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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디지털 마케팅의 변화

디지털(digital)이라는 단어가 엔지니어의 손을 넘어서 소비자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한 단어가 된 지도 20년 이상이 지났다. 디지털 기술 적용의 본격화는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본원적 특성까지 바꾸어 놓게 되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 냉장고 등 인공 지능과 정보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고, 서비스 역시 온라인 쇼핑몰을 필두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서비스와 개인화 1인 미디어의 확산 등 전례 없는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급격한 기업 마케팅 환경의 변화는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사건임에는 분명하나, 대학이나 기업에서 가르치고 통용되던 마케팅 이론이 점차 더욱 노후화되고 불완전해 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후화되고 불완전하다는 것은 과거의 이론과 경험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새로운 베스트 프랙티스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 마케팅 4P 전략으로 요약되는 기존 마케팅의 이론의 필요성은 여전히 견고하며, 미래에도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성큼 다가온 변화의 시대에 결코 충분하지 않음은 많은 연구자들과 기업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 결과 디지털 시대의 설명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 이론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하였다. 디지털 마케팅의 영역에 대하여 다소 모호함이 있으나 본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디지털 마케팅의 영역에 대한 이해>

즉, 마케팅 기법이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정도(디지털 마케팅, 아날로그 마케팅), 그리고 제품이 디지털 제품 카테고리에 근접한 정도(디지털 제품, 아날로그 제품)에 따라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2b(올드 스쿨) 영역은 전통적인 마케팅의 영역으로 기존의 마케팅 이론에 바탕하여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2a(전자상거래 마케팅)는 상품의 변화는 크게 없으나 탈중개화로 대변되는 인터넷 유통망을 이해하려는 마케팅 변화의 접근이며, 1b(캐즘 마케팅)는 새롭게 등장한 ICT 제품이나 컨버전스 제품의 마케팅을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을 수정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반면에 1a(콘텐츠 마케팅)는 콘텐츠, 웹페이지, 동영상 채널, 소셜 미디어 등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콘텐츠를 하나의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최신의 디지털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여 고객 전환을 추구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광의로는 1a, 1b, 2a를 모두 디지털 마케팅으로 칭할 수 있으며, 최근 강조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협의로는 1a로 그 영역이 좁혀진다.

우선 캐즘 마케팅 영역을 개척한 대표적인 연구는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가 1991년 저술한 캐즘 마케팅(원제: Crossing the Chasm: Marketing and Selling High-Tech Products to Mainstream Customers)이다. 이 책은 저술 당시의 스타트업 기술기업들의 흥망성세에 주목하면서, 초기 시장의 성공을 주류 시장으로 이어가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캐즘 전후의 소비자 차이를 인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기술 제품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선도 수용자 층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결함이 없는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을 통하여 주류 시장으로 넘어갈 것을 권한다. 캐즘 이론에 기반한 디지털 소비자의 이해와 전략은 현재까지 많은 마케팅 도서에서 복제되어 다루고 있다.

<캐즘 도서 표지>

두 번째 디지털 마케팅의 연구 흐름은 온라인 유통 구조의 변화에 주목한 연구들이 등장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유통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변화들에 보다 주목하고, 탈 중개화(disintermediation) 시대에 발견되는 소비자와 기업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주제로 삼아왔다. 이들 연구들은 e-SERVQUAL(해설: 온라인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지표) 같은 PC 및 모바일 쇼핑몰의 품질 특성이나 옴니 채널 같은 유통 전략을 중심으로 디지털 마케팅 시대를 이해하여 왔다.

그러나 기존의 두 흐름(캐즘이론, 탈중개화 이론)만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 경영학을 졸업한 많은 학생들은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자신들이 배워왔던 경영학, 마케팅 이론과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 사이에 적지 않은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대학의 마케팅 교육이 급격한 디지털 마케팅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 있으며, 그 간격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마케팅 원론, 소비자 행동론, 시장조사론 등 전통적 마케팅 교과목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신 디지털 마케팅 이론과 사례들이 접목됨으로서 디지털 마케팅 기법들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즉,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공용어인 Growth hacking, Goggle Analaytic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의 광고 관리,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online survey, Blog marketing, Campaign automation, AB test 등이 추가로 마케팅 교육의 경계로 들어와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통합적 마케팅 교육을 하는 대학도 국내에는 거의 없으며, 관련된 참고서적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본 글의 저자 본인도 학사나 석사, 박사 학위과정중에서는 이런 실무적인 디지털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대학 연구자 대부분이 기업에서 근무한 실무 경험이 없으니 이런 교육을 요구받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본 블로그는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하여 시작하려고 한다. 향후 디지털 마케팅 수업은 별도의 교재 없이 블로그의 내용을 업데이트해가면서 진행하려고 한다. 또한 본 블로그에는 GA의 픽셀(해설: 추적 코드)이 삽입되어 있어서, 향후 GA 실습수업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개인 유저에게 GA 트랙킹 코드를 HTML head에 직접 심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블로그는 T스토리가 거의 유일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블로깅할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해본다.

