의 개발과 공급을 일개 동네 점포가 이겨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리바바는 이런 점포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의 선별된 우수 제품을 온라인 판매가격과 동일한 저가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아울러 매장의 인테리어와 간판 등을 무료로 개선하여 주변 편의점과 시설 면에서도 경쟁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빅데이터 기반의 상권분석, 고객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매장관리 시스템과 최신 물류시설도 무료로 제공해주었다. 그 반대급부로 알리바바가 요구하는 것은 단지 전체 판매상품의 30%를 알리바바의 B2B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기술자문료로 매년 3,999위안(한화 67만 원)을 내는 것뿐이었다. 알리바바는 텐마오를 중국 전역의 600만 개 골목 가게로 확대하여, 신유통 생태계에 편입시키고자 한다. 이제는 개별 기업이나 점포의 경쟁에서 시스템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고, 다시 시스템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경쟁으로 경쟁이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자본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이제 개별적 노력과 성실만으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나의 가치를 이해하고 기꺼이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같이 번영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는 그 누구도 장기적 생존과 번영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이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하라. 평소에 쓸모없다고 느낀 것도 때로는 상대방에게 큰 가치가 될 수 있다. 낡은 구멍가게지만 가장 로컬한 비즈니스인 유통에서는 입지 자체가 가장 매력적인 가치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가치를 먼저 재정의해보자. 그리고 가치의 공유를 통하여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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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물론이고 정치인, 정당과 관련된 뉴스 혹은 유권자들이 제시하는 루머는 단순히 떠돌아다니는 흥미로운 가쉽 거리 수준을 넘어서 정치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증대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치인 한 개인을 대상으로 제시되는 부정적인 루머는 개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이고, 해당 정당이 어렵게 쌓아올린 국민적 지지까지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영향력 증대와 일반 대중의 손쉬운 정보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정치 관련자들에게 이런 루머가 발생하는 것은 이제 매우 흔한 일상이 되었다. 최근 정치적 충돌이 심화되고, 유권자의 감시와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정치인의 공적 생활은 물론이고 사적인 영역에까지 관심을 갖는 유권자들이 증대하였고, 정치인들은 항상 이런 화제의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특히 진위 여부 자체에는 관심없지만, 네티즌의 관심과 조회 수에 목마른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 정보 접근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스마트폰 등 기기의 보편화로 인하여 앞으로 루머는 더욱 빈번하게 등장할 것이며, 루머의 파괴력은 계속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과 그 보좌관, 그리고 정치 마케팅을 전담하는 스핀닥터 들에게 있어서 루머에 대한 대응은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머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응 노력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루머가 정치의 일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루머에 대한 대응은 거의 미비한 수준이다. 루머가 퍼져나가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을 때, 정치인들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적절치 못한 발언과 해명으로 공분과 의혹을 증폭시키거나,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런 부적절한 대응에는 루머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정치 분야는 물론이고 경영, 심리학 등 관련 분야에서도 매우 부족하였음을 한 이유로 제시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 루머는 오랫동안 연구 주제로 적합하지 않다고 무시되어 왔으며, 루머에 대한 실제 실증조사나 실험도 진행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정치 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루머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하고 있다.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유권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급증은 루머의 파괴력을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점점 희소해지고 가짜 뉴스가 증대하면서, 루머는 중요한 정보원으로서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불안한 정치와 경제 상황, 부자와 대중의 반목과 분노, 이제는 상시적인 이슈가 된 실업난, 구직난, 인구 감소 등 사회적 불안의 증대는 정치 전반에 걸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로 확신받기에 적합한 온상이 되고 있으며,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기존의 소셜 미디어들은 물론이고 정치인들의 개인 방송을 통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그러나 부정확한 정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재생산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정치 관련자들은 루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면 이런 증대하는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곤란해질 것이다. 이제 임시방편적이고 무계획한 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진솔하고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루머지만, 이의 정체에 관해서는 아직 수렴된 의견이 부족하며, 견해에 따라 의견들이 나뉜다. 우선 사전적 의미에서의 루머는 신뢰할 만한 타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회자되는 일상적 대화나 의견이라고 정의된다. , 사실 여부의 검증과 상관없이 유용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은 떠도는 정보를 루머라고 볼 수 있다.

