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브랜드를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터의 꿈은 항상 같다. 고객으로부터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장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는 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이런 강력한 힘의 원천이 브랜드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어렵게 외운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들이 아니고 해리포터 처럼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책이나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 혹은 친구들과 경험했던 어처구니 없던 사건들처럼 대부분 이야기, 즉 스토리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좋은 스토리가 브랜드의 힘"이라는 정답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는 보다 손쉽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광고나 유통에 들어가는 기업의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절감해줄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의 미션과 목표를 보다 손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기업에게는 큰 장점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위대한 스토리를 브랜드에 담아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좋은 스토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스토리를 어떻게 전파시키는지와 같은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첫 걸음으로서 영화든 소설이든, 혹은 브랜드이든 좋은 스토리를 갖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우선 고객의 눈 높이에서 스토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고객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어떤 스토리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작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들은 스토리가 다소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기를 원할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대사 한 줄, '아임 유어 파더' 와 같이 고객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있는 순간, 더 모먼트를 가져가고 싶어한다. 적절한 희노애락의 극적인 포인트를 집어 넣는 것도 필수이다. 고객이 같이 웃고 우는 과정을 통하여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경험으로 브랜드를 포장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자극적인 요소들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인 요소들다. 그러나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자극 거리들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고객의 일상 생활과 경험에 대하여 같이 공감하고 격려해주고, 같이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브랜드의 스토리 빌딩을 한다는 것은 주말의 홍대나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격렬한 경험과 황홀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편한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같이 하는 과정에 보다 가까워야 한다.

일본의 브랜드 마케터인 '호소야 마사토'는 브랜드 스토리의 구조에 관하여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성공적 브랜드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것은 스토리의 주춧돌, 즉 기초이다. 어떤 브랜드이건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도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한다. 또 한가지는 스토리의 기둥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스토리의 추춧돌에 기초를 두고는 있지만 고객이나 사회상의 변화, 문화와 기술의 진화, 그리고 경쟁 브랜드의 대응에 맞추어서 더해지는 새로운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추춧돌은 지효성, 배움의 기쁨, 그리고 원풍경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지효성은 너무 지나치게 유행이나 패션과 같은 단기적 요소에 매몰되지 말고, 시간이 경과된 이후에도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 브랜드 스토리의 정체성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 시간이 경과되면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잡지나 흔한 가쉽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책들처럼 고객의 마음 속에 깊이 침투해서 천천히 스며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배움의 기쁨입니다. 최근에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하여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상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조그만 일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렵다. 단편적인 궁금증을 풀어주는 스토리보다는 고객이 직접 체험하며 자신이 무엇인가 배워나간다는 성장의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셋째, 원풍경은 고객이 어디선가 본 듯한, 어디선 가 들은 듯한 그러한 기시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임팩트가 강하고 감각에만 치우친 경험은 일반적인 고객의 실제 생활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호기심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고객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나와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는 스토리가 고객 스토리 텔링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728x90