: 이 원준(meetme77@naver.com)

* 본 1장(1.1~1.4)의 내용을 강의에 활용하시려는 분은 아래 요약된 강의용 프리젠테이션(pdf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장_디지털마케팅의 이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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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키장을 다녀올 때 마다 썰렁하기 그지 없은 모습에 놀란다. 따뜻해진 겨울의 영향도 있지만, 스키장에서 더 이상 20대를 찾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를 데리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30대 가족이나 친구끼리 온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오히려 더 많이 보인다. 그나마 그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아서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슬로프가 텅텅 빈 것 처럼 보일 정도이다. 일부 사례이지만 불황기 소비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장면이다. 

최근 불황에 빠진 국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업글하는 외톨이'를 알아야 한다. 한 인기 도서에서 사용되었던 업글형 인간은 '남보다 나은 나',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하여 일과 삶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외톨이는 일본말 '히키코모리'에서 시작되었으며 남의 시선을 피해 숨어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말한다. 이들 업글하는 외톨이의 증상은 여러가지 있지만, 취업의 압박이나 퇴직에 대한 우려로 공시나 토익 등 자기 개발에는 열심이지만, 자기 이외의 주변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사람들을 만나는 사교나 취미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꺼리고 결혼이나 연예, 그리고 여행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대신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등 키보드 워리워형 방콕 취미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개인의 취향이 사회적 문제까지 될 것은 없지만, 심할 경우 업글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업글하여도 나아지거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사회나 기성세대, 혹은 또 다른 약자에게 가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무차별적인 사이버 폭력도 좌절한 업글형 외톨이가 원인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인터넷과 게임,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다 보니 가상 속의 자신을 보다 미화하거나 강력하게 인식하며, 익명성 뒤에 숨은 언어폭력으로 자기 만족을 얻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본 히키코모리와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우리 청년들은 자신이 스스로 외톨이가 좋아서 선택했다기 보다는, 더 큰 도약 점프를 위하여 잠시 움츠리고 있는 한시적 외톨이라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사실 아직 업글형 외톨이는 일부분일 것이다. 평범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노이즈를 만들지 않아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소비 성향을 보면 업글형 외톨이의 성향을 어렵지 않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이들은 주위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자기 만족을 우선시한다. 내돈으로 내가 사는데 타인의 눈치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며, 당연히 타인을 위한 지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 과거 직장인들은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삼삼오오 술집이나 노래방에 가서 회포를 풀고 오곤 하였으나, 업글형 외톨이에게 이런 사치는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신경쓰느나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길이다. 차라리 혼밥, 혼술집에서 간단하게 누구 눈치 볼 필요없이 한잔 하고 와서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스마트폰으로 혼자 영화를 보는 편을 선호한다. 실속있는 소비일 수 도 있지만 소비의 즐거움을 함께할 가족이나 친구가 주변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혼자 삼겹살이나 보쌈을 먹을 수 있는 전문점이 생기는 등 우리 사회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운동이나 노래방은 친구가 있어야 더 재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주말에 골프장을 나가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느니 가까운 스크린 골프장을 선호하는 스크린 골프족도 늘고 있고, 축구나 야구 같은 팀 단위의 운동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헬쓰 등이 인기있는 운동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노래방도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500원 동전 하나면 주변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소리지르고 즐길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이 대세이다. 다함께 음주가무의 민족인 한국인에게도 이제 노래방은 혼자만 즐거우면 되는 전자 오락이 된지 오래다. 

사실 이런 1인 소비시장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보편화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개인 소비 성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계기는 청년들이 체감 경기와 취업난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대학을 진학하는 고학력 사회에서 이에 걸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부족해지고, 수많은 청년들이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공무원 시험 등에 메달리기 시작하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기성세대의 구호일 뿐이 되었다. 자기 개발을 위하여 지출한 업글 비용은 지갑을 더 얇게 만들었고, 나 하나 간수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타인과의 교류 비용, 결혼, 연예, 그리고 사회적 활동은 가능하면 줄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 출현에 따라 새로운 마케팅과 비지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은 업글 외톨이를 위한 학습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음식이나 야식을 배달해주는 퀵 배송 서비스 시장의 확산, 온라인 장보기 보편화 등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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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에서 마케팅을 할 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팀과 회사의 전 직원은 자기 회사의 통신서비스만을 이용하고 있었다. 경쟁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가격이나 고객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으며, 시장조사 회사나 신문 보도 등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어서 대응하고 있었다. 이후 IT제조 기업으로 옮긴 후에도유사한 경험을 하였다. 동료 직원의 집들이날 참석한 부장과 동료 직원들의 눈은 식탁 앞의 맛있는 음식을 보기 전에 먼저 벽에 걸린 TV나 냉장고, 세탁기는 어느 회사 제품인지 흝어보기 바빴고, 모두 우리 회사 제품임을 확인한 이후에야 역시 훌륭한 직원이라는 칭찬이 여기 저기 쏟아졌다. 물론 경쟁사에 대한 정보는 보고서나 인터넷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고 얻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 이게 정말 답일끼?