유사한 개념으로 가쉽 거리나 입소문, 도시 전설 등이 있지만, 이들은 루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가쉽은 주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친근한 지인들 간의 만남에서 현장에 없는 제 3자에 대한 험담이나 비방을 의미한다. 입소문은 주로 개인이 직접 경험했던 실제적 경험에 관하여 발생되고, 주로 마케팅 등 상업적 정보들이 전달된다. 도시 전설은 루머보다 더 오랫동안 시간을 살아남아 전승되며, 주기적으로 시차를 두고 동일 혹은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정치에 대한 루머가 주로 정치, 경제, 사회 일반에 걸쳐 전혀 모르는 낯선 타인들 간에도 쉽사리 유통되고 확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루머는 다른 개념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 유사개념간 비교

구분

정의

특색

사례

루머

(rumor)

사실인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거나 위협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성이 있으며 보통 불특정한 다수를 대상으로 전파됨. 또한 비교적 그 생명력이 짧음

‘M사의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간다

구전

(W.O.M)

메시지의 수신자가 친구나 동료에게 이야기함으로서 정보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개인들이 직접 체득한 실제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음

‘S사의 노트북 제품은 발열과 소음이 상당하다는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후기

스토리

(story)

중요도가 비교적 높은 인생의 경험에 관련된 이야기

신화, 구전, 드라마, 만화,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비교적 적극적인 개념임

소주 브랜드에 얽힌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

가십

(gossip)

서로 친근한 사람들이 모여서 현장에 없는 제3자의 사적인 생활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거의 해가 없는 행위로서 즐겁고 편안하게 사회적 유대를 맺기 위하여 사용됨

직상 상사의 술버릇 혹은 친구들의 이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동료간 결속을 다지게 해줌.

도시

전설

(urban

legend)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전승되어온 가공의 이야기

비교적 구성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삶의 교훈을 주는 것이 목적임. 또한 루머와 다르게 장시간 동안 살아남아 반복됨.

빨간 마스크학교 괴담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어린이 유괴와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킴

사실상 루머가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루머의 최초 생성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파악하는 것도 지난한 일이지만, 루머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그 내용과 맥락이 유지되기 보다는 변형이 일어나는 일이 빈번하여 다른 이야기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또한 루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루머가 사실일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사실 여부에 대중은 별로 관심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루머는 퍼진 순간 이미 사실 여부의 규명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수면자 효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최초에 의심스러운 소스로부터 루머를 들었을 때 루머에 대하여 반신반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스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고 메시지만 남아서, 진위와 상관없이 기억되고 공유되는 것이다. 그 결과, 한번 발생한 루머를 합리적인 정보와 자료 제공, 적절한 설득을 통하여 원천 무효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왜 대중들은 루머에 관심을 갖고 확산시키는지 그 동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들이 있다. 우선 가정 먼저 주목할 것은 루머가 불확실성을 상쇄시키는 힘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중들은 관심이 갈만한 사안에 대하여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 공개적 정보가 없는 경우에 매우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각하게 되며, 이러한 모호한 상황을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모호한 상황에 대하여 가능한 설명들, 즉 루머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루머는 유용하다.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람들은 혼자 있기보다는 대중과 사회의 일원이 되어 소속감을 얻고 위로를 얻고자 하는데, 루머를 생성하고 공유, 확산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회 속에서 보다 원활하고 솝쉽게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개인의 느끼는 불안감과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는 루머 생성과 확산의 핵심적 동기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재가 루머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태초의 의심스러운 이야기가 루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용적 측면에서 씨앗을 품어야만 한다. 루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반드시 재미있고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주목을 끌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재미, 충격, 주목성이라는 세 박자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루머는 사회적 이슈성이나 긴장성이 떨어지게 되고, 확산되지 못하고 소멸될 것이다.

