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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화, 사회 복지 등 각 분야에서 건실한 재정과 대중의 지지 확보는 점차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들 후원자들은 일정 금액의 현금이나 물품 등을 후원대상에게 정기적, 혹은 일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으며, 기부자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정치 기부의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모금, 기금 모집을 위한 출판회나 파티의 개최, 기금 홍보 이벤트, 유산을 통한 기금화, 급여의 일정부분 공제 방식 등 기부 방식 역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 목표의 달성에도 엄현히 빈부 차가 존재한다. 일부 유명 정치인이나 사회복지 기관의 경우에는 모집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으나, 대부분 기부금 모집 활동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기관에 펀딩을 결정할 때, 수 없이 많은 대안들중에서 굳이 이 사람 혹은 이 곳에 기부를 하여야하는지 정당성을 찾고 싶어한다. 실제 네이버 포탈에서는 공익 나눔 기부 프로그램으로 '해피빈'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이 블로그나 지식인 활동에서 받은 콩을 도움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 대상은 매우 다양하며, 더 나은 세상, 아이들에게 희망을, 환경과 동물, 지구촌 나눔, 피플앤피플, 어르신 돕기 등에서 기부하고 싶은 테마를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 기부자 자신이 마음에 들거나 호감이 가는 테마 중 하나에 기부를 하게 된다. 다양한 대의 명분들이 기부를 받기 위하여 경쟁하고 있으며, 개인이 생각하는 사안의 중대성, 목적의 적합성, 문제의 심각성, 도움 방식의 편리성 등에 따라 기부 대상자는 달라질 것이다.

개인이 기부 대상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들을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상의 미션과 가치

: 기관이나 개인이 표방하는 미션과 존재의 근거가 되는 서비스 가치는 기부의 가장 기본적인 결정 요인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미션이나 가치에 보다 쉽게 공감하고 동조할 수 있다면 보다 손쉽게 기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치 않은 경우에는 필요성은 인정하나 섣불리 기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일예로 특정한 기부자 개인의 취향과 다른 종교적 색채가 강한 비영리기관의 경우 그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종교적 미션과 가치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기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2)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

: 사안이 중요성은 기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발생 가능한 결과의 심각성을 의미하며, 이런 중요성을 높게 지각할수록 기부가 잘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시급성은 기부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공정무역이나 아동 교육제도 개선을 위한 기부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병마로 싸우며 생사를 넘나드는 시한부 아동 환자에 대한 기부보다 우선 순위가 높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기부자의 동기

: 기부자의 특별한 기부 목적이 개인적 동기가 될 수 있다. 기업 기부자의 경우 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혹은 새로운 사업의 홍보, 외부 이해관계자 집단의 압력 해소 등의 목적으로 기부가 이루어지고도 하며, 개인 기부자의 경우 인맥을 통한 기부 요청에 대한 응답,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혹은 가정 교육의 목적 등 다양한 동인을 가지고 있다.

4) 역사와 신뢰성

기부는 선의를 위하여 자신의 금전적 자산의 처분을 비영리 기관에 위탁하는 행위로서 위탁받는 자, 즉 기관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복지 기관의 기부금 횡령이나 오용 등 잘못된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발생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 비리 사건이다. 사랑의 열매는 가장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불우이웃돕기 운동이었지만 임직원의 기부금 유용 등의 부정 비리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후 모금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기부자는 가능하면 지명도와 신뢰성이 높은 기관을 선호하며, 비영리 기관 대부분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잘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신생 단체보다는 역사가 긴 단체를 선호하기도 한다.

5) 기부 목적 달성 실패 시 결과

비영리 기관이나 후원하는 정치인이 충분한 기부를 받지 못하여 주어진 미션이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을 때 발생 가능한 부정적 결과가 크면 클수록 기부자의 후원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6)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 기부자들이 기부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제공할 경우 기부를 받은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등장한 인터넷을 통한 기부나 크라우드 펀딩 등 소셜 펀딩 등은 과거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소액 기부가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상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기부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기부자들에게 그들이 기부를 해야만 하는 고결하고 사명을 잘 정리하여 제시해야만 하며, 해당 기관의 역사성을 강조하여 신뢰감을 형성하고 이런 사회적 활동들이 단속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사업의 중요성, 최근 사회적 이슈와의 관련성, 타 사안보다 중요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시급하다는 인식, 그리고 기부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유혹할 수 있는 감성적인 감동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비영리 기관 각각은 기부를 확보하기 위하여 기부자 개개인의 기부 동기에 바탕을 둔 맞춤형 접근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자 고객 관리의 중요성을 이해하여야 한다. 기부자를 확보하는 것은 고객 관계 관리와 유사한 활동이며, 비용이 소요되는 활동이다. 실제로Sargenat가 2009년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한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비영리 기관이 새로운 기부자를 모집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은 실제 기부받은 금액의 75% ~ 150%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숫치는 기존의 막연한 기부활동이 오히려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존 기부 활동의 비효율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기부자의 지속적인 유입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새로운 기부자는 단지 기부금의 확대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대의 명분을 알리고 동조자를 확산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금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부금 모집에도 선태과 집중의 논리는 필요하다. 목표 없는 기부 모집 활동은 단순한 과시용 행사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모금 활동은 주로 공포 소구에 기반하고 있다. 기부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 발생가능한 미래의 불행한 결과들을 다소 과장되고 위압적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고 겁을 준다. 지구 온난화, 질병, 전쟁, 그리고 이를 무시할 경우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죄책감을 극대화한다. 이들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부에 대한 대중의 의도적인 무관심과 회피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부 모집자를 만날 때 마다 죄책감을 상기시키고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껴야만 한다면 회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궁극적으로 기부과 고통스러운 세금이나 법칙금 같이 느껴져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기부자와의 관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부자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은 기부자가 특정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으며 이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발전하며 기부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즉 기부에 무관심한 대중이 어떤 일을 계기로 처음 기부를 시행하는 최조의 기부자로 전환되며, 이후 이들은 해당 기관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기관이 주장하는 사명과 비전에 몰입하게 되며 더욱 더 헌신하는 기부자가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사다리 혹은 피라미드의 구조로 쉽게 요약될 수 있다. 일예로 기부자는 잠재적 기부자, 최초 기부자, 반복적 기부자, 몰입된 기부자, 핵심적 기부자, 유산 기부자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사다리의 상부로 갈수록 기부자의 수는 적어지지만 이들 각 개인이 기부하는 금액은 상향되게 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특정 기관에 대한 기부 전체의 80~90퍼센트는 상위에 있는 10~20퍼센트의 기부자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다리 모델은 기부자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점은 있지만, 최초의 기부자가 향후 반복적인 기부 행위를 통하여 우량 기부자로 변신시켜야 할 기부자와의 관계 관리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피라미드에서 중요한 단계는 잠재적 기부자중 일부를 최초 기부자로 만드는 단계와 최초 기부자를 반복적 기부자로 전환시키는 단계이다. 우선 최초 기부자는 기관과 최초의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최초 기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기부자가 해당 기관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인지를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향후 기관에 대한 더 큰 지지와 성원이 가능하므로 대부분의 기관들은 이들에 대하여 특별한 대우와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최초 기부자들을 위한 안내 책자, 상징물 제공 등 환영 패키지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캠프 개최, 자원봉사 활동 권유 등 향후 일정 기간은 이들이 기관에 대하여 더 큰 로열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주의깊은 관리가 필요하다. 즉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이들이 반복적이며, 몰입된 기부자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기관이 제작한 영상물을 발송하거나, 대면 접촉을 통하여 기관의 대의 명분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후 중요한 단계는 최초 기부자가 끊임없이 기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반복적 기부자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즉 일회성 기부가 관계 기반의 기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회성의 기부금 모금에서는 모금을 위한 개별적 활동을 통해서 기부자를 모집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모금 활동이 필요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단기적인 행사의 재정적, 시간적 부담에 비하여 장기적인 성과가 미약할 수 있다. 이벤트나 모금 활동을 통하여 단기간에 많은 기부자를 모았다고 하더라도 차기 년도에 이들이 관계를 단절하였다면 다시 반복적으로 모금 행사를 시행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한번 모집한 기부자들을 계속해서 육성하고 관계를 공고히 해나가는 경작형 기부자 모집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 기반의 모금에서는 결과적으로 하나 하나의 모금 활동보다는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 중효하다 모금 초기에 충분한 모금액이나 수익이 창출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가 기대된다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기부자의 평생 생애가치가 더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이런 기부자와의 관계에 대한 차이는 일회성의 거래기반 모금과 관계기반 모금 사이에 많은 차이점을 가져온다.