Devil's advocate, 즉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의 의견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잘못된 점을 찾고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의도적이란 원래 성격 때문에 꼬투리를 잡는 것은 아니며, 주어진 역할에 따라서 계획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악마의 대변인 제도는 절대 권력에 순응하는 집단 동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중세 시대 카톨릭에서 고안된 제도이다. 과거 카톨릭에서는 성인을 추대할 때 일부러 성인 후보자의 결함이나 의심스러운 점들을 지적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을 악마의 대변인이라고 불렀다. 악마의 대변인 제도를 둠으로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다시 볼 수 있고, 집단 사고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즉 반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다수 전문가의 참여와 의견 제시를 통하여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토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악마의 대변인이 제 역할을 한다. 으례 전문가 집단이 보이면 원활한 토의와 다각적인 분석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바로 집단사고(group think)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단사고는 응집력 높은 집단들의 조직구성원들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의견 일치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비판적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현상이다. 서로 굳이 의견을 나누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한다는 위험한 가정, 그리고 조직내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옳치 않으며 아마도 틀린 생각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추측이 원인이 되며, 집단 사고에 빠진 조직에서는 결코 틀린 일에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다. 실제로 항공기 사고를 조사해 보면, 부조종사보다는 권위가 있는 조종사가 운항한 경우의 사고율이 더 높다고 한다. 부조종사가 조종사의 권위에 복종하여 잘못된 일에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악마의 대변을을 잘 활용하여 집단사고의 함정을 피하고 성공적 의사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사례가 케네티 대통령 때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이다. 1962년 미국 대통령인 케네디는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중이라는 소식을 받는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의 핵은 미국에 큰 재앙으로 인식되었으며, 다수의 미국 장관, 정보 전문가 집단, CIA는 긴급하게 회동을 하였다. 이들은 자칫 잘못해서 전쟁이 발생하면 최소 1억명 이상의 미국인이 희생될 수도 있는 초대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거의 2주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밤낯으로 회의를 하였다. 그러나 이 중요한 회의에 케네디 대통령은 뜻밖의 원칙을 제안 한다. 자신은 회의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만일 자신이 직접 출석하여 발언한다면 전문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거나 대통령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바람직한 최선의 해결책을 낼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 석상에서는 관료들간의 직급이나 서열을 무시할 것을 지시하고 국가 안전 보장에 관해서 누구나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대통령 고문중 한 사람을 지정하여 공식적으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겼다.

이후 처음 논의는 전쟁도 불사하고 미사일로 선제 공격하자는 다소 위험한 방안으로 지배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사일을 실은 소련 선박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상 봉쇄를 하자는 의견이 추가로 제시되었다. 특히 군부는 선제 공격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지만 팽팽한 토의는 계속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는 해상 봉쇄 작전이 시행되었다. 만일 이때 다수의 선제공격파 의견이 비판없이 수용되었다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수한 엘리트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대기업에서도 터무니 없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들은 종종 있다. 그 유명한 혁신가인 스티브 잡스마저도 타인의 의견을 듣지않고 자신이 옳다고 고집을 부리다고 실패한 경험이 적지 않다. 애플2 컴퓨터로 성공을 거두었던 그는 성공의 여세를 몰아가기 위하여 1983년 혁신적인 개인용 컴퓨터인 '리사(Lisa)'를 출시한다. 리사는 향상된 컴퓨팅 성능과 뛰어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기반의 운영 체제를 처음 장착하였지만 당초 2,000달러로 설정하였던 목표 판매가격이 추가적인 성능향상과 개발로 9,995달러까지 올라가겠 되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성공 가능성이 낮음을 들어 출시를 만류하였지만, 그는 결국 듣지 않았고 리사는 마케팅 역사에 남을 처참한 실패를 하게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오랫동안 자신이 사랑하던 애플 컴퓨터에서 쫓겨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중대한 의사결정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목소리 크거나 권한이 높은 몇몇 사람의 의견을 쫓기 보다는 악마의 대변인 제도를 적극 이용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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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혹은 SNS로도 불리는데, 그 사용 인구는 이미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이 해당될 정도로 방대한 규모이며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 국내국내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에게는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의 플랫폼이 인기가 높으며, 특히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도 높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구글 플러스, 카카오 스토리 등 유명 소셜 미디어 매체들 이외에도 거의 매일 새로운 소셜 미디어들이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탄생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본질은 정보기술의 지원 도구들을 활용하여 방문자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행동이며, 일반적으로 마케팅 활동의 정점으로 인식되는 관계 마케팅을 구현하는 디지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 마케팅에서는 수익성 있는 선별된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사실상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전례없던 새로운 차원의 마케팅이라기보다는 디지털 연결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새로운 관계 마케팅 기술로 인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소셜 미디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서로 제공하는 일부 기능들이 중복되는 경우도 많아서 이들의 유형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몇 가지 대분류를 통하여 뚜렷한 경계는 아니지만 나름의 독자적 영역을 구분해 볼 수는 있다.

1. 콘텐츠 공유형 서비스 : 문자, 사진, 동영상을 통하여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공유하고 댓글 달기(posting)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에 포함되는 소셜 미디어들은 블로그(WordPress, Blogger, Tumblr, Tistory ), 동영상 사이트(Youtube, Twitch, 아프리카TV, 틱톡 등), 사진 이미지나 음악 등의 공유 사이트(Instagram, Flicker, Picasa )들이 있다.