스토리 주춧돌이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를 의미한다면 스토리의 기둥은 브랜드가 살아있는 유기체와 닮아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고객, 기술, 문화 경쟁 등 마케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해야하는 부분들이다. 훌륭한 도덕적 신념을 지닌 철학자라고 해서 중세시대의 복장을 고집하거나 조선시대의 유교 복장을 고집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심지어 무익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적 가치는 변화하지 않더라고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은 시대 정신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능적 가치, 브랜드의 개성, 브랜드의 비전, 해결해야 되는 고객의 과제,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브랜드 스토리에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변화하는 인생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초코렛을 만드는 전문기업인 '허쉬'는 브랜드 스토리의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하나이다. 허쉬의 창업자인 밀톤 허쉬는 "사람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행복하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행복의 가장 쉬운 방법은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렛을 누구나 먹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 자신이 실제로 사탕 가게를  2번이나 운영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지만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00년 대규모의 밀크 초코렛 공장을 세웠고 누구나 초코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허쉬의 공장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초코렛은 상당한 고가의 구하기 힘든 사치품으로 일부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기호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06년에는 허쉬파크라는 임직원과 그 가족을 위한 테마 공원을 직접 설립하기도 하였다. 허쉬는 행복한 직원이 곧 좋은 직원이고, 행복한 직원이 달콤한 초코렛을 만들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쉬 파크는 현재 미국 펜실바니이주에서 허쉬를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놀이공원과 같은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허쉬 파크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은 '허쉬타운', 거리의 명칭도 '초콜렛 애비뉴', '카카오 스트리트'처럼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본질을 담고 있어서 달콤한 기업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100년 이상 지속된 일관적이고 지효성이 높은 브랜드 스토리는 허쉬를 초코렛의 대명사로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일본의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꼬시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담은 스토리를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시작은 1673년 일본 막부 시대에 포목점으로 시작한 깊은 유서가 있다. 이후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서 포목점간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각 포목점들은 생존을 위하여 다양한 문양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미쓰꼬시하면 아 바로 그 문양이라고 일본인들이 떠올리는 문양이 있는데, 그 문양의 이름은 '겐로쿠(元禄)'라고 한다. 이 문양은 이후 확립된 미쓰꼬시만의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하여 자사의 쇼핑백에 겐로쿠 형태의 문양을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들이를 위한 경쾌한 기모노 복장에 사용되던 문양을 차용하였으며, 기업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쇼핑백 하나에 담아서 효과적으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듯이 브랜드 스토리의 지켜야하는 본질과 변화해야하는 가치를 구분하고 대응하는 것은 장수 브랜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의 본질만 지켜진다면, 새로운 가치를 담아 브랜드 스토리의 기둥을 시대와 상황에 맞도록 새로 세우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형태의 스타벅스 커피점인 일본의 'Inspired by Starbucks' 매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은 기존에 출점하였던 도심 중심지가 아니라 그동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진출하지 않았던 동네의 주택가에 '이웃의 커피'라는 개념으로 출점한 점포들이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번화가가 아닌 곳에 보통 출점하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스타벅스 바리스타 특유의 복장이 아니라 편한 일상복을 입는다. 심지어 스타벅스의 상징인 세이렌 로고나 녹색 색상을 고집하거나 스타벅스 로고를 간판에 내놓지도 않는다. 이 점포는 동네 특성과 주민들에 맞게 적합한 매장의 스토리를 갖추고 고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드 매장의 한곳인 도쿄도 세타가야구 이케지리 2호점을 개설할 때에는 주민들 대부분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도시 생활을 즐기고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계층임을 고려하여 'Urban Bohemian'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기존 사업 모델과 다른 이런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스토리의 본질,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탁월한 품질의 커피, 그리고 커피 문화를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본질은 결코 타협되지 않았다. 브랜드 스토리의 주춧돌을 잘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접목하여 브랜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업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meetme77@naver.com)

 

728x90
728x90

1. 스토리와 마케팅

여러분들은 아마 빨간마스크 괴담나 학교 유령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도시 전설(urban legends)’이라고 부르는 근거 없는 괴담들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누구나 한 두번은 들어봤을 만큼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진 것일까요? 그리고 단지 한 두번 들어봤을 뿐인데 왜 잊혀지지 않고 기억속에 오래남아 있는 것일까요? 억지로 외우고 또 외우던 영어 단어들은 이미 오래전에 다 잊어버렸는데요.

경쟁의 심화, 변덕스러운 소비자로 인하여 따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시장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시장 여건속에서도 굳건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며 여전히 잘 나가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전 세계 오토바이 마니아들의 드림 머쉰인 할리 데이비슨은 1903년도에 창업하여 100년이 넘는 세월을 최고의 브랜드로 버텨왔으며, 애플은 회사의 아이콘이자 회사 그 자체이기도 했던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불황속에서도 이처럼 놀라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물론 상품 자체가 매력적이고 현신적인 면모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은 히트 상품의 기본 조건들로서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술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품질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업이나 시장은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품질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오고 있으며, 감성적 요인이 중요한 성패의 분수령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감성 요인 중에서도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이 광고, 마케팅의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의 성공에는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혁명가로서의 겪었던 역경과 성공의 CEO 스토리, 새로운 아이폰을 먼저 사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매니아들의 이야기 등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에는 공통적으로 브랜드의 힘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고, 또한 이런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스토리텔링 노력이 숨어있음을 간과할 수 없는 것임니다.