'관계형 모금(relationship fund raising)'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주창한 Burnett 에 의하면 관계형 모금이란 주된 관심이 단지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관과 기부자간에 존재하는 독특하고 특별한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기관이 천명하는 대의 명분을 마케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기관이 모금을 할 때에는 기부자와의 관계가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총제적인 관계 강화의 가치 하에서 기금 모금과 관련된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장기적인 기부자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기부자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를 주저하지 않으며, 이들과 보다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 기관은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부자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기관 및 기관의 종사자 스스로가 인식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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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데이터 3법이 2020년에 통과되었다. 이 법들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 것으로 흔히 빅데이터 3법, 혹은 데이터경제 3법이라고 불린다. 데이터 3법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추어 기업의 개인의 정보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되었으며, 실명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식별되지 않는 조건 하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도 개인 정보를 다양한 기업이나 산업에서 활용하거나 기업 간 거래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예로 개인의 질병 기록이 제약 회사로 이전되어 신약 개발에 활용되거나, 통신사가 수집한 개인 정보가 광고 회사에서 사용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 법을 통하여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련 기업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우려도 적지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데이터 3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하여 제대로된 통제장치 없이 은밀한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우려와 반발에는 그간 기업에 의한 다양한 개인 정보 침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있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높지 않음에 기인한다. 데이터 3법의 입법은 다시금 개인과 사회로 하여금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개인 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데, 실제로 2018년 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77% 이상의 국민들이 개인 정보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정보의 남용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권리의 침해는 스팸 광고나 해킹 처럼 불법적인 마케팅 활동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기업,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아직 개인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우러지지 않은 상황 하에서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은 다소 포괄적이며, 자의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개인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회원 가입이나 서비스 이용 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자주권을 침해해온 것도 사실이다. 고객의 사적 정보는 이용계약서, 콜센터, 유통의 스캐너 데이터와 다양한 앱과 웹 가입을 통하여 급격하게 외부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하여 소비자가 느끼는 위험 역시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Bauer와 Fox의 연구에 의하면 보통 소비자들은 마케팅이나 상품 구매 상황에서 불안감과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런 지각된 위험은 크게 성과 위험, 재무 위험, 시간 위험, 사회적 위험, 그리고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다. 제품의 작동 여부, 비용 적절성,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 등과 더불어 고객들은 개인 정보 보호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 지에 대하여 높은 위험을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프라이버시는 타인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이며, 개인 정보 침해를 통하여 이런 위험성이 크게 느껴질수록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개인의 정보 공개를 꺼리고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구매 과정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부정적 결과를 양산할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마케팅 방편으로 이른바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이 부상하게 되었다. 퍼미션 마케팅은 마케팅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동의 여부가 기업의 이익창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소비자의 자발적 참열르 통하여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의 퍼미션 마케팅은 주로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 마케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옵트-인 마케팅은 보통 고객이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이메일이나 광고를 보내는 마케팅 기법이다. 반면에 옵트-아웃은 수신자의 동의 없이 메일을 발송 가능하지만, 사후에 해지나 발송금지를 원할 경우 그 이후부터는 발송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보통 퍼미션 마케팅은 옵트-인 마케팅을 의미하기도 한다.