2. 인적 네트워크 구축형 서비스 : 특정한 그룹이나 친구, 지인들간에 개인 연락처나 프로필 등 사회적 교류 증진을 위하여 개발된 서비스들로서,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하여 각 서비스별로 다양하고 특화된 기능들을 제공한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로서는 카카오 스토리, Facebook, Google+ 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단문 메시지 제공에 특화된 서비스(Twitter, 카카오톡 플러스), 특정 업무의 전문가 집단만을 위한 네트워크형 인맥 서비스(크몽, 리멤버), 특정한 관심주제의 전문적 콘텐츠 제공만을 위한 네트워크 서비스(Quora) 등이 존재한다.

3. 소셜 예약/주문형 서비스 : 타인이 추천한 예약 기반의 서비스 주소나 관련 사이트들을 공유하는 형태의 서비스로서 타인의 추천 사이트 공유(Delicious, 요기요), 공동 쇼핑(ThisNext) 등이 있다. 인공지능이나 머쉰 러닝에서 출발한 CF(collaborative filtering) 기법이 가미된 자동화된 추천, 혹은 타 사용자의 평점을 바탕으로 사용자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4. 소셜 뉴스 서비스 : 일반적인 온라인 신문이나 방송사의 뉴스 중 타인이 추천한 뉴스를 선별적으로 공유하며, 이용자들은 추천된 뉴스에 대한 평점을 메기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사이트로는 Digg, Reddit 등이 있다.

5. 지역기반 미팅 서비스 : GPS등의 실제 위치 정보를 활용하여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상의 실제 거주지나 관심지역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을 묶어주고,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의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이다. Foursquare, Meetup 등이 있으며, 특정한 취미나 관심사와 결합한 니치형 서비스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예로, 애견인만의 공동 산책 서비스 등이 증가 추세이며, 중국의 대표적 소셜 미디어 서비스인 위챗은 지역기반 친구찾기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은 기능이나 내용은 서비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며 다양하다. 그러나, 다수의 사회적 연결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들에서 자주 사용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용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해시태그(#) : 해시 기호(#)를 사용하여 게시물들을 묶는다(tag)는 의미이며, 2007년 트위터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시태그는 보통 띄어쓰기 없이 사용되며(: #여름휴가, #호텔추천), 해시태그가 다수일 때는 쉼표(,)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이를 통하여 관심있는 주제를 검색하거나 주제를 중심으로 팔로잉이 가능하다.

2) 멘션태그(@) : 다른 계정, 즉 다른 사용자를 소환하거나 언급하는 기능이다. 댓글 작성이 @계정명을 입력하면 해당 계정의 사용자를 소환하여 댓글을 작성할 수 있고, 해당 사용자는 언급되었다는 알람을 받는다(: @이원준).

3) 팔로워(follower) : 나의 계정을 구독하는 계정 혹은 사용자를 의미한다. 팔로우(follow)는 내가 타인의 계정을 구독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와 반대로 언팔로우(unfollow)는 구독을 해지하는 것을 말한다. 간혹 상대방이 맞팔, 선팔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서로를 팔로우하자는 의미이다.

4) 포스팅(posting) : 소셜 미디어에 게시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행위이다.

5) 리포스트(repost) : 타인의 포스팅을 공유하거나, 본인 자신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리그램(re-gram)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글을 리포스팅하는 경우에는 항상 저작권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메시지나 댓글을 활용하여 사전의 허락을 득한 이후 감사의 글을 올리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다.

: 청주대학교 이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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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여행은 지친 삶에 쉼표가 되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온전한 휴식을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렵게 떠난 여행이건만 여행을 마치 전쟁처럼 치러내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빽빽한 살인적 스케쥴에 맞춰 며칠 걸려도 돌아보기 힘든 명소나 미술관 등을 하루에 서너개씩 보러가기도 하고, 기껏 5성급 비싼 호텔을 잡았건만 호텔의 부대시설이나 분위기를 즐길 틈 조차 없이 새벽부터 밤 까지 바쁘게 다닌다. 마치 밀린 일을 하듯 여행지를 섭렵하고, 가장 효율적인 여행을 하기 위하여 최단 시간에 최대한의 경험을 하려고 무리한다. 매 순간을 눈에 담기보다는 사진에 담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여행 사진이라기보다는 방문을 확인하는 출장 증빙같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이래서야 여행이 휴식이 될 수 없다. 재충전은 커녕 오히려 몸도 마음도 지쳐 여행 휴유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여행은 피곤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 나를 지나치게 몰아친다. 여행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우리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빨리빨리를 요구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래서야 제대로 놀 틈이 없다. 

 

 