루머는 일반 대중이 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확산되는 것이다. 루머는 비록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클지라도 대중에게 있어서는 매우 긴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루머에 대응하는 방법도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을 잠재울 투명한 정보의 제공이 우선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심리적 불안이 제거된다면 자연스럽게 루머는 약해질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된 정서적 고갈 상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정치 루머가 좌파, 우파의 진영 논리를 바탕으로 기승을 부리는 것은 루머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특정 집단에의 소속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이 정치 진영이 아닌 다른 애착을 가질 대상을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가정, 사회가 흔들리는 우리 사회가 일반인들이 소속의 정체성에 혼란을 부추겼으며, 루머 양산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루머는 고도로 연결된 대중사회의 결과물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은 정치 마케팅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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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지지하는 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팬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 팬 마케팅은 보통 대중음악, 미술, 스포츠 등 주로 예능 분야 종사자의 매니저나 마케터에 의하여 사용되던 마케팅 전략의 하나였다. 최초의 팬 마케팅이 등장한 것은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앨범, 즉 레이블을 판매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마케팅 기반이 취약하고 방송과 음반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대형 음반 기획사로부터 외면받았던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음반 판매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콘서트를 통하여 직접 팬들에게 음악을 파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팬 마케팅을 위하여 인디 음악가들은 열성 팬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였으며, 콘서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윤도현밴드, 새소년이나 잔나비 같은 밴드들도 처음에는 팬 마케팅으로부터 시작하였다. 그 후 주류 음악시장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팬들은 견고한 응원부대가 되어 주었으며, 열렬한 지지와 강력한 구매력은 이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방탄소년단도 '아미'라는 열렬한 팬 집단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음반이나 캐릭터 상품과 같은 다양한 굿즈를 구매하여 수익 창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팬층을 넓히는 강력한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열성 팬과 직접적으로 하는 소통의 긍정적 영향력을 이해하게 되면서, 팬 마케팅은 이제 대중 문화나 예체능 분야를 넘어 고객 로열티를 갈구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마케팅 영역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들 중에서도 나이키, 애플, 테슬라 등은 자신들의 팬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팬덤을 브랜드에 잘 접목시키고 있는 성공 사례 들이다. 그러나 팬 마케팅은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열렬한 팬이 많은 브랜드일수록 브랜드에 반감을 보이거나 싫어하는 안티 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티 팬들은 팬과는 반대로 브랜드에 대하여 부정적인 구전을 퍼트리고,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들이다. 