퍼미션 마케팅의 대가인 세스 고딘은 퍼미션 마케팅을 Anticipated, Personal, Relevant 라는 세 단어로 정의한다. 즉 퍼미션 마케팅은 기업과 고객으로부터 오랫동안 고대되어온 마케팅 방법이며, 최근 시대 변화와 고객의 관심에 적합한 개인화된 마케팅 방식이다.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호작용을 추진하고 이를 통하여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추구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하여 퍼미션 마케팅은 낯선 사람을 친구, 고객, 충성 고객으로 발전시킨다고 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가입 시 획득한 고객 정보와 동의를 기반으로 온라인 결제 서비스 제공, 레스토랑 예약, 멜론 음악 서비스 판매, 프렌즈샵을 통한 굿즈 판매, 콘서트 티켓 판매 등 다양한 수익사업으로 확장하고, 제한된 비지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처럼 퍼미션 마케팅이 민감한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실제로 퍼미션 마케팅이 성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객의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를 얻기 위한 다양한 꼼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계약서 하단에 깨알같은 작은 글자, 혹은 종이와 구분이 잘 안되는 색상의 글자체로 고객 동의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이다. 앱이나 웹을 통하여 가입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상세한 이용약관을 읽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서 포괄적 동의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이런 동의 얻기 활동들은 진정한 퍼미션 마케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퍼미션 마케팅의 기반은 고객과의 신뢰와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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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영역은 중소 자영업자나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른 바 공공적인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서도 조직을 존속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경영의 논리가 적용된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에는 사회적 기업, 지역 공동체, 협동조합, 그리고 다양한 자원봉사단체가 해당된다. 이들 사회적 경제 영역은 200년전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에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정부나 기업이 개선하지 못하였던 빈곤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 수단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이 지향하는 착한 목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현대에 와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의 지배적 경제 이념이었던 신자유주의는 국영 기업 민영화, 기업 활동 규제 철폐 등의 정책들을 통하여 외형적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하였지만, 부의 쏠림과 불평등 등 적지않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였다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이루어낸 전반적인 소득 수준 향상이나 경제 발전에 대한 댓가로 초래된 지구 온난화 등 이상 기후 변화, 빈곤 국가의 심화, 가족 해체, 도농 지역의 황폐화 등의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의 노력으로 탄생한 사회적 기업은 효율성과 고도 성장만을 추구하던 자유주의 시장 구조의 한계를 일정부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 제공,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등 기업 이익 논리에서는 불가능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의 은행으로 설립되었다. 그라민 은행에서는 담보나 보증인 없이도 일할 의욕만 있다면 150달러 이하의 돈을 빌려주고 있으며, 이 돈이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아무런 희망없이 가난에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에게는 무엇인가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 돈을 빌린 극빈자들은 대부분 이 돈을 이용하여 장사나 창업을 하게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실하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한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대안 은행인 그라민 은행의 총재인 야누스 총재는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빈자를 도와주고자 할 때, 보통 그들에게 자선을 베풀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인식과 해결책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선에 의존하고는 한다. 자선은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자선은 가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자선은 빈자로부터 주도권을 박탈함으로서 빈곤을 영속화할 뿐이다.” 라고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 역시 대출금이 회수되지 못하였다면, 사업이 지속되지 못하고 조기에 파산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단순한 자원봉사단체나 공익 정부기관이 아니고 시장을 상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복지단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하여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고용하기 위하여 빵을 판다'는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 모토 처럼,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며, 기업의 잉여금을 주주와 자본가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그 사업체 및 종사자, 또는 지역 사회를 위한 재투자에 활용한다.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일반 기업과 사회적 기업, 그리고 복지 기관 간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위하여 Borzaga and Defoumy와 같은 연구자들은 9개의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 유용하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유급의 일자리가 제공되는가?

둘째,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가?

셋째, 정부 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치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넷째, 상품과 서비스의 실질적인 거래가 발생하는가?

다섯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설햅했는가?

여섯째, 주요 의사결정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소유권에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일곱째, 일터에서 구성원의 참여가 발생하는가?

여덟째, 발생된 수익이 조직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는가?

아홉째, 명시적으로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혜택을 추구하는가? 등이다.

즉 사회적 기업은 시장과 사회 모두를 충족시키는 미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미션 수행과정을 통하여 사회적 목적에 환원되는 이익창출 요구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으며, 기업, 정부에 이은 제3의 경제주체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현재 한국에 등록된 사회적 기업 인증기업만 하더라도 2,400곳이 넘는다. 그러나, 탁월한 명분과 대의 목표, 정당성, 사회적 요구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들은 시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이들 사회적 경제영역의 추체들이 약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은 매우 영세한 처지이며,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기 보다는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해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이 끊어진다면 대부분의 경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여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이들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경제 분야의 창업가들은 혁신에 필요한 실행 과정의 복잡성이나 조직적인 역량의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하며, 특히 시장을 이해하고 이들의 니즈에 기반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사회적 기업은 보다 솔직하게 돈과 이익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끔 출입하는 지역의 교육청이나 도청 등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입점하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커피는 원두의 품질도 좋고, 그 어느 곳에 비해도 떨어지지 않는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한 잔의 값은 채 1,000원도 안되는 값을 받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커피가 싸서 기쁘고 안도감이 들기 보다는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이 주는 죄책감과 의아함이 들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가 이들에게 이런 가격을 강요했을까? 아니면 스스로 이런 가격에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더 많은 이익이 난다면 직원 급여나 혜택, 그리고 자긍심까지 높아질텐데.. 사회적 기업의 사명에 마케팅을 적극 도입함으로서 조직 본연의 사회적 미션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과 상품,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일반 대중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마케팅을 통하여 더 많은 대중들이 사회적 기업의 공공적 가치에 공감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선한 결과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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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이익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보다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결함이나 서비스의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기업의 일상이 되고 있다. 옥시가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는 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하였으며,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들 역시 초기 불량 문제로 늘 골치를 썩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결함이 있는 판매 제품을 회수하는 제품 리콜이 증가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2013년 971건 수준이었던 국내 리콜 건수는 2014년에는 1,752건으로 80% 이상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2,200건을 가뿐히 돌파하였다. 리콜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생명, 그리고 재산 상의 위험 요인을 예방하기 위하여 기업이 자발적 혹은 강제적으로 해당 제품을 수거하거나 파기하고, 수리, 교환, 환급하는 일련의 조치를 말한다. 소비자 권리보호가 조기에 정착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자 리콜은 오래전 부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 부터 리콜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비자 기본법을 통하여 리콜에 관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만족을 기대하고 구매한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후 부조화'를 고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당연히 소비자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미친다. 리콜은 기업에게 리콜 과정에 따르는 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쌓아온 기업의 브랜드와 명성의 쇠퇴, 고객 신뢰 상실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자발적 리콜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다가 규제에 의하여 리콜을 하게되는 경우 그 파급력은 배가 된다. 솔직하게 리콜을 인정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리콜을 회피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그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하청 업체 등 관련 기업까지 주가 하락 등 파편을 맞게된다. 미국 소비제품안전협회가 48건의 리콜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리콜 이후 평균적으로 기업 주가는 6.9% 하락하였고, 평균 70억 달러에 해당되는 금전적 손실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콜이 항상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개인의 특성이나 제품 특성, 혹은 기업의 그간의 성과 등이 리콜을 대하는 소비자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적 특성으로 고객 로열티 수준에 따라 리콜의 영향은 다르다. 고객 로열티가 높은 소비자들은 리콜 상황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간 기업이 수행해온 브랜드 자산 구축 작업이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제품 특성에 따라서 리콜의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은 특정 제품에 대하여 잠재적 위험도가 높고 낮음을 다르게 지각하는데, 식품, 차량 등과 같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제품의 리콜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지만, 반대로 비교적 중요하지 않거나 위험도나 낮은 제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리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강력하게 가르는 것은 기업의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전의 기대감이나 유명도가 영향을 주로 미친다. 해당 기업이 정직하고 사회적 책임을 평소에도 잘 해왔다면 리콜을 보다 관대하고 받아들이고, 리콜의 원인을 기업의 잘못이 아닌 어쩔수 없는 상황적 요인이거나 천재지변적 요인으로 귀인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기업의 윤리적 운영 필요성과 평판 관리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리콜은 기업이 일상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주요 위기중 하나가 되었으며, 리콜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고객의 신뢰를 되찾아오기 위한 기업의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기업 마케팅 실무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리콜에 대한 기업의 성실하고 적극적인 노력은 해당 기업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기틀이 되기도 한다. 2009년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가속페달의 매트 끼임과 급발진 등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1천만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였다. 리콜 초기에는 도요타의 브랜드 가치가 심각한 훼손을 받았고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급락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리콜 이후에 브랜드 가치는 서서히 회복되었으며,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더욱 견고하게 되었다. 리콜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알려진 이후, 이제 선제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발적 리콜 조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와 더불어 리콜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기업의 인식 변화로 판단된다. 첨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인들도 리콜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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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에 기반한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로 소매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에 비례하여 아마존, 쿠팡 등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은 급속한 성장세이다.  고객들도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보다 저렴하게 하는 '쇼루밍족(showrooming)'이 일반화되었다. 한때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에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벌였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보였던 소비자의 관심은 이제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주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온라인에서 1~2시간 내외에 깜짝 세일을 하는 사이버 먼데이 행사로 옮겨갔다. 매출액면에서는 오히려 사이버 먼데이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지르고 있다.