일찍이 1938년, 사회학자인 호이징아(Huizinga)'는 인간의 미래는 일이나 업무가 아니라 놀이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호모 루덴스', 즉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놀이하는 인간이 삶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인생의 본질이 직장에서의 성취나 일과는 무관한 것이며,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이외의 모든 것들은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의 충동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주장하였다. 일예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즉 호모 파베르는 사물의 유용성과 쓰임새만을 고민한다. 호모 파베르는 추우면 추위를 피하고, 배고프면 배를 채우는 기본적인 요구에만 만족하지만 호모 루덴스는 이왕이면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 추위와 멋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패셔너블한 옷을 원한다. 즉, 제품의 용도가 아니라 놀이로 인한 재미가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호모 루덴스는 타인의 강요에 의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자신이 좋아할 때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재미만 있다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빠져드는 현대 소비자의 모습이 바로 호모 루덴스의 모습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놀이꾼이라는 주장은 마케터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수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자사의 상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도록 노력하는 것이 마케팅 성공의 첫 단추나 다름없는데, 호모 루덴스는 재미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이목을 끌수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이런 특징들은 '게이미피케이션', 즉 게임 같은 방식의 적용으로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활용된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재미와 놀이를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의 본능을 이용하여,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게임 형태로 전개하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게 목격된다. 스타벅스는 리워드 앱을 통하여 스탬프를 모으게 하고, 스탬프 갯수에 따라 무료쿠폰이나 선물을 지급하는 게임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성용 화장실에서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놓음으로서 깨끗한 소변기를 관리하는 것도 경쟁을 이용한 게이미피케이션이다. 어려운 회계 이론을 쉽게 가르키기 위하여 블루마블 등 보드 게임을 직접 활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도 국내외 대학에서 쉽게 발견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초성 퀴즈 이벤트도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다. 일 예로 영어 콘텐츠 기업인 시원스쿨은 "시원펜 도서는 ㅎㄱㅁㅇㄴ 영어책으로 한글을 영어로 바꾸는 연습 강조"라는 문장 속 초성의 정답을 맞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이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사례이다.

 

 

이처럼 재미, 보상, 도전, 경쟁 등이 버무려진 잘 만들어진 게이미피케이션의 조건과 관련하여서는 심리학자 '칙센미하이'가 주장한 플로우(flow)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하면 플로우는 무엇인가에 완전히 빠져있어 주변과 시간까지 잊어버리는 몰아 지경의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며, 주위의 모든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에 모든 정신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면 몇 시간이 한 순간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관심 대상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느끼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어 버리곤 한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밤새 만화책을 보거나, 시간가는줄 모르고 당구를 치는 것과 같은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가끔 플로우를 몰입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개인의 의지가 개입되는 몰입과 무아지경의 플로우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어서 번역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고 정확하다. 놀기 위해 태어난 고객이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하여 재미를 느끼고 진정한 플로우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이 이상의 최고 마케팅 목표는 있을 수 없다. 

플로우 경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활동의 목표가 뚜렷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과업의 목표가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장기적인 목표라서 달성이 현실감이 없을 때는 플로우 경험을 잘 일어나지 않는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 예로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요행을 바라고는 있지만, 로또 구매로 인한 플로우는 느끼지 못한다. 너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경품 행사를 하는 경우에 어떤 상품이 주어질지 사전에 명확히 공지되지 않는다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관심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과 같다.