2. 스토리의 역사

왜 새삼 마케팅에서 마케팅에서 스토리가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요? 스토리는 인류가 배우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오래된 방법이며. 인간이 상업적으로 스토리를 활용하기 시작한 역사 역시 그 기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최초로 스토리가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한 역사 역시, 원시적인 시장 기능이 생기기 시작한 것과 거의 동시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예로 고대 그리스의 항구와 시장에는 에그제게타이(exegetai)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관광 가이드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오랜 기간의 항해에 지친 선원들이 항구에 들어오면 돈을 받고 기이한 여행담이나 모험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정보나 문화적 가치, 경험 등을 전달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스토리를 활용해 왔으며,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의 행동이나 심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삶의 일부로 체득하고 있는 명절, 결혼, 생일, 졸업/입학 등의 소비 의례(ritual)들 역시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발전해 왔으며 이런 소비 의례들은 발렌타인데이 초코렛 이벤트, 성인식 등의 형태로 스토리와 함께 마케팅에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주요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서 점차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독특하고 재미있으며 호감이 가는 브랜드 스토리를 창출함으로서 고객들을 자사의 브랜드에 묶어두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품의 장점이나 기능적인 특징의 설명과 같은 논리적인 설득을 통하여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일종의 푸쉬(push) 마케팅이라면 스토리텔링은 설득을 하는 기업에 의해 약속된 바람직한 결과를 소비자가 스스로 상상하게 함으로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풀(pull) 마케팅이기 때문에 보다 바람직한 방식으로 여겨지며, 이런 이유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의 밀월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왜 스토리텔링의 필요한가?

스토리텔링을 정의하자면 교훈, 복잡한 사상, 개념, 그리고 인과관계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이야기나 일화 등을 통하여 지식과 경험을 교환하는 과정으로 정리될 수 있으며, 이런 스토리들은 오랜 기간 인류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다. 가장 전형적이고 오래된 스토리텔링의 한 양식인 신화나 동화 등은 어느 민족에게나 전해내려오면서 다양한 인간 관계에 있어서 강력한 도구가 되어왔다. 문맹율이 높던 시절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교환하는 것이었겠지요.

이런 스토리텔링 기법들은 사람들이 복잡한 이슈나 교리를 매우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왔으며, 스토리텔링의 이런 능력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증거로 소비자들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렛대로 활용하여 관련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다음 4가지 측면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이야기 형태로 생각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토리가 가장 이야기 편한 형태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미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 방식에 자연스럽게 적응되어 있습니다.

(2) 이미 기억속에 저장한 기억들도 상당부분 스토리와 유사한 기억의 연결 형태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머릿속의 기억들은 그물처럼 엮어서 저장하고 있습니다. 일예로 ‘BMW' 차를 보면 누구나 독일차, 고성능차, 제임스본드카, 비싼 차, 경쟁자는 벤스, 빠른 차 등 손쉽게 다양한 관련 연상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연상 구조를 스키마(schema)‘라고 부르는데 이 스키마 구조는 스토리와 많이 닮아있는 것입니다.

(3) 스토리를 보고 읽고 듣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고는 합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콩쥐팥쥐, 인어공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 보상을 바라고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재미있어서 들었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지요. 만일 브랜드가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오랜기간동안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4) 일부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의식속에 존재하는 신화나 역사와 같은 인류 공통의 잘 알려진 원형(archetype)을 차용함으로서 소비자에게 쉽게 기억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형들은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다음은 미국의 한 다국적 IT 기업에서 실제로 일어날 일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최고의 IT 기업에 출근하기 위해 직원들이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대의 거대한 리무진이 현관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자동차에서 이 회사의 전설적인 창업자중의 한명인 CEO가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는평상시처럼 중앙 현관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막 통과하려고 하자 경비가 그를 불러 세웠습니다. ‘죄송하지만 ID카드 없이는 출입을 할 수 없습니다이 경비원은어떤 감정적 동요도 없이 이 CEO를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CEO는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날따라 ID카드를 집에 두고 온 것이지요. 경비원을 다시 쳐다보더니 턱을 만지작 거리다 다시 차로 돌아갔습니다. 그 경비원은 바로 그 다음날 자신이 경비 총 책임자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채 다시 자기 업무로 돌아갔습니다. (출처: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부츠/아카보루 지음)“

이 이야기는 아직도 그 회사에서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내려오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전형적인 작은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윗과 골리앗, 로빈후드, 홍길동 같이 거대한 힘에 굴복하지 않는 영웅의 이야기를 원형으로 차용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의 이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브랜드 관리는 물론, 광고, 판촉 등 마케팅 전반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큰 수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728x90