이에 기존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온라인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대응 방안으로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매장에 접목하고 있다. 직접 옷을 입지 않아도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상 피팅룸, 자동 계산대, 물류 로봇, QR코드, 스마트폰 앱 등에 대한 투자로 유통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대형 유통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인 생존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옴니 채널은 고객과 상호작용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 거점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채널의 통합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한 제품을 집에서 온라인 주문할 수 있게 하는 등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추가적인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한다는 것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옴니채널 이전에는 유사한 개념으로 멀티 채널 전략, 크로스 채널 전략 등이 존재하여 왔다. 과거의 멀티 채널이나 크로스채널 전략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복수의 유통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면, 옴니 채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확보된 온,오프라인 거점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고객의 전반적인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동일한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경우에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판촉 기간, 고객관리규정 등이 상이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고객의 쇼핑 경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코 같지 않았으며, 채널간 유기적인 연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점검하고, 구매는 더 저렴한 온라인 매장에서 사는 등 구매 행동은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옴니채널 하에서는 모든 초점을 고객에 맞추고 채널의 정보가 실시간 통합 운용되므로 일관되고 연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고객들은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뒤 매장을 방문하여 수령할 수도 있고, 여행지인 제주도에서 구매한 상품을 집 근처 매장에서 찾아갈 수 도 있다. 어느 매장에서 샀든지와 무관하게 온라인 혹은 매장 방문을 통하여 반품할 수도 있다.

옴니채널이 소비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에 이바지한다. 중국 산시대학교와 미국 미시건대학의 공동 연구진들은 옴니채널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통합된 촉진, 통합된 거래정보 관리, 통합된 상품과 가격 관리, 통합된 정보접근, 통합된 주문처리, 통합된 고객서비스를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특성이 유통 기업의 성과 확대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 점포에 걸려서 재고가 실시간 파악되므로 한 매장에 매진된 상품이라도 재고가 남아있는 다른 매장을 찾아서 판매가 가능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의 물류 및 배송 기지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하게 레버리지함으로서,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응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국내외 유통기업들은 발빠르게 옴니채널을 도입하여 왔다.  미국의 월마트는 '스캔앤고(scan and go)'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는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여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제하는 서비스로서, 온라인 결제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하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는 불편함을 제거하였다.