둘째, 활동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가 전자오락 게임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게임 조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같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이런 빠른 반응과 피드백은 고객이 향후 어떤 행동을 해야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 결과 브랜드 홍보를 위하여 일방향적인 TV 광고에 의존하는 경우는 감소하고 있으며, 직접 브랜디드 앱, 혹은 게임을 만들어 소통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일 예로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OK캐쉬백은 자사 앱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형태의 미니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포인트 적립도 보물찾기, 천포인트 페스티벌 등 이벤트와 연계하여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셋째, 플로우 상태를 심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수행능력과 주어진 과제의 난이도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너무 쉬운 과제는 흥미를 가지기 어려우며, 너무 어려운 과제는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게 한다. 개인의 능력과 과제 난이도는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개인 능력에 비하여 과제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걱정이나 불안이 앞서고, 과제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권태와 싫증을 느낀다. 따라서 플로우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수준의 도전 과제를 제시하여야만 한다. 관광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이 적극 도입되고 있는데, 서울의 관광 명소인 '남산골 한옥마을'은 '남산 선샤인'이라는 체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마치 한옥을 배경으로 한 유명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참가자들은 한옥 마을 곳곳을 탐방하고, 일본군 진지를 염탐하거나 민족 반역자를 제거하는 등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넓은 한옥 마을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도전 과제였지만 과제 수행을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 활용, 곳곳에 비치한 안내판과 도우미 등을 통하여 대부분 재미있게 도전을 마칠 수 있었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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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전성기의 꽃 미모를 뽐내고 나오는 영화중에 2011년 제작한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브래드 피트가 야구단 단장의 실존 인물 역할을 맡았었다. 메이저 리그 최하위 단골 팀에 그나마 몇 안되는 실력있는 선수들은 다른 구단에 뺏기기 일수였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이다. 돈 없고 실력도 변변치 않는 오합지졸이라는 조롱을 벗어 던지고 싶던 야구단의 단장 '빌리 빈'은 수리경제학을 전공한 통계 천재인 '피터'를 영입하고, 기존의 주먹구구식 선수 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방식으로 선수들을 선발하고 관리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머니볼' 로 이름지어진 이 방식은 다른 요소들은 모두 배제하고 철저하게 경기에서 얻은 데이터만으로 의존해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데이터가 골라 준 유망 선수들은 일반적인 통념과 크게 달랐으며, 사생활이 문란한 선수, 리그 최고령 선수, 부상이 많은 선수 등 타 구단에서는 외면받던 선수들을 팀에 합류 시키고, 모든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머니볼이 옳았음을 증명하였다. 데이터 기반의 구단 관리를 통하여 미 프로야구 사상 흔치 않은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고, 2000년에서 2003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이 되었다. 그 결과 데이터에 의한 선수 관리는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 대부분 구단의 상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동명의 '머니볼'이라는 동명이 서적이 출간되기도 하였다. 야구에서 적용된 통계 이론의 중요성을 경영학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신봉한 것은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가 높은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마케팅 역시 자원과 인력이 빈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힌트로 머니볼 이론은 마케터가 배울 수 있는 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눈에 보이는 그럴듯한 외형이 아니라 데이터를 믿을 것, 둘째, 가성비 높은 게임을 할 것, 셋째 자신의 단점, 특히 부족한 점을 바라볼 것, 넷째, 남과 다른 시각으로 시장을 볼 것, 다섯째, 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돈이 전부가 아닌 것을 이해할 것, 여섯째, 스타 플레이어 한두명이 아니라 단합된 팀의 중요성을 알 것, 일곱째, 결국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스포츠 마케팅 이론이지만, 최근 마케팅과 마케터에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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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객의 로열티 강화는 기업 마케팅의 최우선 과제다. 고객 로열티의 강화는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며, 많은 기업들은 금전적 보상을 통하여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지름길을 택한다. 물론 금전적 보상이 바로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로열티를 구축하는 한 방편으로 자주 애용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마케팅비만 충분하다면 큰 아이디어 고민없이도 제공이 가능하다. 돈과 다름없는 항공사 우량고 객 마일리지나 카드사의 현금성 포인트, 최근에는 대학에서도 재학생들의 각종 행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장학금과 환금이 가능한 역량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금전적 보상으로 실제로 로열티가 올라갈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한 힌트로, 1962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샘 글럭스버그 교수는 '양초 실험'이라고 불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실험 방식은 간단하였다. 실험 참가자가 실험실에 들어오면 테이블 위에는 압정이 들어있는 압정 박스와 양초, 그리고 성냥이 놓여 있다. 이후 실험 참가자는 벽에 초를 붙이되 촛농이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참가자들은 양초에 압정을 꼽아 벽에 고정하거나, 촛농을 녹여 벽에 붙이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다 결국에는 압정 박스에서 압정을 모두 꺼내고 벽에 박스를 압정으로 고정 한후 그 위에 초를 올려놓은 해결책을 찾게된다. 이 문제의 초점은 창의적 방식을 통하여 해결 방법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 때 글럭스버그 교수는 참가자를 두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실험 참가전에 각기 다른 주의사항을 말하였다. 첫째 집단에게는 실험의 목적을 '문제 해결의 시간을 측정하는 것'으로 설명하였고, 둘째 집단에게는 '상금을 주기 위한 실험으로, 상위 25%에 들때에는 5달러를, 가장 빨린 푼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준다'고 고지하였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보상금을 건 두번째 집단의 문제 해결 시간이 첫번째 집단에 비하여 3분 25초나 더 걸렸다. 다시 말해 금전적 약속을 한 경우 오히려 성과는 저하되었다.

이는 창의적 문제 해결의 상황에서 금전적 보상이 사람의 시야나 생각을 좁히게 되는 부작용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성공 시 금전적 대가가 약속된 경우에는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과업에 참여하기 보다는 보상이 기대하는 행동만 단순 반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금전적 대가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과업 활동에 참여하기 보다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댓가를 얻기 위하여 무의미한 활동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결과는 보통 마케팅에서 통상적으로 제공되어온 금전적 인센티브가 진정한 고객 로열티 창출에는 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고객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자신들의 구매 행동의 이유를 금전적 보상으로 귀인하기 때문에 겉핣기식의 가짜 로열티만을 양성할 우려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금전적 보상이 중단된 경우, 기업은 단지 프로모션의 중단으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고객의 극심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큰 위험 요인이다.

