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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통적인 ATL 광고나 BTL 광고의 시대는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고, 새로운 디지털 광고의 시대가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광고회사의 광고비 매출액 변화는 이런 변화의 양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국내 최대 광고 대행사 중 하나인 제일기획의 2020년도 매체별 광고비 지출 예상에 의하면 TV광고로 창출된 광고시장 고작 1.2조 원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든 반면 디지털 광고(PC 및 모바일 포함)로 창출된 광고시장은 3.75조 원으로 예상된다. 비율로 따져보면 TV광고가 고작 9.7%라는 초라한 한 자릿수에 머물 동안, 디지털 광고는 44.5%라는 과반수를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ATL(TV, 라디오, 신문, 잡지)을 모두 합치더라도 그 비중은 24.7%에 불과하다. 전통적 광고 플랫폼의 사망이 손에 잡힐듯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충격적 변화의 기본에는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틱톡 등 기존 검색포탈과 콘텐츠 미디어 기업들이 빠르게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 새로운 Ad-tech로 무장한 이들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의 축적, 고객 페르소나의 구축, 자동화된 타겟팅과 마케팅, 리마케팅, 그리고 광고 성과의 실시간 퍼포먼스 측정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광고 시장을 자동화, 디지털화, 인공 지능화하고 있다. 최근 구글의 광고 플랫폼인 '구글 애즈'에 접속하여 광고 노출 대상을 마케터가 연령, 성별, 주소 등 정보를 이용하여 수동으로 설정하면 감히(?) 구글이 마케팅 전공 박사에게도 훈계하는 세상이 왔다. 구글 애즈에서 광고 타겟을 수동 설정 시에는 "웬만하면 나 믿고 자동으로 설정하시지? 자신있음 함 수동 해보시던가.. ㅋㅋ" 라는 무시무시한 경고 문구가 송출된다(물론 실제는 조금 더 점잖은 투로 경고를 준다). 

이런 변화속에서도 대학의 마케팅, 광고 교육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내가 만나 본 현업의 그로스(Growth-hacker) 마케터나 디지털 마케터들은 보통 마케팅의 세계를 크게 1) '브랜드 마케팅', 2)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두 개의 갈라진 세계로 이해한다(물론 이 양분론은 개념적으로 불완전하다만...).  브랜드 마케팅은 주로 브랜드 개발, ATL, 광고 카피 등 과거의 유산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이들은 최근 유명 대학의 마케팅 교수에게 '픽셀(pixel)'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DSLR 카메라의 해상도를 설명하더라는 카더라 류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대학 마케팅 교육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브랜드 광고: 아무리 재미있어도 '스튜디오 좋'보다 못하더라..>

그러나, 마케팅은 두 날개를 가진 새와 같다. 한 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 없다. 브랜드 마케팅이나 고객 심리, 카피 작성 이론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디지털 마케팅만을 배우는 것은 교통법규를 모르고 운전을 배우는 것과 같다. 운 좋으면 차가 그럭저럭 굴러가지만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운전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며,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나더라도 이상할 바 없다. 반면에 디지털 마케팅에 무지한 것은 책으로만 배운 운전면허나 같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길에 나가는 순간 굴러가지 않는다.

대학이나 광고, 마케팅 교육기관이 추구해야 되는 이상적인 미래 마케팅 교육은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을 바탕으로 디지털 마케팅의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균형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본 블로그 저자도 2020년도부터 '광고론' 과목을 반으로 나누어서 중간고사 이전의 상반기에는 전통적인 광고이론을, 하반기에는 새로운 디지털 광고이론의 실제를 나누어 강의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 둘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교재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단순한 봉합에 불과하다. 향후 디지털 광고를 강의에 접목하는데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하여 이번 학기에 수정하면서 진행중인 하반기 강의안(디지털 광고전략)을 부족한 ing 버전이지만 공유드리고자 한다. 디지털 포스가 함께 하기를...