또한 영국의 존 루이스 백화점은 터치스크린으로 제작된 인터액티브 스크린을 통하여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검색하거나 주문할 수 있게 하였으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더라도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하여 선택한 옷의 착용 전후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일 미(Style Me)'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아마존 역시 온라인 강자에 만족하지 않고 오프라인 거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거점을 확보하기 도입한 '대시(dash) 버튼' 서비스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대시 버튼은 버튼이 달린 작은 무선 인터넷 기기이다.  보통 세제, 음료, 생수, 과자 등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제품의 브랜드가 버튼에 인쇄되어 있으며, 해당 제품이 필요할 때 단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아마존에서 자동적으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초기 버튼 구입 가격은 5달러이지만, 첫 번째 주문 시 이에 상응하는 5달러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료로 배포되었다. 구독 서비스라는 콘셉트를 적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옴니 채널의 실험이 도입된지 수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례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존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시 버튼'도 사용자의 이용 빈도가 현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결국 2019년에 단종되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옴니 채널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커가고 있다.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온라인 유통채널 전략에 비하여 그다지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다. 실제로 최근 옴니채널의 주요 속성과 고객 만족도 간의 관계에 대한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된 상품 및 가격관리가 고객 만족도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 통합된 거래정보, 고객정보, 주문처리, 고객 서비스 등은 고객 만족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어느 매장이나 쇼핑몰에서나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장점은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지만, 그 외에 별다른 옴니채널의 장점은 없다는 점이다. 옴니채널의 가격이 결코 쇼핑몰 전문 온라인 기업보다 더 싸게 책정될 수 없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경쟁사와의 비교 차원에서 보면 뚜렷한 고객 혜택이라 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 결제가 확산되고 구매 편리성도 증대되면서 심화된 소비자의 모바일 구매 쏠림도 큰 영향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스타일쉐어' 등 M커머스를 지향하는 쇼핑몰 등은 유튜브 방송과 인플루언서에 의한 추천 형태의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등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과의 차별점을 더 벌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옴니채널을 통한 기업의 내부 효율성 개선과 같은 효과는 뚜렷할지 모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옴니채널이 제공하는 가치가 모호한 것이다. 고객이 배제된 비지니스 모델에서 성공적인 신유통은 태어나지 않는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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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과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분단 이후 우리가 북한에 대하여 아는 것은 사실상 없다. 2000년대 초반에 잠깐 정치적 화해 모드 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제한적 교류가 있기도 하였지만, 이는 이후 군사적 긴장 격화와 대치 국면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국과 북한은 교류가 단절되었다. 이후 북한에 관하여 우리가 전해듣는 뉴스는 주로 미사일, 협상, 올림픽 등과 관련하여 외신이 전하는 단편적 뉴스들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실무자나 연구자들은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에서도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아니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부족하지만 최근 뉴스나 정보자료를 찾아보면 북한에도 마케팅은 어떤 형태로든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간다. 일예로 북한의 대표적 기업중 하나인 '대동강 맥주공장'이 만드는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맛있다는 한 영국기자의 주장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최근 2019년 초반 국내 뉴스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북한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600만대를 넘어서면서 초보적 형태지만 모바일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믿는다. 언제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남북한간의 통일, 아니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가역적인 경제 협력의 시대는 올 것이라고 믿으며, 이때 한국의 경영학자와 경영인들은 북한이라는 마케팅의 불모지에서 새롭게 할 일이 무궁무진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마케팅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사적인 이익 추구의 최고 무기이며, 자본 축적의 첩경이 마케팅 아닌가? 그 결과 대다수는 폐쇄적이고 자본주의를 적대시하는 북한에서의 마케팅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실제로 북한 로동당이 2004년도 제시한 중앙위원회 지시문에 의하면 '시장은 인민들에게 생활상 편의를 주는 장소가 아니라 국가 규률과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장소 또는 장사군들이 상품가격을 올리고 폭리를 얻는 돈벌이 장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은 북한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주의적 책동으로 마케팅을 인식하고 있으며, 여전히 제품의 가격 상한선을 국가가 통제하고 식량 전매제의 운영, 국가의 시장 검열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시장과 마케팅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탈북민이나 외신 등을 통하여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북한에서 시장, 즉 '장 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자들이 위성사진 판독을 통하여 추정한 바에 의하면 2009년 전국 200개에 불과하였던 장 마당의 숫자는 2015년에는 400개 이상으로 두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런 빠른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변화도 감지된다고 한다. 택시를 운영하는 자영사업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대의 크기가 커지고, 창고, 주차장과 같은 유통 기반 시설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장의 판매대는 일종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권리금이 부가된 형태로 사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초기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장 마당에서 치열한 경쟁의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박리다매 가격 전략, 덤을 제공하는 미끼 상품 전략 등 다양한 상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권익과 상권 보호를 위한 일종의 유통업자 조합인 상인 동맹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영 기업들에게도 총생산의 3~5% 정도는 시장을 통하여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도 시장과 마케팅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의 광고와 판촉활동들은 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짧은 마케팅 역사 속에서도 기념비적인 순간은 2009년 7월 TV를 통하여 처음 전파를 탄 대동강 맥주의 광고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상업 광고로서 의의를 갖는다. 그 이전에는 상업 광고의 개념도 없었을 뿐더러 광고 송출을 위한 별도의 매체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전의 북한의 방송은 별도의 광고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이 정권 홍보 뉴스, 공장 방문과 상품 뉴스, 지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만이 방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동강 맥주의 광고는 이후 인삼 광고, 옥류관 메추리 요리 광고 등 유사한 광고를 속속 등장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광고는 지속되지 못했는데, 당시 TV 광고를 접한 김정일 위원장이 광고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TV광고는 2개월이라는 짧은 영광을 뒤로한 채 다시 사라졌다.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북한의 별도의 TV 광고 시간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록 별도의 광고시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TV광고 역시 최근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활발해진 유통 거래, 증가된 상품 생산 때문에 광고의 필요성이 다시 북한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광고를 전과 같이 별도의 광고 시간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뉴스를 통한 상품 홍보, 혹은 공장시찰을 겸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즉, 북한 내부 소식을 뉴스로 전한 다음 프로그램 후반부에 별도의 '명산품 소개 코너'를 공익 광고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보통 30초 가량의 정지화면과 음성, 음악을 송출하는 초보적 형태라고 한다. 주된 광고 상품은 북한이 자체 생산하고 있는 한방약, 화장품, 건강 식품 등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류경 장미원과 같은 오락업종 등 품목이 다양화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한국 사회는 북한의 정치, 군사적 정보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향후 북한 시장에 관심을 둔 기업에게 정보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북한 시장 협력 미래 시나리오의 구축과 적용, 통일 비용의 절감 등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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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소비를 통하여 추구하는 욕망은 무엇인가? 그들은 더 이상 상품을 사지 않는다. 대신 그 상품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가치를 구매한다. 가치의 본질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여 왔다. 시장의 공급 능력이 수요를 절대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던 생산 부족의 시대에는 기본적인 기능과 적절한 품질만으로도 대부분 소비자의 가치는 충족되었다. 그 이후 생산과잉과 기업 간 경쟁, 제조 기술의 평준화로 인하여 소비자의 선택지가 더 넓어진 시대로 바뀌면서 기업이 충족시켜야 하는 고객 가치의 대상은 기본적인 품질에서 가격 경쟁력, 하이테크, 디자인, 정서적 만족감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되어 왔다. 고객이 변덕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 가치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큰 흐름을 타고 변화하고 있다. 이성적인 제품 속성에서 감성적인 제품 경험으로, 물리적 속성에서 도덕적 속성으로, 단기적 평가에서 장기적 평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생산성을 강조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은 감성적 디자인의 애플 아이폰에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었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던 플라스틱 패키지 디자인은 이제 지구 환경보호에 적합한 재활용 패키지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브랜드들 역시 단기적 매출 증대보다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가장 중요한 가치들은 단연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도덕적 가치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가치이다. 이 두 가치는 미래 마케팅 활동의 양대 축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 지향하는 바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는 기업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하여 무엇인가 선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본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해양 쓰레기를 줄이거나 아프리카의 불우 청소년을 지원하는 행위는 누군가가 해주어야하는 일이며, 나를 대신하여 기업이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다. 일정 부분 나의 책임을 기업이 대신 맡아줌으로써 개인의 죄책감을 덜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개인의 보답으로 기업의 평판은 높아지고, 구매 의도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착한 오빠보다는 나쁜 남자에 끌리기 쉬운 것처럼, 착한 기업이 잔잔한 감동을 줄 수는 있지만 어떤 강렬한 소비 욕구나 브랜드에 대한 매혹을 느끼게 하기는 어렵다. 유사한 대의명분을 표방하는 다수 기업의 등장도 문제다. 이로 인하여 고객의 구매가 계속되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때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헐벗은 청소년에게 기부하는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었던 '탐스 슈즈'가 최근 매출 하락과 관심 부족으로 법정 관리의 위기에 처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충족을 목표로 하는 가치는 오롯이 소비자 자신만을 위한 가치이다.