양초 실험의 문제는 비단 고객 로열티뿐만 아니라 빈번한 할인 행사가 브랜드 충성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금전적 마일리지 제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경쟁사로 손쉽게 이탈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한 금전적 보상을 전제로 한 수많은 창업 경진대회의 우승자들이 실제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들도 설명해준다. 만일 이처럼 달콤한 당근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접근을 해야만 할까? 대안으로서 비금전적 보상과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보상 방안에 대한 연구와 개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이 스스로 기업과 브랜드를 정말 좋아한다는 느낌을 통하여 구매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일 예로 사회적 대의 명분을 활용한 마케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에스티로더 화장품은 여성의 유방암 예방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기업인데, 이를 통하여 고객은 돈이 아니라 여성을 돕는 페미니즘적 운동에 참여한다고 자각하며 자신의 구매 이유를 더 합리화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일회용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다. 고객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아니지만, 고객은 스스로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교양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구매의 타당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무인양품이나 이케아는 또 어떤가?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도 많지만, 이들 제품은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잘 이해해주는 파트너같은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향후에도 비금전적 보상과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보상 방안에 대한 연구와 개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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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자들은 내구재를 구매하여 소유권을 갖기보다는 경험할 수 있는 찰나를 위하여 손쉽게 지급을 열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집과 차를 장만하기 위해 아끼며 노력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나 여행, 여가 등을 즐기기 위하여 기꺼이 저축을 포기한다. 20대 고객의 자동차 구매는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나, 반대로 20대의 외제차 구매는 거꾸로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하나이다. 단지 이동을 위한 물질적 교통 수단에 대한 소유권은 관심이 없지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감성적 가치표현 수단으로서 외제차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소유할 수 있는 물질 보다는 감각적인 경험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제한된 개인의 수입을 고려할 때 찰나의 기쁨을 주는 감성적 소비가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소유를 위한 소비에 비하여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제품은 타인과 공유하기 어렵지만, 개인의 경험은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은 새로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TV에 나온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미식 경험, 친구와 함께한 이국적 해변에서의 석양 감상 등은 추억의 일부로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 과거에도 이런 경험의 가치는 있었지만, 새로운 고객과 라이프스타일의 등장으로 행복의 엔돌핀을 창출하는 경험의 가치는 더 크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의 비지니스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부각된 공유 경제는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는 형태의 소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결과, 좋은 제품을 만들어 오던 대기업은 사실상 하청 기업에 불과한 시대가 오고 있으며,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공유경제 기반의 서비스 기업이 사실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일 예로 우버, 그랩, 쏘카 등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 기업은 현대, 혼다, 벤쯔 등 다양한 차량을 구입하여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단지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속품에 불과하다. 소유의 종말, 경험의 공유 시대가 새로운 비지니스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누가 어떤 상품을 만드는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가상 혹은 현실의 공간을 제공하고, 경험을 통하여 이 둘을 연결해주는 기업이 공유 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일 예로 미국과 영국에서 사업중인 '소파 사운드' 라는 플랫폼 기업은 공간을 통한 경험 창출에 능숙하다. SOFAR는 Song from a Room의 머릿글자이며, 말 그대로 평범한 집, 거실, 카페, 공장, 시장, 회관, 갤러리 등을 통하여 음악 예술가와 관객을 연결시켜 주는 새로운 중개 비지니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일부 인기 음악가를 제외하고는 공연을 할 만한 적당한 장소를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 소파 사운드는 이런 음악가들과 놀고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공간 소유자를 연결해 준다. 적절한 공간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가 온라인 앱을 통하여 참여 신청을 하면, 소파 사운드는 공연 5일전에 개최 여부를 알려준다. 단, 어떤 음악인이 올지는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올지는 공간 소유자는 당일 현장 이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랜덤하게 예술가가 배정되기 때문에 의외성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고, 조금 더 운이 좋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나 취향의 음악을 몇 명 모이지 않은 친근한 공간에서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이러한 공유 서비스의 확산은 고객 경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이 미래 마케팅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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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공한 스타트업의 조직 특성에서 시작해서 대기업에서도 적극 도입을 추진하는 조직 형태로 에자일 팀(agile team)이 화두다. '민첩함'으로 번역되는 에자일 방식은 2000년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이지만, 그 이후 조직과 경영 전반의 새로운 사업 운영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다수의 개발자가 오랫동안 개발하는 길고도 험난한 방식이었다. 특히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계획과 준수해야 하는 대량의 매뉴얼을 사전에 준비하여야만 했다. 이를 기반으로 원격지에 있는 다수의 사람이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당연히 개발 완료에 이르기까지 수년에서 십 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계획하에 수행되는 대규모 개발방식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프로젝트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문제점을 인식한 일련의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에자일 연합'구성하면서 더욱 빠르고, 상황에 적합하고 유연한 개발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개발 속도, 지속적인 제공, 요구 사항의 반영, 개발자와 담당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소통, 실행 가능, 피드백을 강조하였다. 이후 그 효과성이 인정되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자라, 유니클로 등 경쟁 속도와 환경에의 적응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기업들이 에자일의 도입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에자일 조직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소규모로 팀을 꾸리고 구성원 각자에게 오너쉽과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일본의 서비스 기업 무사시노를 이끄는 고야마 노보루 사장은 “언젠가 하겠다는 사람은 결국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지금 바로 할 것인지, 아니면 평생 안 할 것인지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하라”고 권고한다.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나은 것 같으면 주저 없이 바로 실행에 옮기고, 만약 도중에 아니라고 느껴지면 그때 가서 유연함을 보이고 그만두어도 된다는 주자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보다 당장 결정하고, 당장 잘못을 알아채고, 당장 변경하는 민첩함과 신속함이 에자일 시대의 덕목이다.