특히 부정적인 구전은 긍정적인 구전보다 더 큰 화제성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출처 불명의 루머로 바뀌어 일반 대중에게 가십 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어 기업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력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의 힘을 빌어 쏟아낸 악의적인 소문들은 캡처나 펌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고 공유되며, 오랫동안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사실상 팬과 안티 팬은 모두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것은 바로 관심이다. 관심이 아예 없다면 안티 팬이 될 수 없다. 안티 팬은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 제품의 미비한 점, 고객 관리의 단점 등 정보와 약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팬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유명세를 탄 돈가스 전문점 '연돈'의 사례를 보자. 연돈은 방송에서 극찬을 받은 뒤 너무 많이 밀려오는 고객을 감당하지 못하여 정신적, 체력으로 지쳐 번아웃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몰려드는 고객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웃의 민원까지 증가하자 결국 서울 포방터 시장에 있던 기존의 점포를 포기하고 제주도로 옮기게 된다. 가게를 옮기면서 사장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예전과 같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는 거리도 멀거니와 갈치찜, 오겹살, 방어회 등 관광객들이 짧은 일정 동안 즐길 수 있는 특색 있는 먹거리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흔한 메뉴의 고객 흡인력이 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고 방송에 나온 그 집의 그 맛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은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몰려왔다.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은 보통이고 밤샘 줄을 서는 경우도 빈번하였으며, 재료가 다 소진되면 줄을 서고도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요란한 과정 속에서 연돈 돈가스의 열렬한 팬도 증가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안티 팬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만족한 고객들은 인터넷 후기 등을 통하여 칭찬하기도 했지만, '비싸고 잡내 난다'는 유명 블로그의 비판 글은 사이버 댓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혀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이고 그다지 신뢰할 만한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돈까스 맛의 선호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관심과 기대에서 출발한 고객들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진정한 팬 혹은 안티팬으로 갈라지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만족의 변덕스러운 속성과 자기 합리화를 하는 불합리한 인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대가 팬심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자기 합리화의 영향이 클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합리화'는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주장한 매우 고전적인 이론 중 하나이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한 이후에 발생하는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는 확신을 스스로에게 줌으로써 심리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방어 기제이다. 이제 연돈 돈가스로 돌아가 보자. 보통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면 항공, 렌트, 숙박 등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한 후이다. 아울러, 휴가라는 매우 소중한 시간적 비용도 지출한다. 또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한다는 심리적 비용도 이미 매우 크게 지불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간 휴가지에서 10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 먹은 돈가스가 맛이 없다면 본인 자신이나 동행한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자신이 지출한 이 모든 비용들이 헛되게 쓰였다면 자신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돈가스가 겁나게 맛있어야 한다. 모든 비용을 지불할 만큼 맛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기대는 자기 합리화로, 자기 합리화는 열성  팬심으로 바뀌게 된다. 