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생활양식, 행동양식, 사고양식과 같은 생활의 문화적, 심리적 차이를 의미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소중한 나를 평범한 타인과 구분하게 하는 강력한 자기표현의 단서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이해하거나 타인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 남을 의식하거나 복잡한 사회 문제의 간섭 없이 나만을 위한 소비, 나에 의한 소비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구매와 소비의 원초적 목적인 나를 채워준다는 목표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부끄럽고 은밀한 본능적 욕구가 아니라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문화적 욕구여서 거부감이나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그 결과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주는 상품이나 가치에는 손쉽게 매혹되고 설득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의 상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으며, 본인들이 더 이상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이제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개장함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 매장을 마치 가로수길 번화가의 맛집 골목처럼 꾸미고 여유로운 도시 전문직 종사자의 발길을 끌고 있으며, 현대카드는 이태원에 현대카드 스토리지라는 독립 공간을 통하여 카드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공연, 전시, 체험행사 등 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는 점을 표방하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은 한국의 교보문고가 2015년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을 하면서 벤치마킹한 대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리뉴얼 당시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매장을 책이 파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정의하였고, 거대한 소나무 테이블의 도입, 자연광이 들어오는 매장, 도서 진열대 사이에 배치한 의자 등을 통하여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그러나 시설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츠타야 서점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치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도 크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스스로를 '고객의 취향을 설계하는 곳'으로 자부하고 있으며, 방문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우선 지역별 각기 다른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각 지점의 시설과 인테리어는 특색이 있게 꾸며져 있다. 최근 도쿄 긴자 식스에 입주한 '츠탸야 긴자'점은 한국의 청담동처럼 유행과 패션의 중심지에 있으며, 방문 고객들 역시 도시 전문직의 라이프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매장 내부는 다양한 예술품과 설치 미술품으로 꾸며져 있어 책과 함께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에 고급 주택가가 인접한 지역인 다이칸야마의 츠타야는 녹지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차분한 일상 속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츠타야를 다른 서점과 차별화시키는 강력한 요소는 시설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츠타야 서점을 서점에 입주한 커피점을 통하여 커피를 사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며, 필요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할 수 있는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츠타야의 판매원은 보통 해당 분야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지가 선발의 우선 조건이라고 한다. 일 예로, 여행 서적 코너의 판매원은 실제로 수년간 전세계를 배낭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선발되며,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더 좋은 책을 추천하거나 큐레이션 해주고 여행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책은 어디서 누가 팔든 똑같기 때문에 차별화가 극히 곤란한 상품이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배려나 경험의 확장을 통하여 고객을 흡인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기업인 무지, 혹은 무인양품 역시 제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시장을 접근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무인은 곧 브랜드가 없다는 뜻이며, 양품은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 없는 브랜드라는 콘셉트와 마케팅 철학으로 거창하거나 화려한 마케팅 없이 조용하게 고객이 삶 곳곳으로 스며드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무인 양품은 고객의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순한 상품 판매보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한다. 무인양품은 소박하고 장식이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으며, 공예품이 주는 '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리고 각각의 상품을 판매할 때도 왜 이런 상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푹신 소파', '목 따끔거림이 적은 스웨터'와 같은 상품명으로 상품의 편익을 솔직하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무인양품 매장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국내 최대 규모로 개장한 서울 종로의 영풍문고에 있는 매장을 찾아가 보자. 우선 영풍문고라는 대형 서점에 숍인 숍 형태로 들어온 것 역시 무인 양품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매장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질 좋은 면으로 만든 의류와 바구니, 슬리퍼 등 다양한 생활 소품이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습기, 의류, 식품, 필기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진열된 위에 설치된 광고 스크린에서 제품과 관련된 영상들이 흘러나온다. 영상에서는 어떻게 제품이 기획되고 생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영상과 고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제품의 장점을 알려준다. 이 화면은 단순 광고가 아니다.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거기에 적합한 상품을 설명하고, 고객의 생활에 대한 기업의 철학을 전달해내는 도구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객이 간단하게 쉬어가거나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 카페 공간에서는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식품이나 다과, 차 등을 직접 먹어볼 수도 있고, 무인양품이 발행한 요리나 인테리어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할지 점검해볼 수도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체험공간으로 체험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무인양품은 세일이나 과다한 마케팅으로 단순히 고객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무인양품의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원하는 상품 구색을 꾸준하게 넓혀왔다.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품목이라면 굳이 상품의 종류를 제한할 필요도 없으며,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무인 양품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삶에 어울리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팔 수 있다. 일반적인 무인양품의 매장에서도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공예품, 가구, 필기구, 의류, 차, 식품 등 이미 다양한 구색의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립식 주택에 이어서 호텔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무인 양품은 2018년부터 중국 선전, 베이징, 일본 도쿄의 긴자 등에 호텔을 개장하였다. 이들 지역은 이미 수 많은 호텔들이 경쟁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왜 무인양품이 호텔까지 진출하는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아닌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텔은 무인양품에게 있어서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최상의 장소이다. 기존에 무인양품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여 왔는데, 그 상품들이 모여있는 총합의 공간이 주택이자 호텔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무인양품 호텔은 무인양품의 제품과 철학으로 채워진 호텔이다. 호텔의 서비스, 접객, 그리고 무인양품 상품으로 꾸며진 객실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접목하여 '좋은 느낌의 생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자를 배려하는 정돈된 삶'과 같은 철학이 구체화된 완벽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였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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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지지하는 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팬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 팬 마케팅은 보통 대중음악, 미술, 스포츠 등 주로 예능 분야 종사자의 매니저나 마케터에 의하여 사용되던 마케팅 전략의 하나였다. 최초의 팬 마케팅이 등장한 것은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앨범, 즉 레이블을 판매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마케팅 기반이 취약하고 방송과 음반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대형 음반 기획사로부터 외면받았던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음반 판매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콘서트를 통하여 직접 팬들에게 음악을 파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팬 마케팅을 위하여 인디 음악가들은 열성 팬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였으며, 콘서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윤도현밴드, 새소년이나 잔나비 같은 밴드들도 처음에는 팬 마케팅으로부터 시작하였다. 그 후 주류 음악시장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팬들은 견고한 응원부대가 되어 주었으며, 열렬한 지지와 강력한 구매력은 이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방탄소년단도 '아미'라는 열렬한 팬 집단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음반이나 캐릭터 상품과 같은 다양한 굿즈를 구매하여 수익 창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팬층을 넓히는 강력한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열성 팬과 직접적으로 하는 소통의 긍정적 영향력을 이해하게 되면서, 팬 마케팅은 이제 대중 문화나 예체능 분야를 넘어 고객 로열티를 갈구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마케팅 영역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들 중에서도 나이키, 애플, 테슬라 등은 자신들의 팬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팬덤을 브랜드에 잘 접목시키고 있는 성공 사례 들이다. 그러나 팬 마케팅은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열렬한 팬이 많은 브랜드일수록 브랜드에 반감을 보이거나 싫어하는 안티 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티 팬들은 팬과는 반대로 브랜드에 대하여 부정적인 구전을 퍼트리고,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들이다. 특히 부정적인 구전은 긍정적인 구전보다 더 큰 화제성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출처 불명의 루머로 바뀌어 일반 대중에게 가십 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어 기업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력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의 힘을 빌어 쏟아낸 악의적인 소문들은 캡처나 펌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고 공유되며, 오랫동안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사실상 팬과 안티 팬은 모두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것은 바로 관심이다. 관심이 아예 없다면 안티 팬이 될 수 없다. 안티 팬은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 제품의 미비한 점, 고객 관리의 단점 등 정보와 약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팬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유명세를 탄 돈가스 전문점 '연돈'의 사례를 보자. 연돈은 방송에서 극찬을 받은 뒤 너무 많이 밀려오는 고객을 감당하지 못하여 정신적, 체력으로 지쳐 번아웃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몰려드는 고객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웃의 민원까지 증가하자 결국 서울 포방터 시장에 있던 기존의 점포를 포기하고 제주도로 옮기게 된다. 가게를 옮기면서 사장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예전과 같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는 거리도 멀거니와 갈치찜, 오겹살, 방어회 등 관광객들이 짧은 일정 동안 즐길 수 있는 특색 있는 먹거리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흔한 메뉴의 고객 흡인력이 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고 방송에 나온 그 집의 그 맛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은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몰려왔다.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은 보통이고 밤샘 줄을 서는 경우도 빈번하였으며, 재료가 다 소진되면 줄을 서고도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요란한 과정 속에서 연돈 돈가스의 열렬한 팬도 증가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안티 팬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만족한 고객들은 인터넷 후기 등을 통하여 칭찬하기도 했지만, '비싸고 잡내 난다'는 유명 블로그의 비판 글은 사이버 댓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혀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이고 그다지 신뢰할 만한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돈까스 맛의 선호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관심과 기대에서 출발한 고객들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진정한 팬 혹은 안티팬으로 갈라지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만족의 변덕스러운 속성과 자기 합리화를 하는 불합리한 인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대가 팬심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자기 합리화의 영향이 클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합리화'는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주장한 매우 고전적인 이론 중 하나이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한 이후에 발생하는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는 확신을 스스로에게 줌으로써 심리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방어 기제이다. 이제 연돈 돈가스로 돌아가 보자. 보통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면 항공, 렌트, 숙박 등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한 후이다. 아울러, 휴가라는 매우 소중한 시간적 비용도 지출한다. 또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한다는 심리적 비용도 이미 매우 크게 지불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간 휴가지에서 10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 먹은 돈가스가 맛이 없다면 본인 자신이나 동행한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자신이 지출한 이 모든 비용들이 헛되게 쓰였다면 자신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돈가스가 겁나게 맛있어야 한다. 모든 비용을 지불할 만큼 맛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기대는 자기 합리화로, 자기 합리화는 열성  팬심으로 바뀌게 된다. 