4. 스토리와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의미 전달 기능은 브랜드의 가치를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설득할 수 있으며 브랜드에 대하여 호감이나 만족을 표시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호감이나 만족은 브랜드에 대한 사랑과 강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소비자-브랜드간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만일 특정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스토리를 통한 대화에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이키(Nike)는 그러한 불행한 관계를 경험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나이키가 들려주는 스토리는 나이키 스니커즈와 운동장비를 갖추고 올림픽과 같은 게임은 물론 일상 생활속의 경쟁에서도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중심을 맞추어왔습니다. 그러나 나이키의 상품들이 동남아시아 지역 후진국의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여 생산된 것이 알려지게 되자 나이키의 브랜드 스토리는 심각한 실망과 비난을 감수해야 했으며, 오늘날까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한때 큰 이슈가 되었던 미국산 소고기 파동 역시 부정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파급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예입니다. 이처럼 스토리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고 관리하는데 있어서 기회 요인이 되는 동시에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5. 스토리텔링의 활용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는 동시에 자사 브랜드의 핵심 역량을 발굴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까요?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기 위한 3개의 단계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선 자기 브랜드와 자기 회사의 스토리가 무엇인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스로도 모르는 스토리를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를 발굴하여 선별하고 독특한 판매 소구점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스토리는 단순히 캐치프레이즈나 광고 메시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며, 왜 소비자들이 그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한 이유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보라빛 소(Purple Cow)가 온다라는 책을 유명한 세스 고딘은 좋은 스토리의 조건으로 일관되고 진정성이 있으며 고객과의 약속을 바탕으로 신뢰를 주며, 소비자의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감각에 기반한 모호한 내용으로 소비자의 세계관과 일치되는 내용일 것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의 발굴을 위하여 Coca-cola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 자산을 가진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코가콜라는 라스베거스에 관광객들을 위한 특별한 시설인 World of Coca-cola를 설치하였는데, 이 시설에는 극장, 박물관, 점포가 복합적으로 입점되어 있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야하는 30미터의 높이의 코카콜라 병을 형상화한 모형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거대한 탑 안에는 자신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녹음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가 있어서, 방문객은 자신만의 코카콜라와 관련된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녹음할 수 있게 되어있다. 녹음된 이야기는 극장에서 다시 이야기 거리로 사용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둘째, 누가 우리의 스토리를 듣고 스토리를 확산 시켜줄 것인가? 즉 목표 청중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토리텔링의 특징중 하나는 다양한 연령, 다양한 세분시장의 수많은 소비자들이 청중이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스토리는 반드시 목표 청중들의 니즈에 부합하여야 하며, 원래 의도한 바데로 전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때때로 소비자들은 자사의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는 다른 스토리를 원할지도 모릅니다. 이때 이들이 자사의 타겟 고객층인지 아닌지를 판단함으로서 스토리텔링 전략의 수정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스토리란 실재하기 어려우며, 브랜

드의 개성이 강할수록 그 어려움은 배가 됩니다. 보수적인 학부모들중 상당수는 할리데이비드슨의 카우보이 스토리에 공감하기 보다는 걱정과 불안을 표하겠지만 이들은 할리데이비드슨의 청중은 아니기 때문에 큰 장애가 안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명심할 것은 자사의 브랜드가 관계를 맺고자 하는 핵심 고객이 누구인가의 여부와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이 누구인가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통한 구전의 확산에서 볼 수 있듯이 타겟 고객에 의해 창출된 소비자의 브랜드 스토리는 빛의 속도로 일반 소비자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의 브랜드 이야기를 기꺼이 이야기해줄 스토리텔러가 되는 핵심 영향자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프로세스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핵심 영향자를 어떻게 선정하고 공략할 수 있을까요?

최근 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고객 체험단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유아용 블록 완구를 만드는 업체로만 인식되었던 레고는 레고를 좋아하는 열성 고객들의 인터넷 활동을 적극 장려하여 유아용 완구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10대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국내의 진로 참이슬은 새롭게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 20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참이슬 클래스라는 산학 협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적극적으로 대학생 스토리텔러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셋째,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한 광고 형태로 전달할 수도 있고, 인터넷, IPTV, 모바일 등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할 수 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게릴라 마케팅이나 구전 등 현장의 소비자를 참여시킬 수 도 있습니다.

발굴된 좋은 브랜드 스토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야기 되어지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전개, 도입, 놀랄만한 결론 등 구조적인 측면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비자-브랜드간 정서적 연결이 필요한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서태지는 가수로서의 뛰어난 자질 못지않게 타고난 마케터이자 스토리텔러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컴백하기전 오랜기간 동안 종적을 감추었던 서태지는 새로운 앨범을 출시하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듯 12미터 크기 UFO의 코엑스몰 추락사건, 충남 보령시의 미스터리 서클 발견 등 수수께끼를 풀어놓으며 자신의 복귀를 팬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스토리들은 팬들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고, 향후 발매된 음반의 테마인 우주, 미스테리와도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었서 자연스럽게 음반 홍보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3가지 단계를 적절히 운영함으로서 당신은 고객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사야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경쟁 브랜드와 효과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