반면에 기대가 안티 팬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기대-성과 이론'의 영향이 작용한다. 우리는 만족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쓰고 듣지만 의외로 만족의 실체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어를 떡하니 붙이고 있는 가게들이다. 고객들이 왕처럼 까다롭게 군다면 이를 만족시킬 방법 따위는 애초에 없다. 그리고 절대 고객을 왕처럼 대해서도 안된다. 그 이유는 기업은 적절한 수익의 창출을 통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초과한다면 그 어느 기업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Vroom은 기대-성과 이론을 주장하였는데, 이를 만족 개념에 적용하면 결국 만족이란 "고객이 기대하는 요구수준을 얼마나 잘 충족시켜주는가"의 정도이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 먹을 때와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사 먹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수준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자동주문 기계가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가의 호텔 레스토랑에서조차 자동주문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면 불만은 급증할 것이다. 연돈 돈가스에 이 이론을 적용해 보자. 이 곳을 방문한 고객은 이미 방송에서의 호평, 인터넷의 후기, 그리고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서 가게에 대한 기대감은 훨씬 높아진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최소한의 만족 수준에 대한 마지노선도 같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서울에서 장사를 하였을 때와 동일 혹은 약간 더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대 수준에 미치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그 결과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안티 팬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지대한 관심이 팬 혹은 안티 팬으로 돌아서는 지점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은 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까에 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개인적인 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의 성격, 낙관적인 정도, 연령, 소득 수준 등이 인내심과 분노, 자신이 들인 비용에 대한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천적인 특성과 감추어진 데모그래픽 정보들은 마케터가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가깝다. 보다 고객 관리에 필요한 요소들로 눈을 돌려 보면 기업의 기대 관리와 경험의 질 관리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이 돈가스집은 튀김 요리가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천상의 맛 이상으로 지나친 환상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자의든 자의가 아니든 방송과 언론을 통하여 부풀려진 명성 때문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이미 높게 형성된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낮추는 것 역시 가능한 선택은 아니다. 단지 맛 만으로 채워지기 힘든 기대와 실제 만족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감성적 요소가 부가되어야 한다. 훌륭한 매장 환경, 분위기, 감성적인 브랜드 스토리, 친절, 제주도와의 연계성 강화, 지속적인 고객과 상호작용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앞으로의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대기시간과 관련된 경험의 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도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예약을 통하여 방문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예약 시간에 맞추어서 관광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딱딱한 시간 예약을 하기보다는 하루 일정 판매량을 정해놓고, 사전에 지불결제까지 완료한 고객은 언제라도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일시적으로 몰리면 기다리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몇십 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이미 감수하고 있는 고객들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어떤 작은 이벤트들이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안티 팬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당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종교, 문화, 예술, 사람, 정치 모든 면에서 가능하였던 적이 없었던 점을 상기하자. 이 사실을 이해하면 안티 팬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안티 팬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게 된다. 안티 팬은 항상 기업과 브랜드의 악인가? 이들이 필요악임을 이해하자. 이들은 우리가 친근함과 열광, 환호 속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성인을 추대할 때 성소에 모인 추기경들의 심사를 통하여 선출한다. 이때 성인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반드시 악마의 대변인을 두도록 되어 있다. 악마의 대변인은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성인 추대가 불가한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악의에 기반한 것은 아니며 단지 다양한 시각의 토론을 활성화시키거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찬가지로 안티 팬은 왜 고객이 우리를 싫어하는지 이유를 찾는 정보의 근원이 될 수 있으며, 이탈 고객을 관리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발전은 맹목보다는 항상 의심과 비난 속에서 시작되어 왔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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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터의 꿈은 항상 같다. 고객으로부터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장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는 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이런 강력한 힘의 원천이 브랜드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어렵게 외운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들이 아니고 해리포터 처럼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책이나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 혹은 친구들과 경험했던 어처구니 없던 사건들처럼 대부분 이야기, 즉 스토리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좋은 스토리가 브랜드의 힘"이라는 정답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는 보다 손쉽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광고나 유통에 들어가는 기업의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절감해줄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의 미션과 목표를 보다 손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기업에게는 큰 장점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위대한 스토리를 브랜드에 담아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좋은 스토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스토리를 어떻게 전파시키는지와 같은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첫 걸음으로서 영화든 소설이든, 혹은 브랜드이든 좋은 스토리를 갖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우선 고객의 눈 높이에서 스토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고객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어떤 스토리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작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들은 스토리가 다소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기를 원할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대사 한 줄, '아임 유어 파더' 와 같이 고객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있는 순간, 더 모먼트를 가져가고 싶어한다. 적절한 희노애락의 극적인 포인트를 집어 넣는 것도 필수이다. 고객이 같이 웃고 우는 과정을 통하여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경험으로 브랜드를 포장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자극적인 요소들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인 요소들다. 그러나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자극 거리들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고객의 일상 생활과 경험에 대하여 같이 공감하고 격려해주고, 같이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브랜드의 스토리 빌딩을 한다는 것은 주말의 홍대나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격렬한 경험과 황홀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편한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같이 하는 과정에 보다 가까워야 한다.