반면에 기대가 안티 팬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기대-성과 이론'의 영향이 작용한다. 우리는 만족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쓰고 듣지만 의외로 만족의 실체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어를 떡하니 붙이고 있는 가게들이다. 고객들이 왕처럼 까다롭게 군다면 이를 만족시킬 방법 따위는 애초에 없다. 그리고 절대 고객을 왕처럼 대해서도 안된다. 그 이유는 기업은 적절한 수익의 창출을 통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초과한다면 그 어느 기업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Vroom은 기대-성과 이론을 주장하였는데, 이를 만족 개념에 적용하면 결국 만족이란 "고객이 기대하는 요구수준을 얼마나 잘 충족시켜주는가"의 정도이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 먹을 때와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사 먹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수준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자동주문 기계가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가의 호텔 레스토랑에서조차 자동주문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면 불만은 급증할 것이다. 연돈 돈가스에 이 이론을 적용해 보자. 이 곳을 방문한 고객은 이미 방송에서의 호평, 인터넷의 후기, 그리고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서 가게에 대한 기대감은 훨씬 높아진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최소한의 만족 수준에 대한 마지노선도 같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서울에서 장사를 하였을 때와 동일 혹은 약간 더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대 수준에 미치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그 결과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안티 팬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지대한 관심이 팬 혹은 안티 팬으로 돌아서는 지점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은 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까에 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개인적인 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의 성격, 낙관적인 정도, 연령, 소득 수준 등이 인내심과 분노, 자신이 들인 비용에 대한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천적인 특성과 감추어진 데모그래픽 정보들은 마케터가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가깝다. 보다 고객 관리에 필요한 요소들로 눈을 돌려 보면 기업의 기대 관리와 경험의 질 관리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이 돈가스집은 튀김 요리가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천상의 맛 이상으로 지나친 환상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자의든 자의가 아니든 방송과 언론을 통하여 부풀려진 명성 때문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이미 높게 형성된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낮추는 것 역시 가능한 선택은 아니다. 단지 맛 만으로 채워지기 힘든 기대와 실제 만족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감성적 요소가 부가되어야 한다. 훌륭한 매장 환경, 분위기, 감성적인 브랜드 스토리, 친절, 제주도와의 연계성 강화, 지속적인 고객과 상호작용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앞으로의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대기시간과 관련된 경험의 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도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예약을 통하여 방문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예약 시간에 맞추어서 관광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딱딱한 시간 예약을 하기보다는 하루 일정 판매량을 정해놓고, 사전에 지불결제까지 완료한 고객은 언제라도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일시적으로 몰리면 기다리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몇십 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이미 감수하고 있는 고객들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어떤 작은 이벤트들이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안티 팬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당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종교, 문화, 예술, 사람, 정치 모든 면에서 가능하였던 적이 없었던 점을 상기하자. 이 사실을 이해하면 안티 팬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안티 팬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게 된다. 안티 팬은 항상 기업과 브랜드의 악인가? 이들이 필요악임을 이해하자. 이들은 우리가 친근함과 열광, 환호 속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성인을 추대할 때 성소에 모인 추기경들의 심사를 통하여 선출한다. 이때 성인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반드시 악마의 대변인을 두도록 되어 있다. 악마의 대변인은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성인 추대가 불가한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악의에 기반한 것은 아니며 단지 다양한 시각의 토론을 활성화시키거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찬가지로 안티 팬은 왜 고객이 우리를 싫어하는지 이유를 찾는 정보의 근원이 될 수 있으며, 이탈 고객을 관리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발전은 맹목보다는 항상 의심과 비난 속에서 시작되어 왔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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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터의 꿈은 항상 같다. 고객으로부터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장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는 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이런 강력한 힘의 원천이 브랜드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어렵게 외운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들이 아니고 해리포터 처럼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책이나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 혹은 친구들과 경험했던 어처구니 없던 사건들처럼 대부분 이야기, 즉 스토리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좋은 스토리가 브랜드의 힘"이라는 정답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는 보다 손쉽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광고나 유통에 들어가는 기업의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절감해줄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의 미션과 목표를 보다 손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기업에게는 큰 장점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위대한 스토리를 브랜드에 담아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좋은 스토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스토리를 어떻게 전파시키는지와 같은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첫 걸음으로서 영화든 소설이든, 혹은 브랜드이든 좋은 스토리를 갖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우선 고객의 눈 높이에서 스토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고객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어떤 스토리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작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들은 스토리가 다소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기를 원할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대사 한 줄, '아임 유어 파더' 와 같이 고객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있는 순간, 더 모먼트를 가져가고 싶어한다. 적절한 희노애락의 극적인 포인트를 집어 넣는 것도 필수이다. 고객이 같이 웃고 우는 과정을 통하여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경험으로 브랜드를 포장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자극적인 요소들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인 요소들다. 그러나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자극 거리들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고객의 일상 생활과 경험에 대하여 같이 공감하고 격려해주고, 같이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브랜드의 스토리 빌딩을 한다는 것은 주말의 홍대나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격렬한 경험과 황홀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편한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같이 하는 과정에 보다 가까워야 한다.