디지털광고전략의 실제_이원준(청주대교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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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데이터 3법이 2020년에 통과되었다. 이 법들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 것으로 흔히 빅데이터 3법, 혹은 데이터경제 3법이라고 불린다. 데이터 3법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추어 기업의 개인의 정보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되었으며, 실명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식별되지 않는 조건 하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도 개인 정보를 다양한 기업이나 산업에서 활용하거나 기업 간 거래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예로 개인의 질병 기록이 제약 회사로 이전되어 신약 개발에 활용되거나, 통신사가 수집한 개인 정보가 광고 회사에서 사용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 법을 통하여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련 기업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우려도 적지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데이터 3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하여 제대로된 통제장치 없이 은밀한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우려와 반발에는 그간 기업에 의한 다양한 개인 정보 침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있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높지 않음에 기인한다. 데이터 3법의 입법은 다시금 개인과 사회로 하여금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개인 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데, 실제로 2018년 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77% 이상의 국민들이 개인 정보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정보의 남용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권리의 침해는 스팸 광고나 해킹 처럼 불법적인 마케팅 활동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기업,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아직 개인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우러지지 않은 상황 하에서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은 다소 포괄적이며, 자의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개인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회원 가입이나 서비스 이용 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자주권을 침해해온 것도 사실이다. 고객의 사적 정보는 이용계약서, 콜센터, 유통의 스캐너 데이터와 다양한 앱과 웹 가입을 통하여 급격하게 외부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하여 소비자가 느끼는 위험 역시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Bauer와 Fox의 연구에 의하면 보통 소비자들은 마케팅이나 상품 구매 상황에서 불안감과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런 지각된 위험은 크게 성과 위험, 재무 위험, 시간 위험, 사회적 위험, 그리고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다. 제품의 작동 여부, 비용 적절성,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 등과 더불어 고객들은 개인 정보 보호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 지에 대하여 높은 위험을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프라이버시는 타인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이며, 개인 정보 침해를 통하여 이런 위험성이 크게 느껴질수록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개인의 정보 공개를 꺼리고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구매 과정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부정적 결과를 양산할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마케팅 방편으로 이른바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이 부상하게 되었다. 퍼미션 마케팅은 마케팅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동의 여부가 기업의 이익창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소비자의 자발적 참열르 통하여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의 퍼미션 마케팅은 주로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 마케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옵트-인 마케팅은 보통 고객이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이메일이나 광고를 보내는 마케팅 기법이다. 반면에 옵트-아웃은 수신자의 동의 없이 메일을 발송 가능하지만, 사후에 해지나 발송금지를 원할 경우 그 이후부터는 발송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보통 퍼미션 마케팅은 옵트-인 마케팅을 의미하기도 한다.

퍼미션 마케팅의 대가인 세스 고딘은 퍼미션 마케팅을 Anticipated, Personal, Relevant 라는 세 단어로 정의한다. 즉 퍼미션 마케팅은 기업과 고객으로부터 오랫동안 고대되어온 마케팅 방법이며, 최근 시대 변화와 고객의 관심에 적합한 개인화된 마케팅 방식이다.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호작용을 추진하고 이를 통하여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추구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하여 퍼미션 마케팅은 낯선 사람을 친구, 고객, 충성 고객으로 발전시킨다고 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가입 시 획득한 고객 정보와 동의를 기반으로 온라인 결제 서비스 제공, 레스토랑 예약, 멜론 음악 서비스 판매, 프렌즈샵을 통한 굿즈 판매, 콘서트 티켓 판매 등 다양한 수익사업으로 확장하고, 제한된 비지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처럼 퍼미션 마케팅이 민감한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실제로 퍼미션 마케팅이 성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객의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를 얻기 위한 다양한 꼼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계약서 하단에 깨알같은 작은 글자, 혹은 종이와 구분이 잘 안되는 색상의 글자체로 고객 동의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이다. 앱이나 웹을 통하여 가입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상세한 이용약관을 읽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서 포괄적 동의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이런 동의 얻기 활동들은 진정한 퍼미션 마케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퍼미션 마케팅의 기반은 고객과의 신뢰와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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