일본의 브랜드 마케터인 '호소야 마사토'는 브랜드 스토리의 구조에 관하여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성공적 브랜드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것은 스토리의 주춧돌, 즉 기초이다. 어떤 브랜드이건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도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한다. 또 한가지는 스토리의 기둥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스토리의 추춧돌에 기초를 두고는 있지만 고객이나 사회상의 변화, 문화와 기술의 진화, 그리고 경쟁 브랜드의 대응에 맞추어서 더해지는 새로운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추춧돌은 지효성, 배움의 기쁨, 그리고 원풍경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지효성은 너무 지나치게 유행이나 패션과 같은 단기적 요소에 매몰되지 말고, 시간이 경과된 이후에도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 브랜드 스토리의 정체성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 시간이 경과되면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잡지나 흔한 가쉽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책들처럼 고객의 마음 속에 깊이 침투해서 천천히 스며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배움의 기쁨입니다. 최근에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하여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상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조그만 일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렵다. 단편적인 궁금증을 풀어주는 스토리보다는 고객이 직접 체험하며 자신이 무엇인가 배워나간다는 성장의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셋째, 원풍경은 고객이 어디선가 본 듯한, 어디선 가 들은 듯한 그러한 기시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임팩트가 강하고 감각에만 치우친 경험은 일반적인 고객의 실제 생활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호기심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고객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나와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는 스토리가 고객 스토리 텔링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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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주춧돌이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를 의미한다면 스토리의 기둥은 브랜드가 살아있는 유기체와 닮아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고객, 기술, 문화 경쟁 등 마케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해야하는 부분들이다. 훌륭한 도덕적 신념을 지닌 철학자라고 해서 중세시대의 복장을 고집하거나 조선시대의 유교 복장을 고집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심지어 무익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적 가치는 변화하지 않더라고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은 시대 정신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능적 가치, 브랜드의 개성, 브랜드의 비전, 해결해야 되는 고객의 과제,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브랜드 스토리에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변화하는 인생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초코렛을 만드는 전문기업인 '허쉬'는 브랜드 스토리의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하나이다. 허쉬의 창업자인 밀톤 허쉬는 "사람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행복하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행복의 가장 쉬운 방법은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렛을 누구나 먹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 자신이 실제로 사탕 가게를  2번이나 운영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지만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00년 대규모의 밀크 초코렛 공장을 세웠고 누구나 초코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허쉬의 공장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초코렛은 상당한 고가의 구하기 힘든 사치품으로 일부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기호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06년에는 허쉬파크라는 임직원과 그 가족을 위한 테마 공원을 직접 설립하기도 하였다. 허쉬는 행복한 직원이 곧 좋은 직원이고, 행복한 직원이 달콤한 초코렛을 만들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쉬 파크는 현재 미국 펜실바니이주에서 허쉬를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놀이공원과 같은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허쉬 파크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은 '허쉬타운', 거리의 명칭도 '초콜렛 애비뉴', '카카오 스트리트'처럼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본질을 담고 있어서 달콤한 기업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100년 이상 지속된 일관적이고 지효성이 높은 브랜드 스토리는 허쉬를 초코렛의 대명사로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일본의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꼬시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담은 스토리를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시작은 1673년 일본 막부 시대에 포목점으로 시작한 깊은 유서가 있다. 이후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서 포목점간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각 포목점들은 생존을 위하여 다양한 문양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미쓰꼬시하면 아 바로 그 문양이라고 일본인들이 떠올리는 문양이 있는데, 그 문양의 이름은 '겐로쿠(元禄)'라고 한다. 이 문양은 이후 확립된 미쓰꼬시만의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하여 자사의 쇼핑백에 겐로쿠 형태의 문양을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들이를 위한 경쾌한 기모노 복장에 사용되던 문양을 차용하였으며, 기업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쇼핑백 하나에 담아서 효과적으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듯이 브랜드 스토리의 지켜야하는 본질과 변화해야하는 가치를 구분하고 대응하는 것은 장수 브랜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의 본질만 지켜진다면, 새로운 가치를 담아 브랜드 스토리의 기둥을 시대와 상황에 맞도록 새로 세우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형태의 스타벅스 커피점인 일본의 'Inspired by Starbucks' 매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은 기존에 출점하였던 도심 중심지가 아니라 그동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진출하지 않았던 동네의 주택가에 '이웃의 커피'라는 개념으로 출점한 점포들이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번화가가 아닌 곳에 보통 출점하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스타벅스 바리스타 특유의 복장이 아니라 편한 일상복을 입는다. 심지어 스타벅스의 상징인 세이렌 로고나 녹색 색상을 고집하거나 스타벅스 로고를 간판에 내놓지도 않는다. 이 점포는 동네 특성과 주민들에 맞게 적합한 매장의 스토리를 갖추고 고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드 매장의 한곳인 도쿄도 세타가야구 이케지리 2호점을 개설할 때에는 주민들 대부분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도시 생활을 즐기고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계층임을 고려하여 'Urban Bohemian'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기존 사업 모델과 다른 이런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스토리의 본질,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탁월한 품질의 커피, 그리고 커피 문화를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본질은 결코 타협되지 않았다. 브랜드 스토리의 주춧돌을 잘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접목하여 브랜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업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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