일본의 브랜드 마케터인 '호소야 마사토'는 브랜드 스토리의 구조에 관하여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성공적 브랜드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것은 스토리의 주춧돌, 즉 기초이다. 어떤 브랜드이건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도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한다. 또 한가지는 스토리의 기둥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스토리의 추춧돌에 기초를 두고는 있지만 고객이나 사회상의 변화, 문화와 기술의 진화, 그리고 경쟁 브랜드의 대응에 맞추어서 더해지는 새로운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추춧돌은 지효성, 배움의 기쁨, 그리고 원풍경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지효성은 너무 지나치게 유행이나 패션과 같은 단기적 요소에 매몰되지 말고, 시간이 경과된 이후에도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 브랜드 스토리의 정체성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 시간이 경과되면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잡지나 흔한 가쉽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책들처럼 고객의 마음 속에 깊이 침투해서 천천히 스며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배움의 기쁨입니다. 최근에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하여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상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조그만 일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렵다. 단편적인 궁금증을 풀어주는 스토리보다는 고객이 직접 체험하며 자신이 무엇인가 배워나간다는 성장의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셋째, 원풍경은 고객이 어디선가 본 듯한, 어디선 가 들은 듯한 그러한 기시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임팩트가 강하고 감각에만 치우친 경험은 일반적인 고객의 실제 생활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호기심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고객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나와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는 스토리가 고객 스토리 텔링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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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주춧돌이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를 의미한다면 스토리의 기둥은 브랜드가 살아있는 유기체와 닮아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의 기둥은 고객, 기술, 문화 경쟁 등 마케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해야하는 부분들이다. 훌륭한 도덕적 신념을 지닌 철학자라고 해서 중세시대의 복장을 고집하거나 조선시대의 유교 복장을 고집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심지어 무익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적 가치는 변화하지 않더라고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은 시대 정신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능적 가치, 브랜드의 개성, 브랜드의 비전, 해결해야 되는 고객의 과제,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브랜드 스토리에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변화하는 인생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초코렛을 만드는 전문기업인 '허쉬'는 브랜드 스토리의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하나이다. 허쉬의 창업자인 밀톤 허쉬는 "사람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행복하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행복의 가장 쉬운 방법은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렛을 누구나 먹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 자신이 실제로 사탕 가게를  2번이나 운영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지만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00년 대규모의 밀크 초코렛 공장을 세웠고 누구나 초코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허쉬의 공장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초코렛은 상당한 고가의 구하기 힘든 사치품으로 일부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기호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06년에는 허쉬파크라는 임직원과 그 가족을 위한 테마 공원을 직접 설립하기도 하였다. 허쉬는 행복한 직원이 곧 좋은 직원이고, 행복한 직원이 달콤한 초코렛을 만들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쉬 파크는 현재 미국 펜실바니이주에서 허쉬를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놀이공원과 같은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허쉬 파크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은 '허쉬타운', 거리의 명칭도 '초콜렛 애비뉴', '카카오 스트리트'처럼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본질을 담고 있어서 달콤한 기업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잘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100년 이상 지속된 일관적이고 지효성이 높은 브랜드 스토리는 허쉬를 초코렛의 대명사로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일본의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꼬시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담은 스토리를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시작은 1673년 일본 막부 시대에 포목점으로 시작한 깊은 유서가 있다. 이후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서 포목점간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각 포목점들은 생존을 위하여 다양한 문양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미쓰꼬시하면 아 바로 그 문양이라고 일본인들이 떠올리는 문양이 있는데, 그 문양의 이름은 '겐로쿠(元禄)'라고 한다. 이 문양은 이후 확립된 미쓰꼬시만의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하여 자사의 쇼핑백에 겐로쿠 형태의 문양을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들이를 위한 경쾌한 기모노 복장에 사용되던 문양을 차용하였으며, 기업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쇼핑백 하나에 담아서 효과적으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듯이 브랜드 스토리의 지켜야하는 본질과 변화해야하는 가치를 구분하고 대응하는 것은 장수 브랜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의 본질만 지켜진다면, 새로운 가치를 담아 브랜드 스토리의 기둥을 시대와 상황에 맞도록 새로 세우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형태의 스타벅스 커피점인 일본의 'Inspired by Starbucks' 매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은 기존에 출점하였던 도심 중심지가 아니라 그동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진출하지 않았던 동네의 주택가에 '이웃의 커피'라는 개념으로 출점한 점포들이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번화가가 아닌 곳에 보통 출점하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스타벅스 바리스타 특유의 복장이 아니라 편한 일상복을 입는다. 심지어 스타벅스의 상징인 세이렌 로고나 녹색 색상을 고집하거나 스타벅스 로고를 간판에 내놓지도 않는다. 이 점포는 동네 특성과 주민들에 맞게 적합한 매장의 스토리를 갖추고 고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드 매장의 한곳인 도쿄도 세타가야구 이케지리 2호점을 개설할 때에는 주민들 대부분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도시 생활을 즐기고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계층임을 고려하여 'Urban Bohemian'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기존 사업 모델과 다른 이런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스토리의 본질,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탁월한 품질의 커피, 그리고 커피 문화를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본질은 결코 타협되지 않았다. 브랜드 스토리의 주춧돌을 잘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접목하여 브랜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업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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