에자일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에자일 경영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며, 미래의 마케팅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에자일 시대에 적합한 인재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Kenny Rubin(2012)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T자형 인재란 T자형 지식과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데, 특히 T자형 지식이란 전문 분야에서의 심층적인 수직 스킬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타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이해가 있는 인재이다. 기술과 마케팅이 교차하고 협업이 필수적인 현대의 기업에서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고, 삼성전자 등 국내 다국적 기업들 역시 T자형 인재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 마케터 역시 다양한 역량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T자형 인재로 육성될 필요가 크다. 최근의 디지털 마케터 혹은 그로쓰 마케터의 모집 공고는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한 사람의 디지털 마케터에게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고, 고객 경험에 기반한 제품 및 서비스 기획 역량,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시장 조사, 트래픽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의사결정 능력, 사용자 경험 디자인, 환경 대응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각적 크리에이티브 제작 관리, 타 부서와의 협업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마케팅의 교육 역시 마케팅 수직 스킬을 갖춘 마케터의 양성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디지털 스킬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갖춘 T자형 인재 양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존의 마케팅 교육은 전형적인 I자 인력 양성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기업에서 마케터가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과 기반 기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로직과 운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디지털 마케터는 T자형 지식을 갖춤으로써 제품 개발, 판매, 마케팅, 성과 측정 전반에 걸쳐서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유연한 고성과 마케팅 업무의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마케터가 제품 개발에 가서 협력하고 싶어도 개발팀이 사용하는 기초적인 전문 언어(jargon)를 모르거나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였다. 연구개발 부서의 입장에서는 개발이나 기술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마케터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번거로웠으며 개발 속도를 늦출 뿐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최근의 디지털 마케팅 분야 역시 전통적인 I자형 교육을 받은 마케터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나 SQL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HTML이나 각종 다양한 광고관리 도구에 대한 이해 없이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마케터가 주역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오히려 많은 프로그래머가 디지털 마케팅 도구를 운용하면서 마케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 역시 전반적인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나 경험의 결여로 지나치게 데이터에만 의존하거나 마케팅 현상이나 원인에 대한 이해도 없이 산출된 결과 값만을 추종하고 기계적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균형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T자형 마케터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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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라는 용어가 전문적 엔지니어가 전유하던 기술 언어의 개념을 넘어서 이제는 일상적 생활 속에서도 흔하게 접하는 단어가 되었. 디지털 기술 적용의 본격화는 기업의 연구 개발. 생산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본원적 특성까지 바꾸어 놓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 냉장고 등 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고, 서비스 역시 온라인 쇼핑몰을 필두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서비스와 개인화된 1인 미디어가 확산하는 등 전례 없는 발전 양상을 보인다. 이런 급격한 기업 마케팅 환경의 변화는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마케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 혹은 그로스 해킹 이라는 마케팅이다.

그로쓰 해킹(growth hacking)은 해킹이라는 단어 때문에 컴퓨터 관련 용어로 오해되기 쉬우나, 실은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의 기법을 의미한다. 디지털 마케팅 환경 아래서 고객의 이용 행동과 방문 행동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로쓰(growth)는 급속한 성장을 의미하며, 해킹(hacking)은 정당한 허가를 받지 않은 컴퓨터나 시스템의 불법적 침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로스 해킹에 이런 부정적인 의미는 없으며 단기간에 큰 성과를 이루는 기술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을 통한 성장보다는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 대비 효과성을 추구하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면 적절할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는 2010년 션 엘리스(Sean Ellis)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사용되어 처음 알려졌으며, 상품 판매와 노출이라는 직접적인 마케팅 목표 달성을 목적으로 기술 스타트업 등에 의해 계발된 창의성과 분석적 사고, 소셜 분석을 활용하는 데이터 지향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그 결과, 관련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는 기술적 요소가 필요하다. 빅 데이터와 분석 능력을 갖춘 그로스 해커는 '우리 제품의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가지고 방문객, 웹사이트 품질, 매출, 거래량 등 웹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량적 지표 등을 중심으로 답을 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등 실리콘 밸리의 유망 기업들이 속속들이 그로쓰 해킹을 도입하여 성과를 보고 있다. 일 예로 드롭박스(Dropbox) 신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인지하게 되는 경로의 대부분이 추천(referral)을 통해서임을 확인하게 되었고, 지인이나 친구의 추천으로 드롭박스를 사용하게 될 경우, 신규가입자와 추천인 모두에게 500MB의 무료 용량을 추가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였으며, 회원 가입률을 60% 이상 증가시켰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그로쓰 해킹의 도입은 기존 마케팅의 성장 방법과 다소 결이 다르다. 기존 마케팅은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정성적 관계 구축, 고객 충성도, 브랜드의 이미지 개선, 유통 파트너의 확보 등을 추진하여왔다. 이들 전통적 방법들은 기업의 기초 체력을 다진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될 수 없지만, 대부분이 장기적인 목표이며 즉각적인 효과의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 역시 존재하였다. 이런 단점은 시장이나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상품개발이나 마케팅 캠페인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들은 이미 안정 기반에 접어든 기업들에는 필요한 영역이지만, 특히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나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실제 전략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실용적인 부분에서 난관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는 방법으로 그로쓰 해킹은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수집하여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목표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나 고객 유입 및 구매 패턴 등 구체적인 지표의 분석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쇼핑몰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웹사이트 접속 기록을 자동으로 축적 및 분석하여, 고객 체류 시간, 장바구니 구매횟수, 고객의 이탈률, 재방문율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이후 그 분석을 통하여 적용 가능한 가설(: 광고 모델이 BTS인지 트와이스인지에 따라 매출액이 달라진다)을 수립하고, 데이터를 통하여 실험을 통하여 검증한다. 검증된 결과는 바로 즉각 사업에 반영하여, 기업이 매출을 곧바로 증가시키게 된다. 이제 마케팅은 전통적인 마케팅만으로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데이터와 데이터로부터 직관을 뽑아주는 인공지능, 그리고 광고 및 마케팅 자동화에 기반한 그로스 해킹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 청주대학교 이 원준 (meetme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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